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35)
35화
김용대는 한때 KM 자동차의 협력사에 다니던 직장인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KM 자동차의 폐업 결정으로 하루아침에 공중에 분해된 협력사.
대표는 임금을 체불하다 야반도주했고, 때문에 김용대는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어 버렸다.
문제는 실직된 이후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지.”
김용대처럼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1만 명의 실직자들.
문제는 그 실직자들로 인해 줄줄이 다른 업종들까지 무너져 갔다는 거다.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장사를 하던 공단의 식당들도 무너졌고, 군산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상권도 위축된다.
상권이 위축되자 아르바이트 자리마저 줄어드는 악순환의 연속.
그렇게 고난의 시간을 어떻게든 버티고 있던 그때 등장한 게 바로 세론과 세론의 협력사였다.
스켈레톤으로 노동자를 대신한다며 해외 공장의 군산 투자를 유도한 세론.
하지만 시민들은 떨떠름한 심정이었다.
투자 유치로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세수도 늘어난다고는 하지만, 막상 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일자리는 스켈레톤이 차지하고 있으니 별로 체감이 되지 않았던 거다.
하지만 그런 협력사가 10개를 넘어 20개 그리고 40개까지 늘어나자 점점 상황이 뒤바뀌어 갔다.
얼마 안 돼 보였던 사무직과 관리직 일자리가 몇 배로 늘어났고, 협력사의 항구 이용량이 증가하자 군산항 역시 직원을 추가 모집 하는 등 점점 긍정적인 시그널이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한 거다.
그것도 매우 빠른 속도로.
끝없던 악순환의 고리가 조금씩이지만 선순환으로 변해 가는 상황.
그때 김용대가 핸드폰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이. 떨어졌네.”
이번에 새로 입주한 협력사에 이력서를 집어넣었는데 탈락해 버린 김용대.
예전 같으면 절망하고 또 절망했을 거다.
희망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괜찮아, 괜찮아. 이번 달에만 입주 예정 회사가 5개잖아. 또 써 보지, 뭐.”
탈락의 쓰라림은 어쩔 수 없으나 다음 기회가 여전히 남아 있으니까.
군산의 일자리 문제가 계속 나아질 거라는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
그렇게 김용대를 비롯한 군산 시민들은 조금씩 조금씩 달라져 가는 일상을 느끼며 천천히 희망을 품어 나가기 시작했다.
*
기존의 세론 공장은 그대로 두고 아예 군산에 본사를 세워 버린 나.
덕분에 협력사를 포함해 군산에서 새롭게 생겨난 일자리는 800에 달했다.
물론 800여 개의 일자리 자체는 KM 자동차와 협력사가 무너지며 양산된 1만 실업자와 비교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대신 그로 인한 파급력은 절대 작지 않았다.
일자리가 800개일 뿐인 거지 생산하는 양까지 800개 수준인 건 아니니까.
원자재와 수천에 달하는 스켈레톤들이 24시간 생산해서 쏟아 내는 물건들을 운반해 줄 트럭 기사들이 매일 공장을 들락거리며 돈을 소비하자, 상권이 조금이지만 활기를 띠고 군산항도 물류량이 대폭 증가하는 등 군산시 전체에 긍정적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발생한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모든 것이 유림 전자가 처음 입주하고 고작 3달 만에 이뤄 낸 성과라는 점이 핵심.
세론의 협력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으니 군산 시민들 입장에서 점점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여기 새로운 회사들 리스트입니다. 저희 기준에 부합하거나 살짝 모자라지만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회사만 추린 겁니다.”
김덕배에게 서류를 건네받은 나는 리스트를 쭉 보면서 말했다.
“추리고 추렸는데도 이 정도라고요?”
“유림 전자 같은 1기 협력사들이 제법 재미를 보지 않았습니까. 그중 상당수는 저희 협력사의 경쟁업체들입니다.”
1기 협력사 중 대다수는 한국 내수 시장 비율이 상당히 높은 회사들.
