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28
28화 도대체 이 프로그램이 어디다 쓰는거지?
이번에는 무엇을 가르쳐 줄 거냐는 동방수의 물음에 노인이 대답했다.
“바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다.”
“네? 컴퓨터 프로그래밍이요? 할아버지가 그런 것도 아세요?”
가끔 나이에 맞지 않는 것을 가르쳐 놀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현대적인 것을 가르친다고 한 것은 처음이었다.
“왜? 이 늙은이가 못할 것 같으냐?”
“아니지. 아니에요. 그건 절대 아니죠. 할아버지가 뭘 못하는 건 상상이 안 되네요.”
조금 당황스럽긴 했으나 노인이 못 해내는 게 더 이상한 일이었다.
어떤 방식의 재주든 노인은 당연하다는 듯 태연히 시연해 보였다.
많은 것을 배운 동방수조차 노인의 한계가 어디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설마 신이나 뭐 그런 건가?’
오랜 기간을 보냈다.
하지만 노인의 정체에 대해선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가끔 참지 못해 물어보면, 그저 인자한 미소로 할아버지라고 생각하라고만 했다.
‘쩝. 어찌 됐든 배워야겠지.’
어떤 식의 프로그래밍을 알려 줄진 몰라도 분명 동방수에게는 득이 될 얘기였다.
“근데 할아버지, 전 컴맹인데 배울 수 있을까요?”
“그렇게 묻다니 의외구나.”
“뭐가요?”
“운동은 원래 잘했느냐?”
“그건…….”
“마찬가지니라. 몸도 그리 잘 쓰지 못했던 너에게 무공을 가르친 게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동방수는 순순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몸치는 아니었는데.’
몸치는커녕 어딜 가도 몸으로는 꿀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무공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수준이었다.
몸을 움직이는 것도 말도 안 되는 내용을 암기하는 것도.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었다.
그 어려운 무공과 술법을 익힌 동방수에게 배우기 어려운 것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아무튼 시작하시죠. 제가 뭐라고 해도 가르쳐 주실 거잖아요.”
“다 네게 뼈가 되고 살이 되는 일들이니라.”
“네네. 그러니까요.”
“좋다. 잘 듣거라.”
그때부터 길고 긴 노인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이해할 수도 알아들을 수도 없는 설명들.
그 설명들이 끝났을 때 동방수는 마치 기억이 삭제된 것 같은 기분마저 느꼈다.
‘내가 뭘 들은 거지? 한참 말씀하신 것 같은데.’
노인 특유의 능력인 심령전어로 전달한 내용이었다.
심령전어란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를 원하는 상대의 뇌리에 때려 넣을 수 있는 방법이었다.
보통 직전제자나 후예들에게 비기를 전수할 때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했다.
일순간에 마치 인사이더의 랩 속도보다 100배는 빠른 속도로 내용을 전달했다.
상대가 동방수였기에 견뎠지, 보통 사람이었으면 뇌가 터져 나갈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후우. 할아버지. 전.혀. 이해가 안 되는데요.”
이해될 리가 없었다.
일반적인 컴퓨터 사용도 어려울 판국에 프로그래밍은 멀고도 먼 얘기였다.
“이해하지 못해도 되느니라.”
“네?”
“우리에게는 최고의 방법이 있지 않으냐?”
“…설마 암기는 아니겠죠?”
“역시 잘 파악했구나. 바로 그거니라! 이제부터 이 내용을 어떻게 사용할지 하나하나 정성껏 설명해 주도록 하마.”
“잠시만요.”
그냥 배울 수도 있었지만, 되도록 목적을 알고 싶었다.
“궁금한 게 있으면 얼마든지 묻도록 하거라.”
“이거 진짜 작동하는 프로그램 맞죠?”
프로그램에 대해 아는 것은 전혀 없었지만,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잘은 몰라도 고사양 게임 프로그램이라도 이 분량에 100분의 1도 안 될 거야.’
길어도 너~무 길었다.
“물론이다. 그것도 네 시대와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이다.”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이게 가능하다고요?”
“물론 보통의 방법으론 불가능하지. 그 부분은 수련이 끝나면 알려 주도록 하마.”
