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has become the older brother of the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220
220화. 집 잘 지키고 있으라는 말은 함부로 하는 게 아냐 (2)
그야말로 폭풍이 휩쓸고 간 자리는 황폐해져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 자리가 길처럼 뚫려있으니 걷기 편해지기는 했다만…….
“미쳤어?”
나는 아네모네가 저지른 기행을 쳐다보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왜? 잘됐잖아. 이제 저쪽을 향해서 편하게 걷기만 하면 돼.”
“그런, 그, 그런…….”
아네모네의 말이 맞기는 했는데, 납득하기는 어려웠다.
“이건 정상적인 방법이 아니잖아!”
“언제부터 정상적인 걸 따졌다고 그래? 여기가 정상적인 땅으로 보여?”
[꺼억.]확실히 눈이 여러 개 달린 괴물이 트림이나 하고 있는 장소가 정상적인 곳일 리는 없었다.
그렇다고 폭풍을 일으켜 쑥대밭으로 만드는 게 잘한 짓이냐면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또 잘못한 것이냐고 콕 집어 묻는다면 그렇다고 하기도 어려웠다.
“이거 어려운 문제인데.”
“자, 자. 가면서 생각하자고.”
“하지만, 하지만……!”
아네모네에게 등 떠밀린 채 어쩔 수 없이 앞으로 걸어갔다.
“적어도 상의는 할 수 있었잖아. 부수기 전에 미리 말해줄 순 있었잖아. 안 그래?”
“그래, 그래. 하지만 걷기 편하지?”
“그건 그래.”
[킁킁킁킁…….]아네모네의 행동이 상식 밖을 아득히 초월해 있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편해진 건 사실이었다.
장애물을 모두 부숴버린 덕분에, 직진만 하면 러스트의 성으로 갈 수 있었다. 장애물은커녕 돌부리 하나 남지 않았다. 마수가 득시글거리는 은둔자의 땅에서 이런 호화라니. 레드카펫 위를 걷는 것이나 다름없다.
“생각해 봤는데. 잘한 것 같아. 그래. 걷기 편하고, 목적지까지 길이 훤히 보이는 점도 꽤 좋고.”
“장점뿐이네!”
아네모네가 신이 나서 팔을 휘적거리며 걸었다. 나도 왠지 동화돼서 위기감을 잠시 잊으려는 찰나.
[주인.]땅바닥을 코로 훑으며 따라오던 코스모가 불쑥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코스모는 흙으로 범벅이 된 코를 하늘로 치켜들었다.
[뭔가 움직여. 뭔가 움직여.]“뭐가?”
[몰라.]“모른다니?”
쿵, 쿵, 쿵, 쿵……!
코스모가 경고한 대로 정말 ‘무언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뭐지? 앞에 있는 건 전부 쓸어버렸는데?”
라기아를 쳐들고 공격할 준비를 했다. 뭐가 됐든 우리를 환영해 줄 사절단은 아닐 게 분명했으니까.
“저건……. 기사단? 기사단 같은데?”
아네모네가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 그대로였다. 갑옷을 챙겨 입은 기사단이 우리를 향해 일사불란하게 다가왔다. 각자 무기를 들고 있었으니, 역시나 환영 인사는 아니다.
“뭐지? 설마 내가 어느 집 앞마당이라도 부순 걸까?”
아네모네가 이제 와서 민망한 듯 웃으며 바닥에 떨어진 나뭇가지 하나를 주워들었다.
라기아를 낫의 모양으로 바꾸며, 나는 아네모네를 돌아봤다.
“나뭇가지는 주워서 뭐 하게?”
[던져줄 거야?]“코스모. 지금은 눈앞에 상대가 있잖아.”
“나뭇가지 던지기 놀이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리는 공격 태세를 갖추며 상대를 살폈다.
“저쪽은 기사단이야. 아마 곧장 우리를 공격하기보다는, 선두에 선 사람이 나타나서 뭐라 경고의 말을…….”
내 딴에는 그럴듯한 예상을 내뱉었는데, 착각이었다.
휘잉!
기사 하나가 내게 달려와 도끼를 휘둘렀다. 라기아로 바로 받아쳐 다치지는 않았으나, 심장이 철렁하는 순간이었다.
“선두에 선 사람이 뭐?”
아네모네가 나를 비웃듯 키득거렸다.
“아무튼!”
