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199
래원이 한국에 들어와있는 걸 아는 이가 그녀 뿐이었으니.
안정원이 보내온 집 영상을 재탕해서 보고 있는데,
지이이잉——
[안정원] 도 감독님! 푹 쉬신다면서 왜 영화를 찍고 계세요!!래원도 바로 답장을 보냈다.
[래원] 비행기 태우지 마시구요ㅎㅎ 혼자 장난 친 거죠ㅎㅎ [안정원] 이거 어디 올려보시는 건 어때요? 사람들 많이 보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유튜브 같은 곳에요. 저 혼자만 보기 아까워욧!! [래원] 어휴, 요새 일반인들도 얼마나 영상 잘 찍는데요···. 실장님이 즐거우셨다면 저는 이걸로 됐습니다ㅎㅎ하지만 안정원은 아니었다.
이걸로 되지가 않았다.
“도 감독님 본인 취향이 까다롭고 기준이 높으신 거지···. 일반인 기준에 이 퀄리티면···.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걸 나 혼자 본다는 건 중범죄야!”
그때, 안정원의 뇌리에 재밌는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게 바로 매니저가 할 일이지! 도 감독님 매니저로서 이런 결과물을 받아놓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이거야!”
발상력은 물론 실행력 또한 끝내주는 안정원.
곧바로 래원이 보내준 영상을 들고 일을 꾸미기 시작하는 그녀였다.
* * *
래원이 나홀로 여행을 마치자마자 만난 이는 홍 대표와 이선필이었다.
JC ENM 홍 대표의 어프로치 샷.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공이 홀컵 근처에 안착했다.
“굿샷! 굿샷!”
짝짝짝짝짝짝——
이선필 본부장은 골프채를 옆구리에 끼고는 박수치랴, 손가락 휘파람을 불어대랴 바빠 보였다.
“어우, 저는 한참 퇴보하는 동안 대표님은 또 엄청나게 느셨네요?”
래원이 고개를 절레절레 젓자,
홍 대표가 기분이 좋은 듯 껄껄껄 웃어젖혔다.
다음 홀로 이동하는 사이,
홍 대표가 아까 나누던 이야기를 마저 하자는 투로 운을 띄웠다.
“··· 뭐, 영화 쪽으로 사업 확장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이에 래원은 빙긋 미소를 지었고,
이선필은 옆에서 안도했다.
안정원의 설득에 넘어가서, 홍 대표에게 괜히 영화 이야기를 꺼냈다가 안 좋은 소리 들을까 노심초사했기 때문이다.
이선필이 스튜디오 다이아의 본부장 자리를 얼마나 유지할 수 있지는 사실상 홍 대표에게 달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다행히 홍 대표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요새는 넷플릭스 같은 OTT가 하도 대세라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도 많이 허물어졌잖아?”
곧바로 반색하며 거드는 이선필.
“그렇죠. 게다가 도 감독님 트리트먼트가 아주 예술입니다! 드라마로 만들기보다는 밀도 있게 2시간짜리 영화로 만드는 게 경쟁력 있을 것 같습니다.”
바로 앞에서 직접 듣는 칭찬도 나쁘지 않았다.
어느새 에 잔뜩 애정이 생겨버린 래원이었다.
“도 피디.”
“네?”
“보너스는 섭섭하지 않았지?”
“어휴, 섭섭할 리가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래원의 말에 껄껄껄 호탕하게 웃는 홍 대표.
그는 생색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말이지. 그때 전화로 내가 말했었잖아.”
“아아, 맞습니다. 뭔가 말씀 주실 거 있으셨댔죠. 무슨 프로젝트라도 준비 중이신 겁니까?”
홍 대표의 얼굴이 상기되기 시작했다.
뭔가 대외비를 귀띔해줄 때의 달아오르는 그 특유의 표정이었다.
“내 프로젝트는 아니고. 굉장히 흥미로운 소식이지. ··· 오오! 그래 그래, 잘하면 자네 이번 차기작에도 도움이 되겠는데?”
래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관심을 갖자,
다시 껄껄껄 웃어젖히는 홍 대표.
