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ing village life with herbal elixir RAW novel - chapter 84
나와 김권 회장 사이에 있었던 짧은 대화가 축제를 찾은 지역 기자들에게 구미를 당기게 했나보다.
김권 회장이 어떤 약초를 찾았는지 가십적인 질문을 했다.
정력에 좋은 약초를 찾진 않았는지, 뭐 그런 질문이랄까.
“구매한 약초는 없어요. 제가 공짜로 하수오 한 뿌리를 주긴 했지만요.”
“하수오라고요? 하수오는 어떤 효능이 있나요? 자다가도 발딱 서는 뭐 그런 건가요?”
기자의 표정에서는 제발 그러길 바라는 눈치였다. 내가 ‘네’라고 대답한 순간, 인터넷에는 [김권 회장 빨딱 서는 약초 찾아]라고 대문짝만하게 올라가겠지.
김권 회장의 개인사가 워낙에 지저분한 탓이라 기자들의 질문도 그쪽으로 편향될 수밖에 없었다.
“그건 아니고요. 직접 인터넷에 찾아보시면 하수오 효능에 대해서 잘 나올 거예요. 판매가 좀 바빠서 그런데. 질문은 여기까지만 받을게요.”
“한 가지만 더요!”
“네.”
“혹시…진짜로 빨딱 서는 약초 없을까요? 이건 개인적인 질문입니다.”
“…..”
기자의 눈빛에서 간절함이 보였다. 나이는 나보다 한참 어린놈이. 벌써부터 그런 걸 찾나. 어휴.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소속은요?”
“한국일보 최선 기자입니다. 제가 요즘 신혼인데, 집에만 들어가면 남자 노릇을 못하네요. 혹시….없을까요?”
“하하.”
최선 기자의 진심어린 고백에 나는 자연히 약초 하나를 추천해줄 수밖에 없었다.
텐트 구석에 숨겨놓은 치명적인 약초 하나를 꺼내 최선 기자에게 건넸다.
“이건 제가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려고 했거든요?”
“이게 뭐죠?”
“먹는 순간 정력왕이 되실 겁니다.”
“……!”
강화한 삼지구엽초였다.
SS급의 강화 삼지구엽초를 직접 사용해본 적은 없다.
나는 쓸 필요가 없으니까!
삼지구엽초의 정보창에 의하면 정력 강화에는 이만한 게 없다.
“집에 가서 씹어 드세요.”
“네! 감사합니다!”
“신혼 잘 보내시고요!”
“네!”
최선 기자가 내게 꾸벅 인사한 뒤 가게를 떠났다.
원래는 차나 담금주로 해먹어야 맞지만, 강화한 약초라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씹어 먹어도 그만이었다.
“휴…이제 숨 좀 돌릴 수 있겠어.”
다행히 저녁이 되어서야 장터를 찾는 이들의 발걸음이 뜸해지고 있었다.
저녁이면 축제를 위한 공연이 시작했기 때문에 다들 그쪽으로 발걸음을 돌린 것 같았다.
남은 축제 기간 동안 약초 수급은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나는 기지개를 활짝 편 뒤 좌판 뒤편에 깔린 의자에 쓰러지듯 앉았다.
계속 서 있었기 때문에 발바닥이 조금 아팠다.
약초를 먹어 근골을 튼튼하게 했음에도, 수 시간을 서있기만 하는 건 고역이었다.
‘어르신들은 괜찮으려나.’
교통 통제나 환경 미화를 담당하는 어르신들의 상태가 궁금했다.
책임감이 남달라 하루 종일 돌아다니며 일 하셨을 텐데, 아무런 소식도 없으니 걱정 된다.
때마침, 멀리서 익숙한 녀석이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오는 게 보였다.
“철수야!”
“도일아아아! 대박 났다! 대박 났어!”
“무슨 일인데? 로또 당첨됐냐?”
“로또? 로또보다 낫다!”
철수가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나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삼정에서 너희 약초 가게에 들렀다고?”
“어! 크하하. 살다 살다 이런 날도 있네?”
나는 김권 회장과 있었던 일을 철수에게 말하지 않았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고.
그런데, 김권 회장은 정말 약초에 진심인 것 같다.
이정도로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내가 오늘 장어 쏜다! 장어 먹으러 가자고! 자연산 장어로다가!”
“진심이냐?”
“당연하지!”
“그런데 왜 하필 장어냐? 설마 너도 그쪽에 문제 있는 거냐?”
“뭐?”
“아니다. 됐다.”
오늘은 장어로 포식이나 해야겠다.
하수오 (3)
장어 포식을 위해 좌판을 정리하고 있을 때였다.
산수 마을의 어르신들이 약초 좌판으로 다가오는 게 보였다.
봉사를 하느라 고생 많으셨을 텐데.
다들 힘이 없어 지쳐만 보였다.
이장님께서 내 어깨를 토닥거리며 말했다.
“도일아. 혼자서 참 고생이 많았다.”
“많이 힘드셨죠? 괜찮으세요?”
“괜찮다. 밭 매는 것보다 수월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어르신들이 한숨을 푹 내쉬며 자리에 털썩 주저앉는다.
최 영감님이 입맛을 쩝쩝 다시며 말했다.
“삼정 측에서 푸드트럭인지 뭔지 줘서 밥을 먹긴 했는데, 입맛에 맞지는 않더라. 어찌나 달기만 한지. 쩝.”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것도 공짜로 주더라고. 나는 입맛에 맞던데. 최 영감은 입이 너무 짧아 탈이야.”
“어허. 커피는 믹스가 최고야.”
“그만들 하고, 이제 정리하고 들어가자고. 도일이 너도 이제 마무리 하고 다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지.”
