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40)
40화
한적한 카페 구석에 앉은 건설 소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젠장.”
그때 사고만 생각하면 욕이 절로 나온다.
워낙 공사가 급해 작업을 서두르다 보니 미흡하게 설치했던 안전 설비.
그게 모든 문제의 발단이었다.
“그렇게 무너질 줄 알았냐고.”
미흡한 안전 설비로 인해 건물의 일부가 붕괴되며 아수라장이 된 공사 현장.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불안전과 부실 공사는 건설사의 신뢰도에 어마어마한 타격이 가는 일이었다.
특히 조만간 큰 공사 수주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욱 그랬다.
“조만간 있을 큰 공사가 한두건이 아닌데 이것 하나 때문에 줄줄이 떨어지면··· 어휴.”
그래서 생각해 낸 게 바로 붕괴 현장에 있던 스켈레톤에게 모든 죄를 뒤집어씌우는 것이었다.
그걸 위해 스켈레톤 조종사와 만나 8천만 원에 합의를 본 건설 소장.
분명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갑자기 그 스켈레톤 조종사로부터 급한 연락이 오기 전까진.
“뭔데 갑자기 보자는 거야? 자꾸 봐서 좋을 것 없는데.”
그때 카페 문이 열리며 들어오는 한도윤.
한도윤이 주변을 살짝 살펴보고는 건설 소장 앞에 앉으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예, 한도윤 씨. 무슨 일로 보자 하신 겁니까?”
그러자 한도윤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사실 일이 잘 마무리되었나 궁금해서요.”
“예?”
“걱정되더라고요, 혹시 걸리면 큰일이니까. 그 사고를 스켈레톤이 일으킨······.”
그러자 소장이 검지를 입으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
“쉿. 뭐 하시는 겁니까. 정 말하고 싶으면 그 사건 정도로만 이야기하세요. 뭐 좋은 이야기라고.”
“아. 저도 모르게.”
소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무 문제 없이 처리될 겁니다. 애초에 증거가 없으니까.”
“만약 증거가 있으면 어떡하죠?”
“뭐라고요?”
“혹시나 해서 하는 말입니다.”
“그럴 일 없습니다. 현장에 CCTV 달려 있는 것도 아니고 목격자도 한도윤 씨 혼자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인데, 혹시 모르는 일 아닙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용건은 그게 답니까? 앞으로 겨우 이런 용건이면 연락하지 마세요, 우리는 만나서 좋을 게 하나도 없으니까.”
그렇게 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한도윤이 급하게 소장의 팔목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 뭘 그렇게 급하게 가십니까. 이제 막 만났는데, 커피라도 마저 마시고 가시죠.”
그러자 소장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가 지금 여기서 느긋하게 커피나 마실 상황입니까?”
“아무튼 조금만 더 있다 가시죠.”
한도윤의 말에 결국 자리에 앉은 소장.
그러자 침묵하던 한도윤이 말했다.
“그런데 스켈레톤이 없었으면 붕괴 사고를 어쩌실 생각이셨습니까?”
그 사건이라 부르라고 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또다시 대놓고 그걸 언급하는 한도윤.
그런 한도윤을 바라보던 소장이 말했다.
“설마 8천이 부족해서 이러는 겁니까?”
“예? 아, 아닙니다, 그런 거.”
“그런 게 아니면 왜 이렇게 갑자기 꼬치꼬치 캐묻는 겁니까?”
귀도 얇고 멍한 구석이 있어서 손쉽게 매수할 수 있었던 한도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을 부르고는 이상한 이야기를 자꾸 늘어놓으니 소장도 뭔가 점점 더 이상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뭐지. 뭔가 이상한데?’
그때 소장의 눈에 이상한 점이 한 가지 더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자꾸 왜 왼쪽 가슴을 만지는 거야?’
말하는 내내 한번씩 자신의 왼쪽 가슴을 툭툭 건드리는 한도윤.
‘잠깐만. 설마······.’
소장이 잠시 침묵하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무튼 한도윤 씨, 너무 걱정 마세요. 의심을 할 수는 있지만 증거가 없다면 아무 소용도 없으니까.”
