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5
그랬다.
팀의 의견은 잘 알겠고,
이제는 래미가 이 시나리오를 어떻게 보는지, [현아] 배역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먼저 들어본 후 나머지를 생각하는 편이 맞을 것 같았다.
“도 감독님, 저 어제 각색 1고 털었습니다. 지금 바로 드려볼게요. 보시고 마음에 드시면 도래미 배우한테는 그걸로 전달 드려주세요.”
조민시 작가가 이렇게 말하며 휴대폰을 꺼냈다.
뭔가 기분이 묘했다.
‘우리 래미를 잡기 위해 이렇게들 나선다고⋯?’
솔직히 기분이 좋았다.
감독이기도 하지만 래미의 오빠이기도 하니까.
래원은 자꾸 위로 올라가는 입꼬리를 붙잡으며, 일부러 다른 안건으로 화제를 돌려야 했다.
“강 대표님.”
“네.”
“할리우드 쪽 투자 자본 확보 건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강채령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아⋯. 그게⋯. 유럽, 아시아 다 됐는데, 할리우드는 유감스럽게도 불발됐습니다.”
이에 이선필이 놀라며 말끝을 흐렸다.
“네? 저번에 ‘라이브 필름 인터네셔널’과 조율 중이라고 하셨는데⋯.”
“네⋯. 이야기가 잘 안 됐어요. 하지만 염려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할리우드의 다른 영화사, 투자사와도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실망한 기색이 역력한 이선필.
허나 강채령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플랜B를 피력했다.
“그렇지만⋯. 라이브 필름 자본력이 3위 정도 되죠? 아쉽네요⋯.”
“네⋯. 그 정도 체급은 안 돼도, 지금 접촉한 곳들 역시 할리우드에서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고, 전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회사들입니다.”
래원 또한 아쉬움은 남았으나, 래원은 그녀를 믿었다.
이제 강채령에게서는 재벌 집 막내딸의 온실 속 화초 같은 느낌은 온데간데없고,
어느덧 커리어 우먼의 포스가 풍기고 있었다.
* * *
“왔어?”
새집에서의 여유를 만끽하기에는 래미가 너무나 바빴다.
오늘도 이틀 밤샘 끝에 집에 들어온 것이었다.
브라이트 걸스 신곡 뮤직비디오를 찍고 와서,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얼굴.
래원의 물음에 그저 힘없이 히죽 웃어 보이는 래미였다.
“뭐 좀 먹을래?”
“아니. 일단 좀 잘래.”
래미는 씻고 나와서 바로 침대 위에 쓰러졌다.
“내일 쉬지?”
“웅.”
“그럼 이것 좀 읽어봐. 여기 올려둘게.”
래원은 래미의 테이블 위에 시나리오를 올려두었다.
래미가 배게에 얼굴을 파묻은 채로 물었다.
“뭔데?”
“영화 시나리오. 너한테 여자 주연 제안을 하고 싶다네?”
“영화? 오빠 영화 감독님들이랑도 친해?”
“어? 어어⋯. 뭐⋯.”
“내일 읽어볼게. 불 좀 꺼줘.”
래원의 시나리오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것 같은 래미.
래원은 불을 끄고 나가려다가,
발걸음을 돌려 시나리오를 다시 손에 들었다.
부욱—
나름대로 큰 소리 나지 않게 조심히 표지를 뜯었다.
자신의 이름과 제작사가 적힌 표지를 일부러 제거한 것이다.
“잘자.”
이를 다시 테이블 위에 살포시 올려놓고는 까치발을 들고 방을 나서는 래원.
이상하게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 * *
“타워 브리지에서 몸을 던진 후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의과대학 졸업식에서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읊고 있었다.”
– 삶과 죽음. 고통과 기쁨이 교차하는 시간 –
“모든 환자는 의사의 선생이다.”
– 수많은 인생과 드라마가 녹아있는 공간 –
“죽지 않고 살았으면 됐지···. 젊었을 적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니까.”
– 인간을 다루는 인간들의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 –
아마존 인터네셔널 베스트셀러
20주 연속 1~5위!
‘조지 호킨스’ 동명 소설 원작의 메디컬 드라마
– 오직 넷플릭스에서, 2월 1일 공개 –
1월 둘째 주에 접어들자마자,
전세계 포털과 유튜브에는 의 티저 영상이 공개됐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이 이를 주목했다.
유럽에서 한 손안에 꼽히는 제작사이자, 보수적이고 까다롭기로 유명한 ‘스튜디오 까날 쁠뤼’가 처음으로 동양권 감독과 협업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안소니 주드가 대변신을 했네.)”
유럽뿐만 아니라 할리우드의 제작사와 투자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티저 속에 등장한 감독의 이름에 반응했더랬다.
