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207
“다음 씬이요. [현아]가 처음으로 일기를 쓰게 되는 시퀀스잖아요. 여기서 감정선의 깊이를 어디까지 써야 할 지 헷갈려요.”
“래미 생각은 어떤데? 어떻게 연기하고 싶어?”
“처음이니까 담백하게, 장난치듯이? 으음⋯. 초반부터 일기장에 진심을 담는 건 별로일 것 같고요, 점차적으로 뒤로 갈수록 진지하게 보여주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에요.”
“나도 같은 생각이야. 그렇게 연기해봐.”
래미가 싱긋 웃었고,
래원도 빙긋 웃어주었다.
한편,
경훈 감독은 이번 영화에 색감으로 정서의 차이를 표현하고 싶다던 래원의 디렉팅을 적극 반영하고 있었다.
“촬영팀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합니다! 잠시만요!”
때문에, 촬영 때마다 각종 렌즈와 필름을 잔뜩 싸서 다녔다.
시퀀스가 바뀔 때마다 빛과 색을 달리 쓰기 위해서였다.
“엠버로 데이라이트 필름. 준비 됐습니다!”
영화 제목의 ‘일기장’이 처음으로 등장하는 장면이었다.
“네, 슛 들어갈게요. 레ㄷ⋯”
“감독님!”
불현듯, 조연출 임현서가 비명과도 같은 소리로 래원을 불렀다.
“잠시만요! 큰일 났습니다!”
“뭔데?”
임현서가 래원의 곁에 다가오더니 휴대폰 속 기사를 하나 보여주었다.
[ (단독) 하경석, 식당CCTV로 확인된 ‘갑질 논란’ ⋯ 영화 빨간불 켜지나? ]하경석 배우.
극중 [현아]의 매니저로 주조연에 속하는 비중이었다.
다른 스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뜬 이 기사를 확인한 모양이었다.
“뭐야⋯. CCTV 사진 보니까 이거 빼박인데?”
“왜 식당에서 성질을 부렸대? 조심 좀 하지⋯.”
“사람 그렇게 안 봤는데⋯.”
“갑질, 학폭, 미투. 3대 매장 키워드잖아⋯.”
“혼자 매장되면 다행이게? 우리 영화까지 같이 물귀신⋯.”
수군거림이 커지는 가운데,
래미의 옆에 대기 중이던 하경석 배우의 얼굴도 사색이 됐다.
래원은 그의 표정을 살피며 머릿속으로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촬영이 중단되는가 싶었는데,
“문제없이 계속 진행합니다. 슛 들어가겠습니다.”
어쩐 일인지 래원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하경석이 엄청난 누명을 쓰고 있다는 것을, 또 이번 사건은 하경석에게 전화위복이 될 것을, 래원은 알고 있었으니까.
* * *
래원이 영화 작업에 몰두하고 있을 때, 드라마 는 2개월의 시간 동안 전세계 대중들을 만나왔더랬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는 영국과 한국은 물론, 미국 외에도 일본, 홍콩,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모로코, 오만, 필리핀,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대만, 태국, 아랍 에미리트, 베트남 등의 국가에서도 최소 1주일 이상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는 최고 순위 2위에 올랐다.
래원의 예상대로 유럽에는 ‘닥터 올리버’ 효과로 의학드라마 붐이 일었다.
현재 제작 중인 의학 드라마와 영화만 3개 작품이었더랬다.
뿐만 아니라, 조지 호킨스의 원작 소설이 다시 역주행으로 아마존 베스트 셀러 순위에 집계되는 기염을 토했다.
“(한국의 감독이 만든 드라마가 유럽의 문화 트랜드를 바꾸어놨다라⋯.)”
자연히 래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이었다.
휴 잭슨 또한 여전히 래원을 주목하고 있었다.
“(근래에 영화와 드라마 통틀어 이렇게 범국제적으로 영향력을 끼친 감독이 있었던가?)”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의 ‘해외 영화 투자 및 구매 사업 총괄 디렉터’ 라는 직함을 단 그였다.
휴 잭슨은 이미 ‘령 컴퍼니’와의 투자금 펀딩을 통해 래원의 영화 에 투자를 하고 있었고, 배급 또한 따낸 상태였지만 계속해서 래원을 조사하고 있었다.
그는 신중한 전략가였다.
마음에 들어온 대상이 생겨도 함부로 배팅하는 법이 없었다.
검증에 검증을 거친 알짜배기에 투자를 해왔고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더랬다.
휴 잭슨의 입장에서 이번 투자와 배급은, 래원에 대한 검증 과정일 뿐이었다.
그 정도 예산은 마중물에 불과했으니까.
