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한국 스켈레톤 리그 최강의 선수인 권주민.
그런 권주민이 벌어들이는 연봉은 어지간한 각성자도 저리 가라 하는 수준이었다.
경기마다 받는 대전료부터 광고와 스폰서 같은 부수입을 합쳐 한 해 연봉만 무려 수십억이었으니까.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그런 권주민을 부러워하며 그를 롤 모델 삼아 스켈레톤 리그에 몸을 던졌지만, 막상 그런 권주민은 요즘 권태감에 빠져 있었다.
“뭔가 지루하네.”
처음엔 각 팀들마다 뚜렷한 개성을 가지고 있었다.
수시로 파츠를 갈아 끼우고 기상천외한 전략과 알고리즘을 들고 나와 이제 막 전국 리그에 올라온 팀에게 깜짝 패를 당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벌어졌으니까.
그런 루키들의 등장은 권주민을 달아오르게 만들었고 권주민도 그에 맞춰 새로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등 그야말로 선의의 경쟁이 이어졌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선수들의 실력이 상향 평준화 되고 가장 효율적인 알고리즘과 전략이 고착화되어 이제는 누구와 겨뤄도 거기서 거기인 듯한 느낌을 받은 권주민.
물론 그 와중에도 잊을 만하면 새로운 알고리즘을 들고 나오는 루키들이 간간이나마 등장했고, 권주민 같은 톱급 선수는 경기 중에도 미친 듯한 속도로 알고리즘을 수정해 나가며 피지컬로 압도하는 등 여전히 역동적인 건 사실이지만, 스켈레톤 리그 초창기를 경험한 권주민에겐 많이 부족하게 느껴졌다.
“우리 이제 프로다.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동료의 말에 권주민이 웃으며 말했다.
“그냥 하는 말이야. 솔직히 스켈레톤 리그 말고 내가 어디 가서 이런 재미를 느껴 보겠어. 하지만 요즘 너무 다들 방어적으로 나오는 건 사실이잖아.”
최근 고착화된 트렌드는 바로 방어 전략.
방어를 단단히 한 다음 빈틈을 노려 한 방을 노리는 전략으로 공격 전략에 비해 실패 리스크가 적어 대부분의 팀이 이걸 애용하고 있었다.
동료의 말처럼 프로 선수이니 어떻게든 이길 수만 있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야 하니까.
“어쩌겠어, 내가 봐도 그게 가장 효율적인데. 너처럼 피지컬이 되는 놈은 공격이 어울리지만 아닌 사람은 그렇게라도 해야지.”
스켈레톤 경기는 분명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진행되고 중간중간 알고리즘을 변경할 수 있는 휴식 시간을 주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기 중간에 알고리즘을 변경하면 안 된다는 규칙도 없었다.
당연히 대부분의 선수들은 경기가 진행되는 중에도 승리를 위해 실시간으로 알고리즘을 변경하였지만, 치열한 경기가 벌어지는 와중에 알고리즘을 수정한다는 게 쉬울 리가 없었고 이것을 얼마나 빠르게 할 수 있느냐가 톱급 선수와 일반 선수를 가르는 차이였다.
그리고 권주민이 리그 최강의 선수라 불리는 이유도 이 분야에서 최고로 손꼽혔기 때문.
“게다가 네 개인적인 감상과는 상관없이 스켈레톤 리그 인기는 계속 올라가는 중이라고. 그런 상황에 간판 선수인 네가 지루하다고 하면 되겠어?”
“알았어, 알았어. 잔소리는.”
그렇게 연습실에서 동료와 투닥거리고 있던 그때.
-띵!
알림음을 듣고 핸드폰을 꺼내 든 권주민이 말했다.
“음? 협회 공문?”
스켈레톤 리그 협회에서 날아온 알림.
아무 생각 없이 알림을 누르고 내용을 읽는 권주민의 눈이 점점 커져 간다.
“레이드 경기. 팀원들 모두가 보스 1기를 쓰러트리는 방식이라고? 심지어 그 보스는 한지혁 회장님이 직접 알고리즘을 짠 거고? 이런 미친!”
상금도 상금이지만 지루함에 시달리던 권주민에게 있어서 한지혁과의 경기는 그야말로 마른땅의 소나기나 다름없었다.
“그림 파일도 있네. 실루엣?”