“(도..래..원?)”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영화사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도래원⋯?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
1900년대 초, 잭슨 4형제가 힘을 합쳐 만든 후 100년 넘게 이어온 영화사로 할리우드의 역사 그 자체였다.
창립자인 잭슨 4형제 중 둘째의 손자이자,
해외 영화 투자 및 구매 부서의 총괄 디렉터,
‘휴 잭슨’은 특히나 에 관심이 많아 보였다.
창립자의 손자라고는 하지만 나이가 벌써 40대 중후반이었다.
그는 티저를 몇 번이고 돌려보며 감탄했다.
“(배우의 변신을 가능케 하고 숨겨졌던 재능을 세상에 내보이게 해주는 건, 감독의 역량이지⋯.)”
휴 잭슨은 한 때 ‘안소니 주드’를 액션밖에 하지 못하는 배우라고 폄하해왔다.
오디션에서도 몇 차례 떨어뜨렸더랬다.
하지만 지금 보고 있는 의 스토리 티저와, [올리버] 인물 티저 속의 안소니는 자신이 알던 배우가 아니었다.
전혀 다른 눈빛과 표정, 움직임으로 의사 가운을 자기 피부처럼 소화해내고 있었으니까.
휴 잭슨의 고개가 절로 절레절레 저어졌다.
“(안소니가 엘리트 연기를 저렇게 해낼 줄이야⋯. 그래, 맞아! 도래원!!)”
휴 잭슨은 뭔가 생각이 난 듯 도래원의 이름을 검색하여 밴프 상과 몬테카를로 및 에미상 수상 이력을 찾아냈다.
“(그때도 인상적이었지. 드라마뿐만 아니라 영화를 해도 잘할 거 같은 감독이었어.)”
내친김에 래원의 전작 드라마도 찾아보는 그였다.
“(신인 때만 반짝한 게 아니라, 꾸준히 작업하면서 필모그래피를 착실히 쌓아왔고만⋯. 색감이랑 구도 쓰는 게 내 취향이고, 전반적인 연출력이 객관적인 기준으로도 상당해⋯.)”
휴 잭슨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곧이어 비서를 통해 부하직원을 호출했다.
“(방금 공개된 넷플릭스 티저, 드라마 의 도래원 감독. 이 드라마 이후에 준비 중인 차기작이랑 정보 좀 조사해봐.)”
* * *
띡.띡.띡.띡.띠리리——
래원이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푸하하하하!!!”
널따란 집에 래미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래원이 두리번거리며 래미를 발견한 곳은 테라스.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테이블에 앉아있는 래미의 한 손에는 커피, 다른 한 손에는 대본이 들려있었다.
얼굴에 인디언 보조개가 찍히도록 연신 까르륵대면서 말이다.
‘아⋯? 내 거 읽는 중인가?’
래원은 래미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래미가 유리창 너머로 래원의 시선을 느꼈는지,
“오빠 왔어?”
고개를 들어 래원을 발견하고는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더니, 신난 걸음으로 집안에 들어왔다.
“어제는 다 죽어가더니, 컨디션 괜찮나 보네?”
“웅, 역시 잠이 보약이야. 간만에 완전 푹 잘 잤어.”
“신곡 첫 방이 언제랬지?”
“이달 마지막 주. 오늘 쉬고 나면 이제 쭉 달릴 일만 남았어.”
래원은 래미의 손에 들린 종이 뭉치를 흘깃 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자신의 시나리오가 맞았다.
“맞다. 오빠 이거 재밌더라. 완전 많이 웃었어. 감독님이 누구셔? 제작사는?”
래원은 대답을 하기 전에,
질문에 질문으로 되물었다.
“왜? 하고 싶어?”
“웅, 엄청! 오빠랑 친한 감독님 거야?”
“시나리오의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어.”
“으음⋯. 반응 좋은 건 알지만, 나한테 영화 여주 제안이 들어온 게 원래 좀 부담스러웠는데⋯ 시나리오 읽어보니까 알겠더라고. 왜 나를 캐스팅하려는지⋯.”
“왜인 것 같아?”
“[현아]한테 내 모습이 있더라고. 그리고, 에서 훈련했었던 걸 여기서도 잘 써먹어볼 수 있을 것 같아.”
“훈련했던 거?”
“한 편의 영화 내에서 캐릭터의 성장과 변화를 자연스럽게 구축하는 연기! 찍을 때 그게 제일 고민이었는데, 재윤이 오빠한테 많이 배웠거든.”
이재윤은 연극 무대 경험이 많아서 한번에 긴 호흡으로 연기를 펼치는 데에 능숙했다.
그 호흡을 래미가 배웠다는 것은 래원에게 굉장히 듣기 좋은 소식이었다.
래미의 오빠로서도, 감독으로서도 말이다.
사실 지금 래원이 래미에게 던진 질문들은,
오빠로서가 아니라 감독으로서 배역을 소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테스트였다.
이제 래원의 안에서도 확신이 싹트기 시작했다.
