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177)
177화
세론 상사에 맞서기 위해 창설된 게이트 물품 협회.
하지만 세론 상사의 도매상 뼈 매입 중단 선언으로 창설되자마자 내분에 휩싸였다.
“뼈 국제 시세가 폭락하고 있습니다! 이미 쌓아 둔 재고에서만 손해가 어마어마해요!”
뼈 공급을 먼저 중단한 건 협회지만, 팔 수 있는 걸 안 파는 거랑 아예 판로 자체가 막히는 건 이야기가 다른 법.
그간 뼈 가격이 급등하며 각성자들이 게이트에서 들고 나오는 물품에서 뼈의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고 도매상들도 창고에 뼈를 가득 쌓아 두고 있었는데, 세론이 빠지면 그 많은 물량을 받아 줄 업체가 없는 게 현실이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공급과잉으로 국제 뼈 시세가 폭락하며 큰 타격을 입은 협회원들.
협회 회의에 참석한 도매상이 이를 갈며 말했다.
“반면 스켈레톤은 뼈를 기존 단가로 계산하다 보니 각성자들이 전부 스켈레톤만 찾아갑니다. 이래서는 경쟁 자체가 안 됩니다!”
그러자 회의에 소상인 대표로 참석한 사람들도 동조하며 말했다.
“후우. 그러니까 말이야.”
“이제는 스켈레톤이 뜨면 접고 그냥 다른 게이트로 가는 게 나을 정도라고.”
협회의 의의는 세론 상사의 가격에 맞서 싸워 물량을 확보하는 데 있는데, 바닥을 이루는 소상인들이 벌써부터 경쟁 자체를 포기하려 드는 상황.
당연히 위기감을 느낀 협회장이 협회원들을 보며 말했다.
“여러분, 이대로 세론 상사에 밀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설마 뼈 단가를 올리자는 겁니까? 그건 절대 안 됩니다! 그렇지 않아도 손해가 큰데……!”
그러자 협회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뼈로는 승산이 없습니다. 여기서 뼈 단가로 맞서 싸우면 뼈는 더욱더 많이 공급되며 가격이 폭락할 테니 그렇게 되면 돈이 넘쳐 나는 세론 그룹과 싸움이 될 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우리가 공략해야 하는 건 뼈를 제외한 나머지들입니다.”
“나머지?”
“세론이 아무리 돈이 많다지만 우리에겐 세론이 가지지 못한 게 한 가지 있죠.”
“그게 뭡니까?”
“판로.”
협회장이 협회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세론이 뼈의 최종 납품처지만 나머지는 아니지 않습니까? 가죽부터 금속 그리고 각종 부산물들. 결국 그런 부산물은 세론 상사도 다른 곳에 팔아야 하는 구조입니다. 그리고 그런 판로는 이미 우리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죠.”
그 말에 협회원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지. 맞는 말이네.”
“세론은 뼈 전문이지, 나머지는 아니잖아.”
협회원들이 동조하고 나오자 협회장이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
“세론이야 워낙 덩치가 크니 손해를 입든 말든 이렇게 무데뽀로 나오지만, 나머지 납품처들은 상황이 다릅니다. 하나로 뭉친 우리가 세론 물건 납품 받을 경우 우리 물건 안 준다 압박하며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거죠.”
“오오!”
“그렇게 양자택일의 기로에 선 납품처들이 과연 이제 막 스켈레톤을 뿌리기 시작해 공급량이 많지 않은 세론 상사 손을 들어 줄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납품처들은 결국 우리 손을 잡을 수밖에 없죠. 이걸 이용해서 단가도 조정받으면 뼈를 제외한 나머지 가격에서 우위를 가져올 수 있으니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협회장의 말에 협회원들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좋은 생각입니다! 그거라면 승산이 있죠!”
“역시 협회장! 해봅시다!”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협회원들이 모두 나가자 협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어떻게든 일단 수습은 했군.”
협회원들 앞에서 당당한 척을 했지만, 사실 협회장도 세론이 매입 중단을 선포했을 때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협상이나 딜 없이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세론의 선포였으니까.
