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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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飛上)
“오오! 1.5%면 시작이 좋은데?”
의 첫 방송 초동 시청률은, 단막극인 것을 고려하면 매우 순조로운 출발이었다.
김 부국장, 황태수CP, 도래원PD, 그리고 김윤하 작가의 눈동자가
실시간 방영 중인 on air 모니터와 시청률 집계 프로그램 화면을 오갔다.
초반 시청률 수치는 플랫하게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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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헌]의 시점에서 1930년 경성의 풍경이 그려지고, 곳곳에 네온사인이 반짝이는 혼마치의 화려한 밤거리가 펼쳐진다.그때,
정신없이 도망치는 한 여인을 만난다.
헝클어진 단발 머리와 절박한 표정의 그녀.
여인은 안승헌 앞에 ‘아무리 귀족 행세를 한대도 진실을 이길 수는 없지요.’ 라는 미스터리한 말과 레이스 장갑 한 짝을 떨군 채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얼굴을 안승헌은 봤지만, 화면에는 스치듯 지나가 잡히지 않았다.
곧 여인을 추격하던 사람들이 뒤이어 무리지어 나타나고,
그들에게서 조금 전의 그녀는 정신병원에서 탈출해서 도망치던 중이었음을 전해듣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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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작 후 17분쯤.
초반에 소폭 하락했던 시청률이 갑자기 반등하기 시작했다.
[안승헌]이 [노미령]과 [마리코]에서 유화 풍경화를 가르치는 장면.“와아! 2% 넘어갔어요!! 근데 이 장면에서 왜 갑자기 오르는 거죠? 이유를 모르겠는데···.”
김윤하 작가가 소리를 질렀고,
래원 역시 고개를 갸웃하며 폰을 꺼내 검색해보았다.
“방금 M사 미니 시리즈가 끝나서 시청자들이 넘어 온 거 같아요.”
“마침 양수호부터 엄하늘, 민세라까지 주연 셋이 합세한 장면이라 채널 돌리던 시청자들을 잘 잡아뒀나 보다.”
황태수의 추측까지 들은
김 부국장의 목소리가 잔뜩 들떴다.
“좋아! 중간 광고도 없겠다, 이 여세를 쭉쭉 모아서 3%까지 가즈아!!!”
이윽고 1화 후반부로 이어지면서, 시청률은 완만하게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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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헌]이 입주 교사로 일본어와 유화를 가르치며 [마리코]와는 우정을, [노미령]과는 사랑을 쌓는 시퀀스가 줄줄이 그려졌다.마침내, 보름달이 밝게 빛나는 어느 밤.
안승헌과 노미령이 대저택의 정원에 앉아 서로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다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 두 사람.
둘은 달빛 아래서 서로를 붙잡고 짧게 입을 맞춘다.
그런데,
입술을 뗀 [노미령]이 돌연 눈물을 뚝뚝 흘린다.
‘실은 저, 곧 결혼해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맺어준 약혼자가 있어요.’
라며 충격적인 고백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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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안승헌]의 실망과 놀람이 뒤섞인 표정에서 1화가 끝이 났다.
다음 주 금요일에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잊지 않고 챙겨볼 수 있게, 2화 예고편이 짧게 뒤이어 붙었다.
예고편은 30초 동안의 유혹이다.
할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해 시청자들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내어 다음 주 이 시각에도 SBC를 틀게 만드려는 유혹.
“3.1% !!!!!!”
실시간 시청률 모니터에 최종적으로 뜬 수치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외쳤다.
양수호와 민세라의 키스 씬 덕분이었는지 단막극 1화로써는 꽤 높은 수치의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모니터실 안에서 70분 동안 마음을 졸이던 사람들이, 이제는 마음 편히 서로 기쁨을 나누었다.
래원은 먼저 김윤하 작가와 악수를 했다.
두 사람의 손에서 손을 타고 전율이 일었다.
이것은 흔한 남녀 사이 혹은 동료 사이의 감정이 아니었다.
같이 고생하며 입봉작을 함께 한 작가와 감독 사이에만 오갈 수 있는 특별한 전우애 같은 것이었다.
프리 프러덕션부터 [노미령] 캐스팅 문제, 첫 촬영 때 타자기 소품 고증 오류가 터질 뻔한 일, 게다가 얼마 전 표절 시비 등등···.
그간 겪었던 우여곡절이 래원의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이제 축하해도 되냐, 도래원? 이 정도면 충분히 멋진 시작이야. 어깨 펴고 다녀라.”
김 부국장과 황태수 부장도 래원의 등을 두드려주고,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비상을 축하한다! 앞으로 더 훨훨 날아봐.”
* * *
같은 시각, 래원의 집.
래미는 혼자 집을 지키며 본방 사수를 하고 있었다.
“이게 정말 울오빠가 만든 드라마라고···?”
찰칵-
드라마 시작 부분 크레딧에 오빠의 이름 ‘연출 도래원’ 이라고 찍혀있는 것을 휴대폰으로 찍어두며 자랑스러워하는 래미.
