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80
“마스크도 극 중 함현우 배우 딸이라는 설정이 수긍 갈 만큼 출중하지 않나요?”
황태수가 도래미를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자 캐스팅 디렉터가 거들었고,
이에 황태수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왜 떨어뜨린 거냐?”
“아···. 혹여 낙하산 논란 같은 거로 잡음 생기면 안 되니까 도 감독님이 커트하시기도 했고, 나중에는 도래미 저 친구가 직접 안 하겠다고 연락을 줬어요.”
“···그래? 뭐, 나머지 넷도 봐 보자고.”
황태수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로 입술을 오므리며 생각에 잠겼다.
뒤이어 회의실 모니터 속에 다른 후보 4명의 오디션 장면이 차례로 이어졌다.
마지막 5번째 영상은 정지예였다.
“정지예··· 확실히 아깝긴 하네.”
정지예를 놓치지 않으려 했던 래원의 태도가 이제 수긍이 간다는 듯,
황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야, 근데 정지예는 너무 불안한데···? 얘야말로 백퍼 잡음 생길 거 같다. 몇 년 전에도 M 본부에서 비슷한 사건 있었잖아.”
“아, 맞아요! 디어 다이어리?”
“그래 그거. 반 사전제작이라 일 터지고나서 캐스팅 교체하고 앞부분 싹 다 새로 찍었잖아.”
차가을이 손뼉을 치며 떠올린 드라마에
황태수도 혀를 차며 기억을 더듬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래원이 분명한 어조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꼴은 절대 안 나게 해아죠. ··· [현세민] 역은 지금 즉시 캐스팅 교체하겠습니다. 나머지 2, 3, 4번 배우 셋 중에 누가 마음에 드셨는지 각자 의견 주십시오.”
“왜 나머지 셋 중에서만 골라야 하냐?”
래원의 말에 의문을 던진 것은 황태수였다.
“내 눈에만 1번 네 동생이 제일 괜찮은 거냐? 아니면 네 동생이라서 재낀 거냐?”
“후자인 것 같습니다. 제 눈에도 1번이 연기, 이미지, 마스크 모든 면에서 나은데요?”
유찬도 의견을 피력했다.
황태수와 유찬.
이 두 사람은 당시 오디션 현장에 없었기에, 지금 이 둘의 말은 비교적 객관적인 의견이라고 치부할만했다.
“그렇지? 2, 3, 4번 셋은 [현세민] 역할에 비해 매력이 너무 약하고, 존재감이나 카메라 장악력도 확실히 부족해. 그냥 1번으로 가지?”
“··· 조심스럽게 찬성합니다!”
“저희 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저도요.”
“··· 래원이 넌 왜 말이 없냐? 논란 걱정돼서 그래?”
“아무래도 저는 감독으로서 작은 경우의 수까지 다 따져봐야 하니까요.”
진심이었다.
“야, 래원이 인마, 나도 계산하고 제안하는 거야. 내가 방송국 밥을 거진 이 십 년을 먹었는데···.”
“······.”
“네 동생 도래미는, 기자들이 알아서 만들어줄 거니까 걱정 말어.”
“네?”
“스토리텔링 각이 나오잖냐. 실력은 준비됐는데, 감독인 친오빠와 드라마를 위해 논란의 소지를 피하고자 겸손하게 본인이 고사했다가, 실력이 출중해서 다시 기회를 얻게 된 스토리. 기사 뽑기 딱 이지.”
“와우, 느낌 괜찮은데요?”
황태수의 말에 유찬도 상기된 듯 보였고
래원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 기자들이 알아서 낭중지추 같은 헤드라인을 뽑아줄 거라는 말씀이시죠?”
“그래, 캐스팅 비하인드라고 내가 슬쩍만 흘려주면 기자들이 알아서 기가 막히게 기승전결을 짜낼 거다.”
불현듯,
“흠, 근데요 저 사실···. 원래는 [양다래]역에 도래미를 쓰려고 했거든요.”
캐스팅 디렉터가 난색을 표했다.
[양다래]는 [현세민]의 절친으로 5화 부터 등장하는 배역이며,원래 픽스될 뻔했던 캐스팅이 최종 불발되어 현재는 공석으로 남아있는 상태였다.