“도래미, 그 시나리오⋯. 내 거야.”
“⋯ 뭐어?”
“ 내가 시나리오 초고 썼고, 내가 감독이라고.”
“대박⋯. 오빠 이제 영화도 하는 거야? 아니, 것보다 오빠 작품에 내가 주연으로 들어가도 돼?”
“어. 제작사, 투자사, 남주 배우 모두가 널 원하더라고.”
“⋯ 그래? 근데, 제일 중요한 사람이 빠졌네. 오빠는? 오빠도 내가 [현아] 하는 거, 괜찮아?”
래미가 조심스레 물었고,
래원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보며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잘 부탁해. 도래미 배우님.”
래원이 씨익 웃자,
래미도 인디언 보조개를 만들며 까르륵 웃었다.
“잘 부탁해! 도래원 감독님!”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00화 – 리디북스
* * *
런던의 어느 호텔.
래원은 오랜만의 유럽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어젯밤부터 이곳에 묵고 있었다.
– 브라이트 걸스의 귀환! 신곡 함께 만나보시죠! ‘불꽃놀이’
널따란 스위트룸에 걸린 커다란 TV에서
한국의 음악 프로가 나오는 중이었다.
래원은 이를 지켜보며 흐뭇해했다.
새해가 밝아온 지 어느덧 한 달여의 시간이 흘렀다.
래미는 겨우내 쉼 없이 준비했던 신곡을 멤버들과 함께 선보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TV속의 래미는 항상 반짝반짝 빛이 났다.
무대면 무대, 카메라 앞이면 카메라 앞.
래미의 재능을 알아보고 서포트 해주었던 스스로가 자랑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만하자. 팔불출도 이런 팔불출이 없다.”
이 같은 혼잣말과 달리, 정작 래원의 입꼬리는 동생 바보짓을 멈출 의향이 없는 듯했다.
TV를 보며 연신 히죽거리고 있었으니까.
브라운관 속에서 4명의 브라이트 걸스 멤버는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고 있었다.
라이브 실력도 많이 늘었고, 무빙 카메라를 향한 시선 처리와 표정도 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수준급이었다.
래미의 무대가 끝나자,
래원은 TV를 끄고 테이블 위에 놓인 기획안을 펼쳐서 검토했다.
도래원 감독 영화
– 래미X소기중 –
지금까지 조민시 작가가 정리한 각색고를 기반으로 새로이 기획안을 편집한 것.
조연 배우 캐스팅이나 아직 꾸리지 못한 스텝 팀 섭외 시에 쓰고 있는 것이었다.
남녀 주연 배우가 모두 결정 난 후로, 영화 의 프리프러덕션은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크랭크인은 래미의 브라이트 걸스 스케줄을 고려하여 석 달 뒤로 결정이 났고, 그때까지 시나리오 수정 작업과 세트 제작과 헌팅지 섭외 등의 일정이 줄지어 잡혔다.
검토가 끝나자 이번에는 그 뒤에 놓여있던 드라마 의 기획안을 펼치는 래원이었다.
추억에 잠겨 읽어보기를 한참,
띵동—!
벨소리에 래원은 반사적으로 시계를 보았다.
– 도 감독님, 준비 되셨어요?
호텔방 문 너머로 안정원 실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다 되었다는 소리다.
래원은 읽고 있던 기획안을 챙겨서 방 문을 나섰다.
오일을 발라 넘긴 머리부터, 검정 슈트에, 광나게 닦인 구두까지.
“이런 제작발표회는 간만이시죠?”
그랬다.
오늘은 드라마 의 홍보 일정 중 가장 중요한 제작 발표회가 있는 날이었다.
넷플릭스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 처음이다 보니 완전 제작이 다 끝난 후의 제작 발표회도 간만이고, 차례차례 방영되는 형식이 아니라 한 번에 8부작을 전부 공개하는 것도 처음이라, 래원에게 오늘은 여러모로 색다른 제작발표회가 될 것 같았다.
이를 위해 오랜만에 기획안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있었던 래원이었다.
작품을 맨 처음 구상했을 때의 기획 의도부터 준비하는 과정의 흔적들이 곳곳에 녹아있는 것이 바로 이 기획안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렇게 본격적인 홍보 일정이 시작됐다는 것은, 1년이 넘게 진행된 드라마 프로젝트의 고지가 눈앞에 다가왔다는 뜻이었다.
제작발표회는 인터뷰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티저 영상은 얼마 전에 선공개 됐기 때문.
무대에 사회자와, 3명의 배우, 그리고 래원이 자리했다.
먼저 포토 타임을 보낸 후,
장내에 기자들의 타이핑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본격적인 인터뷰 시간이 됐다.
배우들이 차례로 마이크를 들고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올리버 역의 안소니 주드, 릴리 역의 에바 베이지, 매튜 역의 존 로이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