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venly Demon Return to Home RAW novel - Chapter (187)
거대한 폭음과 함께 청성벌 전체가 뒤흔들렸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백무명과 환희대불 두 사람 사이의 충돌 여파가 컸다.
영웅맹과 서장무맹 무사들이 그 결과를 보기 위해 두 사람을 쳐다봤다.
장력과 검풍의 충돌로 인해 먼지구름이 생겨 그들을 보는 데는 일정 시간이 걸렸다.
얼마 후 드러난 광경은 충격적이었다.
백무명 그는 머리만 밖으로 내놓은 채 땅에 묻혀 있었다.
그만큼 환희대불의 장력이 강력했다는 증거였다.
반면 환희대불은 어느새 다시 합장하고 무심히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조금 섬뜩해 보였다. 미동도 하지 않는 것이 아무래도 그의 우세 같았다.
와아아.
서장무맹 무사들의 함성이 쏟아졌다.
그들 역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 전투의 승패는 백무명과 환희대불 두 사람의 대결 결과로 결정되리라는 것을.
다만 아직 백무명의 숨통이 끊어진 것은 아니었다.
머리만 땅 밖으로 나왔지만 의외로 그의 얼굴은 깨끗했다.
다만 몸을 빼내지 못하는 모습이 아무래도 심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환희대불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무서운 놈! 내가 만일 신공을 완성하기 전이었다면 절대 승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역시 소문대로구나. 아마도 천마보다 네놈이 더 강할 것 같다. 하지만 네놈의 목숨도 이제 끝장이다. 끝내주마.”
환희대불이 백무명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쿵쿵쿵.
십장이 넘는 키와 작은 야산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몸집.
백무명을 도와야 하는 영웅맹 무사들조차 그의 움직임에 놀라 뒷걸음질을 칠 정도였다.
한데 발을 높이 들며 걸어오는 것이 아무래도 그대로 백무명의 머리를 밟아 터뜨리려는 것 같았다.
장생노인이 소리쳤다.
“맹주님!”
그가 몸을 날려 백무명을 구하려던 찰나.
환희대불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사람들이 의아해하면서 보니 그의 얼굴이 일그러져 있었다.
“으으······.”
신음과 함께 그의 입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몸 전체가 쩍쩍하는 소리와 함께 갈라지기 시작했다.
걸음을 멈춘 것도 두 다리 근육과 뼈가 찢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으으······ 어찌 이런 일이······.”
환희대불이 믿기 어렵다는 표정으로 백무명을 쳐다봤다.
백무명의 몸이 땅속에서 빠져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마치 막대기가 쑥 뽑히듯 자연스러운 동작이었다.
땅속에 파묻혔던 그의 몸 역시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다.
그의 손에는 지존검이 들려 있었다.
환희대불이 비틀거리며 물었다.
“설명해줄 수 있느냐? 나의 대우주환희장력(大宇宙歡喜掌力)이 통하지 않은 이유를 말이다.”
“실체가 없기 때문이오.”
“무슨 실체? 내 장력이 실체가 없다는 말이냐?”
“그대의 장력만이 아니오. 모든 것이 다 실체가 없소. 실체가 없으므로 타격을 줄 수도 없고 받을 수도 없는 것이오.”
“혹시 무형검을 익혔느냐?”
“그런 것 같소.”
“역시 소문대로였군. 하지만 대우주환희장력은 무공의 경지를 초월한 무공이다. 아무리 무형검의 고수라도 피할 수가 없단 말이다.”
“그대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오. 무형검 역시 절대적인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본질을 깨닫지 못하면 그 어떤 무공도 허상에 불과하오.”
“허상이라. 그 무슨 개소리······ 크윽!”
환희대불이 말을 채 잇지 못하고 쓰러졌다.
쿵.
거구답게 넘어지는 소리도 엄청나게 컸다.
일단 쓰러진 그의 몸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마치 바람 빠진 풍선처럼 어느새 피골이 상접한 노인이 되고 말았다.
서장소불이 뒤늦게 달려가 그를 일으켜 세웠으나 이미 절명한 후였다.
“대불이시여!”