그렇게 몸을 일으키는 척하던 소장이 갑자기 한도윤의 멱살을 쥐더니 한도윤의 옷에 손을 집어넣는다.
“자, 잠깐!”
그리고 소장이 한도윤의 옷에서 손을 뺐을 때, 그의 손에는 녹음기가 들려 있었다.
소장이 녹음기를 흔들며 말했다.
“이거 뭡니까. 지금 대화 녹음한 거예요? 그래서 일부러 내 증언 유도한 거고?”
한도윤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아, 아닙니다. 요즘 불안해 가지고 혹시 몰라서······.”
“날 협박해서 돈 더 받아 내려고? 아니야. 한도윤 씨에게 그 정도 깜냥은 없단 말이지.”
소장이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누가 시킨 겁니까.”
그러자 울상이 된 한도윤이 말했다.
“그, 그게, 그러니까.”
“설마 세론?”
소장의 말에 식은땀만 뻘뻘 흘리는 한도윤.
“한도윤 씨,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한도윤 씨도 절대 무사할 수 없습니다. 왜? 내가 억울해서 그냥 있지 않을 테니까. 반대로 우리가 살면 한도윤 씨도 사는 거고. 한마디로 우리는 공동 운명체라는 말입니다.”
소장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봐요. 정 부담스러우면 대충이라도.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겁니까? 뭔지를 알아야 대책을 세우지. 그러고보니 아까 증거 어쩌고저쩌고 하던데… 설마 증거가 있는 겁니까?”
증거라는 말에 흠칫하는 한도윤을 보고 더욱 확신한 소장.
‘증거가 있다고? 하지만 정말 증거가 있다면 이런 법적 효력도 없는 녹음 파일 따위를 따오라고 했을 리가 없는데?’
잠시 고민하던 소장이 한결 느긋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한도윤씨. 저는 한도윤씨 편입니다. 정말 증거가 있는 겁니까?”
“모. 모릅니다.”
“한도윤씨. 자꾸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시면 우리 모두 공멸입니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주시죠. 정말 증거가 있다 해도 상관없으니까. 우리끼리 말만 잘 맞추면 빠져나갈 구멍 하나 못 만들겠습니까?”
소장의 말에 한도윤이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
“빠져나갈 구멍이요?”
소장이 녹음기를 한도윤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만약 나에게 말해 주고도 내가 별다른 대책을 못 세운다? 그럼 이거 가져가서 원래 계획대로 하세요. 대신 내가 세운 대책이 마음에 들면 나와 함께하고. 어떻습니까?”
소장의 딜에 한도윤이 더욱더 흔들린다.
“정말입니까?”
“정말입니다. 그러니 말해 보세요.”
결국 소장의 설득에 입을 연 한도윤.
그러자 그 이야기를 모두 들은 소장이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블랙박스 능력이 있다라······.”
“예. 제가 제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네요. 한지혁 대표는 손짓 한 번에 스켈레톤을 순식간에 만드는 사람 아닙니까? 그런데 복구에 시간이 걸린다? 이건 뭔가 이상한데. 증거를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요?”
“직접 보지는 못했습니다.”
소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건 아무리 봐도 한도윤 씨가 낚인 것 같은데요. 아마 능력이 되었든 몰래 카메라를 썼든 마치 블랙박스 능력이 있는 것처럼 연출한 것 아닐까요?”
“설마······.”
“만약 정말 증거가 있다면 이렇게 한도윤 씨를 설득해서 불법 녹취 같은 법적 효력이 없는 증거를 따 오라 했을 리가 없죠. 확실합니다.”
소장이 한도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 한번 믿어 보시죠. 이래 봬도 산전수전 다 겪으며 여태까지 살아남은 놈입니다.”
잠시 고민하던 한도윤이 말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단 증거가 있을 경우와 없을 경우를 상정해서······.”
*
한도윤과 소장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카페 근처의 한 벤치.
그 벤치에 앉은 나는 청력 강화 마법을 이용해 콧노래를 부르며 그둘의 대화를 모두 듣고 있었다.
