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55
55화 조만간 또 봅시다!
데니토프의 마지막 생각이었다.
무릎이 턱에 꽂히는 순간, 데니토프의 눈이 감기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텅!
그와 함께 달려든 주심이 동방수를 가로막으며 양손을 휘저었다.
땡땡땡!
– 경기 끝납니다! 동방수 선수! 연속적인 니 킥으로 러시아의 괴물 데니토프를 실신시켜 버렸습니다!
– 이번 경기는 좀 길게 끌고 갈 것 같더니 여지없이 1라운드에 끝내 버리는군요. 정말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선수입니다! 1라운드 4분 23초 만에 니 킥으로 인한 실신 KO승을 따내는 동방수!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
지금까지 환호와는 결이 다른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동방수!
동방수!
동방수!
여유 있게 손을 올리며 승리를 만끽하는 동방수를 향한 관중들의 콜이 이어졌다.
“선미 씨……. 봤어? 봤냐고! 수가 저렇게 싸움을 잘하는구먼. 하하하하.”
“주원 씨. 진짜 내 아들이 잘하긴 하나 봐요.”
나선미는 두 눈으로 보고서도 어안이 벙벙했다.
“그래. 그래. 진짜 대단해. 선미 씨가 정말 잘 키웠네.”
억지로 시간을 빼서 몰래 찾아왔던 두 사람이 격하게 기뻐했다.
관중들의 흥분만큼이나 기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동방수가 이전 두 경기에서 엄청난 경기력을 보여 주긴 했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미들급의 괴물 중 하나인 데니토프였다.
챔피언인 최광섭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고 랭킹만큼이나 강한 상대였다.
설마 그를 상대로도 이렇게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여 줄 줄이야.
언더독이란 전문가들의 평가가 완전 틀렸다.
“역시 전문가 놈들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도대체 그 전문가라는 놈들 한번 보고 싶다. 어째 한 번을 못 맞추냐?”
“그놈들은 고장 난 시계 같은 놈들이야. 하루에 딱 두 번만 맞지. 크크크.”
경기 시작 전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얼굴로 승리를 자축하는 동방수.
어느새 옥타곤에 난입한 진상태가 그런 동방수를 무등 태우고 옥타곤을 돌고 있었다.
– 하하하. 진상태 관장이 많이 흥분한 것 같네요.
– 아마 짐을 차린 후 가장 높은 랭킹일 겁니다. 데니토프가 랭킹 1위였으니 이제 남은 사람은 챔피언밖에 없죠?
– 그러게요. 다음 경기는 타이틀전이 되겠군요.
장내 아나운서가 동방수에게 다가갔다.
“동방수 선수, 고작 3전 만에 랭킹 1위를 압도적으로 물리치셨습니다. 지금 기분이 어떠신가요?”
“딱히 특별할 것도 없네요. 저희 관장님은 많이 흥분하신 것 같은데. 저는 사실 무덤덤합니다. 제가 미리 말씀드렸잖아요. 뚜까팰 거라고.”
우와와와와와!
답변에 걸맞은 담담한 표정에 관객들의 환호가 터져 나왔다.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아 더 무섭네요. 어려웠던 점은 없으셨나요?”
“딱히 어려웠던 점은 없는데, 팬분들에게 죄송한 부분은 좀 있네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나운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큰돈 내고 오시는데, 가능하면 경기를 길게 가져가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생각보다 데니스? 아무튼 상대의 맷집이 너무 약해서 많은 걸 못 보여 드린 게 죄송하네요.”
“하하하. 재미있는 말씀이네요. 맷집이 약해서 1라운드라. 정말 대단합니다. 아마 팬들은 동방수 선수의 경기력에 충분히 만족했을 것 같네요. 그렇죠?”
네에!
“그렇답니다. 이걸 묻지 않을 수가 없네요. 앞으로의 계획이 어떻게 되십니까?”
“뭐 별거 있겠습니까? 일단 격투기를 시작했으니 정상은 한번 찍어 봐야죠?”
마치 맡겨 놓은 벨트를 찾겠다는 듯한 담담한 말투였다.
“아! 그럼 다음 상대는 미들급 최강자라 불리는 최광섭 선수겠군요.”
“최강자요? 누가요?”
“네. 현재 15차 방어까지 성공한 명실상부한 미들급 최강자 아니겠습니까?”
“에이. 그건 아니죠.”
동방수가 가볍게 툭 하고 내뱉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신지.”
