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s being mistaken for a soccer genius RAW novel - Chapter (51)
진짜 같은 가짜 -2
“잘해보자, 리카르도.”
“그래, 리카르도.”
두 명의 리카르도가 손을 맞잡으며 경기를 준비한다.
피오렌티나의 공격수 리카르도 사포나라와 리카르도 소틸이다.
“후우-”
둘 다 꽤나 긴장한 얼굴들인데, 특히 사포나라는 달달 다리를 떨고 있을 정도다.
간만의 선발 출장이라 그렇다.
그간 교체로 간간이 그라운드를 밟긴 했으나 선발로는 정말 오랜만.
전술적인 문제나 개인적인 폼 때문에 선발에서 멀어지고 있었는데, A 매치 일정 덕분에 소중한 기회를 잡게 됐다.
“진짜 잘해야 될 텐데.”
사포나라가 축구화 끈을 묶으며 한숨 쉬듯 말한다.
돌아보니 어느새 서른.
뭐, 서른이 그렇게 많은 나이는 아니라지만··· 사포나라는 한 해가 갈수록 깊은 불안감을 느끼고 있었다.
점점 좁아지고 있는 팀 내 입지 때문이었다.
사실 사포나라는 굉장히 이른 나이에 전성기를 꽃피웠던 선수였다.
프로에 데뷔하자마자 엠폴리 FC의 핵심으로 자리 잡으며 주목을 받았고, 특히 이탈리아 연령별 대표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하며 아주리 군단의 미래라는 소리도 들었던 선수니까.
그러나 여러 문제가 겹치면서 사포나라의 성장세는 일찍 꺾이고 말았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AC 밀란에 입성했으나,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며 2년을 날린 게 치명적인 원인이었다.
그렇게 한 번 실패를 겪고 나니 자신감이 많이 죽었다. 그 탓일까. 밀란 생활을 마치고 엠폴리로 돌아왔지만, 옛날 같은 플레이는 도무지 나오질 않았다.
덕분에 사포나라는 실패한 유망주라는 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그 슬럼프 극복을 위해 선택한 게 피오렌티나로의 임대였다.
모든 걸 내려놓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다행히 팀은 많은 도움과 배려를 주었고, 조금씩 옛 기량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제2의 전성기가 오는가 싶었다.
그러나 두샨 블라호비치라는 신성이 등장했다.
블라호비치는 곧 팀의 핵심이 되었고, 모든 게 블라호비치의 위주로 돌아가게 되었다.
공격 성향이 짙은 사포나라는 자연스레 주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고민이 많은 시점이었다.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게끔 도와준 팀이 피오렌티나였기에, 사포나라는 좀 더 팀을 위해 헌신하고 싶었지만··· 딱히 길은 보이지 않았다.
그저 교체로 간간이라도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기회를 잡은 게 바로 오늘이었다. 운 좋게 온 기회이기도 하고,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기회이기도 한 만큼.
사포나라는 오늘 절실했다.
덕분에 평소 가득했던 장난기도 오늘은 없었다.
“후우···.”
다행히 훈련 때 컨디션은 좋았다.
무엇보다 이지안과 호흡을 맞출 때의 그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본인의 원래 스타일과는 조금 다르게 조력자 역할을 해야 했지만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오히려 그러고 싶었다.
녀석을 보면 왠지 옛날 생각이 나는 기분이라서.
“가자, 가자!”
“토너먼트다! 지면 끝이니까 정신 차리고 가보자!”
사포나라는 떨리는 손으로 성호를 그은 뒤 그라운드로 향했다.
*
센터 서클의 한 가운데 서서 상대 진영을 바라본다.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모두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킥 오프를 한다는 건 꽤 부담스러운 일이구나 싶다.
“가자, 가자!”
“포르자-!”
왠지 모르게 내가 우리 팀의 대표라도 된 것 같아, 그 시선들을 피하는 대신 어깨를 편다.
평소라면 몰라도 보라색 유니폼을 입고 있는 한 상대에게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다.
오늘의 상대, 헬라스 베로나는 현재 리그 14위에 있는 팀이라고 했다.
또한 내가 1군에 올라오기 전 리그에서 맞붙은 적이 있는데, 그땐 3대0으로 우리가 이겼다고 한다.
블라호비치가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말이다.
솔직히 말하면 부담이 느껴진다.
아무리 역할이 다르다곤 하나, 어쨌든 오늘 내가 서게 될 자리는 블라호비치의 자리인 최전방 공격수다.
팀의 득점을 책임져야 한다는 건 똑같다는 얘기다.
내가 생각해도 좀 웃기다.
유럽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공격수인 블라호비치를 대신하는 게 나라니.
오늘만, 단 한 경기뿐이라곤 하지만 부담이 엄청난 게 사실이다.
그래서 최대한 그런 것들은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그런 면에선 오늘 내 역할이 무척 복잡하다는 게 오히려 반갑다.
내가 해야 할 것들만 생각하기에도 바쁘기 때문이다.
“삐이익-!”
휘슬이 울리고, 어색한 나의 선축으로 경기가 시작된다.