휴 잭슨은 그다음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는 생각을 멈추고 손가락을 움직여,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의 자회사나 다름없는 ‘로튼 토마토’ 사이트에 접속했다.
2개월 반 동안 쌓인 의 로튼 토마토 지수는 99%였다.
경쟁 평론 사이트인 IMDb에도 접속해보았다.
는 여전히 HOT CONTENTS 순위에 랭크되어 10점 만점에 8.9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대중과 평단 양쪽 모두의 호평을 얻고 있다는 뜻인데⋯.)”
뭔가 결심이 선 듯,
휴 잭슨이 비서를 호출했다.
“(내 스케줄 좀 체크해줘. 중국이나 일본 출장 제일 빠른 게 언제로 잡혀있지?)”
– (다음 달 말에 도쿄 지사 방문 스케줄이 잡혀있습니다.)
“(그때 서울도 이틀 정도 들렀다 올 수 있게 일정 조정 좀 해줘. 중요한 거야. 서울에 꼭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든.)”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202화 – 리디북스
* * *
[ 하경석 갑질 사건 CCTV 추가 공개 (종합3보) ]ㄴ 얼마나 세게 밀쳤으면 사람이 저렇게 날아감?
ㄴ 식당 주인이 싹싹 비네 아주..
ㄴ 후덜덜;; 개무섭ㅋ 하경석 조폭 출신이야?
ㄴ 하경석 연기도 잘하고 그렇게 안 봤는데 분노조절장애인 듯
ㄴ 식당에서 밥이나 처먹지 갑질이 웬 말;;
ㄴ 딱 봐도 주인이 하경석 아버지뻘인데 저건 선 넘었다ㄷㄷㄷ
ㄴ 지금 영화 찍는다지 않았음? 곧 하차설 나올 듯
[ 하경석 측, ‘입장 표명 준비 중’ 반복하며 묵묵부답으로 일관 ]ㄴ 할 말이 없나봄ㅋㅋ
ㄴ CCTV가 너무 빼박이잖아 변명도 못 하겠지
ㄴ 걍 깔끔하게 인정하고 자숙 엔딩ㄱㄱ
하경석 사건은 포털사이트를 뜨겁게 달궜다.
네티즌들은 간만에 먹잇감을 찾은 굶주린 맹수처럼 달려들어 하경석을 물어뜯기 바빴다.
물론 사람들이 그를 욕하는 것도 이해가 안 되지는 않았다.
지금까지 각종 기사와 뉴스에 공개된 것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였다.
촬영이 없는 날, 래원은 이 모든 것을 흥미롭게 지켜보며 앞으로 이 사건이 흘러갈 양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노이즈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회였으니까.
지이잉——
하경석을 캐스팅한 디렉터가 래원에게 먼저 연락을 해왔다.
[캐스팅 디렉터] 죄송합니다, 감독님. 하경석 배우⋯. 캐스팅할 때 제가 조금 더 꼼꼼하게 확인하고 챙겼어야 했는데⋯. [래원] 아닙니다. 디렉터님 잘못은 아니죠. 이런 게 어디 확인한다고 미리 알 수 있는 사안이었던가요. [캐스팅 디렉터] 하경석 하차 준비 해야 하는 거..겠죠? 그 역할 2순위, 3순위였던 배우한테 연락 돌려볼까요? [래원] 아뇨. 조금 더 기다려보죠. 그 역에 하경석 배우만한 분도 없고, 래미랑 합도 잘 맞아서요.아랑곳하지 않는 래원이었다.
‘게다가 조금만 더 기다리면 기가 막힌 반전 드라마가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캐스팅 디렉터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게도 그런 래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캐스팅 디렉터] 아.. 네, 도 감독님 뜻이 그러시다면⋯. 그럼 하경석 배우 촬영 일정은 일단 딜레이시키고, 다른 촬영을 먼저 진행할까요? [래원] 아뇨.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촬영은 그대로 진행합니다.누가 봐도 지금의 하경석 사건은 영화 팀에게 큰 위기였다.
하경석 하차 후 새로운 배우를 기용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했고, 재촬영이 불가피해 보였다.
제작비 손해액은 물론 시간적으로도 큰 손해가 뻔하게 예상되는 상황.
허나 래원의 반응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캐스팅 디렉터는 의아했다.
몹시 안절부절못하는 그와 달리, 영화의 감독인 래원의 태도는 강 건너 불구경하듯 했으니까.
마치 뭐라도 믿는 구석이 있는 사람처럼 말이다.
* * *
벚꽃이 지고 온 거리가 초록빛으로 파릇파릇 물들 무렵, 바야흐로 시상식의 시즌이었다.
래원은 미술팀과의 회의 중에 ‘서울 드라마 페스티벌’의 결과를 접했더랬다.