당연히 인건비와 물류비 모두 훨씬 저렴하니 가격경쟁력이 확 올라간 거다.
덕분에 1기 협력사들의 제품들은 중국산보다도 저렴한 한국산으로 시장의 점유율을 점점 더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
상황이 이쯤 되자 관망하고 있던 경쟁업체들도 앞다퉈 제안을 보내온다.
“경쟁 업체니 뭐니 가리지 말고 다 받아 주세요.”
건전한 경쟁이 발전을 불러일으키느니 뭐니 그런 허울 좋은 이야기는 부차적인 문제다.
애초에 인건비가 저렴한 해외에 진출했다고 해서 그 나라가 의리를 지킨답시고 다른 업종 진입을 거절하는 경우는 없지 않나.
이것도 마찬가지다.
협력사는 굳이 비유하자면 세론이란 나라에 현지 공장을 세우고 스켈레톤이란 일꾼을 고용한 꼴.
나는 그저 그들에게 해외보다 더 싼 노동력을 제공해 주고 돈만 챙기면 그만이라 이거야.
그리고 솔직히 내 도움에 내수 시장의 중국산 제품 점유율 자체를 빼앗아 오며 시장의 파이 자체가 커지고 있는 것은 물론 수출 경쟁력까지 생긴 상황.
그럼 경쟁업체에 벽을 칠 생각을 할 게 아니라 SR 전자처럼 중국이 점유하고 있는 해외 수출 시장 공략에 집중해야지.
“신발이야 우리가 직접 해외 시장을 삼키고 있으니 협회원들한테 벽 치고 내수만 보장해 준 거지만, 여기 회사들은 입장이 다르잖아요. 혹시라도 불만 이야기하면 해외 수출에 집중하라고 해요, 좁아터진 한국에서 우물 안 개구리처럼 굴지 말고.”
열심히 나가서 팔 생각을 하라고.
“그나저나 일부에서 협력 업체 제품에도 경품 이벤트 적용을 해 주면 어떻겠냐는 말이 나오던데요.”
경품을 협력 업체에도 적용해 달라?
“누가 그런 소리를 합니까?”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아마 직접 이야기하기에는 그러니 슬쩍 소문을 흘린 것 같습니다.”
“무시하세요. 너무 많이 사방에 뿌리면 희소성이 떨어져요. 그리고 애초에 SR 전자 제품이야 보급형이니까 사람들 주목 끌기 위해서 그런 거고, 우리 협력 업체들은 나름 기술력 있잖아요? 그 기술력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췄으면 됐지, 뭘 또 경품이 어쩌고저쩌고······.”
당연히 경품을 적용하면 엄청난 매출 신장이 뒤따를 거다.
하지만 SR 전자와 협력사는 포지션이 완전히 다르단 말이지.
애초에 협력사를 끌어들인 이유가 자체 기술력이 없는 SR 전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서인데, 마찬가지로 경품에 의존하여 기술력 개발을 등한시하면 협력사를 둘 이유가 없지 않나.
“그건 못 들은 걸로 하고”
나는 리스트를 다시 돌려주며 말했다.
“나머지는 김 사장님이 괜찮다 싶으면 결정해 주세요.”
언제까지 이런 서류 검토만 하고 있을 수는 없잖아?
이제 협력사가 한두 곳도 아닌데 말이야.
“알겠습니다.”
상황은 매우 순조롭다.
직접 시장을 개척하는 세론 신발은 주문량에 맞춰 스켈레톤을 늘려야 하지만, 협력사는 기존 해외 공장의 물량을 그대로 가져오는 거기에 스켈레톤을 한 방에 왕창씩 때려 박을 수 있다.
한마디로 일단 입주만 하면 바로 그때부터 공장 풀가동이 가능하다는 말이고, 스켈레톤이 바쁘다는 건 그만큼 나한테 들어오는 돈도 많아진다는 소리니까.