그래서 다급히 생각해 낸 게 바로 납품처를 이용한 압박과 단가 조정.
하지만 사실 이것 역시도 미봉책에 불과했다.
“…이 정도 반격으론 세론에 흠집도 못 내겠지?”
그 말에 함께 협회 창설을 주도한 부협회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후우. 당연하지.”
협회원들에게는 세론 그룹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이야기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되겠지만, 협회장이 협회원들에게 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바로 세론 그룹은 그런 손해 정도는 거뜬히 감당하고도 남을 만큼 거대한 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우리가 단가를 조정받아도 세론은 충분히 따라올 수 있어. 유통 구조가 간단해 아직 여유가 있으니까. 판로가 없어서 생기는 악성 재고? 세론 정도 자금력이면 그까짓 악성 재고 전부 쓰레기통에 버려도 끄떡없을 거고. 그렇게 손해를 감수하고 버티면서 스켈레톤을 뿌려 규모를 늘린 다음 납품처를 공략하면 우리 작전은 그걸로 끝이야.”
협회가 유일하게 유리한 부분이 물량이고 그걸 이용해 납품처에서 단가와 독점 약속을 얻어 내는 건데, 세론이 그걸 전부 자금을 쏟아부어 버틴 다음 물량을 확보한다?
그렇게 되면 협회가 가진 유일한 이점을 잃게 되니 납품처의 이탈은 불 보듯 뻔했다.
납품처 카드를 꺼내 들어 일단 협회원을 재결집시키는 건 성공했지만, 현 국면을 완전히 뒤바꾸기엔 화력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상황.
“다른 나라들은 어때?”
“그동안은 러시아 일이라 반응이 미적지근했는데, 세론에서 이제 스켈레톤이 매입한 뼈만 공급 받겠다 선포하면서 불똥이 떨어지니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어.”
“그건 그나마 다행이네.”
협회장이 테이블을 노려보며 말했다.
“버티는 거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버텨서 이기면… 이 자리는 완전히 우리 게 될 거야.”
처음엔 그저 상인들을 규합해 대항할 생각으로 만든 협회지만, 막상 만들고 보니 이 자리가 주는 힘을 절실히 느낀 협회장.
아직까진 이해관계에 의해 모인 오합지졸에 불과하지만 정말로 세론 상사를 이겨 내면 협회는 하나로 똘똘 뭉칠 거고, 이 모든 걸 주도한 자신들은 게이트 시장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게 분명했다.
“비탈리 의원이랑 약속 잡았지?”
그렇기에 협회장이 선택한 것은 바로 정치권의 도움을 받는 것.
“어. 내일 시간 난대.”
“돈은?”
“깨끗한 걸로 준비했어.”
평범한 도매상일 땐 만날 생각조차 못 했던 정치인과의 약속.
이것 역시도 협회장이라는 자리가 주는 힘이었다.
“해보자고. 외국 놈이 러시아 와서 설치는데 정치권도 나서야지.”
* * *
러시아 협회를 시작으로 각국에 협회가 들어서더니, 납품처들에게 우리 물건을 받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하는 것은 물론 단가까지 양보를 받아 낸다.
그야말로 세론 상사에 대항해 전 세계 게이트 물품 상인들이 하나로 똘똘 뭉친 상황.
그런데 이제는 그걸로도 모자라 정치권까지 동원한다.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
“예. 러시아의 의원이 발의한 거라고 합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 본 제돈데. 그거 한국 것 아닙니까?”
그 말에 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습니다.”
대기업의 무분별한 확장을 막기 위한 제도로, 중소기업 적합 업종을 선택해 대기업의 진출을 차단하는 제도.
당연히 이건 세론을 노린 제도였다.
세론이 등장하기 전까지 게이트 물품 시장은 유통 구조가 복잡하여 거대한 기업 하나가 독점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었으니까.
“와. 이걸 들고 올 줄은 몰랐네?”
