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became the youngest member of Top Idol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연말이니까(2)
“제가 받고 싶은 선물은….”
잠시 뜸을 들인 뒤에 입을 열었다.
제법 뻔뻔한 대답이었다.
“대왕 해바라기 씨요.”
“푸흡.”
쿨럭-
차성빈이 헛기침을 하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대단한데?”
짝짝짝.
옆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내 멘트에 깊은 감명을 받은 진세현이 감탄을 터트렸다.
“이야, 역시.”
“도서한 예능감 미쳤다.”
“준서야, 이렇게 하는 거라고.”
이게 예능이지.
나는 쪽지를 카메라에 보여주고는 사족을 덧붙였다.
“대왕 해바라기 씨 1kg.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학학학! 나도 볼래.”
서하임이 깔깔대며 가까이 다가와 쪽지 내용을 확인했다.
“와… 진짜 그렇게 적혀있네?”
“진심으로 받고 싶었거든요.”
“푸하하하!”
훌륭한 햄스터 아이돌로 거듭나기 위해 진심인 편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하준서가 혀를 내두르며 작게 중얼거렸다.
“예능을 위해 선물 교환권을 팔다니….”
“해바라기 씨 까먹으면 맛있어요. 형도 나눠 드릴까요?”
“도서한 먹어본 적 없잖아!”
“쉿, 그거 영업 비밀이래용.”
어쨌든.
“…커피 안주로 괜찮나?”
하준서는 잠깐이지만 진심으로 고민한 것 같았다.
다른 걸 다 떠나서.
커피에 안주가 왜 필요한 거야.
아무튼 제작진 팀은 내 대답에 상당히 흡족한 얼굴이었다.
여러모로 촬영 예산을 많이 아낀 덕분이다.
강시우가 두 눈을 반짝거리며 자컨팀의 말을 전달했다.
“조만간 숙소로 해바라기 씨 1kg 배송 간답니다.”
“와아아아!”
“서한아, 축하한다!”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를 향해 오케이 싸인을 보냈다.
자컨팀이 보내준다는 것이 그냥 해바라기 씨인지, 대왕 해바라기 씨인지. 유기농인지, 농약은 쳤는지 등등이 추가로 궁금했지만….
끝나고 크리스마스 라이브도 해야 하는 터라 빠른 진행이 먼저였다.
“자아- 그리고.”
슬레이트용 마무리 멘트는 진세현이 했다.
“촬영하고 남은 해바라기 씨는 서한이가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렇게 됐다.
* * *
성탄절을 하루 앞둔 크리스마스 이브.
짹짹에는 더스티들의 소박한 바람들이 실시간으로 올라왔다.
포마 @foma17_22
애들 크리스마스 자컨 하나만 줘라
다반 @rlawu2944
더블즈야 많은 거 안 바란다
라이브 해줘
└이건 던져주지 않을까
└아직까지 알람 안 뜨니 존나 불안….
└울 애들 효자라서 본인들이 먼저 라이브 키자고 할 듯
└하… 그렇겠지? 개같이 존버 ㅠㅠ
크리스마스 이브인데 공식 계정도 아직 잠잠하고, 팬 커뮤니티에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이대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넘어가진 않을 텐데.
빨리 아무 떡밥이라도 던져줬으면 하는 것이 팬의 마음이었다.
더스티들이 크리스마스 라이브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있던 시각.
띠링-
대학생 더스티의 휴대전화에 유이앱 알람이 울려 퍼졌다.
어.
느낌이 왔다.
“크리스마스 라이브다!”
후다다닥-
어플 접속까지는 채 10초도 걸리지 않았다. 대학생 더스티의 입에서 나직한 탄성이 터져 나왔다.
“아, 미친.”
들어가자마자 화면에 잡힌 것은 예쁘게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와….
밝은 전구의 발광이 묻혀버릴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는 멤버들이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나는 잠옷을 단체로 맞춰 입은 멤버들이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뭐야 ㅋㅋㅋ 오늘 헤메코 지렸다
-얘들아 너네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야???