오늘 우리의 포메이션은 4-3-3이다.
내 왼쪽에 사포나라 선배가, 오른쪽엔 소틸 선배가 서면서 나와 최전방을 이룬다.
이런 조합으로 경기를 뛰는 건 처음이긴 한데, 훈련 때의 호흡은 나쁘지 않았다.
특히 사포나라 선배가 날 많이 배려해줬다.
활동량이나 피지컬이 좋은 사포나라 선배는 내 몫의 수비 가담까지 담당해줬고, 공격 때도 내게 공간을 만들어주기 위해 나 대신 한 발을 더 뛰었다.
선배 말로는 어차피 자긴 주전이 아니라 남는 게 체력이라고, 간절한 만큼 뛰는 것뿐이라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내가 이 자리엔 처음 서다 보니 부담가지지 말라는 배려인 듯했다.
그런 선배를 위해서라도 나는 내 몫을 해내고 싶다.
파아앙-
파아앙-
우리 팀이 천천히 공을 돌리는 동안, 상대 수비 라인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경기를 시작한다.
그리고 천천히 뛰면서 수비의 움직임을 관찰한다.
아니, 하려고 했다.
툭-!
뒤에서 느껴지는 가벼운 충격에 집중이 끊기고 만다. 슬쩍 돌아보니 우락부락한 덩치의 수비가 뒷걸음질로 멀어지고 있는 게 보인다.
공이 나한테 오고 있던 상황도 아닌데.
미리 기를 죽여놓으려는 걸까.
만약 그런 거라면, 꽤 좋은 생각이라고 평가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좀 무서워지려 하고 있으니까.
문득 블라호비치 선배가 존경스러워진다.
선배는 어떻게 매 경기 저런 수비수들을 상대로 싸우면서 경기를 하는 걸까.
난 그렇게 못하니까, 일단은 자리를 피해야겠다.
타타탓-!
수비 라인에서 벗어나 아래 지역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수비의 반응을 살핀다.
나올 수 있는 반응은 두 가지다.
날 따라 올라오거나 아니면 그대로 자리를 지키거나.
어느 쪽일까.
“···”
상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자리를 지키는 쪽을 선택한 거다.
그렇담 망설일 것 없이 손을 들어 공을 요구한다.
파아앙-!
곧바로 내게 패스가 흘러들어온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수비 대신 상대 수비형 미드필더가 내게 붙는 게 보인다.
하지만 위협적이진 않다.
중원의 숫자가 우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
파아앙-!
패스를 원 터치로 다시 넘기고 움직인다.
포메이션 상으로 공격수인 내가 중원으로 내려온 이상, 중원의 머릿수가 한 명 이상은 더 많을 수밖에 없다.
결국 한 명은 프리가 되니 공을 소유하는 게 어렵지 않은 것이다.
파아앙-!
내게 붙었던 수비가 공에 딸려가자, 다시 내게 리턴 패스가 온다.
그 패스를 잡아놓고, 이번엔 앞으로 돌아선다.
내 앞에 놓인 공간이 꽤 넓다.
중원과 수비 사이의 그 공간.
그 공간을 향해 여유롭게 공을 몰고 올라간다.
일부러 더 여유를 부린다.
상대가 공을 빼앗아버리고 싶다 느끼게끔.
타타탓-!
음. 그래도 이렇게 빨리 통할 줄은 몰랐는데.
내가 그렇게 재수없어 보였나.
수비 하나가 결국 자리를 이탈해 달려 나오는 게 보인다.
우와. 무섭다.
무서운데··· 괜찮다.
어차피 내가 상대할 건 아니기 때문이다.
타타탓-!
수비 하나가 자리를 비우자, 기다렸다는 듯 좌우 윙어들이 중앙을 향해 대각선으로 달려 들어가는 게 보인다.
한 명의 수비만 남은 중앙 지역을 털어먹기 위한 움직임이다.
물론 상대 풀백들 역시 그 뒤를 따라 들어가지만, 저 정도는 충분히 내 패스로 따돌릴 수 있다.
지금은··· 왼쪽이 낫겠다.
파아아아앙-!
발목을 고정시킨 뒤 인사이드 패스를 강하게 찔러 넣는다.
왼쪽에서 중앙으로 침투하는 사포나라의 진행 방향 앞으로 주는 스루 패스다.
그를 뒤에서 쫓는 풀백과 하나 있는 중앙 수비의 사이로 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설정했다.
촤아아아아-
다행히, 패스는 내 의도대로 정확히 향했다.
이젠 사포나라가 마무리해주길 바랄 뿐인데···
툭-
뻐어어어엉-!
아쉽게도 그의 슈팅이 골대를 벗어난다.
때릴 때 힘이 너무 들어간 느낌이었다. 슈팅이 떠서 골 포스트를 넘어가고 말았다.
하지만 과정이 좋았다.
각자 모두가 좋은 움직임을 가져가며 비교적 쉽게 위험 지역까지 침입하는데 성공했고, 슈팅으로 공격을 마무리하는 데까지 성공했다.
그래서 사포나라 선배에게 엄지를 치켜세워 보이려 할 때였다.
