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 reverted to being a K-drama genius RAW novel - Chapter 85
물론 그때는 구경꾼의 입장이었고, 지금은 직접적으로 이익을 얻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 다르지만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이번 삶에서 새롭게 터질 호재도 하나 있었다.
지난 삶에서는 없었던, 어찌 보면 래원이 직접 만들어낸 호재였다.
“이번 겨울 ‘브라이트 걸스’의 데뷔도, 원더빅의 호재가 되겠군. 그렇게 만들어야지.”
래원은 원더빅 주식에 추가 매수 예약을 걸었다.
K드라마 천재로 회귀했다! 83화 – 리디북스
* * *
어느 고등학교의 빈 교실.
교복을 입은 두 소녀가 있다.
“괜찮어···?”
“······.”
[양다래]가 묻지만 [현세민]은 분에 못 이겨 그저 씩씩거릴 뿐이다.“오늘은 네가 미술 쌤한테 좀 심했어.”
“네가 뭘 안다고 그래!”
“··· 뭐?”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내가 뭘 모르는데!”
“미술 쌤이랑 우리 아ㅃ···. 하아, 아냐.”
“알고 있었어.”
“뭘···? 뭘 알아?”
“너희 아빠랑 만나시는 거. 우리 미술 쌤이랑.”
“······.”
“야자 끝나고 가다가 몇번 봤거든. 너희 아빠 차에 너랑 미술 쌤 같이 타는 거.”
“근데 왜 아는 척 안 했어?”
“네가 말 안 해줬으니까.”
“······.”
“안다고 전부 아는 척해도 되는 건 아니잖아.”
.
.
드라마 세트장.
‘역시 정지예,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 래미가 생각 이상으로 선전해줘서, [양다래]를 그 아랫급으로 캐스팅했으면 많이 아쉬울 뻔했어. 둘이 그림도 참 좋다. 풋풋하고···.’
래원은 어느새 입을 헤 벌리고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
물론 금방 정신을 차린 덕에 ‘컷!’ 타이밍을 놓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컷! 오케이! 곧바로 타이트 바스트 가겠습니다.”
래원의 말에 분장팀이 일제히 도래미와 정지예에게 달라붙었다.
클로즈업 샷에 맞게 메이크업을 수정했다.
“래미야.”
“응, 언니.”
“그 ‘미술 쌤이랑 우리 아ㅃ···’ 하는 그 대사 칠 때. 카메라가 단독 클로즈업으로 들어오면, 방금 투 샷 때보다는 감정선을 다운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아 고마워. 안 그래도 지금 머릿속으로 그 생각하고 있었거든. 거기 잘못하면 감정 과잉되니까.”
정지예와 도래미는 그 찰나에도 더 나은 씬을 위해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래미는 드라마 현장에 꽤 적응한 듯이 보였다.
“래미야.”
“어? 오빠 일찍오셨네요!”
함현우였다.
다음 촬영을 위해 일찍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 딸 잘하고 있나 감시도 하고 모니터도 해줄 겸 일찍 왔지.”
“심쿵! 든든해 우리 아빠.”
“어디 아빠 없는 배역은 부러워서 살겠나?”
래미와 함현우의 대화에 정지예가 농담을 던지면서 분위기는 더욱더 화기애애해졌다.
낯을 가리는 함현우에게 래미가 먼저 다가갔고, 상대의 나이가 많건 어리건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함현우라서 둘 사이의 벽은 금방 허물어진 듯했다.
정지예에게도 역할을 빼앗겼다는 자격지심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멀리 감독 의자에 앉아 이들을 지켜보던 래원의 입가에 슬며시 미소가 그려졌다.
‘그렇게 고생한 보람이 있네.’
우여곡절 없는 드라마 캐스팅은 없다지만,
함현우부터 도래미, 정지예까지 이번에는 꽤나 다사다난했더랬다.
“다시 슛 들어갑니다!”