서장소불이 한 차례 울부짖은 후 백무명을 향해 소리쳤다.
“대불님을 시해했으니 그 복수를 하겠다! 모두 총공격을 가합시다! 저놈은 이미 주화입마상태입니다. 나머지 놈들은 우리 상대가 안 됩니다. 한 놈도 빠짐없이 죽입시다!”
와아아.
서장무맹 무사 십만 병력이 해일처럼 밀려왔다.
특히 선봉에 선 원로 라마승들의 기세가 대단했다.
이는 누구라도 백무명을 죽이면 차기 서장무맹주가 될 수 있기 때문으로, 그렇게 되면 포달랍궁주 자리도 확보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 기세에 놀라 영웅맹 무사들이 흠칫했다.
반격할 생각도 못 하고 다들 백무명만 쳐다봤다.
원래라면 장생노인이 지시를 내려야 했으나, 그 역시 백무명의 지시를 기다렸다.
백무명이 안색을 조금 굳혔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의 내상이 생각보다 심각했기 때문이었다.
이는 환희대불의 무공이 강했기 때문으로 놀랍게도 웬만한 반선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가 땅속에 얼굴만 내놓고 박힌 것도 그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것으로, 죽음 직전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면 이렇게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었다.
무엇보다 지금은 기혈이 완전히 얽혀 내공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만 겉으로 표시가 나지 않는 것은 이번에 한 단계 더 높아진 깨달음 때문이었다.
무형검은 심검이라 불릴 정도로 깨달음이 주가 되는 무공 경지라, 그런 면에서 그 본질은 아직 건재한 셈이었다.
‘내공을 일시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원래 무형검은 내공의 유무와 관계가 없는 무학 경지다. 아니 내공의 있고 없음을 초월하는 것이지. 마침 강제적으로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이 기회를 이용해 진정한 무형검 무공을 펼쳐보는 것은 어떨까?’
백무명이 천천히 지존검을 들어 올렸다.
그나마 지존검 자체에 신비한 힘이 있어 이를 이용하는 동시에 그동안 머릿속으로만 생각해왔던 무형검 본연의 무공을 펼쳐보려는 것이었다.
사실 무형검을 펼칠 때 내공이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내공이라는 의식 자체를 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 지금 그가 지존검의 힘을 이용하려는 것은 현명한 판단이었다.
사실 내공을 전혀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무형검 최고의 경지라는 지성에 도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물론 지성에 도달해도 내공을 일부러 사용하지 않을 필요는 없지만, 확실히 지금 백무명의 경지는 그러한 최고 단계와는 거리가 멀었다.
‘강제적으로 내공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 맛은 일시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그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클 것이다.’
백무명이 안색을 굳혔으나 더는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분노한 서장무맹 무사들이 지척까지 도달했다.
백무명이 아무 말 없이 있기만 하자, 보다 못한 장생노인이 총공격 지시를 내리려던 찰나.
백무명이 들고 있던 지존검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여의봉처럼 수백 배 이상 커진 지존검이 검강을 펼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쏴아아아.
기둥과도 같은 검강이 수평으로 기울더니 달려오던 서장무맹 무사들을 그대로 덮쳤다.
선봉에 섰던 원로 라마승들이 일제히 장력을 날려 검강에 맞섰다.
서장소불 역시 맨 앞에 섰는데, 이번 기회에 차기 서장무맹주 자리를 노리려던 그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원래 무공이 약했던 그가 지존검강을 막아낼 리가 없었다.
검강이 그의 몸에 닿는 순간 몸 전체가 두 동강 나며 피를 뿌렸다.
이윽고 벌어진 결과는 한편의 지옥도였다.
원로 라마승을 비롯한 서장무맹 무사들이 지존검강에 당해 몸이 잘리거나 터져나갔다.
“으윽!”
“크윽!”
당장 선봉에 섰던 원로 라마승 만여 명의 목숨이 끊어졌다.
뒤따르던 서장무맹 무사들이 기겁하며 몸을 피하려 했으나 지존검강의 여파를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앞서 두 동강 난 무사들이 충격을 완화해주어 목숨은 구했지만 강기 파장이 그들의 전신 기혈을 타격해 일시 공력을 상실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백무명이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조금 전 그가 펼친 무형검 무공은 완전한 성공과는 거리가 멀었다.