정치권과 결탁해 상인의 일자리 감소와 자국 산업 약화를 거론하며 압박을 가해 올 거라 예상한 것과 다르게 아예 한국의 제도를 카피해 도입하려 시도하다니.
“제법 머리 좀 굴리는데?”
납품처를 압박해 판로를 끊고 단가 경쟁력을 확보한 다음, 정치권을 이용해 한국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견제할 의도로 만들어진 제도를 한국에서 수입해 오고.
대처가 나쁘지 않단 말이지.
“일단 단가야 우리도 올려서 맞춰 가면 그만인데, 저 제도가 문제네. 통과될 것 같습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흠.”
러시아는 전 세계로 확장해 나갈 세론 상사의 시험 무대다.
여기서 막힌다면 다른 나라도 똑같이 대처할 테니 무조건 돌파해야지.
그렇다면 내 선택지는 두 개다.
정치권에 개입해 저 법안을 무산시키거나 저 제도를 우회할 방법을 찾는 것.
“법안을 무산시키는 건 너무 귀찮은데.”
보나 마나 뇌물을 찔러 줬겠지만, 러시아 정치권을 압박할 카드는 내 손에 널리고 널렸다.
분대형 스켈레톤부터 핵폐기물 처리 같은 각종 서비스 등에 더해 최근 모스크바에 만들고 있는 세론 랜드까지, 제법 많은 걸로 엮여 있으니까.
하지만 그 카드들은 최후의 한 방이다.
내가 중립 노선을 끝까지 유지하며 소유와 룰을 분리한 덕분에 전 세계로 분대형 스켈레톤이 뿌려진 건데, 이 카드들도 함부로 남용하는 순간 신뢰가 틀어지니까.
거기다 결정적으로 가장 큰 문제는 정말로 귀찮기 때문이다.
“러시아 정치권에 로비해서 막아 봐야 다른 나라로 진출하면 또 똑같이 해야 할 것 아니야.”
각국에 진출할 때마다 저런 대기업 제한 제도를 막기 위해 로비를 해야 한다?
나라가 한두 개도 아닌데, 귀찮아도 너무 귀찮잖아.
“우회. 역시 이게 정답이다.”
제도를 도입해 봐야 아무 의미 없도록 만드는 거지.
“지금 세론 상사 대 협회, 정치권, 납품처의 싸움이 됐죠?”
“그렇습니다.”
원래는 협회와 세론 상사의 일대일 대결이었는데, 열세인 협회가 압박과 로비를 통해 우군을 불러들인 상황.
여기에 세론 상사는 어찌 되었건 외국 기업이기에 여러모로 불리하단 말이지.
나는 박 사장에게 들리지 않게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부 분열이야말로 내 주특기지.”
스펙터를 이용해 지휘관을 빙의시키고 사망한 적을 다시 일으켜 동료의 뒤를 노리게 하는 이것이 바로 네크로맨서의 싸움이니까.
“우리가 직접 싸울 필요 있나요? 그냥 러시아 상인들끼리 싸우게 합시다. 마침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를 도입한다니 잘됐네.”
“그게 무슨……?”
“스켈레톤 배치 하는 직원들 전부 독립시켜서 프리랜서로 돌려요. 스켈레톤 빌려준 다음 매입한 양에 따라 인센티브 주는 방식으로 거래하면 간단하네.”
세론 상사에 소속된 직원이 아니라 세론의 스켈레톤을 가지고 사업을 하는 별개의 소기업으로 만드는 거다.
이러면 중소기업 맞잖아?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지.
“추가로 신규 프리랜서도 대규모로 모집하세요.”
“대규모로 말입니까?”
그동안 세론 상사는 한 게이트에 오직 한 개의 스켈레톤만을 배치했다.
그게 가장 효율이 좋으니까.
그런데 프리랜서로 풀어 버리면 그딴 효율 내 알 바 아니잖아?
“그런 다음 프리랜서들한테 스켈레톤 배치 자율권 주시고요.”
“예? 대규모로 모으고 자율권까지 주면 스켈레톤들이 게이트마다 중복 배치 될 텐데요.”
그게 핵심이다.