짜아아악-!
맨살에 손찌검을 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 덕에 나는 살짝 벙찌고 말았다.
“미안, 미안!”
사포나라 선배가 손바닥으로 자신의 머리를 내려치며 사과하고 있었다.
“···”
많이 당황스럽다.
저 정도로 자책할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특히 평소 능청맞은 성격의 사포나라 선배가 그래서 더 당황스럽다.
···그만큼 선배는 간절한 것일까.
왠지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경기 출전 한번 하고 싶어서 별짓을 다 했었으니까.
“···”
손바닥 자국이 벌겋게 남은 사포나라 선배의 머리를 보면서, 오늘 꼭 함께 한 골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
상대는 상당히 신중했다.
90분 동안 무승부만 거두는 게 목표이기라도 한 듯, 수비 라인을 두텁게 세우는 것에만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아마 오늘 시합이 토너먼트 경기라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비겨도 올라갈 방법이 있는 게 토너먼트니까.
아무튼, 덕분에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공을 점유하는 건 우리였으나 쉽게 골문을 두드리진 못하고 있었다.
잠시 전광판을 확인하니 어느새 전반 20분이 지나고 있다.
슬슬 득점을 내야 하는 시간인데···
툭-
공을 잡은 채 전방을 바라본다.
아까 당한 게 있어서인지, 이제 상대는 내가 공을 가지고 있어도 쉽게 달려들지 않고 있다.
그저 답답할 정도로 자신들의 자리를 지키고 서 있을 뿐이다.
덕분에 쉽게 패스를 줄 만한 공간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도 눈치를 챘다는 이야기다. 내가 가짜 공격수라는 걸.
그렇다면··· 이젠 진짜 공격수처럼 움직여야 할 때가 왔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가야 한다. 진짜 공격수처럼.
저 좁은 틈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야 한다니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이지만, 내가 가짜라는 걸 들키는 것보단 낫다.
나는 진짜처럼 보여야만 한다.
···여러모로.
타타탓-!
공을 몰고 전진한다.
동시에 시선은 계속 좌우로 흩뿌린다.
그 시선에 우리 팀 공격수들도 움직이고, 상대 수비수들도 움직인다.
그러나 중앙 수비만큼은 그대로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다.
그렇담, 그들이 그대로 잉여 자원이 되도록 만드는 움직임이 지금은 필요하다.
타타탓-!
내가 중원과 최종 수비 사이까지 도달하자 왼쪽에 있던 사포나라가 중앙 쪽으로 잘라 들어오는 게 보인다.
그에게 패스를 넘긴다.
파아앙-!
그리고 나는 왼쪽으로 뛴다.
사포나라가 안쪽으로 들어오면서 상대 풀백 역시 딸려가고 있었고, 그 덕에 왼쪽 공간이 비는 게 보였다.
하지만 상대 중앙 수비는 나를 잡으러 오기 어려울 거다.
내 패스를 받은 사포나라가 중앙에 있음은 물론, 오른쪽의 소틸도 박스 안으로 침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중앙을 비우고 나를 막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타타탓-!
왼쪽으로 돌아 들어가며 박스 안으로 진입한다.
그러면서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한다.
사실 수비가 내게 붙어, 나에게 패스가 오지 않아도 좋다. 그럼 결국 중앙이 열린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패스가 와도 나는 준비가 되어있다.
이 순간만큼은 나도 내가 진짜 공격수라고 믿어야 한다.
파아앙-!
수비의 틈 사이로 공이 빠져나오는 게 보인다.
사포나라가 왼쪽으로 패스를 찔렀다.
타탓-!
그러나 약간의 역동작에 걸린다.
나는 앞으로 침투하고 있었으나, 패스는 약간 뒤로 향하고 있었다.
급하게 왼발로 제동을 건 뒤, 오른 다리를 뒤로 쭉 뻗는다.
그리고,
스으으윽-!
공을 긁어 몸쪽으로 가져온다.
동시에 눈으로는 골키퍼의 위치를 살핀다.
니어 포스트 쪽으로 상당히 붙어 파 포스트 쪽이 비었다.
모든 골 찬스가 그렇지만, 지금은 사포나라 선배가 준 패스라 더 넣고 싶다.
때문에 더욱 신중을 기한다.
툭-
오른발로 때리기 좋게 공을 살짝 밀어두고,
파아아아앙-!
강하게 때리기보단 정확하게.
파 포스트를 보고 감아 때린다.
슈우우우웅-
순간 골대 밖으로 향하는 공을 보며 너무 바깥쪽을 노렸나 싶었지만···
슈우웅-
이내 공이 감기며 궤적이 바뀐다.
철썩-!!
그렇게 감긴 공이 옆 그물을 타고 들어가며 골망을 흔들었다.
와아아아아아앗-!
동시에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온다.
그리고···
“으아아아아!”
사포나라 선배가 두 팔을 마구잡이로 흔들며 나를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나는 코너 플래그 쪽을 향해 일단 도망쳤다.
인테르 전에서 주장 때문에 느꼈던 공포가 재현되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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