“역시 한 번 배신한 놈은 또 배신한다니까.”
내가 한도윤에게 요구한 것은 바로 녹음기를 들고 가 그날 있었던 진상을 담아 오라는 것.
하지만 애초부터 나는 한도윤을 믿지 않았다.
내 협박 몇 번에 지레 겁먹고 술술 부는 놈의 어디를 보고 믿겠나.
그래서 아예 처음부터 한도윤이 소장을 만나러 간다는 말을 듣고 따라왔지.
물류 창고 화재 때처럼 불길이 넘실거리고 사람들이 의식을 잃어 특정이 힘든 상황이라면 몰라도, 이미 타깃팅이 완료된 사람 하나 멀리서 추적하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니니까.
“그나저나 소장, 제법이야. 아예 게임이 안되는데?”
산전수전 다 겪었다는 게 거짓말은 아닌지 눈치가 백 단이다.
한도윤의 어색한 포인트를 집어내 녹음기를 찾아내는 것도 모자라 역으로 설득하여 다시 끌어들이다니.
하지만 그래 봤자 결국 독 안에 든 쥐다.
그때 내 귀에 둘의 대화가 들려온다.
-일단 오늘은 서로 말을 맞춰서 녹음 파일을 만든 다음 건네주어 시간을 끕시다. 음··· 한도윤 씨가 저에게 돈을 더 요구하는 것처럼 꾸미는 거죠. 아. 참고로 일이 잘 풀리면 정말로 더 드리고요.
-알겠습니다.
-지금 문제는 스켈레톤의 안전 제동이 작동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지혁 대표가 의문을 품은 것 아닙니까? 후. 그런 기능이 있는 줄은 몰랐는데. 이건 제가 좀 고민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향후 대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간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백날 고민해 봐라, 이미 다 녹음 중인데.”
청력 강화는 말 그대로 멀리 떨이진 곳의 음파 파동을 강화해 내 귀로 전달하는 거다.
당연히 이 음파 파동을 내 귀가 아닌 다른 곳에 전달하는 것도 가능하지.
그 대상은 당연하게도 옆에 놓여 있는 내 녹음기.
물론 이런 불법 녹취는 법적인 증거로 쓸 수는 없다.
하지만 언론 플레이와 내 행동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용도로는 충분하지.
동시에 스켈레톤의 억울한 누명도 벗을 수 있고.
그때 소장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잠시 화장실 좀.
그러곤 갑자기 밖으로 나오더니 누군가와 통화를 하기 시작한다.
-김 전무님, 일이 복잡해졌습니다. 한지혁 대표가 눈치챘습니다.
역시 윗선도 개입해 있었구나.
나는 청력 강화 마법을 핸드폰 쪽에 더욱 강하게 적용하였다.
-이런 젠장! 눈치챘다고요?
-그러니까······.
소장의 설명을 들은 김 전무가 말했다.
-안전 제동? 그런 것 하나 확인 안 하고 뭐 한 겁니까!
그러자 소장이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 다급한 상황에서 그걸 확인할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그래도 미리미리 확인을 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니, 그걸 어떻게 미리··· 으음. 죄송합니다.
할 말이 많은 듯하지만 결국 조용히 죄송하다고 하고 참아 낸 소장.
-한도윤이 이미 전부 불었다고요?
-예. 하지만 증거는 없는 것 같습니다.
-증거는 없다라······. 그럼 그냥 모르는 척 밀어붙이세요.
그러자 잠시 침묵하던 소장이 말했다.
-차라리 지금이라도 한지혁 대표와 쇼부를 보는 건 어떻습니까. 아직 증거가 없으니 우리 실수였다 인정하고 조용히 넘어가도록 하는 겁니다.
이제 와서?
미안하지만 받아 줄 생각 없다.
녹취 파일이 이미 내 손에 들어왔거든.
너희가 지금 대화하는 내용까지도 전부.
-그건 안 됩니다. 지금 회장님께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사 입찰이 조만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맡은 공사에서 사고가 난 걸 인정하면 내 꼴이 뭐가 됩니까? 절대 회장님이 아시면 안 됩니다.
오호?