“강채령 양이 말이야. 글쎄, 자기 커리어를 개척해보겠다고 일을 벌이고 있는 모양이야.”
“채령 씨가요?”
“어. 천하 일보 후광을 굳이 피하면서까지 엔터 산업에 뛰어들 생각인가 보더라고.”
“엔터 산업이라 함은···?”
“영화 쪽인 것 같아. 투자사인지, 제작사인지 그것까지는 모르겠고···.”
래원은 순간, 며칠 전 그녀에게 걸려온 부재중 전화가 떠올랐다.
‘이거랑 관련 있는 연락이었나···? 나한테 도움을 요청하려고? 아니면, 반대로 도움을 주려고···?’
고개를 갸우뚱하는데,
홍 대표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나는 기대가 커. 처음에는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채령 양을 오래 봐온 사람으로서···. 여느 재벌가 아가씨랑은 다른 구석이 있거든.”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193화 – 리디북스
“안 그래도 며칠 전에 채령 씨한테 부재중 전화가 왔었는데, 제가 회신을 깜박했네요.”
래원의 말에 JC ENM 홍 대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 그래? 어쩌면 도 감독 차기작 관련 연락이었던 건가?”
“글쎄요. 채령 씨는 아직 제 차기작에 대해 모를 겁니다.”
“흐음···. 연락되면 잘 이야기 해봐. 우리야 아직은 내막을 몰라서 계산기만 대기 시켜 놓는 중인데···. 혹시 알아? 대박 회사가 하나 나올지?”
“맞습니다. 그분 회사가 시답지 않으면 그냥 JC ENM에서 투자 받아도 되는 거고요.”
이선필도 이 대화에 끼어들었으나,
“그야 그렇지만, 계열사 자본만 들어가는 게 작품 퀄리티 면에서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니잖아.”
“아, 무..물론 그렇습니다! 대표님!”
홍 대표의 수를 제대로 읽을 리가 없는 그였다.
이선필의 근시안적인 안목으로는 스튜디오 다이아, 끽해야 나아가 JC ENM 정도만 생각할 줄 알았으니까.
허나 홍 대표는 래원의 차기작 영화 이 더 큰물에서 놀 수 있도록 기획 단계에서부터 파이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이었다.
이러한 속내를 티 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어느새 세 사람을 실은 카트가 다음 홀에 도착했다.
“골치 아픈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공놀이나 마저 하자고! 바쁜 도 감독이 또 언제 시간을 내어줄지 모르니, 오늘 끝장을 봐야지! 껄껄껄. ”
언제나 골프에 진심인 홍 대표였다.
* * *
[ 애간장이 녹아! ]상암동의 간장게장 전문 해물 요릿집.
오늘 이곳에서, JBC 드라마 의 뒤늦은 종방연이 열렸다.
원래 종방연을 해야 할 시기에 래원이 런던 일정을 소화 중이었기에,
래원의 귀국 시기에 맞춰서 오늘에야 모였더랬다.
올해 연초에 촬영을 끝내고, 연말에 다시 모였으니 오랜만에 보는 사람이 많았다.
다들 반갑게 인사하기 바빴으며, 서로서로 수다 삼매경이었다.
“어머, 재윤아 너 얼굴이 왜 이렇게 좋아졌어!
“아주 뽀얗게 피었다, 피었어!”
“비법이 뭐냐? 관리 받기 시작했니?”
“하하. 아뇨. 살이 좀 빠지기도 했고···.”
“혹시 연애해? 재윤이?”
이재윤은 카메라 앞에서는 얼굴에 철판을 잘 깔았으나,
평상시에는 거짓말에 소질이 전혀 없는 타입이었다.
“헐, 뭐야! 이재윤 너 진짜 연애해?”
“아아···. 아..아뇨···. 연애는 아니고···.”
“연애는 아니면? 설마 짝사랑?”
형과 누나 배우들에게 둘러싸인 이재윤의 얼굴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어머어머, 누구길래 우리 재윤이 마음을 이렇게 애태운다니!”
