He became the older brother of a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9)
탑스타의 친오빠가 되었다 89화
독일 예능 프로그램의 메인 MC, 막시밀리언.
이제 고작 3회밖에 되지 않는 신작 프로그램을 진행하고자 그는 오늘도 인파가 많이 몰려있는 장소를 골라 게릴라 공연을 열었다.
적당히 끼가 있어 보이는 사람들을 골라 무대에서 공연시키고 그에 따른 상품을 주는 것인데, 어떻게든 자신의 말빨로 프로그램을 이끌어 보려고 했으나, 아무래도 소재 자체가 크게 자극적이진 않아서 시청률은 낮았다.
‘하지만 그건 아직 초반이니까 그런 거지.’
보통 예능 프로그램이 처음부터 시청률이 높진 않다.
스타급 MC들이 나와도 생각보다 사람들은 입소문을 타기 전까진 예능 프로그램을 잘 봐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한번 빵 터질 때까지 이를 악물고 버티는 것이었다.
기회가 찾아올 거라 믿으면서 말이다.
그러던 중 이 남매를 만났다.
‘대체 뭐야, 이 남매는.’
겁도 없이 손을 번쩍 들고 공연에 참가하고 싶다고 나선 남매.
동양인이라는 것에 한 번 놀라고, 그 두 사람의 미모에 두 번 놀랐다.
거기다 능숙하게 구사하는 독일어 실력에는 까무러칠 정도였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연에서 이 두 사람은 특별한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었다.
‘정말 즉흥적으로 편곡을 하는 건가?’
밴드가 들려주는 아무 노래나 듣고 그걸 곧바로 편곡해 새롭게 노래를 부르는 것.
저들이 보여 주겠다는 장기가 바로 그것이었다.
‘더군다나 방금 들려 준 노래는······.’
어디에서도 들려준 적이 없는, 이 밴드만의 노래였다.
이 밴드의 리더라는 사람이 직접 작곡한 것인데, 멜로디만 익히고 그다음 부분이 막혀서 작곡을 멈췄다고 했다.
그런 미완성된 곡을 들려준 것이었다.
하지만 저 두 사람은 그것을 가만히 듣고 있더니,
[오늘도 산뜻한 바람이 부네요~ 샤라랄라라~]알 수 없는 언어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부드럽게 튕기는 기타 음에 맞춰서 나오는 감미로운 목소리.
그 가사의 뜻은 전혀 알 수가 없었으나, 신기하게도 싱그러운 느낌이 났다.
‘의미는 전혀 알 수 없지만, 무슨 뜻을 전달하는 건지는 알 거 같아.’
산뜻하고 포근한 사랑 노래.
저들의 목소리에 담긴 감정과 그 음표가 이 노래는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라는 것을 알려 주는 것만 같았다.
달달한 과일을 한 입 베어 문 맛이 나고, 포근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듯한 감촉이 전해지는 신기한 경험.
그렇게 멍하니 MC를 비롯해 이 공연을 보고자 몰려든 인파가 그 두 사람의 무대를 지켜보았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노래가 끝나고, 두 사람이 독일어로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막시밀리언은 퍼뜩 정신을 차렸다.
중간중간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 무대를 살려야 한다는 것도 잊은 채 그냥 멍하니 무대를 감상하고 말았다.
뒤늦게 그는 호응을 유도하려고 했으나,
“와아아아~! 브라보!”
“앙코르!”
그럴 필요는 없어 보였다.
이미 이곳에 모인 사람들 모두 저 두 사람의 매력에 흠뻑 빠져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랫소리에 이끌린 것인지, 아까보다 인파가 두 배나 더 많이 몰려 왔다.
거기서 막시밀리언은 직감했다.
자신이 기다리던 기회가 왔음을.
* * *
“우리 프로그램은 3일 뒤에 방영이 됩니다. 독일의 주요 방송국이기도 하니, 호텔에서 쉽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아, 네. 알려줘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상품은······. 너무 많이 주신 거 아닌가요?”
“아니요. 오히려 저희가 고맙죠. 오늘 사람들 반응 못 봤어요? 시민들과 동참하며 하는 프로그램을 몇 번 해봤는데, 오늘처럼 이렇게나 반응이 뜨거운 건 처음 봤습니다.”
막시밀리언이라는 이 MC는 내게 무척 호의적이었다.
처음 나와 윤아의 공연이 끝나고 난 뒤, 관객들의 호응이 좋자 추가로 무대를 진행했다.
그냥 그땐 나와 윤아의 앨범 수록곡을 하나 불러 주었는데, 그것도 반응이 아주 좋았다.
