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8
– (도래원 감독님과 미팅을 잡아주실 수 있으실까요?)
“(도 감독님이요? 네, 일정 잡아보겠습니다.)”
– (단,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전화 너머 휴 잭슨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고,
– (다른 사람 없이 도 감독님과 단둘이서만 뵙게 해주십시오.)
강채령의 머릿속 가득히 물음표가 띄워졌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03화 – 리디북스
* * *
하경석의 갑질 논란이 점점 더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영화 은 크랭크인 한 달여의 시간 동안 30% 이상의 촬영을 해내며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들끓는 바깥 여론과는 달리 영화 촬영 현장에서는 하경석에게 그 어떤 직접적인 언질도 없이 수월하게 촬영을 진행했다.
물론 공식적으로 그랬다는 이야기이고,
비공식으로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하경석 입장 표명 봤어?”
“봤지. 갑질 의혹에 미투 뒤집어씌우기 작전인가?”
“하아⋯. 그러니까! 뭔 되도 않는⋯.”
“괜히 얼굴에 분칠하는 것들 말은 믿지 말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냐.”
“내 말이. 거짓말 그만하고 깔끔하게 인정하고 자숙하지.”
스텝들은 모이기만 하면 하경석 사건을 도마 위에 올려놓고 소곤거리기 바빴다.
지금 쉬는 시간 동안 세트장 구석에서 대기 중인 소품팀 또한 그랬다.
“하경석 말이 진짜일 수도 있잖아?”
“진짜겠냐? CCTV 영상 공개된 거 보고도 그 소리냐? 그게 어디 성추행 가해자가 취할 법한 액션이냐고.”
“우리 조카도 안 믿더라. 식당 주인이 또 좀 선량하게 생겼어야 말이지.”
“식당 주인이 많이 억울했는지, 오늘 밤 9시에 유튜브 추적 24시에서 라이브로 인터뷰한다던데?”
“에효⋯. 내일이면 하경석 더 욕먹겠네? 우리 영화에 불똥이나 안 튀었으면 좋겠다.”
“왜 도 감독님이나 제작사에서는 하차를 안 시켜?”
“짜증 나. 현장 분위기 이게 뭐냐? 덩달아 우리까지 살얼음판 걷는 기분이잖아.”
“곧 하차하겠지 뭐. 아무리 연기를 잘하면 뭘해⋯.”
“그러게 도 감독님이나 제작사 입장에서도 별 수 있겠어? 대중이 돌아서면 끝인데⋯.”
본의 아니게 이를 엿들어버린 조연출 임현서가 괜스레 말을 더듬으며 소리쳤다.
“⋯ 슈, 슛 들어갑니다! 스탠바이 해주세요!”
[현아]와 매니저가 다투는 장면.촬영 전, 래미와 하경석이 진지한 얼굴로 합을 맞춰보고 있었다.
“저 힘 빡 줘서 손 휘두를 테니까, 오빠도 제 손목 세게 잡으세요. 한 번에 끝내요, 오빠.”
“그러자.”
하경석은 힘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배우는 배우였다.
“레디, 액션!”
래원의 목소리가 메가폰을 타고 현장에 울려 퍼지자,
하경석과 래미는 확 돌변하며 매니저와 [현아]가 되어 다투기 시작했다.
“컷! 오케이!”
래원의 찰진 컷 소리에,
경훈 촬영감독이 상기된 목소리로 거들었다.
“이야, 이걸 한 번에 가네? 래미랑 경석이 호흡이 척척 이야.”
이에 흡족하게 웃는 래미와, 쑥스럽게 웃는 하경석.
“먼저 가보겠습니다.”
오늘 촬영분을 끝낸 하경석이 모두를 향해 꾸벅 인사를 건넸다.
카메라 밖에서 다시 힘없는 모습으로 돌아온 그였다.
그런 하경석의 모습을 안쓰럽게 여기는 래원같은 이가 있는가 하면, 눈을 흘기고 보는 소품팀 같은 무리도 있었다.
하경석이 가고 나자 세트장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누구 하나 눈치를 보거나 불편해하는 모습은 사라지고 화기애애한 모습이 되었다.
하경석 사건이 터지기 전처럼 말이다.
다들 말은 안 해도 하경석을 의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저녁 시간이 되기 전 오늘의 촬영이 마무리되었다.
“다들 수고하셨습니다. 내일은 간만에 야외 촬영이네요. 내일 뵐게요.”
래원의 인사.
홀가분한 표정이 된 스텝들과 배우들이 돌아서서 퇴근 준비를 하려는데,
“아, 그리고.”
