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53
53화 양키고홈!
나선미는 지금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보통 서민이 집을 사는 것은 일생에 몇 번 있기 힘든 큰 이벤트였다.
그런데 동방수는 대강 집을 훑어보고는 바로 계약을 하려고 했다.
그런 아들을 보는 나선미의 심정이 좋을 리가 없었다.
“잠깐 어머니랑 대화 좀 나누고 올게요.”
다행히 동방수는 자신의 말을 들어 줄 분위기였다.
“아들. 너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어?”
“왜? 무슨 일 있어?”
“네가 돈이 어디 있다고 집을 산다고 해! 그것도 두 채씩이나!”
“아, 그게 걱정이었어? 에이~ 별걱정을 다 하네.”
나선미의 기분을 걱정했던 동방수는 곧 여유를 되찾고는 폰을 꺼냈다.
여전히 걱정 가득한 나선미의 표정을 뒤로한 채 몇 번의 터치를 한 후 나선미에게 화면을 보여 주었다.
“자, 엄마. 이것 좀 봐. 아들이 얼마나 돈이 많은지.”
“보긴 뭘……. 어머. 이게 뭐니? 수야. 너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 거야?”
화면에는 무려 30억이 넘는 돈이 찍혀 있었다.
동방수의 이름으로 된 여러 개의 계좌 중 가장 적은 돈이 들어 있는 계좌였다.
“무슨 짓은 무슨 짓. 엄마, 잘 들어 봐. 내가 몇 달 전에 파이트머니를 받았잖아. 그 돈으로 투자를 했는데…….”
동방수는 지난 몇 달간 일어난 일에 대해서 적당히 각색해서 들려주었다.
괜히 GK와의 계약까지 말해서 놀라게 하고 싶진 않았다.
결론은 권철안에게 빌려주고 남은 2억과 기타 비용으로 투자를 해서 대박을 쳤단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의구심 가득하던 나선미의 표정은 주식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 그랬구나. 엄마는 세상 물정도 모르고 그냥 집을 산다고 나서는 게…….”
“에이. 엄마가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어서 가서 계약하자고. 한 채는 엄마 이름으로, 한 채는 내 이름으로.”
“무슨 엄마 이름으로 해. 그냥 둘 다 네 이름으로 하는 게 낫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한편으론 뿌듯해 보이는 나선미였다.
어떻게 그렇지 않겠는가.
혼자 힘으로 고생고생해서 키운 아들이 단기간에 번듯하게 성공해서 집을 사 주겠다는데.
집이 생기는 것보단 아들의 성공이 더욱 기꺼웠다.
“1가구 2주택은 별로거든.”
“근데, 왜 두 채를 사? 한 채만 사서 같이 살면 되는 거 아니야?”
“아이고, 엄마. 아들도 슬슬 독립해야지. 내가 나이가 몇 갠데.”
아직 20대 초반에 불과했음에도 독립을 주장하는 동방수였다.
‘주원 씨 때문에 그러는구나.’
아들의 태도가 서운하면서도 대견한 나선미였다.
* * *
하루 만에 자잘한 일들을 끝낸 동방수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보통 큰일이 아니었지만, 어쩐지 무덤덤했다.
‘하긴 계속 들어오는 돈을 생각하면 이건 껌값이지.’
춘래와 적당히 조절하며 돈을 벌고 있었지만, 100억이 들어온 시점부터 돈은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동방수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는 동안 선수와 코치들이 인사를 건네왔다.
“수야. 오늘 계체 잘하고 와.”
“형이 같이 가 줘야 하는데 미안하다.”
시간이 흘러 계체일이 다가왔던 것이었다.
동방수는 서울에 마련된 계체장으로 이동했다.
계체장은 3전 따리가 메인 이벤터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자로 북적였다.
팡! 팡! 팡! 팡!
동방수가 들어서자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졌다.
‘내 이럴 줄 알고 선글라스를 끼고 왔지.’
춘래를 통해 간간이 SNS를 관리하고 있던 동방수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져만 가고 있었다.
남다른 피지컬과 근면·성실함.
그리고 홀어머니를 모신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까지.
흙수저 성공 스토리와 적절한 기사까지 더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중 어느 하나도 인기를 끌지 못할 요소가 없었다.
동방수에게 관심이 쏠려서인지 그의 상대인 데니토프 크로니가 인상을 쓰면서 들어왔다.
