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3
3 – 370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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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PD 직무 교육
“으아아악. 늦겠다!”
래미는 시계를 보더니 부리나케 케이크를 치우고 가방을 멘다.
래원도 얼굴에 묻은 모카 크림을 휴지로 대충 닦아낸 후 백팩을 챙기고는,
옷장에서 패딩 두 벌을 꺼내 하나는 래미에게 휙 던졌다.
“오늘 춥다. 얼른 입어.”
휴대폰에 날짜를 보니 내일이 입춘이다.
과거 이맘 때, 영하로 떨어질 정도의 꽃샘추위를 겪었던 게 떠올랐다.
누구에게나 그렇듯 첫 직장, 첫 출근 날의 기억은 12년이나 지났어도 쓸데없이 디테일했다.
급히 나와 정류장까지 둘이 함께 죽어라 뛰는데, 래미가 연신 투덜댄다.
“지각하면 오빠 때문이야! 그니깐 왜 생일 케이크를 앞에 놓고 제사를 지내냐구!”
“그니깐 밤에 하쟀잖아.”
“첫 출근인데 회식 있을 수도 있고, 작년처럼 오빠 기다리다가 내가 먼저 잠들면 어떡해! 아침에 하는 게 마음 편하다니깐.”
래원은 이때는 몰랐었다.
래미가 왜 이렇게 생일 케이크와 촛불에 집착하는 지를 말이다.
지금은 그 이유를 알기에 그저 씨익 웃어 줄 수 있었다.
한편 래원은 쌩쌩해진 자신의 육체에 새삼 감탄했다.
‘이렇게 빨리 뛰면서도 말을 할 수 있다니! 숨이 하나도 안 차잖아.’
지금의 27살 육체는, 12년간 편집실과 촬영장에서 밤새우며 썩어버린 과거의 육체와는 차원이 달랐다.
시야도 깨끗했고 새 심장과 폐를 바꿔 단 기분이랄까. 오르막길도 가뿐했다.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래미가 탈 버스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다행히 열심히 뛴 보람이 있었다.
“오빠, 잠깐만!”
래미가 래원의 정면 앞에 서더니 넥타이를 고쳐 매어 준다.
“첫 출근인데 멀끔하게 하고 가야지.
나 쫌 하지? 이게 기가 수행평가 만점의 솜씨다.”
까르륵 웃으며 버스에 올라타는 래미.
뒤돌아 래원을 향해 ‘도 피디! 화이팅!’ 이라고
입 모양을 벙긋대더니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든다.
“짜식···.”
바로 저게 래미의 원래 모습이었다.
누구보다 환하게 웃을 줄 아는 아이.
누군가의 아내로 삶에 찌든 모습은 어울리지 않는,
누구보다 당돌하고 활기찬 막내.
래원은 멀어져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지난 삶에서 잃어버렸던 것들을
이번에는 반드시 지켜내고 싶어졌다.
하나뿐인 가족의 행복, 건강, 내 꿈,
그리고 래미의 꿈까지 전부.
‘기적처럼 다시 주어진 삶.
이번 생은 내 멋대로 치고 올라가 보자.’
* * *
“이 국장, 이번 애들 상태 어떻대?”
여의도 SBC 드라마국 국장실.
이 국장 앞에, 일찍 출근한 최지철 부장이 턱을 들이밀고 앉았다.
“와··· 이게 대체 얼마만의 신입이냐? 오죽하면 내가 이번 신입은 얼굴도 보기 전에 이름까지 다 외웠잖아.
도래원, 지혜영, 유찬. 궁금해 죽겠어.”
“마지막 신입이 하인혁이네 기수였으니까, 3년 만이네.”
“그것 밖에 안 됐냐? 왜 이렇게 간만인 거 같지?”
최 부장은 CP 중에서도 PD 한 명 한 명이 아쉬운 입장이라 신입 PD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평소보다 이른 출근에, 바로 국장실로 도장을 찍은 것이다.
“애들 출근하기 전에 빨리 한 명씩 읊어줘 봐, 이 국장! 면접이랑 연수원에서 들은 거 있을 거 아냐. OJT 시키려면 어떤 애들인지는 알아야지.”
(On-the-Job Training. 현장 직무 교육.)
이 국장은 동기인 최지철의 성화에 못 이기는 척 입을 열었다.
“유찬. 걘 형네 대학 후배야.”
최지철 부장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럼 유찬이 걔는 내가 픽. 우리 황태수네 팀에 막내 필요해.”
“유찬이 걘 유도리가 아쉬운 타입인데, 그래도 기본 머리가 있고, 코 박으라 그러면 바로 박을 놈인 거 같으니, 형이 잘 만들어 봐.