래원이 뭔가를 말하려는 듯했다.
모두를 둘러보며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 입술을 떼는 래원.
“다들 걱정되시죠? 요즘 바깥에서 떠드는 소리 때문에요.”
주어가 빠졌지만 이 현장에 있는 모두가 알아들을 수 있었다. 하경석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저는 하경석 배우를 믿습니다. 다들 저번에 경석 씨가 [현아]한테 접근하는 열성 팬들을 밀치는 장면 촬영했던 거 기억하세요?”
래원의 물음에 스텝들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짧은 대답을 건네기도 했다.
“그 씬 촬영 마치고, 경석 씨가 열성 팬들 역을 했던 단역 배우님들 한 분 한 분께 손을 붙잡고 괜찮으시냐고 다치신 데는 없으시냐고 묻던 모습을 봤습니다.”
그랬다. 아무리 대본에 쓰인 연기를 감독의 디렉팅에 따라 행한 것이라고 해도, 그 장면에서 하경석은 자신의 연기가 혹여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는 않았을까 마음이 불편했던 모양이었다.
“그런 배우가 갑질을 했다는 건⋯ 저로서는 믿기 힘들더라고요. 저는 그 CCTV를 공개한 식당 주인 분이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만, 적어도 경석 씨는 어떤 사람인지 알거든요. 저는 저를 믿고 경석 씨를 믿습니다.”
래원의 말에 돌연 현장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특히 아까 쉬는 시간에 하경석을 도마 위에 올려두고 신나게 떠들었던 소품 팀의 낯빛이 특히나 어두워졌다.
“그러니 저를 믿으신다면, 경석 씨도 믿어주시고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분명 우리의 믿음에 상응하는 소식이 들려올 테니까요.”
래원이 하경석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표했던 날이었다.
* * *
그날 밤 9시경.
“저는 억울합니다. 여기 이 친구가, 공개된 CCTV 속에 있었던 여직원입니다. 그때가 폐점 직전 시각이라 가게에 저랑 이 친구만 있었고, 홀에는 하경석 씨만 있었습니다.”
지금, 150만 구독자를 거느린 유튜브 채널 [추적 24시]의 라이브 방송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공중파를 능가하는 섭외 능력으로 갖가지 사회 논란과 이슈를 파헤치는 시사 채널이었다.
“하경석 씨 주장은, 제가 이 친구를 성..성추행, 에효 입에 담기도 남사스러워서⋯. 아무튼 그런 짓을 제가 해가지고 저한테서 이 친구를 떨어뜨려 놓기 위해 무력을 썼다고 주장하시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거든요. 억울합니다 정말로! 실수로, 하경석 씨가 주문한 거랑 다른 국밥을 서빙한 것밖에 잘못한 게 없습니다요, 저는.”
라이브 방송 시청자는 점차 늘어 20만 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채팅창은 하경석 갑질 논란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같이 열띤 분위기였다.
ㄴ 저 주인 진심 억울한 듯
ㄴ 주문 실수했다고 거의 아들 같은 놈한테 맞았으니 억울하겠지
ㄴ 잘못 나왔으니 바꿔달라고 말을 하면 되지. 왜 폭력을 쓰는지 노답이다.
ㄴ 여직원말도 끝까지 들어봐야할 듯
ㄴ 안 들어도 빼박이지⋯.
ㄴ 하경석 진짜 뭐냐;; 거짓말까지 하고;;
ㄴ 대중이 우스웠나 봄 ㅋ
ㄴ 요즘이 어떤 세상인지 모르는 놈한테는 매장이 답이지
– 이번에는 여직원분의 말씀도 들어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성추행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일하고 있고, 그날도 늦기 전에 얼른 퇴근하라는 말씀에 유니폼을 벗고 나왔는데⋯. 하..하경석 씨가 저희 주인아저씨를 때..때리고 계셔서, 제가 말리는 모습이 CCTV에 찍힌 겁니다. 저는⋯ 성추행을 당한 적이 없습니다.”
– 두 분 오늘 어려운 발걸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에 대한 하경석 배우의 추가적인 입장 표명이 시급해 보입니다. 이것으로 오늘 [추적24시] 라이브 방송을 마칩니다. 시청해주신 구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반전은 없었다.
채팅창에서 갑론을박하며 달리던 이들도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체념하며 채널을 빠져나갔다.
이내 화면이 까맣게 꺼지며 라이브 방송이 마무리되는 듯했다.
“잘했어. 이렇게만 하면 돼.”
