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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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로 받은 상처에는
[찬] 래원이 혀어엉! 래원이 형님!! 이 한 몸 잘 부탁드릴게! [혜영] 오빠아!!! 충성충성^^7래원은 두 사람의 귀여운 반응에 웃음이 났다.
[래원] 누가 3화, 누가 4화 할래? [혜영] 3화 예고편은 2화 끝나고 붙이는 거지? [찬] ㅇㅇ 4화 예고편은 3화 끝나구 붙일 거 [혜영] 네가 먼저 골라봐 [찬] 누나가 먼저 골라 [혜영] 훔.. 나 3화! 매도 먼저 맞을래 [찬] ㅇㅋㅇㅋ 그럼 난 4화 [래원] 3화, 4화 영상 소스랑 사운드 소스 지금 바로 메일 보낼게 [혜영] 오빠 땡큐! [찬] ㄱㅅㄱㅅ [래원] 드라마 편집은 그저 커트 자르고 붙이는 게 다가 아닌 거 알지? 너희의 3화, 4화에 대한 해석이 녹아들기 마련인 거다! [혜영] 알겠어. 그럼 일단 머리로 내 해석을 정리하고 나서 손을 움직여볼게~! [찬] 재밌겠다ㅋ 누나랑 대결하는 기분도 들고ㅋ [혜영] 대결 같은 소리하네ㅋㅋㅋ 넌 나한테 안 되거든, 찬아? [찬] ??? 길고 짧은 건 대봐야쥬? [래원] 소스 메일로 보냈음! 파이팅 해라! 모르는 건 사고 치지 말고 바로바로 묻고!이에 지혜영과 유찬이 경례하는 이모티콘을 날렸고, 오늘의 동기 카톡방 대화는 일단락됐다.
‘지난 생을 돌이켜보면, 혜영이는 일찍 퇴사했지만 처음부터 일을 곧잘하는 편이었고, 찬이는 좀 느렸어도 나중에 빛을 봤었던 것 같다.’
래원은 휴대폰을 넣고, 버스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밤하늘의 달빛이 오늘 유난히 밝게 빛나는 것 같았다.
‘함께 비상하려면 둘의 능력이 과거보다 빨리 발현될 수 있게 내가 잘 키워봐야겠어. 누굴 내 첫 번째 미니시리즈의 B팀 감독으로 쓸지···.’
* * *
“3월 초에는 제가 래미 걱정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래미한테 부모님이 안 계셔서, 신경 써서 보게 되더라구요.”
예화 예술고등학교의 교무실.
래원은 오늘 래미의 학부모 자격으로 이곳에 왔다.
담임 선생님과 학부모 상담을 하기 위해서였다.
해사한 얼굴의 20대 후반 청년의 등장.
이에 교무실의 아줌마 선생님들 사이에 무언의 술렁임이 일었고 이후로도 래원을 계속 힐끔거렸다.
“래미한테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쭉 지켜보니까 래미가 오히려 정서적으로 굉장히 안정돼있는 아이더라구요.”
래미의 담임은 따뜻한 인상의 여자 교사였다.
“그래요?”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요. 인기도 많고 결핍도 없는 게 솔직히 신기하고 기특했는데, 오늘 오빠분 만나 뵈니까 이해가 되네요. 래미를 참 잘 키워주신 거 같아요.”
“하하. 아닙니다. 래미가 혼자 잘 큰 거죠. 저도 오늘 선생님 직접 뵙고 나니 안심이 됩니다.”
“드라마 감독이시라고 들었어요. ‘레이스 장갑을 낀 여인’ 잘 보고 있어요. 래미가 엄청 자랑했거든요.”
“하하하. 감사합니다. 민망하네요.”
“근데, 그 묘령의 여인은 왜 노미령이랑 닮은 거예요? 얼굴이 안 나왔던데···. 혹시 노미령인 거예요? 1인 2역?”
래원의 드라마에 과몰입한 듯한 담임 교사는 많이 궁금했는지 래원에게 이러저러한 의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 같은 반응이 왠지 모르게 뿌듯했지만, 래원이 건넬 수 있는 말은 단 하나였다.
