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06
“시간이 없네요. 갑시다! 지금 바로 김포 공항으로!”
래원이 방향을 돌리며 신나게 외쳤고,
다른 두 사람은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이 되었다.
“김포 공항···이요?”
“뭔 소리야 형?”
래원이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제작비 50억 추가 집행 결정됐대!”
“50억? 어디서 들어온 건데?”
“그거까진 못 들었어. 매니저님, 황 CP님이 제주도 로케이션도 가능할 것 같다세요.”
“와우! 근데 그렇다고 지금 바로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으니까요.”
“결정만 된 거지 아직 제작비가 들어온 것도 아니잖아, 형.”
“일단 내 카드로 끊었어. 매니저님, 다녀와서 나중에 제작비 집행되면 청구해도 되죠?”
“네? 아, 뭐···.”
래원은 그 길로 패기 있게 두 사람을 끌고서 김포 공항, 그리고 제주도로 향했다.
“일단 가시죠!”
* * *
– 이 비행기는 잠시 후 제주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입니다.
약 55분의 비행 후, 기내에 흘러나온 안내방송.
유찬과 매니저는 그사이 눈을 붙였고,
래원은 수학 여행가는 아이 마냥 들떠서 제주도 관광 책자를 뒤적이고 있었다.
‘소천지? 여기도 가볼 만 하겠다.’
꼭대기 촬영지는 한라산 백록담으로 정해졌지만,
산악 등반을 하는 과정에서는 한라산 말고도 다양한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했다.
소천지.
책자 사진 속 그곳은 울퉁불퉁 기이한 바위들이 가득한 곳이었다.
서귀포 해변에 위치해서 바닷가도 함께 담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한라산은 이미 정해졌으니 여기부터 가봐야겠다.’
래원의 마음은 더욱더 설레기 시작했다.
* * *
“와아아! 찬아! 여기다 여기! ··· 매니저님! 바로 여기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곳이요!”
우거진 소나무 숲을 지나,
제주도 올레길 6코스를 따라 소천지에 도착한 세 남자.
래원은 잔뜩 들떠있었다.
소천지 주변을 둘러보고,
이리저리 휴대폰 카메라를 들이댄 후,
작업실에서 대본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을 옥영임 작가에게 전송했다.
“대본에 반영해달라고 해야지.”
소천지는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여 천지를 닮은 작은 호수를 품고 있는 곳이었다.
래원의 눈에 사람 키보다 높은 커다란 구멍이 뻥 뚫린 바위가 보였다.
마치 카메라 렌즈처럼 독특한 구도로 세상을 담고 있었다.
래원은 지금 머릿속으로 [요한]과 [유진]이 이 바위의 구멍 속, 양옆의 바위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는 그림을 그려보았다.
그리고 저쪽의 험난한 바위들을 타고서 서로 쫓고 쫓기는 두 형제의 모습도 상상했다.
‘여기라면 꿈속에서 그렸던 장면을 구현할 수 있겠어!’
래원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웃음이 번졌다.
지이잉—
“옥 작가님인가?”
옥영임 작가도 이곳을 분명 마음에 들어 할 거라는 기대감에 꺼내 본 휴대폰.
허나,
문자의 발신인은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이었다.
[강채령] 래원 감독님, 제 선물은 잘 받았어요^^? 제가 통이 크죠?“··· 선물?”
래원은 눈을 깜빡이며 의아해했다.
고개를 들어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오렌지빛 석양이 소천지 주변의 물가에 반사되어 장관을 만들고 있었다.
“우와···.”
문득 그 순간,
래원은 강채령이 보낸 선물이 무엇인지, 비로소 그 의미를 깨닫고는 파안대소를 터뜨렸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04화 – 리디북스
50억은 그냥 보통의 투자금이 아니었다.
소중한 마음이 함께 담긴 것이었으니까.
찰칵-
래원은 소천지의 석양을 휴대폰 카메라에 담았다.
물론 실제로 보는 절경의 반도 담길까 말까였지만,
지금의 이 감정과 다짐을 어떤 식으로든 기록하고 싶었다.
‘지금 이 순간을 허투루 쓸 수는 없지. 어떻게 얻게 된 기회인데!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까지 시간이 아직 좀 남았어.’
래원이 갑작스레 바빠졌다.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예리한 눈으로 고개를 돌리며 주위를 살피다가,
“찬아, 거기서 세 발자국만 오른쪽으로 가봐.”
유찬을 부른 래원.
이에 유찬은 영문도 모르고 래원이 가리키는 대로 몸을 움직였다.
“여기 말하는 거야?”
“어어. 좋아. 거기서 커다란 자갈 덩어리 하나 쥐고, 상대방한테 내리칠 듯 휘둘러봐.”
“상대방?”
“매니저님! 찬이 상대역 좀 해주세요!”
다급한 래원의 외침에 로케이션 매니저도 얼떨결에 합세하더니,
유찬과 함께 우격다짐 연기를 시전했다.
누가누가 더 큰 자갈을 찾나 내기하듯 주변을 살피던 두 사람.