-누가 하준서 상견례 프리패스상 아니라고 했냐 쟤는 상견례 자리에 굴뚝 타고 내려와도 프리패스임ㅎ 우리 엄마는 산타 같다고 좋아하실 듯
스타일링이 오늘의 컨셉과 아주 찰떡이었다. 산타 모자에, 북극곰 털모자. 크리스마스 잠옷까지.
정식 스케줄도 아닌데 스타일리스트가 공들인 티가 났다.
그리고.
더스티들의 눈에 들어온 것은.
넓은 스튜디오에 가져다 둔 여러 악기들이었다.
-저거 뭐야???
-애들 오늘 캐롤 불러주나??
-미친 벌써부터 개좋아
-우주먼지들아 ㅠㅠㅠ 너네가 내 크리스마스 선물이야 ㅠㅠ 하
대학생 더스티는 떨리는 심정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우리 애들 크리스마스 캐롤 라이브를 볼 수 있는 건가.
‘컴백 직후라 바빴을 텐데 이걸 언제 준비했대.’
팬사랑에 진심이지.
그저 기특하다는 말 밖에는 나오질 않았다. 대학생 더스티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라이브를 보고 있었다.
그때, 마이크를 잡은 강시우가 싱긋 웃었다.
“내일이 무슨 날이죠?”
“크리스마스요오!!”
“맞습니다.”
서하임의 우렁찬 대답에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루돌프 머리띠를 머리 위에 쓴 서하임이 배시시 웃으며 다음 멘트를 이었다.
“그래서 저희가 오늘 뭘 준비했다고요?”
“크리스마스 캐롤 메들리요!”
“와아아아아!”
아, 미친 개좋다.
대학생 더스티는 속으로 기쁨의 비명을 터트렸다.
“크리스마스하면 국룰인 캐롤부터 갈까요?”
“좋습니다.”
차성빈이 기타를 품에 안은 채 팅팅, 부드럽게 손가락을 튕겼다.
어쿠스틱한 바이브가 물씬 느껴지는 캐롤이 그의 손끝에서 울려 퍼졌다.
-기타마저 잘 치는 내 새끼 너무 반칙이다….
-아 벌써부터 개조음 ㅠㅠ 진짜 천재만재 아이돌들아
메인 보컬 서이안이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Last christmas-
오늘따라 더 달콤하게 느껴지는 서이안의 음색이 더스티의 귀를 간질였다.
아-아아-아아
그 위로 다른 멤버들의 화음이 깔렸다.
-스타더스트를 누가 라이브로 욕함 그냥 이 녹화본 보여주면 바로 입꾹닫 할 듯
-아 극락이다
오래 연습한 곡도 아닐 텐데,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수가.
대학생 더스티는 고개를 까닥이며 행복한 감상에 잠겼다.
차성빈이 코드를 바꾸며, 자연스럽게 다음 캐롤로 넘어갔다.
그녀가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꼭 챙겨 듣는 유명 팝 캐롤이었다.
이걸 애들이 불러줄 줄은 몰랐는데. 귀가 황홀해질 지경이었다.
그렇게 서너 곡의 라이브가 순식간에 흘러가고,
“여러분, 캐롤 라이브 어땠어요?”
강시우가 마이크를 내리고선 팬들에게 물었다.
진세현은 빠르게 내려가는 댓글 속도에 나직이 감탄했다.
“와, 반응이 뜨거워요.”
“저희가 열심히 준비했거든요. 좋아해 주셔서 다행입니다.”
바로 그때, 서한이 입을 떼었다.
“사실 저희가 준비한 곡이 하나 더 있거든요.”
“마지막 커버곡!”
-하나 더 있다는 건 개좋은데 마지막 곡이라니 나 울억
-준비한 거 없으면 메들리만 천만 번 들려줘도 돼 나 자장가로 쓸게
-끝이라니 믿을 수 없어
-앵콜
-앵콜!!!
-제발요 다섯 곡만 더해주세요
-미안해 더스티들이 양심이 없지? 두 곡만 더 해줘
여기가 공연장도 아니고 애타게 댓글로 앵콜을 외치고 있는 더스티들.
차성빈은 피식 웃으며 다시 기타를 품에 안았다.