순간적인 깨달음으로 일종의 편법을 쓴 것인데, 원래라면 서장무맹 무사 십만 병력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어 사라져야 했다.
하지만 일부 성공했고 그 결과 살아남은 서장무맹 무사들의 공격력을 일시 무력화할 수 있었다.
“총공격하라!”
백무명이 쓰러지려는 몸을 겨우 지탱하며 소리쳤다.
관전하던 영웅맹 무사들이 일제히 함성과 함께 진격해 서장무맹 무사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와아아.
* * *
청성벌 전투는 영웅맹 측의 완벽한 승리로 끝이 났다.
서장무맹 무사 십만 중 도주한 자는 불과 천여 명에 불과하다고 알려졌다.
그 천여 명도 재빨리 서장 쪽으로 돌아가기 바빴다.
이 모두가 영웅맹주 백무명의 적절한 등장 덕분이었다.
그가 때마침 청성벌에 나타나지 않았다면 그 결과는 아마도 영웅맹의 대패가 되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사천 무림은 안정이 되어갔다.
그에 따라 영웅맹주의 명성도 높아졌다.
하지만 청성벌 전투 이후 그의 행방은 다시 묘연해졌다.
환희대불과의 싸움으로 인해 입은 내상을 다스리기 위해 무사들을 장생노인에게 맡기고 어디론 가로 떠났다는 소문만 돌뿐이었다.
하지만 영웅맹 무사들이 낙양 영웅맹 총단으로 복귀할 때까지도 백무명은 나타나지 않았다.
장생노인의 말로는 백무명이 심처에서 운공요상을 한 후 직접 낙양 총단으로 복귀할 거라고 했으나 그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다시 온갖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청성산 심처에 있는 한 동굴 안.
한 사내가 가부좌하고 운공요상을 하고 있었다.
한데 그는 바로 백무명이 아닌가.
눈을 감고 있는 그의 안색은 매우 창백했다.
“휴우!”
백무명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눈을 떴다.
하지만 표정이 그렇게 밝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 내공을 되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공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용을 못 하는 상태였다.
어설프게 무형검 최고 경지의 무공을 펼친 후유증이었다.
실제 지성의 경지에 맞먹는 무공을 펼쳤다면 또 모르겠지만 그 일할도 성공하지 못한 게 더 큰 문제였다.
그나마 그것만으로도 청성벌에서 서장무맹 병력을 초토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은 만족할 만한 요소였다.
문제는 후유증이었다.
청성벌 전투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눈에 띄는 차도가 없었다.
한 달 전 이곳으로 오면서 장생노인에게 무사들 지휘를 맡겨 그 부분은 크게 걱정하지 않지만, 형산에 있는 천마신교 무사들이 마음에 걸렸다.
그들은 자신을 믿고 십만대산에 있는 천마와 맞서고 있는 셈인데 더는 그들을 내버려 둘 수 없었다.
하지만 내공을 쓸 수 없는 몸 상태로 복귀하는 것 역시 큰 문제가 있었다.
‘지금쯤이면 장생노인이 무사들을 이끌고 낙양 총단에 거의 복귀했을 것이다. 형산에 주둔하고 있는 영웅맹과 천마신교 병력 역시 변화가 있을 가능성이 크겠군. 그나마 이제 거동에는 큰 문제가 없으니 천만다행이다.’
백무명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한 달 전 급히 이곳으로 왔을 때는 그야말로 주화입마 직전이라 매우 다급했었다.
서둘러 장생노인에게 무사들의 지휘를 맡기고 이곳으로 온 것은 혹시라도 주화입마 후 실성마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지를 상실한 마인이 되어 무고한 양민들을 살해하는 일은 그가 가장 두려워하고 꺼리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인적이 없는 동굴로 와 그 입구를 진으로 봉쇄하고 운공요상에 몰두한 것이었다.
‘일단 산 아래로 내려가 무림 상황을 알아봐야겠다. 큰 변화가 없으면 좋으련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