“한국 노래는 오늘 처음 들었는데, 한국이란 나라가 이토록 음악적 발전을 이룬 곳인지는 몰랐습니다. 특히 두 분의 노래는 앞으로도 계속 들어볼게요. 그런데······. 독일은 공연이 있어서 오신 건가요?”
“아, 네. 저희가 사실은······.”
나는 간단하게 우리가 왜 여기에 오게 되었는지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막시밀리언이 화들짝 놀라며 소리쳤다.
“아니. 이렇게 대단하신 아티스트를 두고 시청에서 그걸 거절했다는 겁니까? 이런. 아주 보는 눈이 없는 놈들이군요.”
“괜찮습니다. 오늘 여기서 공연을 해 보니까, 이곳에서 하는 것도 괜찮아 보이더라고요.”
“아닙니다. 오늘은 비록 여기서 공연을 하긴 했지만, 대성당 앞에서 하면 더욱 아름다울 거예요. 특히 대성당 중앙 광장에 있는 분수대 앞에서 공연을 하면 얼마나 구도가 좋은지 아십니까? 그 작자들이 실수하는 겁니다!”
그는 이런 부조리함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씩씩대다 이내 화를 가라앉히며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죠,. 제가 다시 시청에 문의를 넣어 보겠습니다. 아마 우리 방송국이 신청을 넣으면 그곳에서도 받아들일 거예요.”
“아니. 그렇게까지 해주실 필요는······.”
“하하. 아닙니다. 이 정도는 해드려야죠. 오늘 아주 멋있는 공연을 보여 주신 값은 치러야 하니까요. 그 정도 실력이라면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분들인 거 같은데, 저희가 출연료도 없이 쓰면 안 되지 않습니까?”
옆을 슬쩍 바라보니, 우리의 대화를 어렴풋이 알아들은 전지환 PD의 표정이 놀라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막시밀리언 옆으로 아까 봤던 밴드부 사람들이 쭈뼛쭈뼛 걸어왔다.
“아까 즉흥적으로 편곡하셨던 노래······. 우리가 써도 될까요? 사실 그 멜로디는 저희가 작곡을 하다 말았던 거였어요.”
왠지 만들다만 느낌이 난다 싶었더니.
“괜찮습니다. 말 그대로 저는 편곡을 했을 뿐이니까요.”
오리지날 멜로디는 이들의 것이기 때문에, 내가 소유권을 주장할 순 없었다.
그럴 생각도 없고.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그다음 부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나 고민이 엄청 많았는데, 오늘 명확하게 답을 주신 것 같았어요. 이 노래를 완성시켜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얼떨결에 나는 밴드팀 사람들과 악수를 나누게 되었다.
그렇게 막시밀리언과 밴드팀은 손을 흔들며 우리와 헤어졌다.
공연을 끝내고 그들과 얘기를 나누는 동안 어느새 밤이 되었다.
“이제 호텔로 갈까요, PD님? 윤아야. 많이 배고프지?”
전지환 PD와 윤아는 눈만 껌뻑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 * *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3일이 지나고 나서는 시차도 완벽하게 적응을 했다.
그리고 호텔도 마치 내 집인 것처럼 편안해졌다.
거리를 돌아다니는 것도 익숙해졌고, 나와 윤아는 여행과 노래 연습을 반복하며 즐겁게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여긴 항상 느끼는 거지만, 소시지 요리가 진짜 많아.”
윤아의 말에 난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독일은 맥주와 소시지의 나라라는 말이 있지 않던가.
소시지에 진심인 나라라, 다양한 종류의 소시지가 있다.
길거리를 지나다녀 보면 소시지를 굽는 냄새가 사방에서 났고, 실제로 거리에서 열심히 소시지를 구워 파는 사람들도 있었다.
“처음에는 뭔가 입에 잘 안 맞았는데, 먹다 보니까 맛있어.”
부어스트, 커리 부어스트, 프랑크푸르터 등등.
가지각색의 소시지를 곳곳에서 팔고 있었으며, 처음에는 강한 향신료 맛에 적응을 못 했지만 먹다 보니 그 풍미가 깊었다.
내가 한국에서도 술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을 거의 안 했는데, 여기 와서는 소시지를 하나씩 먹을 때마다 맥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성인 되면 한번 더 와 봐야지······.’
그때 가서 이 설움을 풀어야 할 것 같았다.
오늘은 아쉽지만 콜라로 만족을 해야 했다.
“저, 정말? 정말 됐어?!”
그때 우리와 같이 호텔에서 식사하고 있던 전지환 PD가 전화를 받고 나서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그, 그래. 알겠어. 고생했어.”
나와 윤아가 무슨 일인가 하고 말똥말똥 보고 있자 그는 빙긋 웃는 얼굴로 말했다.