화끈거리는 귓가를 애써 모르는 척하며 나는 라기아의 날을 뒤로 돌렸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기사를 죽일 기세로 달려들 생각은 없고.
일단 신중을 기할 생각이었다.
“상관을 불러와!”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사가 쓰러졌다.
‘생각보다 쉽게 쓰러지는데?’
생각을 오래 할 틈은 없었다. 기사단의 규모가 평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마구잡이로 몰려왔다.
아네모네는 봐주는 것 없이 기사들을 쓰러뜨렸다. 팔에 마력을 두르고, 돌풍 같은 주먹으로 기사들의 복부를 가격했다. 한 대만 맞아도 저세상으로 가지 않을까 싶은 일격이었다.
아네모네에게 얻어맞은 기사들은 마치 종이비행기라도 된 듯 멀리 날아가서 무너진 나무 잔해로 떨어졌다. 그렇게 쌓이기 시작한 시체 같은 몸뚱이가 여럿이었다.
“아네모네! 사람을 죽일 생각이야?”
살인 같은 건 절대 하지 않겠다던 자의 공격이라고 볼 수 없었다.
“헉!”
아네모네는 발차기까지 야무지게 해가며 나를 돌아봤다.
“나 그새 더 강해졌나 봐!”
“…….”
진짜 그런가?
뭔가 아네모네 못지않게 나도 멍청해지고 있지 않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적을 쓰러뜨렸다.
끝도 없이 밀려드는 기사단은 기묘하기 짝이 없었다.
그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마치 한 사람이 움직이는 것처럼 행동에 통일성이 있었다. 덕분에 움직임을 읽기 쉬워 대처도 빨랐다.
무작정 정면을 향해 공격하고, 달려든다.
‘숫자로 승부하려는 생각인가?’
갑옷을 갖춰 입은 데다가 움직임에 통일성이 있는 걸로 보아, 훈련받은 병사가 맞는 것 같기는 한데…….
지나치게 오합지졸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들은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우리를 몰아붙이고 있었지만, 그 움직임이 퍽 단조로워서 나는 점점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주변을 둘러볼 틈이 생겼고, 코스모와 아네모네의 전투를 곁눈질할 수도 있었다.
아네모네는 확실히 강해진 것처럼 보였다.
아니, 혼자서 들떠 춤을 추는 어린아이 같다고나 할까.
마력을 담아 돌풍을 일으켜 공격하는 형태는 격투가를 연상케 했다. 공격 한 방 한 방이 강력해서 그런지, 아네모네는 금방 적을 물리쳤다.
“나 진짜 강해졌나 봐! 어떡하지! 이게 초월자의 힘이라는 건가!”
혼자 흥분해 날뛰는 아네모네를 보며 나는 혀를 찼다.
아네모네는 확실히 강했다. 하지만 갑자기 강해졌냐고 묻는다면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저 녀석이 돌연 강해진 게 아니고 상대가 너무 약한 거야.’
아네모네는 몰라도 나와 코스모의 전투력은 이미 잘 알고 있다. 이번 전투에서 코스모 또한 이전보다 큰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코스모는 보통 죽음의 문이나 이동 수단 역할을 하는, 착실하지만 조금 멍청한 마수다. 전투를 도와주기는 하지만 대단한 활약을 기대할 수 있을 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무력으로는 상대를 쓰러뜨릴 수 없다. 내 근력은 아직 십 대 청소년에 머물러 있었다. 몸뚱이 자체가 책이나 읽을 줄 아는 유약한 도련님이었다.
코스모와 나는 각각 0.5인분씩 힘을 모아 한 사람 몫을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퍽 야멸친 평가지만 어쩔 수 없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이 피핀, 코카, 타이머스 이런 놈들인걸.
그런데 지금 나도 그렇고 코스모도 그렇고. 우리는 각자 무슨 장군처럼 싸워대고 있었다. 라기아를 한 번 휘두르면 적들은 금방 휘청이며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 덤비더라도 똑같은 공격에 다시 당하는 멍청함을 보여주면서.
코스모 쪽도 상황은 마찬가지. 녀석이 어리숙하게 꼬리를 휘두르면, 그 꼬리에 맞아 쓰러지는 기사가 하나둘이 아니었다.
‘잘 훈련된 기사들이 이렇게 멍청할 리가 없어.’
은둔자의 땅은 마수로 가득한 곳이다. 이곳에 있는 인간 문명은 그나마 러스트 가문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쪽은 망해버린 지 오래다.