문 CP는 서울대 애들은 인간미가 없어서 별로랍디다.”
“뭐야, 문 CP가 먼저 선수 친 거야? 문 부장은 누구 데려갔어?”
“거기도 가을 편성 준비하는 거 있잖아. 여자애 데려갔어.”
“여자애? 지혜영?”
최 부장은 이 국장의 말에 눈을 흘겨 뜨며 되물었다.
“어. 필기시험 전체 수석. 연대 출신.
면접장에서도 아주 똑소리가 나더라고.”
“문 부장, 하여간 발 빠른 건 알아줘야 해.”
최지철 부장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껄껄껄 웃었다.
이 국장도 지혜영을 떠올리며 덩달아 미소 지었다.
“연수원 때 들리는 말로는 자존심이 보통 아니던데, 조연출로 몇 년 구르고 둥글둥글해지면 쓸 만한 연출 하나 나오겠다 싶드라.”
“나머지 하나는 어떤 놈이야?”
무심히 던진 최 부장의 질문에
이 국장의 표정이 굳어졌고 입은 굳게 닫혔다.
“······.”
“뭐야, 왜 말이 없어? 폭탄이야?”
“폭탄이면 구경하는 재미라도 있지.”
“어떤 놈인데 그래?”
“도래원. 1500대1을 어떻게 뚫었나 모르겠어. 학교가 어디더라? 인서울이긴 했는데 기억 안 나고. 군대도 가정 형편으로 면제에, 언론고시 4수 만에 겨우 합격···.”
“다른 특기는?”
“무슨 째깐한 지방 영상제에서 입상한 거 말곤 딱히 없는 거 같어. 결정적인 건, 면접 때 보니깐 눈치가 꽝!”
방송국 생활은 눈치가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눈치가 없다는 건 그만큼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뭐? 근데 어떻게 붙었어?”
“면접 때 사장이 마음에 들어 했어.”
“아 뭐야, 그 여자 픽이야?”
최 부장의 관자놀이가 씰룩거렸다.
“왜 드라마 PD가 되고 싶냐고 물었더니, 뭐랬더라···?”
이 국장은 면접장에서의 기억이 가물가물한 듯 입술을 잘근잘근 씹다가, 무릎을 ‘탁’ 쳤다.
“맞어. 기억났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어릴 적 TV 앞에 둘러앉아 우리 SBC 드라마를 보던 때가 최고의 행복이었다며. 그 행복을 자기 손으로 다시 만들고 싶다고.”
“푸하하하. 그거 골 때리는 새끼네.”
“그니까는. 어디 쌍팔년도에나 통했을 법한 신파를···. 그걸 또 사장은 퍽 좋아했다는 후문입디다.”
“그 불여우가 소싯적에 연출할 때도 그렇게 뜬구름 잡는 스타일이라고 욕 많이 먹었잖아.”
“크하하하하- 그랬지. 촌티 날리는 커트에.”
두 사람은 공공의 적을 씹으며 폭소를 터뜨렸다.
“그래서.
누구한테 보내지? 도래원.”
최 부장은 유찬과 지혜영 이야기를 할 때와 달리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최 부장 형이 데려가자.”
“야! 아니, 이 국장! 안 돼.
청춘 런웨이.. 황태수 이번 미니가 마지막 연출작이라고 독기 품은 거 알잖아. 선배 된 입장에서 똑똑한 놈들만 붙여줘도 모자랄 판에···.”
“OJT 1주 지켜보고 별로면 황태수 감독 말고 다른 애 밑으로 보내면 되지 뭘 걱정이야.”
“문 부장네도 가을 편성이면 바쁘지 않아?”
“거긴 지혜영 한 명이면 충분하대.
형네 종영하고 쉬는 윤 피디도 있잖아. 차기작 준비할 때 막내 조연출 하나 더 붙으면 좋지 뭘.”
이 국장의 말에 최 부장은 더는 토를 달지 못하고 대신 혼잣말을 궁시렁댔다.
“내 밑에 들어오면 둘 중 하나지.
눈칫밥 처먹으면서 눈치 키우거나,
제 발로 피디 관두거나.”
* * *
래원을 실은 빨간색 광역버스는 어느덧 서울에 도착했다.
래원은 인파에 떠밀리듯 내려서 지하철로 환승한다.
사회생활은 매일 출근길부터 전쟁이다.
사람들이 든 스마트폰과 서류 가방이 칼과 방패로 보였다.
과거의 래원은 직장 생활의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직접 부딪혀가며 배울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 어른이 안 계셨던 탓일까?
가르쳐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쪽 업계 사람들은 겉으로 웃고 있어도 서로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다는 것을, 그 칼이 언제든 나를 찌를 수 있다는 것을 마흔이 다 돼서야 깨달았다.