검은색으로 윤곽만 나와 있는 파일이 하나 첨부된 공문.
그런데 그 실루엣은 스켈레톤과 전혀 다른 외형을 지니고 있었다.
뭔가 뚱뚱하고 꽉 들어찬 느낌.
“뭐지? 갑옷? 아아! 이거 완전 기대되는데!”
권주민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야! 애들 전부 불러 모아! 레이드 경기 준비하자!”
* * *
웅성웅성.
스켈레톤 리그의 중요 경기가 있을 때 사용되는 주 경기장에 모인 수많은 인파들.
당연히 이들은 오늘 처음으로 공개되는 레이드 경기를 보기 위해 모인 관객들이었다.
“오늘 상대가 누구라고 했죠?”
내 말에 스켈레톤 리그를 총괄하는 운영부의 부장이 말했다.
“예. 라이트닝입니다.”
“라이트닝, 첫 대회 우승 팀 아닌가?”
“맞습니다.”
“그 누구더라? 권주민인가 하는 선수가 참 잘하던데.”
“지금도 라이트닝 소속으로 최고의 선수 중 하나입니다.”
오호.
그 후로 수많은 팀들과 선수들이 스켈레톤 리그에 합류했는데도 여전히 최고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니.
“훌륭하네요.”
그런 팀이라면 미트 골렘 데뷔전 상대로 충분하지.
“시작할까요?”
“예. 시작하세요.”
“알겠습니다.”
내 지시를 받은 부장이 무전기에 대고 뭐라 말하자 경기장에 있던 진행자가 마이크를 들어 올리며 말했다.
-여러분!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오늘! 예고했던 레이드 경기가 시작됩니다!
“와아아아!”
-레이드 보스를 상대할 오늘의 첫 팀은 바로!
그 말에 반대편 문이 열리며 수십의 스켈레톤과 함께 라이트닝의 선수들이 들어온다.
-라이트닝!
그러자 관객들이 미친 듯이 환호하며 외친다.
“라이트닝!”
“권주민! 나랑 결혼하자!”
그런 열화와 같은 환호에 라이트닝 선수들이 관객들을 향해 손을 흔든다.
“인기 좋네요.”
“예. 1세대 팀이면서 여전히 강력한 우승 후보니까요. 고정 팬층이 엄청납니다.”
그때 진행자가 말했다.
-그리고 라이트닝의 상대는 바로… 한지혁 회장님!
원래라면 여기서 바로 미트 골렘을 소환해 경기를 속행할 생각이었지만, 분위기가 후끈한 걸 보니 서비스 좀 해야겠다.
나는 VIP석에서 플라이 마법으로 날아올라 경기장에 살포시 착지했다.
“와아아!”
“한지혁! 한지혁!”
라이트닝 선수들처럼 손을 흔들어 준 나는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받아 들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한지혁입니다.”
그렇게 관객들에게 인사를 한 나는 라이트닝 선수들을 보며 말했다.
“오늘 좋은 경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내 말에 권주민이 흥분한 표정으로 말했다.
“한 회장님과 경기를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뭘 또 영광까지야. 아무튼 최선을 다해 주세요,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준의 보스는 아니니까.”
진짜 세론 미트 골렘급은 만드는 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무엇보다 너무 강하면 알고리즘이고 자시고 스펙으로 전부 찍어 누를 것 아니야.
그래서 적당히 조절했지.
“물론입니다!”
나는 다시 마이크를 들며 말했다.
“그럼 오늘의 보스 소개하겠습니다.”
“오오!”
그렇게 내가 손을 들어 올리자 아공간이 펼쳐지며 서서히 미트 골렘이 모습을 드러낸다.
쿵!
“와아아… 어?”
그저 한쪽 다리만 나왔을 뿐인데 경기장이 진동하며, 가죽이 덕지덕지 붙어 있는 듯한 기괴한 모양의 미트 골렘 다리를 본 관객들이 침묵한다.
그렇게 천천히 아공간에서 모습을 드러낸 미트 골렘.
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미트 골렘입니다!”
15m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에, 앙상한 스켈레톤과 다르게 뼈와 살로 가득 차 뚱뚱하게까지 보이는 미트 골렘의 등장.
그래도 나름 깔끔하게 만든 거라고.