거기에 심지어 협력을 원하는 회사들도 계속해서 늘고 있으니 군산 산업 단지 전체를 세론의 협력사로 덮어 버리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때쯤 되면 수만 개의 스켈레톤이 군산 산업 단지에서 일을 하게 될 거고, 그 정도면 사람의 일자리도 수천 개쯤은 생겨나겠지.
“계속 늘리자고요. 입주만 하면 돈이 떨어지는데 멈출 이유가 없잖아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보고를 마무리한 그때.
“하, 한 대표님!”
군산에 본사를 세우며 새로 입사한 군산 출신 직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대표이사실에 들어오며 말했다.
“소방서에서 협조 요청이 왔습니다!”
“소방서에서 협조 요청?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직원이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근 물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답니다!”
*
직원의 말에 핸드폰 내비를 켜고 허공을 날아 도착한 군산시 외곽에 있는 물류 창고.
“와. 이게 뭔 난리야?”
창문에서는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있고, 공장 위로는 새카만 연기가 자욱하다.
물류 창고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어마어마한 규모의 화재.
나는 주위를 살핀 다음 소방관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날아가 지상에 착지했다.
그때 날 발견하고 다가오는 한 소방관.
“한 대표님!”
지휘관으로 보이는 소방관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갑작스레 협조 요청을 드려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워낙 긴급한 데다 떠오르는 게 한 대표님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다른 일도 아니고 소방서 일인데, 도울 수 있는 건 도와야지요. 뭘 어떻게 도와드려야 되죠?”
그러자 소방관이 들고 있던 물류 창고 지도를 건네며 말했다.
“지금 이 안에 쌓여 있는 물건들로 인해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아직 안에 대피하지 못한 직원들이 5명이나 있습니다! 문제는 내부가 너무 복잡하고 화재가 워낙 커서 진입을 시도할 방법이 없다는 겁니다. 그때 생각난 게 스켈레톤이었습니다.”
“스켈레톤을 내부에 진입시켜 사람들을 구해 오자는 말입니까?”
“예.”
소방관이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가능할까요?”
내가 아무리 30년을 전장에서 살며 감정이 많이 마모됐다지만, 눈앞에서 구할 수 있는 사람을 무시할 만큼의 냉혈한은 아니란 말이지.
게다가 이번 일을 잘 해결하면 나와 스켈레톤에 대한 평가가 더 좋아질 거라는 건 덤이고.
“물론 가능합니다.”
스켈레톤과 운반형 스켈레톤에 실드를 씌워서 들여보내 내가 직접 컨트롤하며 직원들을 태워 오면 간단하지.
아니면 확실한 위치만 스켈레톤으로 확인한 다음, 실드를 걸어 준 다음 플라이로 부유시켜서 직접 꺼내 와도 되고.
이래 보여도 나름 대마법사라고?
네크로맨서기는 하지만.
“어디 있는지 알려 주세요.”
그러자 소방관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건··· 모릅니다.”
엥?
“아니, 그럼 저 넓은 물류 창고 안에서 5명을 찾아내 구조까지 해야 한다고요?”
“맞습니다. 스켈레톤을 한 번에 수백 개씩 들여보내서 샅샅이 뒤지면 되지 않을까요?”
그게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인 줄 아나.
움직이는 거야 그렇다 쳐도, 나와 연결된 수백 개의 스켈레톤이 보내오는 시각 정보를 하나하나 개별 분석 하고 그때그때 적절한 행동을 판단한다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심지어 불길이랑 연기로 시야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건 마력이 아니라 인간의 정신력과 의지력의 문제라고.
물론 하자면 못 할 건 없지만, 그렇게 정신이 분산되면 아무리 나라도 놓치는 부분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알고리즘을 건드려 볼까?”
그렇기에 대안으로 떠올린 것은 바로 스켈레톤의 알고리즘을 대충 손봐서 자동으로 구조하게 하게 만드는 것.