허나 이번 생에 멘토 어른은 필요 없다.
래원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 선배이자 후배가 될 테니까.
‘맞다! 오늘 유찬이 녀석 챙겨야지.’
래원은 문득 과거의 오늘이 떠올라 카톡을 보낸다.
래원 포함, 드라마국 동기 3명이 있는 단톡방이었다.
만원 지하철 속에서도 래원의 입가에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최고의 드라마 PD가 되기 위한 레이스의 시작.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시간에 똑같은 시험 범위를 공부하지만, 이제 래원은 그 시험 문제를 이미 한 번 풀어본 수험생의 입장이 된 거다.
비유하자면 그랬다.
9호선 급행열차는 금세 여의도에 도착했고, 래원은 역을 빠져나와 SBC 방송국 신관 앞으로 성큼성큼 걸었다.
건물에 들어서기 전, 고개를 들어 옥상에 뾰족하게 솟아있는 방송탑을 올려다본다.
다시는 이 방송국의 부속품이 되지 않겠다 다짐한다.
앞으로는 방송국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 이곳에 출근할 거라고.
나를 위해서 숫자도 사람도 모두 챙기는 드라마를 찍고, 저 전파를 타고 최고 시청률을 찍는 날이 오도록 보란 듯이 성공한 PD가 되겠다고.
‘그리고 그다음은···.’
그다음, 래원은 시선을 위로 옮겨 방송탑 꼭대기 너머에 그보다 높고 드넓은 하늘을 응시했다.
“안 들어가고 뭐 하세요?”
래원을 툭 치며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한 여자.
같이 드라마국에 입사하는 동기, 지혜영이다.
어깨에 닿을락 말락하게 단정한 단발머리를 찰랑거리며 묻는 그녀.
미모도, 성격도, 목소리도 똑 부러지는 친구다.
“하늘이 이뻐서요. 같이 들어가시죠.”
“유찬 씨는 아무래도 좀 늦겠죠?
드라마국이 신관에 있는 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대요?”
“출근 첫날인데, 그럴 수도 있죠.”
“그래도 다행이에요, 래원 씨 같은 동기가 있어서. 아까 그 카톡 아니었으면 지금쯤 상암동 구관 가서 한참 헤매고 있었을 텐데.”
맞다. 과거에 유찬은 그랬었다.
래원은 그날이 생각나서 슬며시 웃는다.
“래원 씨는 좋은 피디가 되실 거 같아요.”
“네?”
“백상예술대상 받은 감독님들 인터뷰 같은 데서 읽었어요. 사람을 잘 알고 잘 챙기는 게, 좋은 드라마 연출자의 첫 번째 조건이라더라구요.”
찡긋 웃는 지혜영의 미소가 이뻤다.
이런 말도 할 줄 아는 사람이었나?
동기이긴 해도 그의 곁에는 항상 남자 선배들이 붙어 있었던 데다가, 같은 팀에 속한 적도 없어서 친해질 기회가 없었다.
지혜영이 일찍 퇴사하기도 했고.
래원과 지혜영은 건물 로비 안에 들어섰다.
사원증이 아직 없기에 명단을 적고 출입구를 통과했다.
“신입이세요? 어디 소속?”
“드라마국 신입 피디 도래원 입니다.”
“같은 소속 지혜영입니다.”
불과 어제 퇴사했던 직장에 다시 입사하는 기분은 굉장히 묘했다.
어제까지는 얼굴이 곧 출입증이었는데 말이다.
뒤로 예능국이나 보도국 및 다른 사무직 신입 사원들이 각자의 소속을 밝히며 줄지어 들어오고 있었다.
래원의 눈에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지만, 아직 래원을 모르는 그들에게 아는 척 할 수는 없었다.
긴장 반 기대 반으로 달뜬 얼굴을 한 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신입 사원들.
그 사이에서 여유롭게 태평한 건 도래원 혼자뿐이었다.
* * *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SBC 드라마국 신입 PD로 입사한 유찬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래원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혜영입니다. 잘 부탁드려요.”
세 사람의 힘찬 목소리가 드라마국 복도에 울렸다.
‘도래원? 눈치 꽝 폭탄이 저 새끼구나.
얼굴 하나는 봐 줄 만하네.’
최지철 부장은 팔짱을 낀 채 단단히 벼르며 래원을 바라보았다.
먼저 국장실에서의 면담 후, 신입 사원 직무 교육 OJT가 시작됐다.
최 부장은 사무실 내부를 돌아다니며 셋을 소개해주었다.
“빈자리가 꽤 많지? 온에어 중인 팀은 현장에 나가 있고. 알겠지만, 우리 일이 기본적으로 외근이 많아.”
점심은 구내 식당이었다.