“더스티들~. 아직 안 끝났거든요.”
“큰 거 하나 남아 있다!”
“저희가 깊은 고심을 해봤는데, 아마 여러분이 마지막 곡을 가장 좋아하시지 않을까.”
“맞지맞지.”
“정말 유명한 곡이에요.”
이미 유명한 곡 꽤 많이 나온 것 같은데.
대학생 더스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Santa tell me인가?”
사실 뭐라도 좋았다.
대학생 더스티는 기타 음을 조율하는데 열중한 차성빈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강시우가 마이크에 대고 말을 뱉었다.
“시작하겠습니다.”
디리링-
그렇게 첫 소절이 울려 퍼진 순간.
“음?”
더스티는 처음 듣는 낯선 선율에 두 눈을 끔뻑였다.
어디서 한 번이라도 들어봤으면 조금의 기시감이라도 남아있을 텐데….
‘너무 처음 듣는데?’
별생각 없이 고개를 까닥이던 대학생 더스티의 머릿속에 하나의 가능성이 스쳐 지나갔다.
두 눈이 번뜩 뜨였다.
설마.
이거….
-미친 미공개곡이야??
* * *
[우주먼지 크리스마스 라방에서 캐롤송 깜짝 공개함]분명 엄청 유명한 노래 커버한대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노래는 겁나 좋은데 너무 처음 들어!!
그래서 ??? 상태 됐는데
우주먼지 미공개 캐롤송이었음
실시간으로 라방 보고 있던 더스티들 기절…ㅋㅋㅋ
-팬들을 위한 음원이라고 편안한 마음으로 따뜻하게 들어줬으면 좋겠다는 게 진짜 넘 감동임 ㅠㅠ
└아 미친 진심???
└타 팬덤 견제 존나 심해서 더스티들이 성적에 집착하는 건 또 어떻게 알고 ㅠㅠ
└그래도 닥치고 스밍해
└스밍 ㄱㄱ
-가사만 들어도 눈물난다 수없이 많은 크리스마스를 지나왔지만 너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는 처음이래 하 ㅠㅠ 우주먼지 데뷔 축하해
└이 얘기 들으니까 신인인 거 실감난다 ㅋㅋㅋ
└얘네 무대 천재라서 그렇지 데뷔한 지 8개월밖에 안됨…
└오늘도 평더(평생더스티)를 다짐한다….
.
.
.
“뭐 들어?”
벌컥-
태경이 문을 열어젖히곤 들어와 물었다.
한가빈은 어깨를 움찔거리며 귀에 끼고 있던 헤드셋을 내려놓았다. 신경질이 섞인 말이 튀어나왔다.
“노크 좀. 놀랐잖아.”
“아, 캐롤송?”
상대에게는 전혀 타격이 없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모니터 화면에 뜬 앨범 타이틀을 보자마자 태경이 아는 척을 했다.
이번에 스타더스트가 크리스마스 기념으로 공개했다는 캐롤송.
라이브 방송 깜짝 공개로 이슈몰이가 된 덕에, 관련 영상이 돌아다닐 때쯤 태경도 들어봤었다.
“노래 좋던데. 이거, 그 친구가 작곡한 거라면서.”
“어….”
스타더스트의 차성빈.
1년 차에 곡을 뚝딱뚝딱 만들어 내는 것만 봐도 절대 신인이라고 무시할 수 있는 클래스가 아니었다.
음악 스타일도 딱 한가빈의 취향이었다.
트렌디한 비트와 대중성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감각적인 멜로디.
한번 들으면 귀에 꽂히는 무언가가 있었다.
아마 지금이나 여유롭게 곡을 받을 수 있을 테고, 나중에는 줄 서서 받으려고 해도 조금 힘들지 않을까.
차성빈의 곡을 받아보고 싶다는 건 한가빈의 의견이었다.
태경은 의자에 반쯤 걸터앉은 채 한가빈을 물끄러미 돌아보았다.
“다 좋은데….”
태경은 아랫입술을 잘근거리며 최대한 머릿속의 말을 골랐다.
그리고.
“너 그 상태로 솔로 앨범 가능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