한눈에 보기에도 사이즈에서는 동방수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야. 이건 그냥 봐도 약쟁이네.’
한껏 솟은 혈관과 지나치게 두드러진 가슴을 볼 때 분명 정상적인 상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감량은 제대로 했는지 지방은 한 꺼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동방수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약쟁이든 뭐든 달라질 건 없지. 그저 좀 더 맞냐. 좀 덜 맞냐의 차이일 뿐.’
격투에서 힘과 사이즈가 중요한 것은 분명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 정도의 차이에서나 유의미했다.
동방수 정도의 압도적인 실력이 있다면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앞선 카드들의 계체가 끝나고 마침내 동방수와 데니토프의 차례가 되었다.
다행히 두 사람 모두 깔끔하게 계체를 통과했다.
차이가 있다면 동방수는 옷을 입은 채, 데니토프는 거미줄같이 얇은 팬티 한 장만 걸쳤다는 것이었다.
“U1-87 메인 이벤트인 동방수 선수와 데니토프 크로니 선수의 인터뷰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구경꾼들이 크게 소리를 지르며 두 사람을 환영했다.
“제가 듣기로 이번에 동방수 선수가 이를 갈고 훈련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딱히 이를 갈았다기보단 지난 두 경기에서 너무 성의가 없었던 것 같아 성실히 준비하긴 했습니다.”
“그건 데니토프 선수가 그만큼 위협적이어서인가요?”
“전혀 그런 건 아닙니다. 그저 팬들에게 성실한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었을 뿐이죠.”
“특별히 힘들었던 점은 없으시고요?”
“왜 없었겠어요.”
“그게 뭔지 물어봐도 될까요?”
“그냥 아무 때나 붙어도 되는데 기다리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습니다. 상대도 안 되는 사람이랑 대결하는 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건지 원.”
하하하하하.
신인답지 않게 여유 있는 동방수의 모습에 사방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패기 넘치시는 분이네요. 특별히 데니토프 선수를 상대할 만한 전략에 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전략이라. 글쎄요? 지난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딱히 전략은 없어요. 그냥 뚜까팰 생각이라서요. 철안이 형에게는 좀 죄송하지만, 그분이 많이 약하셨거든요. 황필현 선수야 진짜 약을 했지만요. 아, 이름을 말하면 안 되나? 아무튼 이번에도 딱히 달라질 건 없을 것 같아요. 외국인이냐, 한국인이냐만 다를 뿐.”
아하하하하하!
황필현에 대한 발언이 터지자 기자 회견장에 웃음이 터졌다.
윤성원의 표정이 살짝 굳었고, 통역을 들은 데니토프는 당장이라도 달려들 듯 동방수를 노려봤다.
‘뭐, 이 새끼야. 노려보면 어쩔 건데.’
“좋습니다. 그럼 데니토프 선수에게도 질문을 던져야겠군요. 동방수 선수는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뭐 따로 준비하신 게 있을까요?”
“놉!”
마이크를 잡은 데니토프는 강력하게 한마디 했다.
“전혀 없다고요? 동방수 선수가 경험은 적지만 절대 우습게 볼 선수가 아닌데요.”
“I’ll kill you that night. (넌 그 밤에 죽을 거야.)”
마치 예언이라도 하듯 강하게 내뱉은 데니토프가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얼마나 많은 주의를 들었는지 모른다.
‘화를 가라앉혀야 한다. 죽이는 건 경기장이면 충분하다.’
마음 같아선 경기고 뭐고 깽판을 놓고 싶었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이기면 받게 될 돈이 무려 600만 루블이었다.
한국 돈으로 1억이 훌쩍 넘는 돈.
지금까지 많은 시합이 있었지만, 1억이 넘는 돈을 받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랬기에 데니토프는 성격에 맞지 않게 화를 찍어누를 수 있었다.
“저 인간은 여전히 예의가 없네.”
“몸을 보니 당기는 동작을 많이 준비한 것 같은데?”
“결국 그라운드인가?”
기자들이 웅성대자 데니토프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살인이라도 저지를 듯 살기를 줄기줄기 흘려 대는 눈.
움찔!
‘하여간 불곰국 새끼들은 죄다 미친놈들이라니까.’
‘저런 놈이 어쩌다 양지로 나왔냐? 그냥 음지에 있지.’
