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in the back of the head and hit in the back of the head, life is a big hit RAW novel - Chapter 96
96화 그럼 그렇게 하든가
진씨 형제는 이미 한국으로 돌려보낸 상태였기에 활동에 별다른 제약은 없었다.
블랙은 동방수 앞에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하하. 역시 수! 경기 잘 봤어.”
“뭘 당연한 걸 가지고 그러세요.”
“아니야. 진짜 대단해. 이제 자네가 하려는 일을 막을 사람은 별로 없을 거야.”
동방수의 귓가에 ‘이제’라는 단어가 맴돌았다.
“응?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누가 뭐라고 했어요?”
“흠흠. 아니네. 그냥 다른 얘길 하세.”
블랙은 더 이상 그 주제에 대해선 말할 게 없다는 듯 딴소리를 했다.
하지만 동방수는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
“제대로 좀 얘기해 봐요.”
“흐음…….”
잠시 뜸을 들이던 블랙 데빌.
“그럼 내가 얘기를 해 줌세. 자네도 알다시피 이 바닥도 인종 차별이란 게 좀 있다네. 그러다 보니 자네의 실력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이들이 좀 있었지.”
“의구심이요?”
알렉산더와의 경기에서 상상을 초월한 펀치력을 보여 주지 않았는가?
그런데 무슨 의구심이란 말인가.
“알렉산더에게 날린 그 펀치는 정말 대단했지.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하지만 스포츠계에서 동양인의 입지는 꼭 그렇지만은 않아. 가벼운 체급 친구들 중엔 간혹 뛰어난 사람이 나오긴 한다만 위 체급에서는 워낙 드물거든.”
결국 자신이 동양인이라는 사실로 평가 절하되고 있었단 얘기였다.
“하아. 짜증 나네요. 어떤 놈이 그럽니까?”
“워낙 여러 사람이 그래서 딱히 누구라고 얘기할 수가 없구먼. 아무튼 이번 경기로 인해 그런 부분은 많이 줄어들었어. 그러니 더 이상은 신경 쓸 필요가 없네.”
블랙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지만, 어떤 식으로든 자신을 까 내린 자들을 그냥 두고 볼 생각은 없었다.
동방수는 춘래를 서둘러 불렀다.
– 춘래야. 어떤 놈이 주동자냐?
– 주동자라기보단 마스터를 가장 심하게 무시하는 선수가 한 명 있습니다.
– 그러니까 그게 누군데?
– 미들급 랭킹 3위인 로버트 테리입니다.
– 그래?
그렇다면 다음 상대는 정해진 것이었다!
“혹시 로버트 테리인가 하는 놈이에요?”
“하하. 자네도 SNS를 하긴 하는가 보군. 그런데 그 친구는 워낙 입이 더러우니 그러려니 하게. 챔피언인 칼을 제외하곤 그 친구의 리스펙트를 받는 사람은 없으니까.”
“됐고, 다음 시합은 그 사람으로 추진해 주세요. 이번엔 메인 이벤트도 가능하겠죠?”
“그 친구와 시합을 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걸릴걸세.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지 않나?”
“무슨 일이요?”
짐작 가는 바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하게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지난번에 말했던 것 기억하나?”
“뭐요? 인류 최강자인지 뭔지 찾는 거요?”
“역시 기억력이 좋군. 난 또 엘보에 머리를 찍혀서 기억 못 할 줄 알았지 뭔가. 하하하.”
블랙의 되지도 않는 농담에 동방수가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제대로 얘기해 봐요. 그게 뭐요?”
“어제 도노반이랑 얘기를 끝냈네.”
블랙은 도노반과의 대화를 차근차근 풀어서 얘기해 줬다.
정해진 프로그램의 제목은 ‘The Best’였다.
“그래요? 제가 MMA 대표로 나가는 건가요? 다른 쪽 대표들은 누군데요?”
“대표라고 할 것도 없네. 처음 생각과 달리 제대로 된 예선전을 치를 생각이거든.”
“네? 예선전이라고요? 그런 얘긴 없었잖아요.”
“자네 말대로네. 그런데 생각해 보니 형평성 논란이 일 것 같아서 말일세.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할 필요 없네. 난 자네가 우승할 거라고 믿으니까.”
사실 처음 프로그램을 구상했을 때만 해도 복싱, 킥복싱, 태권도, 유도, 주짓수 등의 격투 종목에서만 선수를 차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회의하는 과정에서 일을 더 크게 벌이게 되었다.