일반적으로 미트 골렘 하면 썩은 살점에서 나오는 진물과 부패한 냄새를 풀풀 풍기는, 기괴하다 못해 끔찍한 외형 그 자체지만, 내가 만든 미트 골렘은 나름 내 미적 감각을 총동원한 작품이었다.
신선한 사체의 살과 뼈를 이용해 내부를 구성하여 냄새도 안 나고 진물도 안 나온다.
거기에 겉을 두르고 있는 가죽의 색도 신경 써서 좌우 대칭을 맞춰 끔찍함을 좀 덜어 냈지.
물론 수백 장이 넘는 가죽이 덕지덕지 연결되어 있기에 징그러운 건 어쩔 수 없지만, 이 정도만 해도 나름 진짜 깔끔한 거라고?
그나저나 침묵이 너무 길어지는데?
…좀 과했나?
그렇게 잠시 소심해진 그때.
“우와아아아아!”
“저 덩치! 저 강인함! 저게 진짜 언데드 보스지!”
각성자들이 가져온 몬스터 사체가 공공연하게 거래되고 심심하면 불안정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튀어나오는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감성을 내가 너무 무시했구나.
예상보다 오히려 더 격하게 반기는 사람들.
“오오오오!”
그때 라이트닝 쪽에서도 환호성이 들려온다.
“거대 보스랑 싸워 보는 건 처음이잖아!”
“빨리 알고리즘 수정해!”
나는 그모습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15분 더 드릴 테니 준비하고 계세요. 참고로 미트 골렘에는 핵이 있고 그 핵을 박살 내면 라이트닝이 이기는 겁니다.”
세론에서 미트 골렘을 만들기 전까지만 해도 나는 게임이나 각종 미디어에서 굳이 골렘에 핵이라는 약점을 왜 달아 놓나 했는데, 막상 해 보니 그 이유를 알았다.
미트 골렘이 가동되려면 몸에 마법진을 덕지덕지 발라야 하는데, 이걸 온몸에 널찍널찍 그려 넣으면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끊어질 수 있어 곤란하니 아예 한곳에 뭉쳐서 핵으로 만드는 편이 더 안정적이었던 거다.
아무튼 그래서 세론 미트 골렘과 지구 미트 골렘 모두 공략의 핵심은 바로 이 핵을 노리는 것.
“알겠습니다! 그것까지 고려해서 준비하겠습니다.”
“오케이.”
그렇게 준비 시간을 준 나는 환호하는 관객들을 보며 말했다.
“그럼 서비스하는 김에 조금 더 해 볼까?”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미트 골렘이 하늘을 향해 포효를 내지른다.
“쿠어어어어어!”
그러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친다.
“위압감 미쳤잖아!”
그러곤 관객들이 더 자세히 볼 수 있도록 경기장 외곽을 따라 천천히 걸어가는 미트 골렘.
쿵! 쿵! 쿵!
“가까이에서 보니 더 쩔어!”
“땅이 울린다!”
사람들에게 미트 골렘이 내 통제하에 있는 안전한 소환수라는 걸 보여 주기 위한 일종의 쇼.
그렇게 포효도 하고 가슴도 두들기며 애교 아닌 애교를 한참 뽐내던 그때.
“준비됐습니다!”
준비가 되었다는 말에 나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빠르네요. 좋습니다.”
나는 다시 하늘로 떠오르며 말했다.
“그럼 미트 골렘 레이드, 시작하겠습니다!”
* * *
쿵!
미트 골렘이 거대한 팔을 내리찍자 라이트닝의 스켈레톤 하나가 완전히 아작이 난다.
하지만 그건 모두 라이트닝이 의도한 작전이었다.
“폭발!”
권주민의 말에 박살 난 스켈레톤을 담당하는 선수가 콘솔의 비상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미트 골렘의 주먹에 박살 난 스켈레톤이 환하게 빛나며 폭발한다.
쿠앙!
그간 많은 전투용 파츠가 지속적으로 출시되었고, 이번에 사용된 것은 자폭용 파츠.
그렇게 완전히 인접한 상황에서 폭발이 일어나자 미트 골렘의 주먹이 너덜너덜해지며 살점이 터져 나간다.
“좋았어!”
하지만 그렇게 좋아하기도 잠시.
터져 나간 살점이 느리지만 조금씩 수복되는 게 아닌가.
“재생 능력도 있어?”
엄청난 힘과 덩치를 지닌 것도 모자라 재생 능력까지 있다니.