세론 상사 대 협회, 정치권, 납품처라는 이 경쟁 구도를 비트는 거지.
“정확합니다. 어차피 프리랜서가 100명이든 10명이든 오는 물량만 똑같다면 나는 아무 상관 없잖아요? 생각해 보세요.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박 사장이 멍한 표정으로 말했다.
“상인들이 대거 이쪽으로 올 테니 협회가 수를 쓰려고 하면 저희 대신 본인들이 나서서 협회와 싸울 겁니다.”
“추가로 우리에게 붙은 러시아 상인들끼리도 경쟁하겠죠, 스켈레톤이 중복 배치 되니까. 한마디로 개싸움 되는 겁니다.”
협회의 주적이 외국 기업인 세론이 아니라 세론에 붙은 러시아 상인이 되는 거다.
거기에 세론에 붙은 러시아 상인들끼리도 무한 경쟁으로 인해 경쟁하고.
“간단하게 자판기 사업이랑 비슷하다고 보시면 되겠네. 자판기가 하나만 딸랑 설치되어 있는 것 보셨어요?”
“한곳에 몰려 있죠.”
“그겁니다.”
세론은 자판기 판매업자이며 동시에 음료 납품 회사가 되는 거다.
그럼 자판기 사업자들이 어디가 가장 매출이 좋을지 고민하며 다른 자판기 사업자들과 경쟁을 하는 거고.
“프리랜서니 중소기업 적합 업종 제도가 통과돼도 상관없고, 추가로 서로 싸우게 만들어서 좋고.”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일단 1기 모집자에겐 스켈레톤 대여비 면제 혜택 주세요. 그런 다음 러시아 전역으로 풀어 버립시다. 진짜 난전으로 만들어서 피아 식별도 못 하게 만들어 주자고요.”
* * *
게이트에 좌판을 깔고 각성자가 나오길 기다리던 한 상인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하아. 힘들다.”
협회가 단결하고 납품처를 압박한 덕분에 그나마 비벼 볼 수라도 있게 됐지만, 그 대신 상인 본인의 마진도 깎아야 했고, 무엇보다 스켈레톤이 부산물을 매입해 가며 매입량 자체가 줄어든 탓에 수입이 평소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하기에 나날이 늘어만 가는 한숨.
하지만 스켈레톤이 시장을 전부 먹어 버리면 이 직업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니 이 방법 말고는 대안이 없었다.
“그나마 여긴 스켈레톤이 없어서 다행…….”
하지만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했던가.
스켈레톤이 없어서 다행이라 말하기 무섭게 멀리서 스켈레톤을 실은 트럭이 무서운 속도로 다가온다.
“젠장.”
상인이 트럭을 노려보며 말했다.
“어떡하지? 옮겨? 그냥 해?”
그렇게 상인이 고민하는 사이 이미 일부 상인들은 트럭을 보자마자 가판을 정리하며 일어서기 시작한다.
“사람들 많이 빠지면 할 만하지 않을까?”
그렇게 희망 섞인 기대를 하며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때.
“어?”
또 다른 스켈레톤을 실은 트럭 한 대가 무서운 속도로 앞선 트럭을 따라오는 게 아닌가.
“뭐야, 두 대?”
처음 보는 광경에 멍하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그때, 두 트럭이 마치 경쟁하듯 달려오더니 둘 모두 트럭을 세우자마자 스켈레톤을 들고 상인들 쪽을 향해 질주한다.
“뭐, 뭐야, 저게?”
월급쟁이 직원이기에 느긋한 표정으로 설치한 다음 확인 사진만 찍고 바로 돌아가던 평소 모습과 전혀 다른 상황.
그때 먼저 도착한 트럭 기사가 게이트와 가장 가까운 공터에 스켈레톤을 내려놓더니 환한 표정으로 외친다.
“오케이! 여기 내 자리!”
“아오, 씨!”
“으하하. 그러게 좀 더 빨리 왔어야지!”
그러자 뒤늦게 도착한 트럭 기사가 말했다.
“젠장. 하필 길을 잘못 들어서.”