“일단 중요한 것부터 처리하자고! 도래미를 [현세민]에 앉히고, [양다래]를 다시 구해봐야지.”
황태수가 손바닥으로 입술을 쓸며 말하자
“그럼 2, 3, 4번 중에 [양다래]를 찾아보면 될까요?”
캐스팅 디렉터는 생각지도 못한 불이 발등에 떨어진 듯 조급한 표정이 되어 물었고,
래원이 머릿속에서 판을 짜며 차분하게 답했다.
“아뇨. 그러면 저는 [양다래] 역에 정지예를 쓰고 싶습니다.”
“··· 정지예를 그냥 내치기에는 아깝긴 해? 여고생 배역에 이미지도 딱 맞고 연기도 괜찮고···.”
황태수가 이해가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되묻자
캐스팅 디렉터와 차여름, 차가을 자매도 각자의 의견을 밝혔다.
“그 나이대에 정지예 정도 연기력과 경험 갖춘 배우가 흔치 않긴 하죠.”
“2, 3, 4번은 정지예보다 임팩트도 덜 할 거 같아요.”
“[현세민]이 5화부터 나오지만, 이후에 등장 비중이 점차 커질 거라 잘하는 배우가 필요하긴 합니다.”
래원은 이제 고민을 끝내고 결심을 세웠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연기도 좋고, 고등학생 이미지에도 맞습니다. 이대로 내치기에는 분명 아까운 배우죠.”
“알지. 알겠는데··· 근데도 좀 불안하긴 하다, 래원아.”
“선배가 걱정하시는 부분이 뭔지 잘 압니다. 허나, 극중 나오는 학교가 여고라서 남배우랑 안 붙는 [양다래] 역이면, 사생활과 안 엮일 거라 판단했습니다. 제가 정지예는 현장에서 조금 더 신경 쓰겠습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도 어제처럼 몇 번 더 긴밀하게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래원이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논리정연하게 말을 이었고,
차 자매 작가와 캐스팅 디렉터는 자신들도 원했던 바라는 듯이 얼굴을 밝혔다.
황태수와 유찬 역시 래원의 말에 설득이 된 듯 보였다.
“그래, 래원이 널 믿어야지 별수 있겠냐···. 정지예한테 [양다래] 주면서 잘 이야기 해봐.”
“[현세민]이 아니라 [양다래]로 바뀌었다고 말하면 정지예도 정신이 확 들 거 같은데요?”
“이것마저 뺏기지 않으려고 분발하겠죠?”
“믿고 기회 줬는데 깽판치면 그땐 완전 아웃이야. 우리 드라마국 블랙리스트에 올려버려야지.”
황태수가 으름장을 놓았다.
하지만 래원은 정지예 관련하여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녀는 지난 삶에서 작품 운이 없었던 탓인지 확 뜨지는 못했지만, 연기력만큼은 드라마국 피디들 사이에서 이견이 없었을 만큼 분명 나무랄 데가 없었다.
‘이번 생에서 작품을 잘 만난다면 얼마든지 결말이 달라질 수 있는 배우야.’
김곤 그놈만 아니면 그럴 것이다.
“그리고.”
래원이 표정을 달리하며 다시 입술을 뗐다.
“그리고 도래미 배우랑도, 다시 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현세민]역에 도래미를 앉히는 것에 래원의 최종 결정만을 기다리고 있던 다른 사람들의 얼굴이 금세 환해졌다.이걸로 오늘 회의가 모두 끝났다는 소리였으니까.
드라마 의 마지막 캐스팅 조각이 드디어 딱 들어맞으며,
퍼즐이 근사하게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 * *
“좋아요, 현세민 그대로 아빠한테 팔짱 끼면서 더 붙을게요. 네네 그거죠. 좋습니다아! 싱그럽게 미소! 옳지. 좋아요. 계속 미소 유지!”
찰칵찰칵—
찰카카카칵—
포토그래퍼가 신이 난 듯 연사를 눌러댔다.
캐스팅 교체로 단체 사진과 [현세민]이 들어가는 모든 투 샷과 쓰리 샷 재촬영을 위해 다시 모인 배우들.
수고로운 일이지만 이 업계에서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때문에 함현우, 원준혁, 오종세, 엄하늘, 그리고 류소현은 싫은 내색 하나없이 프로답게 촬영에 임했다.