다들 막내를 놀려먹는 재미에 푹 빠진 듯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래원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내막을 알지만 알은체할 수는 없었다.
한편, 스튜디오 다이아에서
종방연 일자를 하필 오늘로 잡은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오늘 감독판 DVD가 발매됐기 때문.
“파일 정리하느라 우리 현서가 고생 많았다.”
“저야 공부도 되고 좋았습니다!!”
래원은 현서에게 술을 따라주며 챙겼다.
래원이 주는 술을 넙죽넙죽 잘 받아마시는 임현서였다.
임현서와의 첫만남은 그리 유쾌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둘도 없는 후배이자 제자가 되었더랬다.
래원 하나 보고 일말의 주저함 없이 SBC를 뛰쳐나온 아이였으니까.
래원은 지난날에 유찬과 지혜영을 밀어줬듯,
당분간 임현서를 데리고 일하며 특훈을 시킬 셈이었다.
‘너는 내가 꼭 데뷔시킨다, 현서야.’
이런 래원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래원 선배님! 존경..존경합니다! 헤헤. 저도 되고 싶어요, 선배님 처럼! 될 거에요, 도래원! 헤헤.”
임현서는 취기로 발그랗게 달아오른 얼굴로 연신 헤헤거리다 못해 헤롱대고 있었다.
“헐!! 도 감독님! DVD 벌써 완판됐어요?”
휴대폰을 보던 민세라가 놀라서 말했다.
“누나 어제 귀국한 거 너무 티 내지 마. 예약 판매로 완판 된 지가 언젠데···.”
핀잔을 주는 건 이재윤이었다.
“말도 안돼! 나도 못 샀는데!!”
“뭐가 말이 안돼. 그냥 그거지, 세라 누나한테는 우리 드라마보다 유럽 여행이 중요했던 거지···.”
“야, 이재윤!!! 하아···. 감독님, 진짜로 완판이에요? 정말로?”
“걱정 마요. 지금 회사에서 추가 물량 더 찍고 있대요.”
래원은 민세라가 걱정하는 모습이 귀여워서 이재윤과 합세해 그녀를 더 놀려주고 싶었으나, 감독의 체면을 지키고자 그녀를 안심시켰다.
“다행이다. 헤헤⋯. 그나저나 이렇게 잘된 드라마에 작가님 없는 종방연이라니⋯. 아쉬운데요?”
“할 수 없죠. 워낙 베일에 싸여있기를 자처하시는 분이니⋯.”
래원과 민세라를 비롯해서 임상순을 실제로 만나며 작업했기에 그의 정체를 아는 몇몇이 아쉬움의 눈길을 주고받았다.
그러다가 래원이 뭔가가 생각난 듯 입을 열었다.
“맞다. 세라 씨, 임 작가님이 전해달라셨어요. 세라 씨를 놓쳤으면 후회할 뻔했다고, 작가님이 쓰신 것보다 훨씬 더 잘 소화해줘서 고맙다고요.”
프리 프러덕션 당시 민세라 완강히 캐스팅을 반대했던 임상순 작가였다.
그 내막을 아는 래원과 민세라는 빙긋 웃었다.
다른 테이블로 고개를 돌려보니, 서연지와 곽보겸 커플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관계를 숨기지 않고 서로 꼭 붙어 앉아있었다.
‘전생 때보다 결혼 소식 빨리 들을 수 있겠는데···?’
래원은 흥미로운 얼굴로 자리를 옮겨 그들의 앞에 앉았다.
“감독님!!!”
서연지와 곽보겸이 술잔을 내밀었다.
래원은 두 사람의 잔을 채워주고는 인사를 잊지 않았다.
“축하해요, 두 분.”
“감사해요, 감독님!”
“곧 결혼식 초대받는 거 아닌가 모르겠어요.”
“헤헤. 만약 저희 결혼하게 되면···. 감독님이 주례해 주세요! 저희는 감독님 덕분에 만난 거니까.”
아니라고, 원래부터 만나게 될 인연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으나 이상한 사람처럼 보일까 봐 말을 삼키는 래원이었다.