[ 드라마 서드페 4관왕★ ] [ ‘월미도의 선물’ – 서드페 각본상,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 최우수 작품상까지 거머쥐었다! ]놀랍지 않았다.
국내 드라마 중 해외 판권 수출 총수입 최고가를 경신하고, 감독판 DVD는 3차까지 완판된 전무후무한 드라마였기 때문이다.
“와⋯. 도 감독님 축하드려요! 지금 이렇게 저희랑 회의할 때가 아니라 월미도 팀이랑 회식이라도 가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럴 때니까 회의해야죠. 하하.”
래원은 구태여 들뜨지 않았다.
[ ‘월미도의 선물’ 아쉽게 5관왕은 놓쳐. 연출상은 ‘인간 수첩’에 내어주는 것으로 마무리 ]또 실망하지도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미술팀과의 회의를 끝까지 마친 후,
래원은 휴대폰을 누르자마자 [ 999+ ] 라고 떠 있는 메시지 어플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것을 스킵한 채로 부재중 전화를 먼저 확인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축하한다!”
– 혀어어엉!!!!!!!
전화 너머로 물기 가득 축축한 유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간헐적인 훌쩍임도 함께였다.
– 나 상 탔어!!! 연출상!!! 엉어어엉엉⋯.
잔뜩 감격한 반응에 웃음이 나는 래원이었다.
“뭐⋯. 그래봤자 우리 동기 중에 제일 늦게 꼴찌로 탄 상이지만, 그래도 축하한다! 그것도 나를 제치고 탄 거는 정말 축하해, 인마.”
– 난 당연히 형이 탈 줄 알고 마음 비우고 있었지!
“내가 서드페랑 인연이 없나 보지 뭐.”
– 그래, 형이 뭐가 아쉽겠어. 형은 백상도 여러 번 타고 해외 시상식 투어도 다니는 사람인데⋯.
“내 이야기 하자고 전화한 거 아니잖아. 앞으로 겸손함 잃지 말고 계속 열심히 해라, 유찬!”
– 그건 걱정 마셔. 형이랑 혜영이 누나가 내 동기인데 나는 겸손할 수밖에 없지.
“하하. 야, 널 그렇게 기죽이려던 말이 아니고, ‘인간 수첩’ 같은 드라마 계속 만들라는 뜻이야. 진심으로 웰메이드였어.”
– 아⋯. 뭐야⋯. 형이 갑자기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면⋯. 나 또 감동 먹잖아⋯.
“진심. 너니까 만들 수 있는 드라마였다.”
– ‘나니까’가 뭔데?
“알잖아. 서울대 출신 FM범생이.”
– ⋯ 욕이야?
“칭찬이지, 인마!”
– ⋯ 아닌데, 욕 같은데⋯?
“칭찬이야. 다음에 또 상 타면 ‘서울대 출신 FM범생이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도래원 형님께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 꼭 해라.”
– ⋯ 뭐야, 형 오늘 내 수상 소감 안 봤어?
“응? 아, 지금 막 회의가 끝났거든.”
– 한 번 봐봐.
유찬의 말에 래원은 전화를 끊고 기사와 유튜브를 뒤졌다.
래원이 먼저 맞닥뜨린 것은 온통 이야기의 홍수였다.
특히 공동 여우 주연상을 수상한 민세라-서연지의 연기력과 미모를 찬미하는 사진과 영상이 쏟아졌으며,
남우 주연상 곽보겸에게도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됐다.
자연히 서연지-곽보겸 커플에 대한 관심 또한 쏠리고 있었다.
이 같은 홍수 속에서 점차 실시간 검색어 상위로 치고 올라오는 게 있었으니, 유찬의 수상소감이었다.
– ⋯ 한 편의 드라마를 만들기까지 현장에서는 별의 별 비하인드 스토리가 벌어집니다. 사랑과 우정을 말하는 드라마를 찍으면서 뒤에서는 온갖 배신이 난무하기도 하고, 정의 구현을 메시지로 내세우는 드라마 현장에서 각종 편법과 토사구팽이 펼쳐지기도 하고요. 경험상 그런 드라마는 초반 시청률은 높을지 몰라도 끝까지 좋은 경우는 별로 못 봤습니다. 설사 좋은 성적으로 막을 내렸대도 나중에 구설에 오르는 경우도 많이 봤고요. 반면, 저희 드라마는 초반 성적이 좋지 못했습니다. 후반에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저희의 진심이 시청자분들께 통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알아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흑에 물들기 쉬운 업계에서 우직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법을 몸소 알려줬던 저의 동기이자, 인생 선배이자, 멘토이자, 롤모델인 도래원 감독님께 감사하다고 이 영광을 함께 나누겠습니다. 이 상 받았다고 안주하지 않고, 래원이 형처럼 사람의 인생이 담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을 위한 드라마를 계속 만들 수 있게 정진하겠습니다.