래미는 아이돌 트레이닝 덕분인지 카메라 앞에서 포즈도 표정도 자연스러웠다.
“현수, 딸바보 느낌 조금 더 살려주실게요!”
오히려 래미의 옆에 선 함현우가 굳어있는 편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얼마전에 같은 상황에서 정지예에게 크게 데였으니까.
“오빠, 저 편하게 대해주세요. 제 머리 막 엉클어뜨려도 되고, 막 헤드락 걸어주셔도 돼요. 우리 얼른 아빠랑 딸 돼야죠.”
배시시 웃는 래미.
덕분에 함현우도 긴장을 풀 수 있었다.
“좋네요, 좋아. 지금 완벽해. 둘이 완전 딸 바보, 아빠 바보 같아. 캬아! 좋다아!”
찰칵찰칵—
찰카카카칵—
“오케이! 수고하셨어요! 잘 나올 거 같습니다! 잠깐 쉬었다가 여자 쓰리샷 갈게요.”
포토그래퍼가 흡족한 표정으로 안경을 고쳐 쓰며 말했다.
“지난 연말에 원더빅에서 발표 잘 봤어요, 반가워요 류소현이에요.”
“앗. 도래미입니다. 저도 기억해요. 보러 와주셨던 거! 감사합니다. 헤헤.”
어쩐 일인지 낯가림이 있는 류소현이 먼저 래미에게 말을 걸어주었고,
이에 엄하늘도 다가와 래미에게 관심을 보였다.
“자세히 보면 도 감독 얼굴이 확실히 들어있네요.”
“하하. 저 때문에 저희 오빠나 우리 작품에 누가 되지 않게 열심히 할게요, 언니!”
“그런 말 듣자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기합이 팍 들어가서 좋네요. 우리 잘 해봐요.”
“넹! 말씀 편하게 해주세요.”
오히려 정지예가 있을 때보다 도래미로 인해 배우들 사이의 분위기가 더 사는 듯했다.
래미가 막내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래미는 센스있게 사회생활을 할 줄 아는 타입이었다.
스텝들의 예상과 바람대로,
정지예는 [양다래]로 역할이 바뀌면서 정신을 차린 듯했다.
– 어머어머어머! 도 감독니임! 우리 지예가 김곤 차단했다네요. 이제 우리 차원에서도 김곤한테 지예한테 접근하지 말라고 말 할 수 있게 됐어요. 기집애, 진작 정신 차렸으면 좀 좋아! 암튼 감독님, 감사합니다!
“정말 반가운 소리네요!”
정지예네 소속사 대표가 감사 인사차 먼저 전화를 주었다.
– [양다래]로 변경된 건 제 입장에서도 속상하지만··· 어쩌겠어요, 지가 자초한 일인데. 자르지 않고 품어주신 것만으로 백번 절할 일이죠. 우리 지예 잘 좀 부탁드려요, 감독님.
“여부가 있나요. 제 배우는 무조건 드라마 끝까지 책임집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드디어 의 다사다난했던 프리 프러덕션이 모두 마무리되고 촬영 개시의 날이 다가왔다.
첫 촬영은 파리 로케이션.
이에 백여 명 가까이 되는 스텝과 배우들이 인천 공항 출국장에 모여있었다.
– 프랑스 파리행 10시 30분 AB1234편으로 여행하실 승객 여러분께 알립니다. 이 비행기는 악천후로 인해 1시간 비행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Flight Number AB1234 to Pairs has beem delayed 1hour due to significant weather.
이 같은 지연 방송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래원의 반응은 달랐다.
‘이건 기회 같은데?’
‘소철않’ 감독인 래원의 입장에서 프러덕션의 모든 게 깔끔하게 정리된 상태였지만, 단 한 가지가 계속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괜히 파리 로케까지 이 찝찝한 기분을 끌고 갈 필요 있나?’
이렇게 생각이 미친 래원은 바로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텔레그램 어플을 켰다.
[래원] 박 기자님, 단독 기삿거리 하나 드리겠습니다. 김곤과 정지예 사이의 자세한 내막을 취재 중이라고 하셨죠?박 기자한테 정지예에 관한 정보를 받은 후로 금방 갚을 거리가 생긴 것이다.