그렇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은 도대체 어디서 왔단 말인가?
[이거 영 맛이 없구먼. 맛이 없어.]부웅, 라기아를 휘두를 때 탐탁잖다는 목소리가 들렸다.
텅! 기사 몇 명을 뿌리친 뒤 나는 뒤로 살짝 물러났다. 라기아는 불쾌하다는 듯 조금 떨었다.
“무슨 말이야?”
[말 그대로지 뭐. 먹을 게 없다고, 먹을 게.]“…….”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라기아에게 먹을 게 없다…….
빠르게 주변을 훑어봤다.
“피가 없어.”
이만큼 오래, 많이 전투가 벌어졌는데 핏자국이 하나도 없었다.
“…….”
마침 또 한 명의 기사가 나를 향해 검을 겨누며 달려왔다. 검을 들고 있는 손을 걷어찬 뒤, 라기아를 뒤로 뻗어 낫의 날을 적의 목에 걸었다.
“도련님! 사람을 죽일 셈이야?”
“글쎄!”
나는 그대로 라기아를 잡아당겼다.
댕겅. 적의 머리가 가볍게 잘려 바닥에 떨어졌다. 코스모와 아네모네가 둘 다 당황하며 나를 돌아봤다.
[오잉?]“아아악! 미친놈아!”
힘없이 무너지는 몸을 걷어찬 뒤 나는 떨어진 목을 잡아들었다. 아네모네가 기겁을 하며 내게서 훨씬 더 멀어졌다.
“이 괴물!”
“아네모네! 잘 봐!”
나는 머리, 아니 비어 있는 투구를 들어올리며 아네모네에게 보여줬다.
“우리가 상대하고 있는 건 사람이 아니야.”
피는커녕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는다.
뒤늦게 상태창을 확인하자 상황은 더욱 확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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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 정보 없음
직업 : 정보 없음
성격 : 정보 없음
특성 : 정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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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네모네! 지금 여기에 있는 건 사람이 아니야. 전부 다.”
“다행이다.”
아네모네는 심호흡을 하며 멋쩍게 웃었다.
“내가 너무 강해서 누가 죽을 만큼 다쳤으면 어쩌지 하고 고민했거든.”
“고민한 거 맞아? 즐기는 것처럼 보였는데.”
“강한 힘을 손에 넣으면 잠시 도취되는 건 어쩔 수 없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기는.”
나는 라기아를 몇 번 흔든 다음 아네모네 쪽으로 다가갔다.
“어차피 사람이 아니야. 우리가 가는 길을 막기 위해 나타난 것 같은데. 아까 숲을 날려버린 것처럼, 모두 날려 보낼 수 있겠어?”
“가능은 한데……. 마력이 좀 부족해.”
아네모네가 손을 탈탈 털며 말했다.
“내 마력을 보태줄게.”
나는 라기아의 손잡이를 놓지 않은 채, 손잡이 하단 부분을 아네모네가 잡을 수 있게 했다.
“좋아. 네 마력이 어느 정도인지 한 번 볼까?”
“내 마력이 아니라 아마 달리아의 마력이겠지만……. 조금만 빌려 쓰자고.”
“그래!”
마법의 주도권은 아네모네에게 있었다. 나는 말하자면 에너지를 끌어다 쓸 수 있는 건전지의 역할이었고.
함께 라기아를 잡은 뒤 꼭두각시 기사들을 향해 겨눴다.
“아까보다 더 강한 돌풍으로! 길을 뻥 뚫어주겠어!”
“적당히 해. 러스트의 성까지 부수는 건 안 되니까.”
“그럼, 그럼! 셋 하면 쏘는 거다?”
“알았어.”
“하나, 둘!”
셋에 쏜다던 아네모네는 ‘둘’을 외치며 마력을 발사했다. 라기아가 해바라기 꽃받침 같은 모양으로 변하며 빔 같은 모양의 마력탄을 쏘아댔다.
콰아아앙! 기사 흉내를 내던 꼭두각시들은 마력이 스치기만 해도 부서지고 쓰러졌다.
“진작에 이렇게 할걸!”
아네모네가 호쾌하게 웃었다. 마력이 쭉 빨리는 기분에 어깨를 부르르 떨던 도중, 나는 아네모네를 다급히 불렀다.
“잠시 멈춰!”
“왜? 아직 더 남은 것 같은데? 저기 잔당이 있어!”
“그게 아니라! 저기 다른 게 있어!”
“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