물류 창고보다 더 복잡하다고 할 수 있는 게이트 내부도 거침없이 돌아다녔던 게 내 스켈레톤들이기에 험지 주파 정도는 일도 아니니 기존 알고리즘에 사람으로 보이는 생명체를 자동으로 들어서 들고 나오도록 만드는 거지.
하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이건 더 못 미더워.”
사람들이 어느 방 혹은 물건에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심지어 정신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등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상황.
그런 만큼 문도 열어 보고 넘어진 구조물도 헤집으며 일말의 가능성도 놓치지 않고 샅샅이 뒤져야 하는데, 급조한 알고리즘에 그 정도 성능을 바라는 건 욕심이다.
“어······.”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소방 호스를 스켈레톤에게 쥐여 주고 끄면서 들어가는 건 어때요?”
스켈레톤이 최전방에서 불을 끄고 그 뒤를 사람들이 들어가 수색하는 방법.
“워낙 불쏘시개들이 많아 쉽게 꺼질 불이 아닙니다. 거기에 물류 창고 자체도 철근 콘크리트 구조가 아니라 붕괴 위험이 있고요.”
여차하면 대형 스켈레톤 만들어서 한 번에 쓱 훑어 낼까도 생각했는데 그럼 그것도 안 되는 거잖아.
툭 건드리면 박살 날지도 모른다는 소리니.
“후. 어쩔 수 없지.”
내가 직접 컨트롤하는 수밖에.
“대출혈 서비스다.”
알고리즘을 완성한 이후 언데드를 수백 개씩 동시에 컨트롤하는 건 오랜만이지만,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그렇게 아공간을 열어 스켈레톤을 꺼내던 바로 그때.
“어?”
그때 한 가지 아이디어가 번뜩하고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간다.
지금 문제는 급조한 구조 알고리즘의 판단력과 성능을 믿을 수 없으며, 그렇다고 내가 혼자 컨트롤하자니 정신력 분산으로 놓치는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거잖아.
그럼 그 판단을 나 혼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이 같이하면 되는 것 아닌가?
잠시 멍하니 있던 나는 다급히 외쳤다.
“다들 핸드폰 꺼내요! 나중에 고장 나면 물어 줄 테니까 소방관이든 여기 직원이든 아무나 전부!”
“예?”
“시간 없으니까 빨리 꺼내요! 꺼내서 CCTV 어플 깔아요!”
*
머리에 CCTV 역할을 할 핸드폰을 매달고 있는 스켈레톤이 실드에 보호받으며 줄줄이 물류 창고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스켈레톤 머리에 매달린 핸드폰과 연결된 핸드폰으로 실시간 영상을 보는 소방관과 물류창고 직원들.
“14번! 앞의 문을 열어 봐야 합니다!”
그 말에 나는 곧바로 눈을 감고 알고리즘에 따라 그저 물류 창고 안을 배회하던 14번 스켈레톤의 통제권을 가져와 직접 조종하여 문을 열어 본다.
그렇게 14번 스켈레톤이 문을 열고 안을 확인하였지만, 방 안에는 활활 타오르는 불만 가득하였다.
비어 있음을 확인한 내가 다시 통제권을 알고리즘에 넘기자 다시 알고리즘에 따라 걸어가기 시작한 스켈레톤.
“56번! 앞이 가로막혔습니다! 이건 통로 확보를 위해서라도 치워야 합니다!”
“71번! 무언가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확인해야 합니다!”
알고리즘에 따라 스켈레톤이 물류 창고 내부를 활보하고, 밖의 사람들이 스켈레톤의 머리에 달린 핸드폰과 연결된 CCTV 어플로 그때그때 적절한 행동 판단을 담당한다.
그리고 그들이 판단해 주면 내가 통제권을 가져와 실행에 옮기는 분업 방식.
말 그대로 사람과 스켈레톤의 완벽한 합동작전이었다.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하니까 얼마나 편해.”
만약 나 혼자 했으면 여기 확인하랴 저기 컨트롤하랴 정신이 없었을 텐데, 사람들이 나를 대신해 판단을 해 주니 훨씬 완벽하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사, 사람이다! 67번! 67번!”