“그건···. 이번 금요일에 본방 사수 해주시면 아시게 될 거예요. 하하. 제가 말씀드리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게 더 재밌으실 거 같아서요.”
“어머, 그러게요. 제가 너무 흥분해서 여쭤봤네요. 드라마가 너무 흥미진진해요···!”
“그리고 선생님···. 저희 래미가, 실은 소속사가 있어요.”
“어머, 그래요? 전혀 몰랐어요. 학교 수업도 안 빼고 열심히 다녀서···. 왜 말을 안 했을까···.”
“학교에서 튀고 싶지 않아 하는 거 같아요. 선생님께서도 래미 친구들한테는 티 내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나중에 데뷔가 결정되거나 하면 래미가 자연스럽게 오픈할 거 같아요.”
“그럼요. 근데 회사가 어디···?”
“원더빅 엔터테인먼트예요.”
“어머, 원더빅이요??!!! 어머, 그럼 래미가 아이돌 가수 쪽 준비 중인 건가요?”
보통의 아이들이라면 동네방네 자랑하고 다녔을 소속사의 이름이 래원의 입에서 나오자 담임 교사는 퍽 놀라는 반응이었다.
“특별히 한 쪽으로만 제한을 두진 않으려고 해요. 아직 래미가 어느 쪽으로 더 재능이 있는지 잘 모르기도 해서, 지금은 연기 레슨도 받고 아이돌 쪽으로도 트레이닝을 받고 있어요.”
“아···. 네, 저도 래미 진로, 진학 지도에 참고할게요. 근데 원더빅이면, 학교 수업 괜찮나요?”
“네, 학교는 충실히 다녀야 한다는 게 제 생각이고 래미도 그러고 싶어 합니다.”
래원의 이런 반응에 담임 교사는 빙긋 웃었다.
학부모와 학생이 이렇게 나올수록 학교 측은 더 배려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법이니까.
“일반고 아니고 예술고라 편의 봐 드릴 수 있어요. 래미 스케줄이 학교 때문에 무리가 된다면 언제든 말씀 주세요.”
“네, 그럴게요. 선생님.”
래원은 담임 교사에게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1년 동안 저희 래미 계속 잘 좀 부탁드립니다. 제가 신경 쓴다고는 쓰는데, 아무래도 예민한 나이고 여자아이다 보니까··· 부모님 서포트 받는 애들 사이에서 상처받지는 않을까··· 늘 마음이 쓰이더라구요.”
담임 교사는 수줍게 웃으며 래원의 손에 응했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세요. 바쁘신데도 이렇게 동생한테 마음 써 주시는 오빠분이 계신 데, 저도 래미한테 더 신경 써야죠.”
래원이 의자에서 일어나 꾸벅 인사를 하자,
담임 교사도 덩달아 고개를 숙였다.
‘아직 서른도 안 됐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참 보기 드문 청년이야. 이런 오빠 그늘 아래 있으니 래미는 걱정할 필요 없겠어.’
그녀는 안심한 눈빛과 흡족한 미소로, 래원을 배웅했다.
* * *
첫 방송이 나간 지 어느새 1주일이 훌쩍 지났다.
이제 2화 방영을 앞둔 래원,
오늘은 집에서 TV와 노트북을 함께 켰다.
포털과 커뮤니티의 반응을 모니터하기 위해서였다.
2화가 시작하자마자 포털의 ‘레장여’ 토크톡 채팅방에 실시간으로 채팅이 올라왔다.
드라마 커뮤니티에서도 사람들이 현실 수다를 떨듯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 와. 협박 편지 존나 무섭네?
ㄴ 존무ㅇㅇ 혼인을 강행한다면 앞날에 큰 불행이 닥칠 거래 ㅎㄷㄷ 누가 보낸거냐? 박규산 양다리임?
– 노미령 오지게 이쁘긴 하다
ㄴ 인정. 근데 민세라라서 그런지 정이 안 가
ㄴㄴ 것도 인정ㅋㅋ 민세라 왠지 재수없지 않냐?
– 헐? 편지 내용 저거.. 아무리 귀족 행세를 한대도, 진실을 이길 수는 없다? 1화에 나왔던 거자나ㅋㅋ
ㄴㅇㄱㄹㅇ 그 장갑 떨어뜨리고 간 여자가 했던 말
– 승헌쌤ㅠㅠ 결국 저택 떠나는 거야?