그렇다고 해서 동방수가 걱정할 만한 것은 없었다.
– 오히려 재미있겠는데?
– 총상금이 1억 달러라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참가할 것 같습니다.
– 준비도 시간이 제법 걸리겠네.
– 실질적으로 방송이 진행되려면 적어도 3개월의 시간은 필요할 듯 보입니다.
춘래의 말대로 워낙 일을 크게 벌일 생각이기에 적어도 수만 명은 참가할 듯 보였다.
“별로 걱정은 안 되네요. 언제부터 시작이에요?”
“이번에 홍보를 시작하면 정확히 3달 뒤에 방송이 나올 예정이라네. 그러니까 적어도 두 달 반 뒤에는 예선을 진행할 예정이지.”
“생각보다 빠르네요.”
“그만큼 많은 돈을 투입할 거야. 그리고 한 방에 스타가 될 기회를 노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겠는가.”
인류가 생긴 이래로 사람들은 언제나 세계 최강이 누구인지 궁금해했다.
그런 상황에서 월드플렉스라는 단체에서 작정하고 일을 벌인다면 그 궁금증의 상당 부분이 해결될 일이었다.
“좋아요. 그건 그렇고, 다음 경기는 어떻게 하실래요?”
“다… 다음 경기 말인가? 아까 얘기 끝난 것 아닌가?”
대강 상황을 모면하려는 블랙과 달리 동방수는 확답을 받고 싶었다.
“됐으니까. 더 베스트 끝나고 가능한 한 빨리 잡아 줘요.”
“휴우. 그나마 더 베스트 끝내고 생각해 줘서 다행이군. 아까 얘기했듯이 로버트는 시간이 좀 걸릴 것 같거든. 아래 랭킹이랑 겨룰 생각은 없지?”
“당연하죠. 그냥 가기도 바쁜데요.”
“알았네. 그럼 일단 더 베스트에서 우승을 하게. 그래야 문제가 안 생길 것 같아.”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격투 경기와 더 베스트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내부적으로 자네의 랭킹이 너무 빨리 오른다고 말이 많다네.”
“블랙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니었어요?”
동방수가 의아해하며 질문을 던졌다.
어찌 됐든 블랙이 최대 주주가 아닌가.
그런데 누가 방해를 한단 말인가.
“그게 그렇지 않다네. 여론의 눈치도 봐야 하고, 내가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가진 게 아니거든. 다른 주주들이 힘을 합치면 쫓겨날 수밖에 없지. 물론 지금은 잘하고 있기에 그런 일은 없겠지만 말이야.”
“쩝. 할 수 없죠, 뭐.”
“무조건 더 베스트에서 우승하기만 하게. 그럼 아마 챔피언이라도 자네와 붙으려고 난리일걸세. 그만큼 화제가 될 게 분명하니까 말일세.”
“그건 확실하죠?”
“그래. 만약 안 된다고 해도 무조건 더 베스트 이후에 석 달 내로는 잡아 주는 걸로 하지. 상대는 로버트로 말일세. 그 정도면 괜찮겠나?”
“휴우. 뭐 일단 그렇게라도 해야죠, 뭐.”
그렇게 미국에서의 일정이 일단락되었다.
* * *
넓은 방에서 한 여자가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말도 안 돼. 왜 아빠의 제안을 거절한 거지? 분명 돈은 충분히 준다고 했을 텐데.”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아무런 문제 없이 구해다 주었던 존이었다.
그런데 고작 보디가드 하나 추가하는 데 몇 달씩이나 걸리다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직접 나서야지.”
제니퍼는 결심을 굳히고, 자신의 아버지인 존을 찾았다.
“아빠!”
“오우! 사랑하는 내 딸. 그래, 오늘은 또 무슨 일이니?”
“아무래도 저도 사업에 한발 담가야겠어요.”
“제니퍼! 그게 정말이냐?”
지금까지 여러 차례 권해 왔지만, 항상 자신의 부족함을 강조하며 거절해 왔던 제니퍼였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인지 먼저 일을 하겠다고 나섰으니 존 입장에서는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이에요.”
“그래. 원하는 건 뭐든 얘기해 봐라. 아빠가 해 줄 수 있는 건 다 해 줄 테니.”
“알았어요. 그럼 절 한국으로 보내 주세요.”
“그래그래. 한국이든……. 응? 갑자기 한국 말이냐?”
잠깐 들떠 있던 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제니퍼가 이러는 이유를 깨달은 것이었다.