이윽고 소파에 앉아 쿠션을 끌어안고 보더니 어느새 드라마에 한껏 몰입했다.
브라운관 속, 경성으로 빨려 들어가듯 말이다.
“노미령 너무 이쁘고 연기도 자연스럽게 잘한다. 세라 언닌 화면 속에서는 무대에서랑 또 다르게 반짝반짝 빛나네?”
래미의 몰입에는 곧 민세라에 대한 선망이 뒤섞였다.
휘몰아치는 스토리 전개에 70분이 후딱 지나갔다.
하지만 래미는 한동안 멍하니, TV를 끄지도 못한 채 소파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나도, 저기 끼고 싶다. 오빠랑, 민세라 언니랑 같이 드라마에···. 나도 열심히 해서 저렇게 제대로 된 배역을 연기해보고 싶어···!”
래미의 가슴 속에 낯선 욕망이 일렁였고, 이는 래미 자신도 놀랄 정도로 강렬했다.
지금껏 연기가 그저 재밌어서 연기과에 진학했던 게 전부였다면,
이제는 재미를 넘어서 욕심이라는 게 생겨나고 있었다.
드라마 을 보기 전과 후로 나뉠 만큼,
이것은 래미로서는 그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생경한 감정의 소용돌이였다.
* * *
한편, 원더빅 엔터테인먼트 맨 위층의 대표실.
박현만도 이곳에서 실시간으로 을 모니터하고 시청률을 전달받았다.
“1.5%에서 시작해서 3.1%로 마무리라···.”
투자자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쩔 수 없이 시청률이었다.
“이 정도면, 남은 2~4화에 광고도 더 붙을 수 있겠네.”
박현만 대표는 통유리창 너머로 성수대교의 야경을 내다보며, 흡족한 얼굴로 턱을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문득,
자신의 실수가 생각나 버렸는지 미간을 찌푸리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아, 그때! 표절 시비! 괜히 혼자 오바해서···. 왜 그랬냐, 박현만! 진짜 두고두고 이불킥 감이다!”
그는 표절 시비 비상 회의 당시를 떠올렸다.
표절을 기정사실화 하며 도래원을 나무라고, 작가 교체까지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였더랬다.
이번이 처음 하는 드라마 투자라서 그 순간 평정심을 잃고 성급하게 굴었던 것 같다.
그때의 언행을 떠올리니 스스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어휴, 대체 그때 왜 그랬냐. 쪽팔리게···. 제일 당황스러웠을 도래원 감독이야말로 침착하게 있었는데, 왜 내가···!”
박현만 대표의 눈에 래원은
비교적 어린 나이, 짧은 경력에 입봉하는 감독임에도 여유와 배포가 느껴지는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처음에 판단한 것보다 훨씬 더 그릇이 큰 사람인 거 같다. 오늘 시청률도 예상 이상의 선전이고···.”
박현만의 투자 감각 세포가 그린 라이트를 보내고 있었다.
도래원은 인풋 그 이상의 아웃풋을 만들어 낼 PD라고, 스타 감독이 자질이 보인다고 말이다.
이런 생각이 들수록,
박현만은 자신의 과오가 부끄러워졌다.
도래원이 보여준 배포와 여유에 한참 못 미치는 미숙한 언행이었기 때문이다.
허나,
시가총액 9,000억 원을 호가하는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의 수장 박현만.
그가 이 자리를 오래 지키고 있는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박현만은 잘못을 저지를지언정 그 잘못을 충분히 인정하고 고개 숙일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더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곧바로 폰을 꺼내들며 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어, 도 감독님, 오늘 첫 방 아주 잘 봤습니다. 입봉 축하차 연락드렸어요!”
* * *
“아, 잘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이렇게 먼저 전화를 다 주시고, 감사합니다, 박 대표님.”
래원은 집으로 들어가는 버스 안에서 박현만 대표의 전화를 받았다.
– 아, 그···. 오늘 첫 방 보는데, 전에 표절 사건 때 제가 섣불리 나섰던 게 갑자기 부끄러워지지 뭡니까. 하하하. 그만큼 오늘 1화 너무 좋았습니다.
“괜찮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충분히 그러실 수 있는 일이었으니까요. 한 두 푼도 아니구요.”
래원도 당시에는 박현만 대표에게 실망했으나, 이렇게 먼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모습에 저절로 이해심이 발동했다.
– 어쨌든 제가 경솔했던 건 분명한 사실이니 지금이라도 사과드려야 제 마음이 편하겠더라구요. 제가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대처가 서툴렀습니다, 감독님.
“아, 아닙니다. 이해합니다, 대표님.”
– 그럼 도 감독님, 다음 작품도 언제든 투자가 필요하시면 주저 마시고 저한테 먼저 연락 주세요. 이 인연 소중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하하. 네···.”
– 그리고, 래미 말인데요···.
박현만 대표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도래미를 카드로 쓸 참이었다.
래원이 동생 일이라면 끔찍하게 여긴다는 것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캐치했더랬다.
“래미요···?”
– 네, 아시겠지만, 래미가 습득이 아주 빨라요. 워낙 타고난 것도 좋구요.