나는 곧바로 67번 스켈레톤의 통제권을 가져와 상황을 확인하였다.
불길이 아직 덜 번진 곳에 쓰러져있는 한 중년 여성.
연기를 너무 많이 마셔 정신을 잃은 듯했지만, 다행히 살아는 있는 것 같았다.
“오케이!”
위치만 확인되면 그다음은 간단하지.
나는 곧바로 마력을 중년 여성에게 흘려보내 실드를 씌워 준 다음 플라이 마법을 시전해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잠시 후 실드의 보호를 받으며 물류 창고 창문을 통해 밖으로 구조된 중년 여성.
“와아아아!”
“김씨 아주머니!”
그렇게 정신을 잃은 중년 여성이 바닥에 살포시 내려앉자 대기하던 구조대원들이 급하게 중년 여성을 들것에 실어 구급차로 옮긴다.
“한 명 구조 완료!”
나는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도 빨리 구합시다!”
*
스켈레톤과 사람의 합동 구조 작전.
그 결과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몇몇 사람이 큰 화상을 입기는 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었으니까.
그때 지휘관으로 보이는 소방관이 내 손을 부여잡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한 대표님!”
“뭘요. 사람이면 당연히 도와야죠.”
“만약 한 대표님이 아니었다면 더 큰 희생이 발생했을 겁니다. 한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저희끼리 누군가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진입해야 하는 건 아닌가 의논하고 있었으니까요.”
다행히 물류 창고가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기는 했지만, 저런 불구덩이에 방화복 하나만 믿고 들어가려 했다니.
내가 진짜 다른 건 몰라도 소방관들 고생하는 건 인정이다.
그나저나 소방관이라······.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소방관님.”
“예, 한 대표님.”
“오늘 스켈레톤을 이용한 구조 작업 어떠셨나요?”
그러자 소방관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습니다! 안전하게 후방에서 사람을 구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렇죠?”
스켈레톤의 진짜 가치는 사람을 대신해 위험한 일을 수행하는 것에 있다.
세론에서의 전장이나 지구의 이런 화재 현장처럼.
“소방관이 한국에 몇 명이나 있나요?”
“대충 5만 명쯤 됩니다.”
오호?
제법 많은데?
“만약에 이번처럼 시야만 공유되는 게 아니라 스켈레톤을 직접 조종까지 할 수 있다면 어떨 것 같습니까?”
“직접 조종까지? 그럼 더 이상 바랄 게 없지요.”
위험한 구조 작업을 대신할 일종의 원격 무인 조종 로봇 같은 스켈레톤.
이런 스켈레톤이라면 수요도 많고 일자리 침해도 안 할 거잖아.
이건 말 그대로 장비에 가까우니까.
소방관만 5만이면 최소 수천 개 정도는 팔아 치울 수 있지 않을까?
거기에 소방관 말고도 다른 3D 업종에도 적용 가능 하니 상업성은 충분하다.
위험한 일을 대신해 주어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어 사람들로부터 좋은 이미지도 얻을 수 있고, 심지어 상업성까지 갖춘 무인 조종 스켈레톤.
‘A/S 해 주는 대신 한국에는 저렴하게 대여해 주고, 대신 외국에는 비싸게 대여하면 돈도 제법 만질 수 있을 것 같은데.’
한국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해 주어 성능을 인정받은 다음 해외에서 돈을 버는 거다.
물론 해외에서 가격 차이를 문제 삼겠지만, 나름 합리적인 이유도 있다고.
아무래도 나와의 거리가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유지에 들어가는 마력이 좀 늘어나니까.
물론 많아 봤자 두세 배 정도라 수십만이 넘는 스켈레톤을 운용하던 나에게 있어서는 별로 티도 안 나는 수준이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소방관을 보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소방관님, 혹시나 쉬는 날 저 좀 도와줄 수 있으실까요? 어쩌면 5만 소방관의 미래가 달린 일일지도 모르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