“윤성아. 됐다! 됐어!”
“네? 어떤 게요?”
“대성당 앞에서 공연할 수 있게 해주겠대! 그 막시밀리언인가 하는 사람이 진짜 시청에 제안서를 넣었나 봐. 거기서 방금 허가가 떨어졌다고 방금 김 PD한테 연락이 왔어!”
전지환 PD는 뛸 듯이 기뻐하며 나를 얼싸안으려 들었다.
내가 기겁하며 뒤로 주춤거리자 그제야 그는 정신을 차렸다.
“아, 미안. 내가 너무 흥분했지? 하하. 나도 이게 진짜 될 줄은 몰랐거든.”
그동안 갖고 있던 근심 걱정을 전부 다 내려놓은 얼굴이다.
“하- 이제야 맘 편하게 밥 먹을 수 있겠다. 이게 다 너희 덕분이야. 참 볼수록 대단한 남매라니깐? 어떻게 거기서 공연을 할 생각을 했어? 심지어 그 공연 덕분에 이렇게 일도 잘 풀리고.”
전지환 PD는 껄껄 웃으며 소시지 하나를 큼지막하게 베어 물었다.
“헤헤. 다행이다. 그치, 오빠? 내 말 듣길 아주 잘했지? 응응?”
“그래. 잘했어.”
나는 칭찬을 받고 싶어 하는 윤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던 중, 누군가 우리 곁으로 다가와 물었다.
“저기 혹시······. 어제 TV에 나온 그 남매 아닌가요?”
“예? 오빠. 이분이 뭐라고 하시는 거야?”
“우리 보고 어제 TV에 나온 남매 아니냐고 묻는데?”
“엥? TV?”
우리에게 말을 건 중년 여성은 자신의 눈이 틀림없다며 갑자기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보여 주었다.
“봐봐요. 여기 나온 남매 맞지 않아요?”
독일 대표 방송국 중 하나인 BR에서 진행하는 예능 프로그램의 한 장면.
그곳에는 나와 윤아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3일 전, 우리 둘이 공연을 했던 바로 그 마우어 파크였다.
“아, 이게 TV로 나왔구나.”
“헉. 우리가 저번에 찍었던 그거?”
“응. 그게 방송에 나갔나 봐.”
우리가 인정하자 그 여성은 갑자기 다른 사람들에게 손짓했다.
“어머. 이 사람들이 그 남매 맞대!”
그 말에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사람이 우리 곁으로 몰려왔다.
“그래. 내 눈이 맞다니깐! 이렇게 잘생기고 예쁜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
“너무 반가워요. 방송도 정말 잘 봤어요.”
“내가 그 방송을 보고 처음으로 K-POP 노래를 찾아서 들었다니깐?”
그 덕분에 다른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있던 손님들도 하나둘 우리에게 관심을 보였다.
“왜? 저 남매가 누군데?”
“어제 나온 BR 방송국에서 했던 게릴라 콘서트 예능 있잖아. 거기 나왔었대.”
“그거 인터넷으로 보니까 반응이 괜찮던데. 그 사람들이야?”
저 사람들이 나누는 얘기를 들어 보니, 방송이 생각보다 잘 된 모양이다.
고작 방영한 지 하루 만에 우리 둘을 알아보는 사람이 생길 정도라니.
“유, 윤성아. 이거 아무래도 그 프로그램이 대박을 터트린 모양인데?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들이 이렇게 너랑 윤아를 알아볼 수는······.”
전지환 PD의 말이 맞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러니까.”
그 말을 듣고 갑자기 윤아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이 사람들이 나랑 오빠를 알아보고 왔다는 거잖아요?”
“그, 그렇지?”
“그럼 우리의 팬 분들이네! 그쵸?”
“그······ 렇지?”
“와~ 오빠. 우리한테도 드디어 외국인 팬들이 생겼어.”
응? 얘기가 그렇게 되나?
윤아는 아주 친근하게 먼저 사람들에게 다가갔다.
“반가워요~ 여러분. 우리 사진이라도 같이 찍을까요?”
한국말로 해봤자 못 알아 들을 텐데?
하지만-.
“지금 뭐라고 하는 거지?”
“사진 같이 찍자는 거 같은데?”
“오! 좋지!”
분명 윤아는 한국말을 하고 있는데, 저 사람들은 바디랭귀지로 알아 들은 건지 호호 웃으며 각자 핸드폰을 들고 셀카 자세를 잡았다.
“······.”
나는 어느새 저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사진을 찍고 있는 윤아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 아이 몸에서 흘러 나오는 핑크빛 아우라가 레스토랑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거기서 느꼈다.
‘역시 윤아는······.’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도 탑스타가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