“아, 그런가요?”
– 그래서 말인데요, 이번에 저희가 문걸즈를 잇는 걸그룹을 새로 기획하고 있어서, 래미를 그 데뷔 조에 넣어보려고 합니다.
“네에? 우리 래미를 벌써 데뷔 조에요? 너무 이른 거 아닐까요?”
래원이 놀랄 법도 한 것이, 래미는 이제 고작 연습생 3개월 차였다.
– 아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른 회사랑 다르게 저희는 데뷔 조를 일찍 짜서 팀웍을 맞추는 기간을 좀 길게 갖습니다. 후년 상반기 런칭 예상 중이라, 래미한테는 연습 기간을 2년 꽉 채우고 데뷔하는 스케줄이 될 겁니다.
“아···. 2년이면 정말 괜찮을까요? 후년이면 래미가 19살이긴 하네요.”
– 그럼요. 제가 래미는 확실하게 책임지겠습니다. 저로서는 재능있는 두 남매분과의 인연을 오래오래 지키고 싶거든요.
“그럼 래미 잘 좀 부탁드립니다. 대표님만 믿겠습니다.”
자식을 맡기는 부모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전화를 끊은 래원은
달리는 버스 속에서 차창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박 대표는 나와 래미에게서 가능성을 엿봤고, 투자자 다운 서포트를 해주겠지? 그리고 나와 래미가 괄목한 만한 결과를 낼 때, 자기가 투자한 만큼 혹은 그 이상을 수익으로 올릴 거야.’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박현만의 푸쉬가 이해되는 바였다.
그렇다면 래원과 래미의 입장에서는 어떨까?
‘우린 박현만의 자본과 서포트를 이용해서 우리의 목표, 우리의 꿈을 이루면 돼. 더는 그의 도움이 필요 없어질 위치에 오를 때까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후, 래원의 입꼬리가 쓰윽 올라갔다.
래원은 이제 다시 눈앞에 놓인 드라마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오늘 같은 시작점. 분명 나쁘지 않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안주하지 말고, 내 시선은 이제 끝점을 향해야겠지?’
끝점을 향한다는 것은,
곧 그 끝점 너머의 다음 시작을 준비할 때가 왔다는 뜻이었다.
‘다음 작품이라···? 이제 나한텐 손발 잘 맞는 조연출도 조연출이지만, 쓸만한 B팀 감독이 필요할 거야. 하지만 아직 후배도 없고, 능력 있는 선배들이 내 B팀을 하려고 들까? 아니. 당연히 쭉정이만 남겠지···.’
그렇다면,
래원이 택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였다.
래원은 다시 휴대폰을 꺼내어 동기 단톡방을 열었다.
[래원] 혜영아, 찬아! [유찬] ㅇㅇ 왜염? [래원] 너네 예고편 만들어 볼래? [유찬] 헐..? [혜영] 예고편?+_+ [래원] 어, 3화랑 4화. 너네한테 하나씩 맡겨볼까 하는데, 어때? [유찬] 정말 내가 해도 돼? 진짜로? [래원] 어ㅎㅎ [유찬] 형, 나중에 후회하지 마. [래원] 야, 별로면 후회하는 게 아니라 엎어버리고 내가 다시 만들 거거든! [유찬] ··· 그건 내 자존심이 허락 못 하지! [래원] 그래, 그러니까 내가 후회 안 하게 잘해봐ㅎㅎ [혜영] 오키! 나 지금 유튜브에서 최근에 시청률 좋았던 드라마 예고편 모조리 검색하고 있어! 이거 싹 다 공부해서 잘 만들어 볼게, 오빠! [래원] 역시 혜영이는 자세가 됐네ㅎㅎ 편집하면서 모르는 거나 고민되는 건 바로바로 물어보고ㅎㅎ [유찬] ㅇㅇ 기대하시라! [혜영] 근데 오빠 갑자기 왜 우리한테 예고편을 맡기는 거야? [유찬] 형도 쉬고 싶은가부지ㅋ [혜영] 우리 촬영도 다 끝나서 오빠가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닌데? [유찬] 누나 자꾸 그렇게 캐물으면, 형이 무를 수도 있다고! [혜영] 아니, 궁금하잖아. 오빠가 또 예고편을 좀 잘 만들어? [유찬] 아 누나, 아묻따 걍 ㄱㄱ [혜영] 아무리 단막극이지만 오빠 입봉작에, 예고 한 번도 안 만들어 본 우리를 막 이렇게 믿고 맡겨도 되는 건가 싶다니깐 [유찬] 아, 누나! 쫌···! [래원] 내가, 너희 둘 키워보려구. 너희도 얼른 조연출 졸업해야지.래원의 마지막 메시지에,
유찬과 지혜영의 말문이 막힌 듯 동기 카톡방이 잠시 멈췄다.
두 사람에게는 뜻밖의 기회였기 때문이다.
이번 생에 래원은 혼자 나는 새가 되고 싶진 않았다.
‘이 업계에서는 함께 날아야 더 높게, 더 멀리, 더 오랫동안 비상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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