실력도 실력이었지만 데니토프에 관한 안 좋은 얘기들이 많았다.
그런 이유로 오랫동안 시합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윤성원이 다시 그를 양지로 불러들인 것이다.
“할 말 있으면 나한테 해. 계집애처럼 쫑알대지 말고!”
버럭 소리를 지르는 데니토프.
욕설이 잔뜩 들어간 말을 통역이 알아서 순화해서 전달했다.
“‘파이터 킹’의 박현숩니다. 상대를 무조건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는 알겠습니다. 그런데 특별한 전략이 없는 것 같은데, 동방수 선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다.”
통역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데니토프.
잠시 정적이 흐른 후 돌연 데니토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놈 경기는 잘 봤지. 하는 꼴을 보니 무슨 광대처럼 놀더군.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려고 아등바등. 제법 인기가 많은 것 같은데 실력은 글쎄다. 어차피 저놈은 고작 두 번을 이겼을 뿐이야. 패배자에게 돈을 바쳐 산 인기에 불과하지. 그 실력이라는 게 얼마나 거품인지 이번 경기에서 알게 될 거야. 선배로서 아주 쓴 맛을 보여 주지. 그리고 다음에는 벨트야. 어차피 이번은 통과의례니까.”
눈은 가만히 있고, 입꼬리는 올라간 데니토프의 표정이 기묘해 보였다.
‘러시아 놈이 알면 뭘 안다고 저렇게 떠벌리지?’
‘재수 없는 놈. 딱 봐도 약물이구먼.’
‘도대체 도핑 검사를 어떻게 하는 거야?’
데니토프의 말을 다 들은 동방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마이크를 들었다.
“이야. 통역이 참 애씁니다, 애써. 온갖 욕설로 도배된 말이 이렇게 깔끔하게 들리다니. 수당은 제대로 챙겨 줘야겠어요.”
푸하하하하하하.
“뭐 어찌 됐든, 데니슨지 뭔지 하는 놈의 말은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인기가 있는 게 잘못인가요?”
“데니스가 아니라 데니토프입니다.”
“자위나 딸X이나 그게 그거죠.”
큭큭큭.
드물게 나오는 자극적인 언사에 기자들이 웃음을 참지 못했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인기가 있는 게 전혀 잘못은 아니잖아요. 다 먹고살자고 하는 짓인데. 내가 광대라면 너도 광대란 걸 알아야지. 철안이 형은 상황이 그래서 내가 돈 좀 빌려줬는데, 넌 치료비 100원도 못 줘. 한국에서 100원도 못 벌어 갈 줄 알라고. 알았어? 양키 고 홈!”
푸하하하하!
동방수의 과감한 도발에 몇몇 기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데니토프의 말에 식은땀을 흘리던 통역사는 더욱 많은 땀을 흘리며 포장에 힘쓰고 있었다.
“간단히 얘기할게. 윤성원 대표랑 무슨 얘길 어떻게 했는지 몰라도 절대 그 뜻대론 안 될 거야. 내일 경기 때 보자고. 빠이!”
동방수는 할 말 다 했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계체장을 떴다.
“우아아아악!”
그제야 통역을 다 들은 데니토프가 미친 듯 발광했지만, 동방수에게는 남의 일이었다.
* * *
[U1-87 기자 회견, 동방수의 화려한 말발?] [걸어 나오는 동방수 뒤에 광분한 데니토프] [외국인 노동자 비하 발언에 몸살 앓는 동방수]└외국인인데 한국에서 돈 벌면 외국인 노동자 아니냐?
└맞는 말도 조심해서 해야 해요. 안 그럼 다 죽어.
└동방수 말 한번 시원하게 한다. 저 약쟁이 옛날부터 별로였는데.
└그래도 데니토프가 몸은 제대로 만들어 온 듯.
└동방수 근육이 진짜 실전 압축 근육이지.
└아! 저 근육에 파묻히고 싶다.
└넌 그냥 쓰레기장에나 파묻혀라.
└비누 줍지 마라. 큰일 난다.
기자 회견이 끝난 후 반응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별생각 없이 내뱉었던 동방수의 말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물론 여기에는 여론을 교묘하게 조장하는 춘래라는 인공 지능의 도움이 있었다.
그렇게 동방수에게 호의적인(?) 여론 속에서 드디어 U1-87 이벤트 당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