그 대신,
“좋아요. 기다리고 있을게요. 처음으로 주례 서보게 될 그 날을요. 하하.”
너스레를 떨었다.
탑 스타 커플의 결혼식 주례.
사실은 생각만으로도 떨리는 일이었다.
래원은 테이블을 돌며 다른 조연 배우들이나, 경훈 촬영감독 및 조명팀과 세트 팀과도 회포를 풀었다.
왁자지껄해진 음식점 안을 둘러보다가,
‘매번 느끼는 거지만, 팀 분위기는 작품 따라가는 게 맞나봐. 정말로 선물 같은 팀이었어···.’
술기운인지 감상인지 모를 상념에 젖어 들었다.
술맛도 달달하고, 기분 또한 달달해지는 그런 상념 말이다.
* * *
“올 대리석 시공이 되어 있는 매물이고요, 원래 주인 분이 짐이 워낙 많으셨어서, 수납공간 만들려고 인테리어를 싹 다 하셨대요. 그래서 이렇게 숨어있는 빌트인 공간이 많아요.”
부동산 사장님의 설명을 들으며 둘러보는 펜트하우스 전세 매물.
래원의 옆에는 안정원 실장도 동행했다.
이곳은 복층 구조의 펜트하우스로 서울숲이 내려다보이는, 이른바 숲세권이었다.
‘이야···. 집 안에 기둥이 몇 개야?’
뿐만 아니라, 모든 벽과 바닥이 대리석으로 빛났다.
안방이 지금 집 전체를 합친 것 같은 크기였고,
화장실은 3개, 게다가 지금 집의 거실만 한 드레스룸도 있었다.
테라스 또한 끝내줬다. 서울숲을 내려다보며, 와인한 잔 마시면 아무리 피곤한 날도 피로가 싹 가실 것 같았다.
다음 집은,
55평대 아파트로 매매 매물이었다.
안정원이 보내줬던 영상보다 실물이 더 넓어 보였다.
“여기는 화장실에서도 한강뷰를 즐기실 수 있는 집이거든요.”
감탄사가 절로 튀어나오는 조망.
오늘 하늘이 유난히 맑은 덕도 있겠지만,
거짓말 조금 보태서 천국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는 기분이 들었다.
따사로운 볕이 거실 깊숙이까지 들어오는 남향집이었다.
“그리고, 매니저님이 귀띔해주셨는데, 방 하나를 방음 시공하셔야 한다고요···.”
“네.”
래미의 연습실은 연기나 댄스뿐만 아니라 보컬 연습도 가능해야 하기에 방음 시공을 할 요량이었다.
“그럼 이 집이 딱 인 게, 원래 집주인 분이 악기를 하셔서 이미 완벽하게 시공을 해두고 쓰셨거든요. 방음 시공비도 상당하잖아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거죠. 집주인은 팔기 전에 굳이 철거 안 하셔서 좋으니까요.”
부동산 사장의 말대로였다.
방 하나가 말끔하게 방음 시공이 되어 있었다.
‘래미가 좋아하겠는데···?’
이후에도 몇 개의 집과 펜트하우스를 더 둘러보았다.
조망과 층수, 집 구조가 조금 다른 정도였다.
때문에, 래원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2개였다.
전세나 월세로 펜트하우스에 들어가거나,
매매로 50~60평대 아파트를 사는 것.
래원을 살피던 안정원은, 이러한 래원의 고민을 눈치 챈 듯 했다.
“천천히 생각해보셔도 될 것 같아요.”
“아뇨. 두 번째로 갔었던 아파트. 그 집으로 할게요.”
결정을 미룰 필요는 없었다.
오늘 직접 와보기 전부터 안정원이 보내준 영상도 보고, 포털 사이트 지도로 입지도 꼼꼼하게 확인했고, 호재가 있을 거라는 기사 분석 또한 마쳤으며, 무엇보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래원이었다.
“매매죠?”
“네.”
곧 정권이 바뀌자마자 뚝섬 일대 재개발이 박차를 가할 것이다. 호재 중의 호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