– 이제 유화 가르쳐주는 승헌쌤 더 안 나와?ㅠㅠ 앙대애애애..ㅠㅠ
– 그냥 미령이랑 승헌이랑 사랑하게 해쥬세욥ㅜㅜ!!
실시간 반응은 뜨거웠다.
허나 세상에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드라마는 애초 존재할 수도 없고, 존재하지도 않는다.
따라서 좋은 반응과 함께 악플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 뭐냐.. 노미령이 죽었다고? 작감이 돌았네!
ㄴ 작감이 돌았네222 병이 났다고..? 말도 안 되지. 이거 작감이 너무 대충 만든 거 아니냐?
ㄴ 작감 또라이333 미친 작감.. 이렇게 빨리 죽일 거면 안승헌이랑 행복하게 살게 해주지ㅠㅠㅠ
– 승헌쌤 울지 마요ㅜㅜ 우리 수호 울디마ㅜㅜ
– 맴찢.. 노미령 진짜 병으로 죽은 거 마자? 마리코짱 촉대로 누가 죽인 거 아니고?
ㄴ 엄스카이 언니는 항상 옳아! 언니 존나 머시써!!
ㄴ ㅇㅇ 나도 마리코짱 말이 맞는 거 같음. 이렇게 갑자기 죽는다고?
ㄴ 그럼 아까 그 협박 편지가 레알이었네ㄷㄷㄷ
ㄴㄴ 그거 보낸 사람 누군진 몰라도 선녀였어ㅇㅇ
– 승헌쌤ㅠㅠ 노미령 무덤에 꽃까지 들고 왔어ㅠㅠ
ㄴ 수척해 보여서 맴찢.. 그니깐 헤어지지 말지.. 끝까지 붙잡지 그랬어 승헌쌔앰ㅜㅜ
– 근데 무덤가 왤케 스산함..? 귀신 나올 거 같아서 못 보겠음
ㄴ 나도ㅠㅠㅋㅋ 이 무서운 브금은 또 무엇?
– 헐??
– 으악!!!
– 뭐야?!! 미친.. 귀신이야? 노미령이 왜 나옴?
– 아 ㅅㅂ 감독 죽여버려!!!!!
– 어? 노미령 귀신 아니고 살아있는 거 같은데?
ㄴ 뭥미? 죽은 거 아녔어? 반전이야 뭐야!?
ㄴ 그럼 무덤 속에 있는 건 누군데??
ㄴ 아 근데 민세라 말고 딴 배우가 했으면 노미령 더 응원할 수 있었을 거 같아ㅋ 쟤는 왤케 기분이 나쁘냐ㅋ
ㄴㄴ 연기도 잘하는데 왜? 이뻐서 질투하는 거 아니고?
ㄴㄴㄴ 아니거든ㅋ 민세라 빠돌이 꺼져라ㅅㅂ
– 와. 근데 이건. 너무하네. 다음 주까지 어떻게 기다림?!!
– 그래서 노미령 죽은 거야 산 거야?! 산 거면 무덤 속에 있는 건 누군데?!
이윽고,
레장여 단톡방에 알람이 떴다.
[찬] 저희 오늘 2화 최고 시청률 4.9%로 집계됐습니다! [엄하늘] 와아! 단막극 시청률이 이렇게 높다구요? [유하나] 넘 좋네용!! [황태수CP] 이러다 일내는 거 아니냐? [양수호] 편집이 완전 잘 됐던데요, 감독님? 저도 완전 가슴 졸이면서 봤어요ㅎㅎㅎ [구민준] 저두요ㅋ 지금 주변에서 카톡으로 노미령 죽었냐고 산 거냐고 묻고 난리예요ㅋㅋ [도래원PD]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ㅎㅎ래원은 답장을 한 후 기분 좋게 기지개를 켰다.
70분 동안 긴장했던 몸을 스트레칭으로 풀었다.
실시간으로 과몰입한 시청자들을 마주하는 건, 드라마 감독으로서 꽤 흥미롭고 보람된 경험이었다.