“짜식⋯.”
래원은 한동안 잊고 지냈던, 전생에서의 마지막 밤을 떠올렸다.
이상하게 그 밤에 유찬과 나눴던 대화들과, 오늘의 이 수상소감이 한데 어우러져 래원의 가슴 속 깊이 박혔다.
* * *
어느덧 서울 강남의 테헤란로 빌딩 숲 사이로 강채령의 ‘령 컴퍼니’ 사무실이 모습을 갖추었다.
“아, 서드페 연출상이요? 아쉽게 됐지만, 정작 도래원 감독은 아쉽게 생각 안 하던데요?”
하얀 셔츠와 베이지색 H라인 스커트 차림의 강채령이 유리창 너머의 빌딩 숲을 바라보며 누군가와 통화 중이었다.
“네. 맨날 받는 사람보다, 두각을 나타낸 신인 피디한테 주는 게 업계 상생을 위해서도 좋은 일이라고 말하더라고요.”
그랬다. 유찬의 수상소감이 이슈로 떠오르며 래원도 같이 주목을 받고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좋은 일이 맞았다.
게다가,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 돌풍이 부는 중이었다.
이는 래원에게도, 팀에게도 긍정적인 후폭풍으로 작용했다.
“힘든 건⋯. 당연히 있지만, 제가 이겨낼 몫이에요. 아빠 딸 생각보다 강해요.”
강채령의 통화 상대는 그녀의 아버지, 즉 천하 일보 강 사장이었다.
홀로서기를 시작한 막내딸이 걱정되어 수시로 전화를 하는 그였다.
특히나 딸이 투자했다는 영화와 배우, 감독이 세간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리는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이 그랬다.
“나도 사랑해요, 아빠. 이제 일 해야 해요. 끊을게요.”
강채령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걱정하는 아버지를 안심시키기 위한 말이라거나 허세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녀는 겉모습은 여느 재벌가 딸처럼 온실 속의 화초였으나, 속은 생각보다 강한 타입이었다.
지난 투자금 펀딩의 위기를 멘탈로 버텨내면서 결국 할리우드 및 전 세계 최고 영화사의 자본을 얻어내 극복했더랬다.
“이번 위기도 잘 넘겨야지.”
‘지구촌’이라는 말을 ‘령 컴퍼니’를 세우며 실감하고 있는 강채령이었다.
하경석의 갑질 논란 소식이 단 몇 시간 만에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유럽은 물론 지구 반대편까지 전해지며, 펀딩에 이름을 올린 회사들의 문의를 상대해야 했다.
[ 하경석 측, “식당 주인이 여직원을 성추행하는 바람에 분리시키는 과정에서 무력을 행사한 것뿐. 갑질한 적 없어.” ]하경석 측의 입장 표명과 후속 보도가 나갔지만, 대한민국 여론은 냉담했다. 그를 믿지 않고 여전히 식당 주인의 편이었다.
이 상황에서 투자사들을 상대로 강채령이 할 수 있는 말은 ‘저희를 믿고 기다려주세요.’ 뿐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도래원 감독은 하경석 관련해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채로 촬영 스케줄을 강행하고 있었으니까.
이러한 래원의 태도에 강채령이 가진 감정은 그저 ‘궁금증’ 이었다.
하경석을 내치지 않고 있는 것에는 분명 뭔가가 있는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강채령은 래원을 믿고 있었다.
지이이이이잉——
“잭슨 브라더스?”
숱한 논란 속에서 타국의 영화사들이 계속 문의 전화를 쏟아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연락해오지 않았던 잭슨 브라더스 픽쳐스였다.
펀딩 계약서를 쓰고 깔끔하게 투자금을 송금한 후로, 처음 해온 연락이었다.
“그래, 잭슨 브라더스 입장에서도 배우 하나 처리 못 하고 뭐하나 싶겠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 크게 심호흡을 하고 전화를 받는 강채령.
“(령 컴퍼니, 강채령입니다.)”
– (휴 잭슨 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 (다름이 아니고, 제가 다음 주에 이틀 정도 서울에 머무를 예정입니다.)
“(아, 드디어 디렉터 님을 직접 뵙고 인사드릴 수 있겠네요. 환영합니다. 혹여 의전이 필요하실까요?)”
– (아뇨. 그런 건 제 쪽에 사람이 있습니다. 다른 부탁을 하나 드리려고 합니다.)
“(네, 뭐든 말씀만 주시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