모두가 집중하는 가운데,
“레디, 액션!”
조금 전 찍었던 [현세민]과 [양다래]의 장면 타이트 바스트를 3테이크만에 끝냈다.
“이제 [현수]네 집으로 이동하겠습니다!”
조연출의 외침에 모두가 옆 세트로 이동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다들 몸과 마음은 바빴으나 얼굴만큼은 누구 하나 찡그린 사람이 없었다.
래원은 항상 그랬듯 이들을 살펴보았다.
마치 선장이 선박 위의 선원들을 둘러보듯 말이다.
그리고는 뿌듯한 듯 웃었다.
‘좋다. 만드는 사람이 괴로우면 드라마 결과물에 다 묻어나오게 돼 있는데, 우린 순항이네. 이대로만 쭉 가자.’
* * *
SBC 드라마국.
촬영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이제 래원은 사무실로 출근하는 날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래원아.”
“네, 선배.”
여태 편집실에 있다가 이제 막 자리로 돌아온 래원에게 다가온 것은 황태수였다.
“다음 주까지 배우들 프로필이랑, 30초 티저, 메인 OST 2곡 픽스 시켜라. 그 다음 주에 프레스에 내보낼 거다.”
“네넵!”
“이제 홍보 일정 슬슬 시작될 텐데, 너도 예능 같은 데에 얼굴도 좀 비추고 그러는 게 어떠냐?”
“저요?”
“그래, 요새는 사람들이 배우 말고도 감독이나 작가한테도 관심이 많잖냐.”
“에이, 저는 아직 그럴 주제가 못 되죠. 그 시간에 편집이나 더 잘하는 게 시청률에 도움 될 거 같은데요?”
래원은 황태수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지금 국장님 국장실에 계시죠?”
서류철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국장실로 향했다.
똑똑똑—
노크 후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이 국장과 문겸CP 그리고 의외의 손님 용마루가 앉아 있었다.
‘용마루? 드라마국에는 웬일이지?’
용마루.
국민MC 중 한 명으로, 요즘 인기 예능 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SBC 코미디언 공채 출신이며
그의 앞에 앉아있는 문겸CP와 입사 동기이자 대학 동기로 절친한 사이였다.
래원이 의문을 품는 동안,
안에 앉아있던 세 사람은 래원을 보자마자 순간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당황한 듯이 말이다.
‘뭐지···? 내 욕이라도 하고 있었나?’
래원은 지금 못 들어올 곳에 들어온 것만 같은 불편함과 싸한 기운을 느꼈다.
“국장님, 일전에 말씀 주신 저희 팀, 제작비 관련 결제 서류입니다.”
“어..? 어어···. 그래. 거기 올려놔.”
이 국장은 말까지 더듬었다.
“도 피디, 마루랑 사석에서 보는 건 처음이지?”
“그럼요. ‘솔직히 말해봐!’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시간을 돌리는 사물함’ 재밌게 봤습니다. 백상 작품상 축하드립니다.”
용마루가 래원에게 먼저 악수를 청했다.
용마루는 지금 사람 좋은 눈웃음으로 허허거리고 있지만, 래원의 손을 맞잡은 그 손길에서 왠지 모를 중압감이 느껴졌다.
이에 래원은 그 웃음 뒤에 숨은 의미를 직감적으로 알 것만 같았다.
이 국장과 그의 오른팔 문겸CP, 그리고 그들과 절친한 용마루까지.
이 세 사람이 방송국 밖 사석에서 만난 것도 아니고 여기 드라마국 국장실에 앉아 노가리를 깔리는 없었다.
뭔가 중요한 이야기 중이었던 것은 분명했다.
이 국장이 턱을 긁으며 대뜸 래원에게 물었다.
“가만있자···. 도 피디, ‘소년은 철들지 않는다’ 촬영 곧 끝이지? 언제 끝나더라?”
“이달 안에 끝날 거 같습니다.”