자그맣게 속삭이는 식당 주인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전까지는 그런 줄 알았다.
“이렇게만 하면 사건 금방 정리될 거야. 지금 다들 내 편인 거 너도 알지? 깔끔하게 정리 끝나면 추가로 1000만 원 더 보내 줄게.”
옆에 있는 여직원을 향해 읊조리는 듯한 식당 주인의 말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라이브 영상 화면은 여전히 까맣게 꺼져있었지만, 마이크와 라이브 방송은 꺼지지 않은 듯했다.
“1000만 원 더 받고 싶으면 내가 성추행했다는 거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가족한테도 말 안 했지?”
이에 멈췄던 채팅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ㄴ 뭐지? 이거 뭐임?? 나만 들림??
ㄴ 식당 주인 목소리인데⋯?
ㄴ 천만 원? 성추행?
ㄴ 엄청 작게 속삭이긴 했는데 분명히 들렸어.
ㄴ 미친;; 자기가 성추행했다고 자백한 거 같은데⋯?
ㄴ 와 ㅅㅂ 영화 찍냐? 식스센스냐?
하경석의 결백과 래원의 믿음이 만천하에 증명된 순간이었다.
* * *
한 편, 같은 시각.
래원은 다른 일을 보고 있었다.
드르르륵——
서울의 한 호텔에 마련된 VIP 응접실.
래원은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온 이곳에서 덩치가 커다란 유대인 사내를 마주했다.
인상적인 콧수염의 소유자로 40대 후반 정도로 보였다.
래원이 등장하자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청하는 남자.
“(도래원 감독님?)”
“(네, 안녕하세요. 도래원입니다.)”
“(휴 잭슨 입니다. 반갑습니다. 영화사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의 해외 투자 및 구매 총괄 디렉터를 맡고 있습니다.)”
소개해 주지 않아도 알고 있었다.
그가 소개해 주지 않은 것까지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전설의 잭슨 브라더스 가문의 사람을 직접 만나는 날이 올 줄이야.
래원은 흥분을 감추고 인사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강채령 대표님 통해서 말씀 들었습니다. 제 영화에 관심 가져주셔서 고맙습니다.”
휴 잭슨이 대동한 통역사 덕에 수월하게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
그는 래원에게 전작에 관련된 질문을 많이 던졌고,
래원의 입장에서는 인터뷰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기분은 좋았다.
그 누구도 아닌 휴 잭슨의 관심을 받는 것이었으니까.
휴 잭슨 딴에도 래원에 대해 그간 쌓아뒀던 호기심을 한가득 쏟아내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가 보는 래원은 허투루 작품을 만들지 않았다.
작품 선택에 나름의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있었고, 무엇보다 함께 만드는 사람들에 대한 의리와, 자신의 작품을 보게 될 대중에 대한 예의가 있는 사람이었다.
휴 잭슨이 지금의 자리를 지키며 갖게 된 철학은 ‘영화 투자는 곧 사람에 대한 투자이다’ 였다.
영화 자체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것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휴 잭슨은 아버지와 삼촌 등으로부터 오랜 시간 배우며 ‘투자 대상이 될 영화계 사람’을 알아보는 눈을 키워왔더랬다.
“(오늘 도 감독님을 직접 뵙고 나니 더더욱 확신이 생깁니다.)”
필모그래피가 지금의 도래원을 만든 것이 아니라,
도래원이었기에 그러한 필모그래피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이었다.
휴 잭슨이 판단하기에, 래원은 더한 잭팟을 터뜨릴 수 있는 재목이었다.
“(지금 찍고 계신 이후의 영화는 아직 미정이시라 들었습니다.)”
“⋯ 네, 그렇습니다만.”
“(그 차기작 영화, 뭐가 됐든 저희랑 단독으로 진행하시죠.)”
래원은 놀라서 동그랗게 커진 눈으로 휴 잭슨을 바라보았다.
그가 미소를 띠며 말을 이었다.
“(도래원 감독님의 차기작 영화의 모든 제작비를 저희가 대고 배급도 저희가 맡겠습니다.)”
제안을 받은 것이지만 동시에 선택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지난 몇십 년 간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와 함께하는 영화 감독들은 전부 이런 식으로 제안이자 선택을 받았고, 예외 없이 그들의 손을 잡았다.
그러다 설령 첫 작품을 실패하더라도, 그들은 시간을 두고 추가 기회를 줬으며, 그들의 선택을 받은 영화 감독들은 한 번쯤은 반드시 대박을 안겨주며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블록버스터도 좋습니다. 얼마가 드는 영화든 상관없어요.)”