“그렇잖아요. 고작 U1에서 방어전 좀 했다고 최강자는 무슨. 고작해야 골목대장이나 되려나? 그것도 아직 절 못 만나서 그런 거죠. 안 그래요?”
패기 넘치는 동방수의 말에 관중들이 환호했다.
어찌 보면 건방진 말이었지만, 크게 틀린 말은 아니었다.
U1이 한국 최대의 격투 단체라고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보면 변방의 작은 단체에 불과했다.
WFC로 넘어가는 파이터도 거의 없었지만, 어쩌다 넘어간 파이터들도 상위 랭킹을 차지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동방수의 말에 크게 불쾌할 인물이 두 명이나 있었다.
다름 아닌 U1의 대표인 윤성원과 미들급 챔피언인 최광섭이었다.
‘저… 저 미친놈이 지금 뭐라고 씨불이는 거야? 진짜 죽고 싶나!’
최광섭은 21번의 경기를 모두 KO로 이긴 미들급의 절대 강자였다.
윤성원에게 은혜를 갚는다며 U1에 머물러 있었지만, 실력만은 WFC에 내놔도 상위권에 갈 거란 말이 자자했다.
그런 최광섭 입장에선 고작 3전밖에 치르지 않은 꼬마가 자신을 도발하고 있으니 참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 마침 저쪽에 윤 대표님이 계시네요. 윤 대표님, 다음 경기는 언제 하면 좋겠습니까? 최강인지 뭔지 한번 겨뤄 보게 해 주시죠.”
때마침 윤성원을 발견한 동방수가 도발적으로 말을 걸었다.
VIP석에 앉아 있던 윤성원의 표정이 썩어들어 갔다.
‘저놈이 건방지게.’
동방수를 노예로 만들기 위해 조금 무리한 파이트머니를 지급하면서까지 데니토프를 불러들였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외였다.
당연히 이기리라고 생각했던 놈이 어이없이 패배하며, 동방수의 주가만 올려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번 계약으로 인해 나갈 돈을 생각하면 끔찍한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어이없이 도발을 당한 것이었다.
눈치 없는 스태프가 윤성원에게 마이크를 전달했다.
와와와와와와!
“하하하. 우선 축하 인사부터 드려야겠군요. 동방수 선수,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그래도 대표답게 공적인 자리에서 동방수에게 예의 차리는 것은 잊지 않았다.
“딱히 대단한 일도 아닌데요, 뭐. 어쨌든 답변이나 주시죠.”
얼른 윤성원으로부터 대외적으로 확답을 받으려는 것이었다.
“흠흠. 최광섭 선수는 우리 U1을 대표하는 선수입니다. 그런 선수의 시합을 결정하는 데…….”
“에이. 왜 이렇게 혀가 기실까? 그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최광섭 선수 아니에요? 직접 대답하게 하시죠.”
동방수는 얼굴이 붉어진 두 사람을 도발하며 생글거리고 있었다.
‘이… 익! 저놈이.’
그렇다고 단번에 승낙하기에는 데니토프를 걸레로 만든 동방수의 경기력이 마음에 걸렸다.
탁!
최광섭은 윤성원이 들고 있던 마이크를 뺏어 들었다.
보통 때라면 윤성원의 뜻을 존중해 줬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파이터로서의 자존심을 내세울 때였다.
“너. 목 씻고 기다려라! 다음 시합에서 반쯤 죽여 주지.”
우와와와와!
관객들로선 환호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들급의 새로운 강자인 동방수와 동양인 최강이라 불리는 최광섭.
그들의 시합이 잠정적으로 결정된 것이었다.
‘이놈도 말을 안 듣네.’
윤성원은 지금의 상황이 상당히 골치 아팠다.
그렇다고 이 매치에서 빠질 수는 없었다.
“흠흠. 자세한 건 대화를 더 나눠 봐야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석 달 안에는 두 사람의 시합이 열리는 쪽으로 추진하겠습니다.”
사업가답게 매끄러운 혀 놀림이었다.
하지만 동방수는 윤성원이 파 놓은 함정을 눈치챘다.
‘무슨 특별한 일을 만드시려고? 크크. 맘대로는 안 되지.’
격투 선수에게는 언제나 특별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갑작스러운 부상이라든가 부상 같은 것 말이다.
“특별한 일이 안 일어나면 좋겠네요. 부상 핑계 대고 시합 미루는 거 진짜 극혐이거든요.”