“오오, 이제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겠네? 장호네는 아직 한참 남았던데···. 사극이 힘들어.”
래원의 대답에 용마루의 얼굴빛이 반색하듯 바뀌었다.
그 이유야 뻔했다.
지난 삶에서도 항상 자기 프로 섭외에 불을 켜고 있는 용마루였으니까.
이에 래원이 먼저 선을 그었다.
“저도 촬영 끝나면 고생길 2탄 시작인데요, 뭐. 당분간 편집실에서 밤낮없이 살겠죠.”
“··· 맞다. 백퍼 사전제작이랬지? 일이 끝나질 않겠네. 수고해.”
어쩐 일인지 문겸CP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격려해주었다.
‘뭐지? 왜 아쉬워하지? 내가 힘들수록 좋아할 사람 탑5 안에 무조건 드는 이 국장이랑 문 부장이?’
분명 이상한 일이었다.
지금 국장실 안, 이 국장과 문CP 그리고 용마루까지 셋이 무슨 일을 도모하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 * *
늦여름과 초가을 사이.
어느덧 여의도에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배미란 사장은 SBC의 가장 꼭대기 층에서 이를 내다보고 있었다.
“시간 참 빨라. 그렇지 황 부장?”
“저도 그 생각하던 참이었습니다. 오늘 래원이 녀석 촬영을 끝냈나 보더라고요. 단톡방에 단체 사진이 떴네요.”
“그래? 어디 한 번 봐봐.”
황태수는 배미란의 예상 밖에 디테일한 관심에, 휴대폰을 꺼내어 그녀에게 팀의 단체 사진을 보여주었다.
단풍이 물든 공원에서 100여 명쯤 되어 보이는 스텝과 배우들이 다 같이 활짝 웃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도래원이 있었다.
배 사장은 이를 빤히 보다가 피식 웃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보이네.”
“현장 분위기 좋았다는 소문이 자자했습니다.”
“배우들 사이에 있어도 안 꿀리는구만.”
“래원이가 그렇더라고요. 평소에는 잘 모르겠는데, 배우들 옆에 서거나 같이 사진 찍으면 체감이 확 돼서···.”
“나쁘지 않은 와꾸야. 여러모로 스타성이 있어. 안 그래?”
“그렇죠. 래원이가 워낙 매사에 진지하게 드라마밖에 모르는 것도 대중들이 좋아할 법한 캐릭터고요.”
“예능국에만 스타PD가 있으란 법은 없지. 드라마국에서도 이번 기회에 하나 잘 키워 봐.”
“저도 실은 그 욕심이 나서 지난번 때, 밴프 페스티벌에 몰래 지원서 넣었던 거였습니다.”
“도 백상 작품상 받았으니까 다른 타이틀 한두 개 더 만들어주고, 계속 예능에 노출 시키면 스타PD는 시간 문제 아닐까 싶은데···?”
“요새 대중들은 본업 잘 못 하면 바로 등 돌리기 때문에 마냥 노출을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만, 뭐 본업이야 래원이 본인이 알아서 잘 할 테니···. 사장님 말씀대로 그 부분을 제가 서포트 해보겠습니다.”
“그래, 올 하반기랑 내년 초에도 국제 TV 페스티벌 몇 개 있잖아. 종방 전에 노미네이트만 돼도 이슈만들어서 시청률 빨아들일 수 있지.”
“네, 바로 알아봐야겠습니다.”
“그렇다고 또 저번처럼 황 부장이 몰래 넣지 말고. 이제는 도 피디한테 직접 선택권을 주라고. 도 피디가 그 정도 깜냥은 되잖아?”
“그럼요. 그게 좋겠네요.”
“도래원이 잘 키워봐. 누가 알아? 황 부장한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되어 줄지? 이제 슬슬 차기 국장 이야기도 나돌 때가 됐고 말이야.”
“아, 벌써 그렇게 됐네요.”