“젠장. 재생되기 전에 빨리 잘라 내!”
그렇게 스켈레톤들이 투입되었지만 미트 골렘은 멀쩡한 쪽 팔을 휘두르며 스켈레톤들을 박살 내어 간다.
권주민이 그 모습을 보고 질렸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너무 강해.”
분명 한지혁은 이길 수 없는 수준으로는 만들지 않았다고 했지만, 대형 보스와의 경기는 처음이기에 고작 15분 만에 만들어 낸 알고리즘으로는 도저히 상대할 엄두가 나지 않는 상황.
잠시 고민하던 권주민이 말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바로 이기려 했던 게 욕심이었을 수도 있겠어.”
레이드란 건 애초부터 수없는 도전 끝에 강력한 적을 무찌르는 것 아닌가.
권주민이 동료에게 말했다.
“다른 팀들이 저 미트 골렘을 금방 잡아 낼 수 있을까?”
“절대 못 하지. 애초에 상금도 어마어마하게 걸렸는데 그렇게 쉽게 잡히게 만들었겠어? 한 회장님 자존심도 있는데.”
“그렇겠지?”
자신들의 경기를 보고 알고리즘을 연구하겠지만, 저 미트 골렘의 강함은 쉽게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니까.
설사 라이트닝이 여기서 패배한다 해도 저 미트 골렘을 완전히 공략하기까진 제법 시간이 걸릴 게 분명했다.
“한 회장님이 미트 골렘 어딘가에 핵이 있을 거라고 했잖아. 그럼 핵과 가장 가까운 곳을 공격할 때마다 다른 방어 패턴이 나오지 않을까? 가장 중요한 게 핵이니까.”
“그렇겠지.”
“그럼 작전을 바꾸자. 이번 경기에선 스켈레톤을 모조리 희생해서라도 패턴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는 거야.”
* * *
“오호?”
처음엔 어떻게든 미트 골렘에 피해를 주려고 맹공을 하던 라이트닝의 작전이 순식간에 뒤바뀌었다.
마치 이곳저곳 찔러 보며 반응을 살피듯 스켈레톤을 거침없이 희생하며 매번 다른 방법으로 미트 골렘을 공격하는 라이트닝.
어차피 스켈레톤 수리 비용은 세론에서 지원해 주는 데다 본인들 연봉으로도 충분히 감당 가능한 수준이니 그냥 전부 질러 버린다.
“이번엔 패턴 확보에 주력하겠다? 똑똑하네.”
역시 우승 후보다운 판단력이다.
승산이 없어 보이니 이 보 전진을 위한 일 보 후퇴를 선택한 라이트닝.
물론 여기서 내가 개입하여 알고리즘을 수정하면 바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레이드 경기를 주최한 동기가 사라지지.
이 레이드 경기를 통해 미트 골렘의 알고리즘을 보강하는 것도 보강하는 거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미트 골렘 공략법이니까.
“나중에 세론 언데드 군단의 미트 골렘이 나타나면 여기서 얻은 공략 방식으로 잡을 수 있잖아.”
아무튼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마치 먹이 던져 주듯 모든 스켈레톤을 희생시킨 라이트닝.
그렇게 승부가 갈리자 진행자가 외쳤다.
-승자는 미트 골렘!
그 말에 맞춰 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미트 골렘이 포효한다.
“쿠어어어어!”
“멋지다!”
“오오!”
“아아. 그래도 혹시나 했는데 져 버렸네.
그렇게 관객들에게 서비스를 해 주는 사이 나는 라이트닝의 선수들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눈이 살아 있네.”
패자의 눈이 아닌 기회를 노리고 있는 사냥꾼의 눈.
“좋아. 그렇게만 하라고.”
그렇게 머리를 쥐어짜고 더 쥐어짜 낼수록 결과물은 더욱 완벽해질 테니까.
* * *
첫 레이드인 만큼 선수들이 적응하도록 일부러 불완전하게 만든 알고리즘이 적용된 1페이즈 미트 골렘.
하지만 내가 선수들의 수준을 너무 무시했나 보다.
1부 리그의 모든 팀을 한 바퀴 돌았을 때까지만 해도 모두 제대로 대응조차 못 해 보고 당했지만, 그 횟수가 늘어나면서 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점점 미트 골렘에 대항해 간다.