[래원] 일단, 정지예는 김곤과 헤어졌습니다. 차단하고 일절 연락을 안 받는 상황이라고 해요. 정지예는 당연히 이번 이슈에서 빼주실 거라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물론 ‘갚을 거리’라는 표현보다는 ‘누이 좋고 매부 좋고’가 더 어울리는 상황이긴 하지만 말이다.
래원은 이에 이어 자신이 아는 진실을 쏟아냈다.
없던 사건이 아니라 지난 삶에서도 터졌던 일이었다.
어차피 일어날 일을 이용해서 인과응보로 사이다를 시전하는 것쯤은 래원에게 식은 죽 먹기였다.
* * *
샤를 드 골 공항 입국장 통유리 창의 햇살은 여전했다.
아니, 겨울에 왔을 때보다 봄이라 더 따뜻하고 포근하게 팀을 맞아주고 있었다.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되어 비몽사몽간에 카트를 밀며 출국장을 나서던 래원.
지이이이이잉——
잠결에 휴대폰을 받자,
– 형!!!!!!!
“아 깜짝이야!”
유찬의 전화였다.
– 형, 내가 보낸 링크 봤어?
“아니 아직. 비행기 연착돼서 지금 도착했어.”
– 지금 봐봐. 빨리.
유찬이 보낸 톡 화면 속에는 디스타임의 기획 기사가 촤르르 펼쳐져 있었다.
[ 김곤의 정체는 조종사? ] [ 심리 전문가 “인격 장애 의심 해봐야 할 수준” ] [ 김곤에게 조종당한 여배우들이 뿔났다! A양부터 F양까지 폭로전 시작! ]래원은 잠이 확 깨어 혀를 내두렀다.
“역시는 역시네. 우리나라 기자 스피드를 누가 따라가겠어.”
– 디스타임에서 저번에 기용 사건 터졌을 때보다 반응이 더 뜨거운데? 사이트 접속이 버벅댈 정도라니까.
기용은 국민 아이돌이지만 김곤은 국민 배우였으니까 그럴 법도 했다.
“터져야 할 일이 조금 일찍 터진 것뿐이다. 우린 신경 쓰지 말고 드라마나 잘 만들자.”
– 알겠어, 잘 찍고 와! 서울은 나한테 맡기고!
유찬은 이번에 처음 B팀으로 감독 타이틀을 다는 만큼 기합이 단단하게 들어가 있었다.
래원 역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하며 이제 김곤에 대한 생각은 지우고, 촬영 생각만 하기로 했다.
‘다행히 김곤 때문에 손해는 안 봤네. 과정이 조금 피곤하긴 했지만···. 이왕 이렇게 된 게 결과적으로는 더 나을지도 모르겠다. 래미가 잘만 해준다면···.’
* * *
파리 시내 북서부.
샤를 드 골 광장의 에투알 개선문.
쨍하게 맑은 하늘과 우뚝 솟은 개선문이 ‘소철않’팀을 기다리고 있었다.
드라마 ‘소철않’ 승전을 예고하는 듯했다.
“협조 요청 4시간 받아둔 상태입니다.”
조연출이 소리치자 촬영장의 스텝과 배우들이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이 안에 촬영을 끝내야 한다는 소리였으니까.
래원은 함현우의 긴장한 기색을 눈치채고 한 마디 건넸다.
“나 믿고, 현우 씨 자신을 믿고 방금 리허설 만큼만 하면 돼요. 진짜 좋았으니까.”
이에 함현우가 빙긋 웃어 보였다.
“배 감독님, 가도 될까요?”
“네에, 들어갑시다!”
배태람 촬영감독이 경쾌하게 답했고,
래원이 메가폰에 입을 가져다 댔다.
“자아, 가보죠. 래디··· 액션!”
래원은 유럽의 중심에서 ‘레디, 액션!’을 외쳤다.
이렇게 첫 촬영이 시작되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79화 – 리디북스
“어어.. 저.. 저거 뭐야, 저기요! 소매치기! 소매치기 조심···. 에이씨.”
현수가 외치는 순간, 소매치기가 도망간다.
결국 이곳 파리에서 소용없는 한국말은 멈추고, 냅다 따라 뛰며 그를 쫓는 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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