“그래도 대강은 알아야 배울 마음이 생기지 않겠어요.”
“허허허. 네 인생을 바꿔 줄 프로그램이란 것만 알면 된단다.”
“전 컴퓨터를 살 돈이 없는데요?”
“그 정도는 충분히 해결할 능력이 있을 것이니라. 그리고 생각보다 좋은 컴퓨터는 필요 없느니라.”
적당히 말을 정리한 노인은 동방수에게 다시 한번 주입식 교육을 시작했다.
그때부터 동방수의 또 다른 고난이 시작되었다.
길고도 긴 프로그램 언어를 듣고 또 듣고 또 들었다.
그 후에는 확인과 또 다른 확인이 이어졌다.
“다시!”
“다시!”
“다시!”
“…….”
얼마나 많은 반복을 했는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도무지 불가능할 것 같은 분량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외우는 데는 무공을 배우는 것만큼 아니,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했다.
“자, 한번 읊어 보거라.”
“#include 〈stdio.h〉…….”
단순한 글자의 나열처럼 보이는 프로그래밍이었다.
그저 외우고 또 외웠기에 저것들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273,514행에서 a를 e로 발음했더구나. 그 부분 빼곤 다 맞았다. 이제 몇 번 더 반복해 보자꾸나.”
동방수는 마치 기계가 된 듯 외우고 또 외웠다.
누적해서 반복 학습을 해 대는 통에 그제야 조금 머리에 들어온 듯했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른 후.
“이제 확실히 다 외웠구나. 하나라도 틀리면 작동되지 않으니 꼭 기억해 두어야 하느니라.”
“네네. 고생하셨어요. 정말 감사합니다.”
언제나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게 해 주는 이곳에서조차 다크서클이 생길 지경이었다.
“서운해하지 말거라. 넌 세상에 다시 없을 기연을 만난 것이니.”
‘그 기연 참 기구합니다.’
서로 다른 곳을 보는 두 사람이었다.
* * *
“도대체 이 프로그램을 어디다 쓰는 거지?”
그렇게 열심히 외우고 익혔지만, 끝내 노인은 이 프로그램의 정체에 대해 말해 주지 않았다.
이렇게 좋은 컴퓨터를 구입한 것도 혹시 모를 사양의 모자람 때문이지 그것 외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어찌 됐든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만들어는 봐야지.”
그곳에서 배운 다른 재주는 당장 써먹기에는 불편한 것들이 많았다.
그나마 바로 써먹은 게 무공이었지만, 언제까지 이 무공으로 먹고살 생각은 없었다.
“괜히 우리 나 여사 걱정만 시키지.”
대대 단위의 적이 몰려와도 때려잡을 자신이 있었지만, 그걸 알고 있는 사람은 동방수 외에 아무도 없었다.
동방수는 가지고 온 부품들을 늘어놓았다.
조립이라는 것이 복잡해 보이긴 했지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사실 지금 하는 조립 과정도 노인을 통해 여러 차례 배워 둔 상태였다.
“진짜 희한하단 말이야.”
한 번씩 노인에 대해 떠올릴 때마다 의문투성이였다.
“쩝……. 그래 봐야 알 방법이 없지.”
잠시 고민해 봤지만, 언제나처럼 바로 포기하고 하는 일에 집중했다.
동방수가 조립해 주려는 서운영을 말리고 혼자 왔던 것은 추가로 해야만 하는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으로 컴퓨터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선 각 부품의 성능이 좋아야 한다.
하지만 형편없어 보이는 부품이라도 숫자만 많다면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것이 슈퍼컴퓨터의 원리이기도 하다.
실제로 슈퍼컴퓨터에 사용되는 부품들은 병렬로 수만에서 수백 만개가 연결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그건 무리지.”
그렇게 많은 부품은 둘 장소도 없으려니와 살 돈도 없었다.
그랬기에 노인이 동방수에게 가르쳐 준 것은 시간과 관련된 술법이었다.
“일단 강화부터 하고.”
당장 추가로 살 돈도 없지만, 컴퓨터에 돈을 많이 쓰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기 위해선 절대 망가지지 않을 내구성이 필요했다.