가성비가 훌륭한 5천 원짜리 백반.
유찬과 지혜영은 식사가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라고, 고개를 돌리면 구내식당 곳곳에 포진한 연예인들의 모습에 또 한 번 놀랐다.
하지만 래원에게는 일상처럼 익숙한 풍경과 익숙한 밥이었다. 그저 마음 편히 먹는 데에만 집중했다.
오후에는 문 부장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문 부장은 세 명의 신입 중에서도 유독 지혜영을 많이 챙겼다.
그의 인솔하에 비품실 편집실 소품실 등등, 방송국 건물 곳곳을 돌며 직무교육이 이어졌다.
신입 사원 직무교육 1주일.
명분은 말 그대로 실무를 가르치고 배우는 기간이나, 사실상 선배들이 신입들을 이 팀, 저 팀 돌려보며 상태를 파악하려는 기간이다.
신입 PD들 입장에서는
이 1주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첫인상은 물론 앞으로의 평판과 PD 생활의 성패까지도 갈린다.
최악의 결과는 과거의 래원처럼
프리 프러덕션 기간에만 투입되고 촬영장에 나가지 못한 채로 사무실 내근 업무만 돌게 되는 것이고,
모든 신입이 꿈꾸는 결과는
곧장 조연출로 연출부에 소속되어 사수 밑에서 제대로 감독 일을 배우는 것이다.
한편, 선배 PD 중 연출을 맡고 있는 입장에서는 이 1주일이 쓸만한 놈을 빨리 파악해서 자기 조연출로 찜할 기회였다.
때문에 SBC 드라마국에 전통처럼 내려오는 신입 테스트 3가지가 있었다.
OJT 기간에 모든 신입 PD가 거치는 관문과도 같은 것이었다.
신입이지만 신입이 아닌 12년 차 PD 래원.
그의 입장에서 조연출로 픽업되어 연출부에 바로 소속되는 것 쯤은 일도 아니다.
문제는 어떤 연출부, 어떤 사수 밑에 들어갈 것인가였다.
‘이번 생에 직속 사수는 내가 택할 거니까.
내 손으로. 그리고 내 멋대로.’
* * *
“오늘 대충 전체를 훑었어도 차차 일하면서 배우는 게 더 많을 거다. 각자 요령껏 선배들 괴롭히고 깨지면서 빨리 익히도록 해라.
이제 이번 주 나머지 직무교육은, 혜영이는 계속 내가 봐줄 거고. 래원이랑 찬이는 아까 오전에 뵀던 최지철 부장님께 가봐.”
문 부장이 손끝으로 멀찍이 가리킨 곳에 최 부장이 앉아 있었다.
래원과 유찬은 꾸벅 인사를 하고는 함께 그곳으로 향했다.
“아침에 카톡 감사했습니다··· 형.
이제 형이라고 불러도 되죠?”
“네. 찬이 씨.”
래원은 ‘우리 앞으로 잘 해봐요.’ 라고 덧붙이려다가 관둔다.
“고딩때 구관 라디오국으로 견학 갔었거든요. 그때 기억만 갖고 상암동 구관으로 갈 뻔했네요. 첫날인데 형 덕분에 십년감수 했어요.”
지난 12년간의 방송국 생활에서 건진 유일한 아군.
래원은 유찬과의 재회가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허나 이건 어디까지나 래원의 입장이었다.
유찬의 입장에서 래원은 지난 보름간의 연수를 같이 받은 게 전부인 동기일 뿐.
아직 동지인지 적인지 알 수 없는, 그 사이 어딘가 모호한 관계였다.
래원과 유찬이 최 부장의 데스크 앞에 섰다.
최지철 부장은 래원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대신 유찬을 흡족하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주 교육 기간 너희가 잘 해낸다면,
황태수 피디와 변덕규 피디가 한 명씩 너희의 사수가 될 거다. 다들 누군지 알지?”
잘 알다마다. 래원은 엷게 웃었다.
옆에서 유찬이 기합이 단단히 든 목소리로 외쳤다.
“네! 황태수 선배님은 작년 주말 연속극 연출하셨고, 변덕규 선배님은 지난 추석 특집 4부작 단막극 연출하셨던 분입니다!”
최 부장은 귀엽다는 듯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으며 말을 이었다.
“오늘은 첫 업무 하나씩 하고 퇴근한다.
한 명은 편의점, 한 명은 편집실. 어디 갈래?”
‘편집실’이라는 말에 유찬이 눈을 반짝이는 게 느껴졌다.
래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편의점 가겠습니다.”
‘편의점’ 이라는 단어가 잔심부름처럼 느껴져도 이게 바로 신입 PD 테스트를 위한 첫 번째 관문이라는 것을, 래원은 익히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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