래원이 대답을 망설이자 휴 잭슨이 계속해서 덧붙였다.
“(꼭 할리우드에서 작업할 필요 없습니다. 한국 배우, 스텝들과 함께 한국에서 한국 영화로 만드셔도 됩니다.)”
여유가 넘치던 휴 잭슨의 말투에 조급함이 조금씩 묻어나기 시작했음에도,
여전히 래원은 고민에 빠져있는 듯 심각한 얼굴이었다.
“말씀은 정말 감사합니다만, 그 제안⋯ 이번 차기작에는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일순간 휴 잭슨의 얼굴이 얼어붙었다.
그에게 거절은 익숙하지 않을뿐더러, 이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으니까.
“(솔직히 이해되지 않는군요. 혹시 실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휴 잭슨의 당혹감 가득한 물음.
래원이 눈을 빛내며 천천히 입을 뗐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04화 – 리디북스
“다음 작품은 영화보다 드라마를 찍고 싶습니다.”
이 같은 래원의 말에 휴 잭슨은 바로 대꾸할 말을 찾지 못한 채로 턱을 쓰다듬었다.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는 영화 산업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상당한 그룹이었다.
심지어 TV쇼나 드라마를 영화보다 급이 낮은 장르로 하대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그래서 전생에서도 역시 TV드라마 산업에는 단 한 번도 손을 대지 않았더랬다.
시작부터 끝까지 영화 제작사로 남게 될 곳이었다.
“(⋯ 그렇게까지 드라마가 하고 싶으신 겁니까?)”
이 말인 즉슨 잭슨 브라더스의 제안을 거절하면서까지 드라마가 하고 싶냐는 의미였다.
“네. 영화도 재밌지만, 요즘 장편 드라마가 그리워서요. 전작 닥터 올리버도 회당 45분짜리 8부작이었던 터라⋯. 다음 작품은 긴 호흡의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지금 찍고 있는 은 래원의 필모그래피에서 러닝 타임이 가장 짧은 작품이었다.
차기작은 반대로 러닝 타임이 가장 긴, 장편 호흡의 드라마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참이었다.
16부작 이상의 대하드라마나, 시즌제 드라마 같은 것 말이다.
짧은 러닝 타임에서 임팩트 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보다 긴 호흡으로 심도 있게 서사를 전달하는 작업에 목이 마른 래원이었다.
“제안 주신 것은 과분하고 감사하나, 제게 할리우드 영화 작업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준비 많이 해서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 말은 반은 진심이었고, 반은 휴 잭슨에게 예우를 갖추기 위한 핑계였다.
래원은 하고 싶은 작업이 따로 있는데, 구태여 할리우드를 목표로 무리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뿐더러,
이번에 이렇게 제안을 받은 이상, 나중에 할리우드에 내놓을 만한 영화 작업을 구상하게 됐을 때 그때 휴 잭슨에게 역제안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번 영화 작업으로 연을 맺어 이미 파트너쉽을 구축한 이상⋯. 아무리 잭슨 브라더스라 해도 지금의 내 입장에서는 굳이 무리할 것도 아쉬울 것도 없지.’
래원에게 돈과 명예는 저절로 따라오는 것이지 1순위가 아니었으니까.
한동안 아무 말이 없던 휴 잭슨은, 결국 래원을 붙잡을 말을 찾지 못한 듯했다.
사람의 마음을 사서 사람을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면 결핍을 채워주면 된다고 배웠더랬다.
영화계에서 이는 보통 돈이나 아티스트로서의 명예였다.
허나 지금, 휴 잭슨은 래원에게서 그 어떤 결핍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도 감독님의 뜻이 그러하시다면 어쩔 수 없죠⋯. 다음 드라마는 팬으로서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지금 찍는 영화 잘 마무리 짓겠습니다.”
“(다만, 그다음 작품은 영화였으면 좋겠고, 그때는 저희 손을 잡아주셨으면 합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래원은 빙긋 웃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 * *
다음 날 아침.
하경석 갑질 논란의 판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하경석에게 갑질 폭행을 당했다며 CCTV를 공개해 갑질 논란의 불씨를 만든 피해자이자 식당 주인은,
간밤에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유튜브 라이브 인터뷰에 참여했다가, 자기 잘못을 시인한 꼴이 됐다.
하룻밤 사이에 갑질 논란이 성추행 논란으로 재점화되면서, 피해자인 줄 알았던 사람이 알고 보니 가해자였음이 밝혀진 것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이 사건에 쏠린 사람들의 관심을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