이장님이 내게 식사를 권유했다. 나는 철수와 함께 장어를 먹으러 가야 할 참이라.
“아, 이장님. 저는 철수와 함께 따로 먹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장님은 그제야 내 뒤에 있는 철수를 보며 눈을 부라린다.
“철수 이놈, 어디서 뭣하고 이제 나타난 게야?”
“저는 제 가게에 있었죠.”
“너는 산수마을 일원이 아니란 거지? 응? 그렇지?”
“그런 말이 어딨어요. 저도 나름의 임무가 있었다니까요. 축제를 오는 시민들을 위해서 가게를 지키고 있어야죠.”
“이놈이 말은!”
“헤헤.”
“그래서 너희들은 어디서 뭘 먹을 거냐?”
“아, 철수가 장어를 사준다고 해서요.”
“철수가 장어를 사줘?”
“제가 쏠게요! 다 같이 장어 먹으러 가시죠!”
철수의 제안에 어르신들이 놀란 기색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음식 중에서도 꽤 비싼 축에 속하는 장어가 아닌가.
이장님이 걱정된 눈빛으로 철수에게 말했다.
“장어 가격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괜찮겠는가?”
“그럼요! 다 같이 가시죠!”
철수가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철수 녀석은 정녕 민물 장어의 가격을 몰라서 이러나.
민물 장어 1인 분에 4만 5천원.
총 인원은 20명이다.
1인 분씩만 먹더라도 90만원.
그런데 1인 분으로 성이 찰까.
거기에 술과 음료까지 합하면 150만 원은 훌쩍 넘는 가격이다.
“철수야 괜찮겠냐?”
“그럼! 이번 기회가 아니면 또 언제 사겠어!”
나는 철수의 태평양 같은 그릇과 넉넉한 인심에 감격했다.
“철수야. 너는 나랑 평생 친구야.”
“장어 집으로 고고고!”
* * *
20명의 인원이 앉기 위해서는 야외에 배치된 테이블을 붙여서 앉아야만 했다.
나는 황복이를 챙겨야만 했기 때문에 가장 끝자리에 앉았다.
“황복아, 장어 맛있어?”
-월! 월!
황복이가 더 달라고 채근인데, 사람도 장어를 많이 먹으면 배가 탈이 나듯, 강아지도 마찬가지였다.
“조금만 더 있다가 줄게. 지금 너무 많이 먹었어.”
-낑낑.
황복이가 아쉬움을 표하며 어르신들이 있는 곳으로 향한다. 또 애교를 부리며 먹을 걸 축낼 모양인데.
“황복이 장어 주시면 안 돼요! 여태 많이 먹였어요!”
“오냐! 알았다.”
황복이가 나를 힐끗 바라본다.
아주 제대로 삐친 모습이다.
‘황복아. 다 너를 위해서야.’
국도변에 위치한 00민물 장어는 남강에서 직접 잡아온 생물이었다.
생강과 장어 한 점을 함께 먹으면 알싸함과 단맛이 입안에 감돌아 미각을 자극한다.
그 맛은 일품이다.
“자, 다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한 잔들 하시죠!”
엉겁결에 축제 뒤풀이의 주최자가 된 철수가 잔을 들었다.
어르신들이 함께 잔을 들며 성공 적인 축제를 기원했다.
“산수 마을과 축제를 위하여!”
“위하여!”
1일차 축제가 성황리에 잘 마무리 됐다.
앞으로 남은 기간 동안 사고 없이 무탈하게 지금처럼만 이어간다면 성공적인 축제가 될 것만 같았다.
“다들 마음껏 드시죠. 오늘 만큼은 이 철수가 쏘겠습니다!”
철수 녀석.
언젠가부터 배포가 커졌다.
천종산삼을 삼정의 김권 회장에게 팔아서 돈도 나누어가졌고, 이번에 삼정 측에서 가게를 찾아 약초를 싹쓸이 해갔으니 돈 씀씀이가 나날이 커져가는 것 같았다.
내 앞에서 어깨를 으쓱하는 것 보니, 스스로 자랑스러운 모양이다.
‘보기 좋네.’
말리고 싶지 않다.
언제 또 얻어 먹나.
“도일아. 할 얘기가 있어.”
“지금?”
“어. 잠깐만 나와.”
철수가 담배를 피러 테이블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향했다.
나는 철수의 뒤를 밟았다.
철수가 담배연기를 후후 연거푸 내뱉었다. 술이 조금 들어갔다고 벌써부터 속마음을 풀어헤치려나 보다.
“도일아. 살면서 오늘이 가장 행복한 것 같아.”
“그 정도냐?”
“맘 편하게 돈을 쓴 다는 게 이런 마음인 줄은 몰랐어.”
“오늘 정말 마음먹었나 보구나.”
“어르신들 모셔서 식사대접 하는 것도 언젠가 해보고 싶었거든. 이건 다, 네 덕이다 도일아.”
“내 덕이라니.”
“다 들었어.”
“뭐?”
“네가 김권 회장의 권유를 뿌리쳤다면서?”
“아…..”
김권 회장의 권유는 총 두 번이었다.
천종산삼을 팔았을 때와, 축제 당일.
철수가 어떤 권유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맥락은 비슷하여 따로 되묻지는 않았다.
“너는 돈보다 의리를 선택했잖아. 내가 그걸 알았을 때, 내 마음이 어땠겠냐?”
“…….?”
“한편으로는 고맙기도 하면서, 되게 미안하더라고. 내가 너한테 해준 것도 많이 없는데 말이야.”
철수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의 진심어린 고백 덕에 의리를 선택한 내 자신이 뿌듯했다.
“맞아. 해준 게 별로 없긴 해. 앞으로 밥은 네가 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