물론 악플로 뜨끔하기도 했지만,
래원은 그럴 때마다 이전 생에서 인상 깊게 봤던 한 다큐멘터리를 떠올렸다.
호주의 어느 대학 심리학 연구소에서 악플러들의 사회적 능력과 특징을 연구한 결과를 담은 다큐멘터리였다.
악플러는 일반인과 비교해 전두엽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그래서 악플러들은 ‘반사회성 성격 질환’과 ‘인지 공감 능력’이 두드러지게 높게 나타난다.
‘인지 공감 능력’이 높다는 것은, 타인의 고통을 인지적으로는 알지만, 정서적으로 느끼지는 못한다는 뜻이다.
나르시시스트의 특징 또한 매우 높게 나타나서, 타인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즐긴다고도 했다.
래원은 이를 익히 알고 있었기에, 굳이 악플에 감정 소모하지 않을 수 있었다.
때문에 지난 삶은 물론 지금도 악플에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
‘하지만 민세라는···? 딴 배우보다 유독 민세라 악플이 많던데···.’
과거에 악플을 못 견뎌 자살까지 했던 배우이다.
게다가 래원이 파악한 바에 따르면, 친모인 배미란 사장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발버둥 치며 더 엇나가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민세라가 걱정됐다.
워낙 싸가지도 없고 비호감이라 이성적인 호감이 드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인간적인 연민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래원은 민세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 여.. 여보세요?
울다가 받았는지 휴대폰 너머로 들리는 민세라의 목소리가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 민세라 씨.”
– 네.. 무슨 일이세요, 도 감독님?
“··· 지금 잠깐 나올래요?”
– 네? 지금요?
“떡볶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요.”
– 갑자기 떡볶이요?
당황한 듯 되물었지만,
이미 민세라의 입에는 ‘떡볶이’라는 단어에, 파블로프의 개처럼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갑자기 떡볶이가 확 당기네요? 세라 씨도 그렇지 않아요? 악플로 받은 상처에는 매콤한 떡볶이가 최고니까요.”
– ··· 그.. 그건 그렇죠!
엄마도 친구도 없는 민세라에게,
이럴 때 위로가 되는 것은 떡볶이뿐이었다.
* * *
원더빅 엔터테인먼트 근처,
서울숲 앞에 있는 포장마차 떡볶이집.
이곳은 래원과 민세라가 처음 만났던 장소이기도 했다.
민세라는 그때처럼 챙이 넓은 캡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왔다.
그때와 다른 게 있다면, 그녀의 샛노랗던 금발이 지금은 새까만 흑발이 되어 있다는 것 정도였다.
민세라는 떡볶이가 나오자마자 접시에 거의 코를 박고 먹었다.
“악플로 받은 상처에는 역시 떡볶이가 최고 맞죠?”
래원의 물음에 민세라가 입안 가득 떡볶이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민세라가 평소에는 잘 표현하지 않던 강한 긍정의 의사 표시였다.
“나는 세라 씨가 이렇게 먹고 싶은 것도 먹고, 본인을 위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물론 직업 때문에 지금의 자리와 인기를 지키고, 다른 사람들한테 잘 보이려고, 숨기고 맞춰주는 것도.. 닭가슴살 샐러드 챙겨 먹는 것도.. 필요하긴 하지만···.”
“······.”
“스스로를 돌보며 살지 않으면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혀요. 우린 로봇이 아니라 사람이니까요. 그러니까, 우선적으로 세라 씨 자신을 위해 연기하고,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에요. ”
“······.”
“우리 드라마에서 [노미령]이 결국 자신의 신분과 인생을 주도적으로 되찾았듯이요.”
민세라는 어쩐 일인지 토를 달지 않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요, 감독님.”
“네?”
“감독님은 왜 떡볶이 안 드세요?”
“아, 저는 어묵을 더 좋아해서요.”
민세라는 래원의 눈을 보고 깨달았다.
도래원도 자기처럼 여기 떡볶이를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래원이 이곳에 자기를 데려온 건, 떡볶이 때문이 아니라 자기를 위로해주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 도 감독님, 그거 알아요?”
“네?”
“악플로 받은 상처에는 떡볶이보다, 도래원이 최고라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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