“너, 설마 그놈 때문에 그런 것이냐?”
“그것도 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니에요.”
“흐음…….”
존이 진지한 표정으로 제니퍼를 쳐다봤다.
“분명 다 들어주신다고 했잖아요. 그러니까 제 사업은 한국에서 시작할게요.”
“꼭 한국에서 해야겠니?”
“네. 한국처럼 역동적인 나라는 없잖아요. 안전하기도 하고요. 단순히 남자 하나 따라가겠다고 가는 거 아니에요.”
“그렇단 말이지?”
제니퍼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국인들 중 특이한 몇몇은 밤이 무섭다느니 세상이 험하다느니 하며 인정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치안에 있어서 통계적으로 한국만큼 안전한 나라는 없었다.
게다가 한강의 기적이라는 신화를 써 내릴 만큼 사람들이 열정적이라 배울 점도 많을 터였다.
억지로 막으려면 막겠지만, 괜히 사소한 일로 딸의 미움을 사고 싶진 않았다.
“휴우. 알았다. 한국으로 보내 주마. 어느 정도 시간이면 되겠니?”
“1년이요. 1년 안에 제대로 된 성과를 못 내면 돌아올게요.”
존의 표정은 좀처럼 펴질 줄 몰랐다.
이대로 거절당하는가 싶었지만,
“좋다. 대신 카렐을 데려가야 한다. 그리고 연락도 자주 하고.”
드디어 허락이 떨어졌다.
“꺄악! 알았어요. 아빠! 꼭 한국에서 큰돈을 벌어 올게요!”
“돈보단 경험이 우선이다. 그러니 여러 사람을 만나고, 도전해 보거라.”
“알았어요. 아빠! 사랑해요! 쪽!”
제니퍼가 1년 안에 큰 성과를 낼 거란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런 경험이 앞으로 가문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돈 몇 푼 잃는 건 괜찮으니 맘 편히 오려무나.’
제니퍼의 뽀뽀 한 번에 헤벌쭉 웃고 있는 존이었다.
* * *
GK는 트렌센드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춘래의 생각은 달랐다.
– 이제 슬슬 알려도 될 것 같습니다.
“응? 뭘?”
– 트렌센드를 만든 사람이 누군지 말입니다.
“응? 갑자기?”
사실 GK의 힘만으로 트렌센드의 개발자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것은 춘래가 개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 이미 마스터의 이름으로 된 자산만 해도 5조 원이 훌쩍 넘었습니다.
아직 많은 사람에게 알려지진 않았지만, 금융권에 있는 사람들과 정보에 정통한 사람들 사이에서는 조금씩 동방수의 이름이 알려지는 중이었다.
“내가 돈이 많은 게 문제가 되나?”
– 한국이란 사회는 비정상적으로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사회입니다. 마스터의 재산은 언젠가 밝혀질 일이지만, 그 돈의 출처를 납득시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1년이 지나면 공식적인 재산으로 한국 최고가 될지도 모릅니다. 비공식 재산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럼 대강 5조 정도에서 멈추면 안 돼? 아니면 차명 계좌로 다 넘기든지.”
동방수가 문제 될 게 뭐가 있냐는 듯 고개를 저었다.
춘래가 나서서 돈의 출처를 속이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현재 동방수가 가진 재산은 그 범주를 한참 넘어섰다.
공식적으로 동방수가 번 돈은 GK에서의 수익을 제외하면 10억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그 돈이 5조 원이 됐다면 누구라도 납득하지 못할 것이었다.
– 출처 자체를 확인시켜 주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돈으로 인해 정치권이나 다른 쪽에서 마스터를 불편하게 할 가능성이 큽니다. 차라리 GK 쪽에 힘을 실어 줘서 단단한 방패로 삼는 편이 낫습니다.
“그래? 그럼 그렇게 하든가.”
이미 동방수가 가진 힘은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했다.
트렌센드가 개발된 이후로 빠르게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GK 화학을 통해 출시한 코팅제 더스트프리 또한 빠른 속도로 매출을 늘려 가고 있었다.
이제 두 회사에서 나오는 돈만 해도 한 달에 수천억에 달했다.
여기에 투자 수익까지 합치면 늦어도 1년 내로 공식적인 한국 최고 부자가 되는 것이 확실한 상황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정체를 숨겨 봐야 훗날 더 많은 의혹을 양산할 따름이었다.
동방수의 가벼운 결정으로 인해 다음 날 대한민국엔 거대한 폭탄이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