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54
54화 경기는 괜히 해가지고
무려 2만 석의 티켓이 순식간에 팔려 나감으로써 동방수의 인기를 실감하게 했다.
게다가 PPV 또한 U1 입장에서는 이례적으로 많은 수량인 9만 개나 팔려 나갔다.
– U1-87 메인 이벤트! 미들급 랭킹 1위 데니토프 크로니 대 동방수의 경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땡땡땡!!
공이 울림과 동시에 두 선수가 중앙으로 뛰어 들어갔다.
빠아아악!
– 처음부터 엄청난 킥이 작렬합니다. 동방수. 오늘도 지난 경기와 마찬가지로 미들 킥. 아니 돌려차기로 경기의 포문을 엽니다. 동시에 통나무 같은 데니토프의 무릎이 살짝 꺾입니다.
– 정말 엄청난 선수네요. 보통 한국 선수들이 외국 선수를 보면 살짝 기가 죽고 그러거든요. 그런데 동방수 선수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지금은 또 뭡니까? 무릎을 굽힌 데니토프에게 손가락으로 도발하고 있어요.
해설자의 말처럼 동방수는 데니토프를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까닥거리고 있었다.
‘이… 이 미친놈이. 감히!’
철갑처럼 두른 근육이었다.
지금까지 수많은 경기를 하는 중에도 단 한 번도 뚫리지 않은.
하지만 지금의 공격은 그 수준이 아니었다.
마치 근육을 뚫고 뼈를 직접 가격한 듯한 강력한 공격.
상대가 동양인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 아! 데니토프, 한 대 맞았지만, 이대로 끝날 선수는 아니죠?
– 네, 옳은 말씀이긴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모릅니다. 만약 동방수가 그대로 공격을 이어 갔다면 순식간에 끝났을지도 몰라요. 동방수 선수, 지금의 여유가 독이 되지 말아야 할 텐데요.
우려와 기대가 가득 담긴 해설자의 말에 시청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반면 한 대 맞은 데니토프의 머리는 복잡해질 대로 복잡해져 있었다.
‘이게 고작 84킬로그램의 킥이라고?’
어제 인터뷰에서 발린 이후 몸을 불리며 끊임없이 동방수의 경기를 되감아 봤다.
압도적인 퍼포먼스였지만, 연약한 동양인을 상대로 한 것이기에 가능한 것이라 판단했다.
그런데 직접 상대해 보니 전혀 아니었다.
지금의 파워는 적어도 헤비급과 스파링할 때나 느꼈던 힘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강한 것 같기도 하군.’
84킬로그램으로 계체를 통과한 데니토프의 현재 몸무게는 98킬로그램.
동방수보다 무려 14킬로그램이나 더 무거웠다.
급격한 증량으로 인해 스피드가 조금 떨어지긴 했지만, 압도적인 힘이 있었기에 문제는 없었다.
마음을 다잡은 데니토프는 자세를 잡고 태클을 시도했다.
빠아아아악!
자세를 낮춘 만큼 허리가 아닌 왼팔 상박에 꽂힌 미들 킥.
‘큭! 될 것 같냐!’
상당한 타격이긴 했으나 그럭저럭 버틸 만했다.
– 다시 한번 강력한 미들 킥이 꽂힙니다. 아! 역시 데니토프 선수 터프하네요. 그대로 밀고 나옵니다.
– 분명히 제대로 들어갔거든요. 저 선수도 괴물은 괴물이에요. 태클! 어이없이 빗나가네요. 동방수, 빠른 스텝으로 데니토프의 태클을 피해 냅니다.
‘안 되지, 안 돼. 어딜 감히 내 몸에 손을 대려고.’
동방수가 이번 경기에 잡은 콘셉트는 그 유명한 무하마드 알리의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였다.
즉, 한 대도 맞지 않고, 때리기만 하다 끝낼 생각이었다.
사실 첫 공격에 다리를 못 쓰게 할 수도 있었겠지만, 최대한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스토리가 있는 경기가 좋았다.
‘가자! 좀비 퇴출!’
태클을 걸어온 데니토프의 옆으로 돌아간 동방수가 옆구리에 훅을 꽂아 넣었다.
퍽!
“컥!”
엄청난 충격에 순간 마우스피스를 뱉을 뻔한 데니토프였지만, 억지로 버텨 냈다.
– 아! 동방수, 회피 후 바로 효과적인 타격을 가합니다.
– 이번에는 태클 디펜스가 더욱 좋았어요. 저렇게 들어오면 막는 게 쉽지 않거든요.
– 흡사 스페인의 투우를 보는 듯한 장면이었습니다.
– 데니토프, 좀처럼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무간계에서 셀 수 없이 많은 실전을 겪으며 전투에서 있을 만한 거의 모든 상황을 경험한 동방수였다.