회장은 모른단 소리네?
그렇다면 김 전무라는 저놈이 머리라는 소리구만.
-어떻게든 깔끔하게 해결하세요! 만약 이것만 잘 해결해 주면 소장님 미래는 제가 책임져 드리죠.
-후우. 알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마치고 카페로 돌아간 소장.
그 후로도 소장과 한도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어 갔지만, 별다른 영양가는 없었다.
“이놈들을 어떻게 조지지?”
단순히 법적 절차를 밟는 것 정도로는 성이 안 찬다.
상대는 도급 순위 40위에, 한 해 수주액만 9천억에 달하는 건실한 중견 기업인 태유 토건.
거기다 사망자가 생긴 사고도 아니니, 보나 마나 벌금 좀 내고 소장 정도에서 꼬리를 끊고 말 게 뻔하지 않나.
저들이 스켈레톤에게 죄를 뒤집어씌운 건 법적 처벌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부실 공사와 안전 태만으로 인해 다음 공사 입찰에 영향이 가는 걸 막기 위함일 뿐이니까.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조만간 세론 그룹 발족식이지.”
세론 그룹을 만들어 정식으로 회장 자리에 오르는 그때.
이 녹음 파일로 화려한 축포를 터트리고 정식으로 놈들에게 선전포고 한 다음 확실하게 박살 낸다.
다시는 그 누구도 세론을 상대로 이딴 짓을 하지 못하도록.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착하게만 살았지? 보여 줄게, 뭐가 진짜 슈퍼 을인지.”
*
스켈레톤 사고로 인해 뒤숭숭한 분위기에도 큰 차질 없이 준비된 세론 그룹 발족식.
그사이 지들끼리 이야기를 맞춘 한도윤이 어설프게 녹음된 파일을 들고 와서는 소장이 계속 주제를 피한다며 시간을 끌었지만, 뭐··· 크게 중요하지 않으니 무시하고 넘어갔지.
아무튼 그렇게 정식으로 시작된 발족식에는 이제 60에 육박하는 SR 전자 협력 업체 대표들과 스포츠 메이커 고위층 그리고 건설사 관계자 등 세론과 깊은 관련이 있는 회사 사람들이 빼곡하게 참석하고 있었다.
“우선 저희 세론은 운반형 스켈레톤을 시작으로······.”
미리 준비해 둔 사회자가 짧디짧은 세론의 연혁을 최대한 길게 뽑아내며 발족식을 진행해 나간다.
그렇게 모든 사전 준비가 끝나고 드디어 단상에 오른 나.
나는 미리 준비한 끈을 세론의 고위급 직원들과 함께 가위로 자르며 말했다.
“자. 이제 세론 그룹이 정식으로 발족했습니다!”
내 말에 일어나 박수를 치는 참석자들.
나는 그들을 향해 살짝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박수가 잦아들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여러분의 환대, 정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군요. 아시겠지만 최근 스켈레톤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습니까?”
뭔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조용히 자리에 착석한 참석자들.
그때, 내가 손짓을 하자 문이 열리며 대기하던 기자들이 우르르 들어온다.
나는 그런 기자들을 보며 말했다.
“스켈레톤으로 인한 사고, 참 황망하더군요. 저는 그간 스켈레톤과 사람의 공존을 위해 무던히 노력해 왔습니다, 모두가 스켈레톤을 편리한 소환수라 생각하도록 하기 위해서. 그래서 스켈레톤엔 각종 안전장치가 달려 있고요. 그런데 사고가 터졌다는군요.”
나를 향해 터지는 카메라 플래시들.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물론 조금 있다가 여기 있는 모든 분들께 시현 기회를 드리겠지만, 스켈레톤은 비유하자면 온몸에 충돌 방지 센서가 덕지덕지 달려 있는 로봇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데 그런 스켈레톤이 사고를 내다니.”
나는 잠시 침울한 척 연기한 다음 말했다.
“그래서 조사를 해 봤습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제 소환수에 허점이 혹시 있었는지. 그런데 우연찮게, 정말 우연찮게 재미있는 것을 입수했습니다. 함께 들어 보시죠.”