핵을 노리고 긴 창을 이용해 찌르는 팀부터 아예 살점 안으로 파고 들어가려는 팀들까지.
그렇게 다양한 공략법이 튀어나오자 최소 10번은 상대해 봐야 첫 공략자가 나올 거라 생각했는데 고작 5번 만에 성공한 팀이 나온 거다.
그 팀은 바로 라이트닝.
라이트닝은 미트 골렘이 자신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준 적을 최우선 공격 대상으로 삼는다는 걸 이용해 최우선 공격 대상이 된 스켈레톤을 회피 모드로 가동해 시간을 끄는 어그로 방식으로 미트 골렘을 공략했고, 마침내 복부에 숨겨 두었던 핵을 찾아내서 박살 내는 데 성공하고 상금을 타 간 거다.
그렇게 핵의 위치가 들통나자 그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다른 팀들도 그 정보를 이용해 복부를 집중 공략 하며 줄줄이 성공해 나갔고, 성공한 회차와 순서에 따라 상금을 차등 지급 한 세론.
그렇게 적응용으로 만든 1페이즈 미트 골렘이 공략되자 나는 곧바로 더 업그레이드된 미트 골렘을 2페이즈로 다시 선보였고, 그렇게 모든 팀들이 2페이즈에서 다시 좌절감을 맛보며 한 차원 더 강해진 미트 골렘을 공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딱 한 팀을 빼고서.
“아직도 1페이즈라고요?”
모두가 1페이즈 미트 골렘을 쓰러트리고 2페이즈에 돌입했는데 아직도 한 팀이 1페이즈에서 쩔쩔매고 있다.
팀명은 PMT.
“어떤 팀입니까?”
“현재 1부 리그 최하위권 팀입니다.”
운영부 부장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그래도 그렇지, 1페이즈 공략법은 이미 다 나온 거나 다름없는데 아직도 공략을 못 한다고요?”
아무리 최하위 팀이라지만 그런 최하위 팀조차 지역 리그를 뚫고 전국 리그인 1부로 올라온 실력자들인데, 이건 좀 심한 것 아닌가?
“꼴등 상금이 적어서 의욕을 상실한 건가?”
첫 공략 팀에게는 막대한 상금이 돌아가지만 꼴등 상금은 고작해야 1억 원 수준.
하지만 정말 그래서 의욕이 사라진 거라면 더욱 실망이다.
“그럼 더 빨리 1페이즈를 넘긴 다음 2페이즈에서 다시 도전해야지. 쯧쯧.”
“설마 정말 그래서 그랬겠습니까. 그냥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걸 겁니다.”
그렇다면 상관없지만.
“영상 가져와 보세요. 도대체 얼마나 못하길래 그러는 거야? 일부러 약하게 설정했구만.”
내 말에 운영부 부장이 노트북에서 PMT와 미트 골렘의 레이드 경기를 틀어 준다.
“흠.”
그렇게 찬찬히 경기를 살펴보는 나.
“괜찮은데?”
의외로 미트 골렘과 치열한 경기를 해 나가는 PMT의 스켈레톤들.
이 정도면 딱 내가 예상한 실력이다.
최상급은 아니지만, 1부 리그 팀답게 어디 가서 부끄러운 수준은 아닌 정도.
이 정도면 공략법이 나온 1페이즈 미트 골렘 정도는 충분히 이길 수 있을 텐데?
그때 한 가지 이상한 장면이 내 눈에 포착된다.
“어?”
복부에 있는 핵 근처에서 기회를 잡은 스켈레톤.
그런데 그 스켈레톤이 엉뚱한 곳을 공격하는 게 아닌가.
“뭐야, 이거.”
잘해 오다가 갑자기 이게 뭐 하는 거지?
거기서 왜 엉뚱한 곳을 노려.
“흐음?”
차라리 처음부터 끝까지 다 엉성하면 이해라도 하겠는데, 잘하다가 저런 중요한 기회를 놓쳐?
이상한 마음이 든 나는 영상을 더욱 면밀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깨달았다.
“설마 일부러 지고 있는 거야?”
PMT는 지금 일부러 지고 있다는 것을.
수십 년간 언데드를 다뤄 온 나이기에 더욱 확실하게 느껴진다.
“도대체 왜?”
굳이 저기서 일부러 져야 할 이유가 없잖… 어? 잠깐만.
설마?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이 새끼들 지금 승부 조작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