어느새 큼지막한 현무암 덩어리를 흉기처럼 들고는 서로를 노려보았다.
“좋아요, 지금 유찬이가 [유진]이고 매니저님이 [요한]이에요.”
찰칵- 차차찰찰칵-
래원은 사진을 찍다가 내친김에 영상까지 촬영하기 시작했다.
띠링—
“지금 포즈랑 분위기 완전 굿이었어요! 그다음은 저쪽, 구멍 뚫린 바위로 가보죠.”
래원이 가리킨 곳으로 유찬과 로케이션 매니저가 앞장섰다.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는 거대 바위였다.
“석양을 배경으로 서로를 마주 보는 두 형제. 저 멀리 태양이 형제를 삼켜버릴 것만 같다. 두 사람은 이제는 내가 너인지, 네가 나인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되어 버린다.”
래원의 설명에 유찬과 매니저가 알아서 감정선을 잡고, 알아서 연기하기 시작했다.
장난스레 시작했다가 이제는 각자의 역할에 심취한 듯 보였다.
웃기지만 진지한 상황.
래원도 신이 나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눈앞의 진풍경을 다양한 구도로 휴대폰에 담고 있었다.
‘이 두 사람으로도 이렇게 그림이 나오는데, 우리 배우들 데리고 찍으면 대박 근사하겠지?’
상상만으로도 래원의 입꼬리가 귀까지 걸렸다.
어느덧 해가 수평선 너머로 뉘엿뉘엿 넘어갔고,
래원은 우두커니 서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잠시 배우에 빙의했던 유찬도 지는 해를 보며 래원의 곁으로 다가섰다.
“찬아, 있잖아. 형 지금 엄청 칭찬 받고 있는 것 같다.”
“칭찬? 뭔말이야?”
“연초에 ‘소철않’ 끝내고 더 쉬운 길 갈 수도 있었는데, 힘들게 택한 것도 그렇고···. 지협 선배 일도 솔직히 여기까지 온 거, 내 나름대로는 힘들었거든···.”
“그건 그렇지. 형이 마음고생, 몸 고생 많이 했지.”
“그동안 잘 해냈다고, 앞으로도 힘내라고 칭찬받는 기분이야.”
“뭐래···. 술도 안 먹었는데 취했어?”
“너는 모른다. 지금 내 기분.”
“제작비 해결된 거 때문에 이러는 거야? 그래, 뭐···. 형 덕분인 건 맞는 듯. 우리 드라마에서 바뀐 건 메인 연출뿐인데, 갑자기 투자금 늘어난 이유가 거기 있지 않겠어?”
그사이 주변에는 땅거미가 내려앉았다.
유찬이 어두워진 주위를 둘러보며 아쉬움을 토로했고,
매니저 역시 비슷한 표정이었다.
“아, 아쉽다. 재밌었는데. 크큭. 형, 한라산 가서 또 찍자. 나 내일은 [유진] 연기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저도 내일은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도 감독님!”
“하하하. 이제 저녁 먹으러 갈까요?”
“이 근처에 제주 흑돼지 기가 막히게 하는 집 있던데 어떠세요, 감독님?”
“어우 너무 좋죠!”
래원은 식당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멀어져가는 소천지를 바라보며 다음을 기약했다.
‘기다려라. 다음에 우리 배우들 스텝들이랑 같이 와서 끝내주게 찍어줄 테니까.’
그리고는 오늘 찍은 풍경 사진을 몇 장 골라서 강채령에게 전송했다.
아까 미처 하지 못한 답장 메시지도 함께 적었다.
[래원] 생각도 못 했는데, 고마워요ㅎㅎ 이번 드라마 끝까지 타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만들게요! 채령 씨의 투자가 아깝지 않게, 통 큰 선물 쏜 거 본전 생각나지 않게···!같은 시각,
지이잉—
서울에서 이 메시지를 받아본 강채령은,
함께 딸려온 사진을 손가락으로 확대까지 해가며 이리저리 살폈다.
‘도래원 당신 같은 감독에게 50억 따위 아깝지 않아. 분명히 그 이상을 보여줄 거잖아.’
강채령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채령아, 밥상에서 뭘 그렇게 보냐? 뭐길래 그렇게 실실 웃어?”
“재밌는 거야? 뭔데? 엄마도 보여줘.”
집에서 부모님과 식사 중이었던 강채령.
활짝 웃으며 휴대폰 속 사진을 부모님께 내미는 그녀였다.
“바다네? 일몰 사진?”
“어머, 예쁘네. 어디야?”
“완전 이쁘죠? 제주도래요.”
“누구? 누가 우리 딸한테 이런 걸 보냈대?”
“이야, 우리 막내, 그새 남자친구 생겼어? 그런 거야?”
“아, 아니에요. 그런 거···. 그냥, 사..사업 파트너랄까?”
“채령아, 만나는 사람 있으면 누구든 엄마, 아빠한테 소개해줘.”
“그래, 이제 너도 적은 나이가 아니잖니. 네 오빠들도 궁금해하더라, 채령이는 좋은 사람 없냐고. 정말 그냥 사업 파트너야?”