내 말이 끝나자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한도윤과 소장의 목소리.
-혹시 걸리면 큰일이니까, 그 사고를 스켈레톤이 일으킨······.
-한도윤 씨, 우리에게 문제가 생기면 한도윤 씨도 절대 무사할 수 없습니다. 왜? 내가 억울해서 그냥 있지 않을 테니까. 반대로 우리가 살면 한도윤 씨도 사는 거고. 한마디로 우리는 공동 운명체라는 말입니다.
그렇게 사실상 모든 것을 실토하는 둘.
그러다 이번엔 소장과 김 전무의 대화로 이어진다.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공사 입찰이 조만간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내가 맡은 공사에서 사고가 난 걸 인정하면 내 꼴이 뭐가 됩니까?
-어떻게든 깔끔하게 해결하세요! 만약 이것만 잘 해결해 주면 소장님 미래는 제가 책임져 드리죠.
그렇게 모든 녹음 내용이 끝나자 침묵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런 참석자 중엔 이 모든 일의 발단인 태유 토건의 회장도 있었다.
태유 토건의 회장이 창백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자, 잠깐만요, 한 대표님. 이건 뭔가 잘못······.”
나는 그런 태유 토건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한지혁 회장, 입니다.”
“하, 한지혁 회장님, 뭔가 착오가 있던 게 아닐지······.”
당황하는 것도 당연했다.
김 전무 말에 의하면 회장은 전혀 모르고 있던 일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본보기로 처벌하는 건데 그냥 김 전무만 쳐 내고 끝내기에는 좀 그렇잖아?
그래서 일부러 회장과 관련된 녹음 내용은 빼 버렸지.
확실하게 손을 봐 주어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제가 설마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 허위 사실이라도 유포하겠습니까? 아! 물론 이게 법적 효력 없는 건 압니다. 하지만 뭐, 검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하면 조사를 해서 결과가 나오겠죠? 하지만 저는 그걸로 만족 못 합니다. 제 스켈레톤의 가치와 그간 제가 쌓아 온 이미지를 훼손한 태유 토건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모든 협력을 보이콧하겠습니다.”
건설용 스켈레톤을 일절 빌려주지 않겠다는 말.
물론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건 그렇고, 여기 보운 건설 관계자분 계십니까?”
그러자 흥미롭게 지금 상황을 바라보고 있던 한 남자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제가 보운 건설 대표입니다만.”
“잠시 이쪽으로 와 주실 수 있을까요?”
내 말에 의아한 표정으로 단상에 오른 보운 건설 대표.
나는 마이크의 음량을 끄고 조용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듣자 하니 태유 토건이랑 조만간 있을 경기도 재건축 공사를 두고 수주전을 펼치고 계신다던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만약 제가 보운 건설이 필요로 하는 스켈레톤을 최우선적으로 배치해 드린다면··· 경기도 재건축 사업에서 태유 토건 제칠 수 있으실까요.”
스켈레톤을 원하는 회사는 많지만 숙련 인력이 부족해 모든 수요를 채우지 못하는 상황.
이때 내가 태유 토건은 보이콧하고 경쟁업체에는 반대로 스켈레톤을 몰아주는 거다.
태유 토건이 아무것도 하지 못하도록.
내 말을 완전히 이해한 보운 건설 대표가 말했다.
“그렇게 밀어주시는데도 입찰을 따내지 못한다면 바보지요.”
“좋습니다. 그럼 발족식 끝나고 더 이야기를 나눠 보죠. 아. 그리고 이건 우리 둘만의 비밀입니다?”
“물론입니다.”
마음 같아선 대놓고 작살을 내고 싶으나, 그렇게 되면 공정거래 위반은 물론 사적 복수라며 내가 피해를 입을 수 있으니 조용하게, 하지만 확실하게 압박한다.
그렇게 보운 건설 대표가 희희낙락한 표정으로 단상을 내려간다.
그러자 경쟁업체 대표의 표정이 환해진 걸 보고 당황해하는 태유 토건 회장.
나는 그런 태유 토건 회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회장님.”
기대하라고.
이건 시작에 불과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