“너는 그냥 저쪽에 배치해. 다른 곳은 상인들이 이미 좌판 깔아 둬서 저기가 그나마 가깝네.”
그러자 늦게 도착한 트럭 기사가 잠시 침묵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늦은 건 늦은 거니까. 알아서 할 테니 설치나 해.”
“수긍이 빠르네. 좋아.”
그렇게 스켈레톤 설치를 마친 트럭 기사가 트럭을 타고 떠나자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다른 트럭 기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멍청하긴, 꼭 빈자리에만 설치하란 법 없잖아?”
그러더니 트럭 기사가 상인에게 다가와 말했다.
“여기가 게이트랑 가장 가깝네. 저기, 혹시 자리 파실 생각 없으세요?”
“예?”
“게이트랑 가까워야 매출이 높게 나와서 말이죠. 그 자리 저한테 파세요. 제가 살게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상황 파악이 안 되던 상인.
그런데 그때 상인의 눈에 스켈레톤의 머리에 적힌 문구가 보인다.
“…창업 문의?”
“아, 이거요? 지금 세론 상사에서 사업 구조를 개편 중이라서요.”
그 말에 흥미가 동한 상인이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명해 주면 경쟁자 늘리는 꼴이지만… 뭐, 어차피 홈페이지 가면 다 나오니까 말씀드리죠. 대신 이 자리 저 주시는 겁니다? 그러니까…….”
그렇게 설명을 시작한 트럭 기사.
그리고 그 이야기를 다 들은 상인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프리랜서? 그러니까 내가 스켈레톤을 많이 가질수록 그리고 잘 배치할수록 내 몫이 커진다는 소리잖아?”
“맞습니다. 일종의 자판기 같다고 설명하던데, 그 표현이 딱이죠, 자판기가 자리만 잘 잡으면 알아서 돈 벌어 오는 것처럼.”
그 말에 상인의 머리가 빠른 속도로 돌아간다.
‘스켈레톤 최대한 많이 빌려서 게이트 생기는 족족 사방에 뿌리고 다니면 지금보다 수입이 훨씬 좋을 것 아니야.’
운 좋게 수백 명의 각성자가 들어가는 대형 게이트 제일 앞자리를 미리 선점하면 그것만으로도 지금 수입의 몇 배는 넘을 터.
‘게다가 1기는 대여료도 면제라고? 이건 기회다!’
애초에 협회에 동조한 이유는 세론 상사와 자신 같은 상인들이 공존할 수 없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 파이를 나눈다면 이야기는 달라지는 법.
“이제 자리 비켜 주실 거죠?”
그러자 상인이 단호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니요. 안 됩니다.”
“예? 아니, 전부 알려 드렸는데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이 자리 제 겁니다.”
임계점까지 한참 남은 게이트에서 가장 가까운 최고의 꿀자리.
이곳에 24시간 스켈레톤을 배치할 수 있는 기회인데 이걸 어떻게 포기하나.
“대신 이렇게 하죠. 어차피 저녁이면 다들 퇴근하고 집에 갈 것 아닙니까. 그쪽은 빨리 다른 곳에도 배치해야 하니 그때까지 못 기다릴 거고. 그러니 스켈레톤 맡기고 가시면 제가 그쪽 대신 여기 바로 옆자리에 놔 드리죠.”
“…호오. 그건 괜찮네요.”
“대신 스켈레톤 배정 받는 곳이랑 어떻게 하면 빨리 그리고 많이 받을 수 있는지 좀 알려 주세요. 딜?”
“오케이, 딜! 좋아요. 일단 협회 가입해 있으시다면 바로 탈퇴하셔야 합니다. 이유는 당연히 아실 거니 설명은 안 할게요. 그런 다음 가까운 세론 상사 지점으로 가서…….”
세론 상사의 사업 개편을 통해 탄생한 프리랜서와 스켈레톤의 조합.
이 조합은 궁지에 몰렸던 상인들에게 한 줄기 빛으로 내려오며 빠르게 러시아 게이트 물품 시장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