데니토프의 공격은 옥타곤 안에서는 제법 쓸 만한 움직임이었지만, 모든 면에서 동방수를 곤란하게 하긴 힘들었다.
– 데니토프, 다시 태클! 동방수, 이번에는 안면 공격!
뻐억!
두 번의 킥과 두 번의 펀치.
가볍게 쏘아 낸 공격이었지만, 맞는 데니토프의 입장은 전혀 아니었다.
‘이… 이 새끼, 도대체 뭐로 때린 거야.’
뻔히 보고 맞았음에도 의심을 불러오는 강력한 공격.
흡사 쇠망치로 내리찍는 느낌이었다.
데니토프의 전적은 27전이 넘어간다.
그중에서 패배는 단 한 번의 실격패뿐.
그것을 제외하고는 실질적으로 패배가 없는 데니토프였다.
심지어는 다운도 잘 당하지 않는 강골인 데니토프가 고작 몇 번의 공격으로 휘청이고 있었다.
“수야! 잘한다! 좀 더 밀어붙여!”
“방심하지 말고!”
코치진이 해 줄 수 있는 얘기는 지극히 한정적이었다.
이미 충분히 잘하고 있는데, 무슨 말을 더 한단 말인가.
휘익!
태클이 통하지 않자 데니토프가 잽을 날려 왔다.
툭!
가볍게 그 손을 쳐낸 동방수가 이번에는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뻐억!
“커억!”
명치에 제대로 꽂히는 오른손 숏 펀치.
뻗는 구간이 길지 않았음에도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 아! 동방수. 자신보다 한참 큰 데니토프를 제대로 요리하고 있습니다.
– 지난 경기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네요.
– 아! 데니토프, 안 됩니다!
충격을 받은 데니토프가 동방수의 후두부를 가격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그에 놀란 해설진이 소리를 질렀지만.
가만히 맞아 줄 동방수가 아니었다.
휘익!
무릎을 굽혀 공격을 피해 낸 동방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고작 그 공격에 맞는다고 크게 다칠 리는 없겠지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다.
그때부터 동방수의 복싱이 시작되었다.
팡! 팡팡! 팡팡팡!
마치 연주하듯 뻗어 내는 동방수의 주먹이 가드를 피해 미꾸라지처럼 흘러 들어가 데니토프의 얼굴에 박혔다.
‘이… 이 자식이!’
누가 봐도 힘을 빼고 때리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아예 충격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데니토프는 제대로 된 반격도 하지 못한 채 대미지를 쌓아 가고 있었다.
– 동방수, 계속해서 충격을 적립하고 있습니다.
– 잽이라고 우습게 볼 게 아니죠. 동방수, 인생 한방주의인 줄 알았더니 지금 보니 저축왕입니다. 저축왕!
아재스러운 드립을 날리는 해설진의 말대로 동방수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팡! 팡팡!
간간이 반격해 오는 데니토프였지만, 동방수는 마치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 그 움직임을 가볍게 피해 내기 일쑤였다.
– 정말! 정말 대단합니다! 마치 차베스를 보는 듯하군요.
– 이 정도의 테크니션인 줄은 전혀 몰랐네요. 패링과 헤드 슬립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해 내고, 가볍게 정말 가볍게 잽을 날리고 있습니다.
– 하하하. 그 가벼운 공격마저도 데니토프에게는 버거운가 봅니다. 벌써 눈이 붓고, 코에서는 피가 나는군요. 저희 어릴 땐 코피가 나면 지는 거였는데, 데니토프도 이대로 질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에서 하는 경기여서 그런지 해설은 대놓고 편파적이었다.
대부분의 공격이 얼굴로 향했음에도 데니토프는 아직까진 정신이 있어 보였다.
‘죽인다! 내가 꼭 죽인다!’
다만 흥분으로 인해 아드레날린을 주체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상태였다.
잽을 무시한 채 안면 맷집을 믿고 미들 킥을 날렸다.
휘익!
하지만 동방수는 슬쩍 엉덩이를 뒤로 빼며 가볍게 공격을 피해 냈다.
그러고는 바로 역습!
퍽!
“큭!”
기분 탓인지 공격해 오는 동방수의 힘이 조금씩 가중되는 듯했다.
– 1라운드 아직 2분! 2분이나 남았습니다.
– 동방수, 전과 달리 전혀 급하지 않아요. 제대로 요리를 할 생각입니다.
– 아직도 보여 줄 게 많이 남은 것 같습니다! 동방수, 연타! 연타!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우와와와!
어찌 됐건 한국에서 열리는 경기였기에 데니토프는 악역일 수밖에 없었다.