동방수의 손이 기이하게 움직이며 밝은 빛을 뿜어냈다.
“이건 할 때마다 짜증 난단 말이야.”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과 함께 묘한 기운이 손끝을 나가 부품에 스며들었다.
땅땅!
적당히 강화를 마치고 부품을 손가락으로 튕겨 보았다.
확실히 제대로 먹혔는지 어떤 이상도 없었다.
“이 정도면 총알을 맞아도 버티겠군. 크크.”
간단한 딱밤이었지만, 황필현을 두들겨 팰 때보다 더욱 강한 위력이었다.
부품을 강화한 후 동방수는 또 다른 술법을 사용했다.
바로 시간을 조절하는 술법이었다.
세상 전체에 영향을 미칠 역량은 되지 않았지만, 부품 하나하나에는 얼마든지 적용할 수 있었다.
“최대가 1,000배 정도인가?”
각각의 부품들의 능력은 유지하되 시간을 1,000배까지 가속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1초에 열 개의 숫자를 읽을 수 있는 속도를 지닌 컴퓨터가 있다고 해 보자.
그런 컴퓨터에 이 술법을 최대한으로 걸면 1초에 10,000개의 숫자를 읽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단점은 속도 자체가 빨라진 것이 아니고, 1초를 사용해도 16분 이상을 사용한 것과 같기에 제품의 수명이 극도로 짧아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단점조차도 커버할 수 있는 것이 동방수의 술법이었다.
다름 아닌 처음에 걸어 주었던 강화 술법.
어떤 물건이 손상되는 것은 보통 산화되거나 마모되는 현상인데.
그런 것들을 처음부터 막아 버린 것이다.
“좋아. 이제 조립하면 되겠군.”
각각의 소켓에 맞게 부품들을 끼우고, 기본 프로그램을 깔았다.
얼마나 많은 반복을 했던 일인지 마치 병장이 총기를 분해 조립하듯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역시 교육은 주입식 암기 교육이 최고지. 크크크.”
배울 때 조금 괴롭긴 하지만 가장 효과적인 방법임을 부인할 순 없다.
간혹 주입식 암기 교육의 효과를 무조건 부인하고 창의력만을 맹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창의력도 무언가 든 게 있어야 나오지 않겠는가.
“어찌 됐든 첫 단추는 끼운 건가?”
적당히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실행해 보니 미친 성능의 컴퓨터가 동방수를 반겼다.
2천만 원에 이르는 고사양의 컴퓨터.
그 컴퓨터가 1,000배에 달하는 속도로 작동한다.
“미쳤네. 미쳤어. 이걸로 게임 하면 지고 싶어도 못 지겠는데.”
당연히 그럴 일은 없겠지만, 문득 한 번도 안 해 본 게임이 하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놀라운 기능을 보여 주는 피시였다.
“준비됐으니 시작해 볼까?”
가장 보편화된 컴퓨터 프로그래밍 중 하나인 D++을 설치한 동방수의 손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닥!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화면을 채워 가는 문자들의 향연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가자! 가자!’
궁금증 해결을 위해 달리고 또 달리는 동방수였다.
* * *
나선미는 며칠 전에 집을 나간 동방수로 인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 녀석이 뭘 하려고 그러는 거지?”
죽을 고비를 넘겨서인지 사람이 완전히 달라졌다.
느닷없이 GK 그룹의 회장 비서가 나타나지 않나.
고성표 회장에게 돈을 빌려 와 집의 빚을 다 처분해 주질 않나.
처음에는 무슨 일인가 싶었다.
하지만 곧 삶에 대한 희망이 싹텄다.
얼마를 벌든 대출 이자로 나가던 돈들이 이제는 버는 족족 저금으로 들어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집에서 놀고 있던 동방수.
은연중에 불만을 내비쳤는지 동방수는 미처 말릴 새도 없이 집을 나가 버렸다.
그리고 지금 일주일째 전화도 받지 않고 있었다.
“현지에게 물어봐야 하나?”
지금 동방수가 있는 곳을 알고 있을 만한 사람은 박현지밖에 없었다.
나선미는 조금 미안하고 부담되긴 했지만, 큰맘 먹고 전화기를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