“그…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붙고 싶지만, 그쪽 보니 살을 좀 빼긴 해야겠네요. 그 몸으로 움직이기나 하겠어요?”
“이익!”
다시 한번 동방수의 도발에 반응하려는 최광섭을 말리는 윤성원.
‘넌 다음에 두고 보자.’
계속 있어 봐야 좋을 게 없다고 판단한 윤성원은 최광섭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와! 상남자네. 상남자야. 지금이라도 붙고 싶다니. 크크.”
“생각해 보면 못 할 것도 없지. 한 대도 안 맞고, 1라운드에 끝났잖아.”
“동방수 뽀송한 거 보소. 일광욕하고 온 줄 알겠다.”
“동방수 굿!”
관객들은 과감한 동방수에게 다시 한번 연호했다.
“잘 가시고, 조만간 또 봅시다!”
동방수의 인사에 윤성원은 그저 이를 갈 따름이었다.
* * *
동방수가 시합을 준비하고 끝내는 동안 더 가드는 경호를 위한 전반적인 준비를 끝내고 제대로 운영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한 부분이 있었지만, 서운영이 나서서 조금씩 조율하자 점차 익숙해져 갔다.
“후우. 이제야 자릴 좀 잡겠네.”
지난 한 달간 서운영을 뺀 모든 경호원이 한 차례 이상 현장에 나서서 업무를 수행했다.
경호라는 것이 실제 사건이 벌어지기 전까진 대부분 따라다니기만 하면 되는 일이었기에 문제가 생길 것은 없었다.
“사장님. 내일은 별일 없나요?”
“어, 다행히 별일 없다.”
김각필의 물음에 가볍게 대답하는 서운영.
어느새 사장이라는 말에 적응했는지 호칭에 익숙한 모습이었다.
“근데 연예인들은 좀 예쁘냐?”
“예쁘긴요. 전 아직 남자만 맡았는데 뭘 알겠어요.”
“하하하. 그랬어? 다음에는 내가 신경 좀 써야겠네.”
“맞아요. 신경 써 주세요. 덩치도 나만 한 놈들이 무슨 경호가 필요하다고 쩝…….”
지금까지 두 차례 경호를 나갔지만, 일대일로 붙어도 만만치 않을 것 같은 거구들만 상대한 김각필이었다.
그때 서운영의 전화가 울렸다.
“네! 실장님!”
– 여유 인력 괜찮습니까?
“하하하. 물론입니다. 몇 명이나 필요하신데요?”
– 실력 괜찮고, 외모 깔끔한 친구들로 두 명이요. 내일 가능합니까?
“그럼요. 가장 깔끔한 친구들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시간이랑 장소는 문자로 주시고요.”
– 네. 그럼 고생하십쇼.
“네! 들어가세요!”
전화를 끊은 서운영이 기분 좋게 웃었다.
“사장님. 누군데요?”
“누구긴 누구겠어. 박 실장이지.”
“아니. 박 실장 말고. 배우가 누구냐고요.”
“아, 그걸 안 물어봤네. 잠깐.”
우우웅!
때맞춰 문자가 왔다.
“어? 차… 차예리?”
“차예리라고요! 설마 국민 여동생 차예리?”
“국민 여동생은 인마! 너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데.”
서운영이 핀잔을 줬지만, 김각필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오 예스! 드디어! 내가! 차예리 여신을 만나는구나!”
“야야! 아직 누구 보낼지 정하지도 않았는데 왜 그리 흥분해!”
김각필은 어느 모로 보나 깔끔하고 잘생겼다고 보기 어려운 외모였다.
남자답다면 모를까.
고객 측에서 요구한 조건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는 것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김각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사… 사장님! 아니! 형님!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은 못 들어줍니까? 제가 차예리 때문에 그동안 얼마나 많은 휴지……. 가 아니라 아무튼! 제 최애 배우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저를 보내 주시죠!”
중간에 뭔가 이상한 말이 있었던 것 같지만 결론은 좋아하니까 보내 달라는 말.
“경호원이라는 놈이 어디 개인감정을 내세우고 그래! 네가 그런 말 하니까 더 못 보내겠다. 가만있어 보자, 깔끔한 외모라면…….”
“형님!”
“아, 또 왜! 할 일 없으면 가서 운동이나 해. 괜히 형님 오셔서 개 맞듯 맞지 말고.”
“수염을 밀겠습니다!”
“뭐?”
서운영이 입을 벌리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