관중의 환호에 신이 난 동방수의 움직임은 점점 더 가벼워져만 갔다.
‘그래도 이번 라운드에 끝내긴 아쉽잖아. 3개월이나 기다렸는데.’
이번 경기를 위해 많은 연기를 해 왔다.
매일같이 체육관에 가서 훈련을 하고, 춘래를 시켜 SNS에서도 나름 활발히 활동했다.
물론 좀 더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어찌 됐든 자신의 생활에 지장을 준 윤성원과 데니토프에게 제대로 한 방 먹이지 않을 수 없었다.
계속 맞으면서도 한 번씩 손과 팔을 뻗는 데니토프였지만.
퍼억! 퍼억!
오히려 카운터를 허용할 뿐이었다.
‘크…윽! 이… 이 자식…….’
데니토프는 처맞으면서도 지금의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았다.
고작 비리비리한 동양인 놈이 자신을 이렇게 두들겨 패고 있다니.
그에 따른 분노로 계속해서 들이대고 있지만, 이제는 견디기 힘들 정도로 강한 공격을 계속 허용하고 있었다.
빠악!
이번에 날아든 것은 하이 킥이었다.
살벌한 하이 킥이 관자놀이에 꽂히자 순간 정신이 나갔다 돌아왔다.
그나마도 동방수가 적당한 수준으로 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 안 되겠다.’
더 이상 밀어붙이는 건 포기했는지 데니토프는 뒤로 물러났다.
‘휴우.’
빠른 회피가 통한 건지 더 이상의 충격은 없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데니토프.
하지만 안심하기에는 지나치게 일렀다.
퍼억! 퍼억! 쩌어어억!
한달음에 달려든 동방수의 집요한 킥이 허벅지를 거쳐 옆구리, 그리고 다시 한번 종아리를 후려쳤다.
“끄윽…….”
– 킥! 킥! 킥! 동방수! 집요하게 킥을 날립니다. 이제 적당히 요리가 됐다고 판단한 걸까요? 데니토프, 꼼짝을 못 합니다.
– 데니토프의 허옇던 다리가 토마토처럼 붉어졌습니다. 물러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게 보일 지경이에요.
한눈에 봐도 부어오른 얼굴과 몸 여기저기 새겨진 타격의 흔적이 동방수의 힘을 보여 줬다.
‘벌써 겁먹으면 곤란하지.’
어느새 데니토프의 눈에는 공포가 자리 잡고 있었다.
고작 1억이 조금 넘는 돈으로 버텨 내기에는 동방수의 눈빛이 너무 매서웠다.
‘그… 그만하고 싶다.’
그렇다고 여기서 기권을 할 수도 없었다.
데니토프는 무거운 다리를 이끌며 뒤로 물러났고, 동방수는 그를 따라가며 연신 킥을 날려 댔다.
뻐억! 퍼억! 쩌억!
데니토프의 다리에 맺힌 피가 동방수의 발등에 붙었다 떨어지며 끔찍한 소리를 자아냈다.
그럴수록 관중들의 환호는 커져만 갔고, 데니토프의 발은 더욱더 무거워졌다.
‘X발……. 경기는 괜히 해 가지고.’
이렇게 강한 상대인 줄 알았으면 절대 붙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1라운드 만에 깨지기에는 지금까지 쌓아 온 커리어가 너무 아쉬웠다.
‘지도 인간인데 맞으면 쓰러지겠지.’
마음을 굳힌 데니토프의 눈에 독기가 서렸다.
지금은 닥치고 공격을 해야 한다.
안 되면 무게로 눌러서라도 어떻게라도 처리해야 한다.
결심을 굳힌 데니토프가 두 손을 허우적거리며 동방수에게 다가갔다.
클린치를 하기 위해서였다.
동방수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며 다가오는 손을 쳐 댔다.
내민 손 그대로 데니토프의 목덜미를 잡고 뺨 클린치에 들어갔다.
– 아! 동방수, 데니토프를 부여잡고, 니 킥 들어갑니다. 한 방! 두 방!
– 저게 뭔가요 데니토프 선수, 손가락으로 동방수의 눈을 찔러 들어갑니다. 추해요! 추해! 하지만 동방수, 가볍게 그 공격을 피해 내고, 다시 한번 니 킥!
1라운드가 1분 남은 시점에서 나온 데니토프의 반칙 시도에 동방수의 공격이 더욱 거칠어졌다.
빡! 빡! 빠―악!
계속되는 타격음과 함께 데니토프의 의식이 날아가고 있었다.
“끄으…억…….”
안면을 방어하던 데니토프의 손에서 힘이 빠지며 신음했다.
빠악!
다시 한번 턱에 꽂힌 동방수의 강렬한 니 킥.
‘아…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