“시간이 참 빠르다니까. 이 국장 임기, 이제 1년 남짓 남았어.”
배미란 사장이 황태수를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았고, 황태수 역시 그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 * *
SBC 근처,
이 국장의 단골집 [추적 60병]
생맥주가 맛있기로 유명한 호프집이다.
이곳에 오늘 이 국장과 문겸 부장 그리고 MC 용마루가 모였다.
“저희 생맥 500짜리 3잔이랑, 옛날 통닭 1개, 골뱅이 소면 무침 1개요!”
이 국장의 최애 메뉴였다.
세 사람은 맥주잔을 부딪치며 서로 힘든 소리, 아내가 바가지 긁는 이야기, 자식 자랑을 하다가
안주가 나오자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하아, 4분기에 가 잘 돼야 할 텐데···.”
“저번에 형님도 말씀하셨지만, 마루 네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니까.”
“판 잘 짜서 섭외만 해줘, 겸아. 그다음부터는 내가 다 생각이 있으니까.”
“근데 그 자식이 순순히 섭외에 응할까?”
용마루가 메인MC로 있는 일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의 예능, 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이 국장은 소면으로 골뱅이를 돌돌돌 감아서 한입에 넣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지가 섭외에 안 응하면 무슨 수로 배기겠어? 용마루 거절하면 얼마나 많은 기자들을 등져야 하는데···. 안 그래?”
“도래원이 아직 그런 걸 모르면요? 멋모르고 겁도 없이 마루를 거절할 수도 있잖아요?”
“도래원이 모르면, 황태수가 언질 주겠지.”
용마루는 자신의 섭외를 거절하면 뒤에서 보복하기로 유명했다.
그를 따르는 기자들만 한 트럭이었기에 손에 안 묻히고 처리하기에 식은 죽 먹기였으니까.
대중들은 잘 모르지만 업계 내에서는 쉬쉬하면서도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겸아, 우리 프로가 지금 11월 1, 2주나 3, 4주 게스트가 딱 공석이거든? 이 스케줄이면 그 소년 어쩌구 드라마 홍보에도 딱 맞지 않냐?”
“걔네가 11월 중에 첫 방 하니까 그 일정이면 딱 이지!”
“그러면 섭외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못 거절할 텐데?”
“그건 그렇겠네.”
“도래원이가 출연 망설이는 거 같으면 그 새끼 불러서 내가 국장 권한으로 한마디 거들려고. ‘용마루한테 팍팍 밀어달라고 잘 이야기 내놓을게. 너희 드라마를 위해서 출연해라!’”
“오, 좋네요, 형님! 감히 국장님 말을 거역할 수는 없지요.”
“좋습니다. 그렇게 덫을 놔주시면 섭외는 어렵지 않을 거 같네요.”
“문제는 출연 이후인데···.”
“아이, 참. 형님! 그건 나만 믿으시라니까요. 내가 방송 원투데이 해요? ‘리얼리티’ 명목하에 선만 안 넘으면 뭐든 용서가 된다니까?”
용마루가 통닭의 다리 살을 뜯으며 말했고,
“암, 용마루가 괜히 용마루가 아니지.”
“내 세 치 혀로, 방송 2주 분량만큼 조리돌림 해서 가루로 만들어줄 수도 있고, 팍팍 띄워서 저 대기권 밖까지 날아오르게 할 수도 있다니까?”
“크큭. 악마의 편집 기대하마, 마루야.”
“두 분은 섭외까지만 힘 써주시고, 그다음은 팝콘 먹으면서 본방사수나 하세요.”
세 사람은 잔을 가운데로 모아
짠- 하고는 기분 좋게 원샷했다.
“저희 생맥 500, 3잔 더요!”
이때,
구석진 자리에서 이들을 등지고는,
새까만 야상 차림에 모자를 깊게 눌러쓴 채로 두 귀를 세우고 있는 남자가 있었으니.
도래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