“그.. 그럼! 그냥 사업 파트너지. 사..삼계탕 다 식겠네. 식사나 마저 해요.”
강채령의 부모님. 즉, 천하 일보 사장 내외는 양 볼이 붉게 달아오른 막내딸을 흐뭇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대체 어떤 녀석이길래···?’
사장 내외는 도래원의 존재를 아직 모르지만, 누군가가 자기 딸을 행복하게 웃겨준다는 것에서 이미 의문의 사내에게 기대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 것이,
부부에게 강채령은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늦둥이 막내딸이었고,
그런 그녀에게 야망이나 포부를 기대하기보다는 그저 그녀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행복하기만을 바랄 뿐이었으니까.
게다가 그간 강채령을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많았으나, 강채령 본인이 이토록 관심을 보이는 상대는 드물었던 이유도 있었다.
그녀의 휴대폰 너머 의문의 존재가 된 도래원은, 본인도 모르는 사이 천하 일보 사장 내외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었다.
* * *
– 생방송 SBC 인기K팝. 이제 1위 발표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오늘의 1위 후보, 두 팀의 무대를 함께 만나~ 보시죠!
SBC 신관 옆 건물의 공개홀.
지금 이곳에서 SBC 예능국의 간판 가요 프로그램 생방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객석 한쪽 구석.
예능국 식구도 아니면서 SBC 사원증을 목에 두른 한 남자가 뚫어지라 무대를 보고 있었으니,
바로 도래원이었다.
– 네, 강렬한 퍼포먼스 잘 봤습니다. 다음은 또 다른 1위 후보 ‘브라이트 걸스’의 무대입니다. ‘여름은 두근두근’!
이윽고 무대 위에 대기 중이던 브라이트 걸스에게 화려한 조명이 비추기 시작했고,
여러 대의 무빙 카메라가 그들을 향해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래원은 무대를 지켜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바다가 우릴 향해 손짓해 ♪♬
그리고 우리 둘이 함께해 ♪♬
여름 시즌에 맞춰서 청량한 컨셉의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갖춘 네 명의 소녀.
무대 위를 힘차게 날아다니듯 춤을 추고 있었다.
네 목소리와 함께 파도를 타 ♪♬
두근두근, 나의 여름은 바로 너! ♪♬
‘라이브 실력도 많이 늘었네.’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래미와 노노카의 화음은 압권이었다.
청아하면서도 시원한 고음이 공개홀 천장을 뚫을 기세였다.
그동안 브라이트 걸스는 데뷔 후 꾸준히 성장하는 행보를 이어왔다.
가요 프로그램 무대 순서가 데뷔 초에는 앞이었다가, 이제는 맨 마지막을 차지한 것이 그 방증이었다.
예능 프로, 라디오 프로그램, 팬 사인회, 해외 무대에도 꾸준히 서면서 점차 저변을 넓혀왔다.
때문에 다른 방송사에서는 이미 1위를 해봤지만,
SBC에서 1위 후보에 오른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래원도 편집실에 있다가 이곳까지 뛰쳐온 것이다.
‘꿉꿉한 편집실에만 갇혀있다가 머리도 식히고 좋네.’
3분 30초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 버렸고,
곧, MC와 전 출연진이 모두 무대 위로 모였다.
– 생방송 SBC 인기K팝. 이번 주 1위의 주인공은 누구일지, 결과 보여주세요!
– 인기 차트와 음원 점수까지 합산한 이번 주 1위는···!
파바바밧——!
폭죽이 터졌다.
– 네에, 브라이트 걸스! 축하드립니다!
네 소녀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멤버들이 돌아가며 한마디씩 했다.
노노카의 한국어가 눈에 띄게 늘어있었다.
“저희 항상 챙겨주시는 박현만 대표님, 곡 써주신 작곡가쌤, 뮤비 이쁘게 찍어주신 감독님, 너무너무 고맙습니다!”
팬들의 함성 속에서,
노노카와 이나가 차분하게 소감을 먼저 했고,
“저희 넷 매일 꾸며주시는 스타일리스트 쌤들, 우리 매니저 오빠들 감사드리고요!”
두 막내도 마이크 바통을 이어받았다.
“우리 항상 응원해주는 선글라스들! 이 상은 선글라스들이 준 상이라고 생각해요. 고마워요! 사랑해요!”
“그리고, 지금 티비로 보고 계실 브라이트 걸스의 부모님 감사합니다! 래원 오빠, 고맙고 사랑해! 다음 달부터 방영하는 SBC 미니시리즈 많이 사랑해주시구요, 저희 브라이트 걸스도 계속 기대해 주세요! 앞으로 더 멋진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신난 래미와 브잇걸의 모습을 보면서,
래원은 자신이 상을 받을 때보다 더한 기쁨과 성취감을 느꼈다.
‘래미의 꿈이 곧 나의 꿈이니까···. 축하해, 래미야! 축하해 도래원!’
래원은 대기실로 들어가 래미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