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45)
45화
군산시에 있는 각성자 등록소 마당을 가득 메운 기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S급은 나오겠지?”
“그거야 당연하지.”
당연하게도 그들의 이야기 주제는 오늘 등급 테스트를 받기로 한 한지혁.
한지혁은 현재 공식적으로 F급 각성자이지만 세상 그 누구도 한지혁을 F급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지금까지 배치된 스켈레톤의 수만 해도 1만을 넘어 2만에 육박한다 알려졌고 이제는 경호원 스켈레톤까지 출시하며 무력을 지닌 소환수 역시 가능하다는 걸 증명했으니까.
“그럼 SS급은?”
“SS는 안되지 않을까?”
현재 한국에 있는 SS급은 고작 5명.
모두들 한지혁이 S급은 무난히 따낼 거라 예상하지만 SS급부터는 정말 차원이 다른 존재이기에 확신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다중 능력자니, 전투력 자체는 떨어질 거 같은데.”
“그래도 영향력 하나만 놓고 보면 SS급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한국 공장을 국내로 유턴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기업의 투자까지 유치해 상당한 경제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수출에 주력하며 상당한 외화를 벌어오고 있는 게 바로 세론이었으니까.
“SS급을 영향력만 보고 주냐? 그런 식이면 재벌들도 다 SS급이게?”
“아니지. 아니지. 그 영향력의 기반이 능력인 것과 단순히 돈이 많은 건 다르다고. 미국에 물약 관련 능력으로 S급 받은 각성자도 있잖아. 그 각성자 전투 능력은 꽝이라잖아.”
즉발성 능력 강화 물약을 만들며 유명해진 미국의 각성자.
비록 전투 능력은 전무하다시피 하지만 그 보조 능력의 유용함을 인정받아 정식으로 미국에서 S급으로 인정받았다.
꼭 전투 능력이 아니더라도 사회에 도움이 되며 동시에 충분히 유용하다면 얼마든지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확실한 사례.
“하지만 그래도 그건 S등급까지잖아. 전투 능력이 없는 SS급은 아예 사례가 없다고.”
그렇게 의견이 갈린 기자들.
하지만 결국 공통된 의견은 하나였다.
그간 한지혁이 보여준 영향력과 능력을 생각하면 S급은 확실한데 SS급은 애매하다는 것.
그렇게 기자들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던 바로 그때.
“한 대표다!!”
등록소 정문에 나타난 한지혁.
기자들이 눈을 빛내며 다가가려는 순간 한지혁이 외쳤다.
“모두 정지!!”
“어?”
“지금부터 스켈레톤 소환할 거니까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갑자기 스켈레톤을 소환한다고?”
“소환 계열이니까 소환 능력 보여주려는 건가? 그런데 그게 지금 한 대표에게 의미가 있어?”
그때 한지혁이 손을 들어 올리자 그 뒤로 그간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아공간이 모습을 드러낸다.
“와. 저게 저렇게도 커지는 거였어?”
“게이트보다 더 큰 거 같은데?”
그리고 그 순간.
아공간에서 어마어마한 수의 스켈레톤들이 줄을 지어 앞으로 걸어 나온다.
척. 척. 척.
마치 잘 훈련된 군대처럼 질서 정연하게 대열을 갖추고 전진하는 스켈레톤들.
기자들은 그 스켈레톤들이 모두 한지혁의 소환수임을 알고 있음에도 마치 불안정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는 것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져들 정도로 스켈레톤의 대열은 크고 웅장했다.
“왜 꼭 도망가야 할 거 같지.”
“그러게.”
그때 한지혁이 말했다.
“여기까지는 세론 신발 스켈레톤입니다.”
“···어?”
“그다음은 SR 전자.”
그제야 저 스켈레톤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아차린 기자들.
“여태까지 만들었던 스켈레톤들을 종류별로 내놓고 있어.”
기본형인 일꾼 스켈레톤부터 운반형에 더해 건설용, 소방용 등등 그간 한지혁이 만들었던 스켈레톤들의 총출동.
“이다음은 저와 저희 연구진이 공동 연구하여 만든 시제품 스켈레톤입니다!”
그러자 이번엔 독특한 외관을 지닌 스켈레톤들이 나온다.
팔이 4개인 스켈레톤부터 4족 보행 등등 기괴한 모습의 스켈레톤들.
심지어 키만 7m에 육박하는 대형 스켈레톤도 있었다.
“오오! 미출시 스켈레톤들!”
그러자 어안이벙벙해 하며 이게 뭔가 싶어 하던 기자들도 슬슬 흥미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출시한 경호용 스켈레톤들입니다!”
그렇게 계속 스켈레톤을 소환하며 걸어오던 한지혁이 드디어 기자들 앞에 서며 말했다.
“이렇게 도합 5천. 참고로 이거 전부 예비용입니다.”
한마디로 일하는 스켈레톤은 두고 여유 있는 스켈레톤만 소환했다는 말.
“···그럼 이미 2만을 넘었다는 거잖아?”
“근데 왜 하나도 놀랍지 않지? 그동안 너무 적응됐나?”
그때 한지혁이 환하게 웃고는 품에서 종이 다발을 꺼내 기자들에게 돌리며 말했다.
“이건 소환한 스켈레톤들의 종류와 능력 등 스펙이 적혀있는 카탈로그고요.”
카탈로그를 받아든 기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건설형 최대 운반 용량···소방형 특징···”
모든 카탈로그를 기자들에게 돌린 한지혁이 말했다.
“저는 이제 들어가서 테스트할 거거든요. 인터뷰는 테스트 끝나고 나서 해드릴 테니 그동안 스켈레톤들 보고 계세요. 참고로 건설형 같은 무인 조종은 직접 사용해보실 수 있게 조종 장치도 비치했으니 체험해보시고요. 그럼 전 먼저 들어갑니다!”
그렇게 기자들을 뒤로하고 등록소 안으로 들어가 버린 한지혁.
기자들은 카탈로그와 스켈레톤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
“무슨 로봇 박람회···아니 스켈레톤 박람회야?”
그때 한 기자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기삿거리는 많아서 좋네. 스켈레톤의 상세 스펙이 공개된 건 처음이잖아.”
“그건 그렇지. 좋아. 사진 왕창 찍어가자!”
스켈레톤을 대량으로 풀어버린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현재 상당히 유니크한 존재니까.
소환 계열은 현재 가장 높은 등급이 전 세계를 통틀어 A급일 정도로 희귀한 계열이고 또한 큰 기업의 회장이 S급 각성자로 인정받는 경우는 전 세계를 통틀어 사실상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으니까.
각성하는 것까지야 그렇다 쳐도 실력을 키우려면 몬스터를 잡으며 소위 노오력을 해야 하는데 큰 기업 회장이 뭐가 아쉬워서 위험하게 게이트를 들락날락하겠어.
아무튼 그렇기에 내가 S급으로 인정받으면 큰 기업 회장이자 소환 계열로서 첫 사례이기에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가질 게 분명했다.
당연히 이런 홍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지.
그래서 아예 작정하고 상세 스펙 카탈로그까지 만들며 기자들에게 전부 공개한 나.
일종의 기업 홍보관이라고나 해야 할까?
“아까 듣자 하니 로봇 박람···아니. 아니. 스켈레톤 박람회라 하던데. 뭐 그것도 좋고.”
아무튼 그렇게 등록소 안으로 들어가자 나를 반겨준 건 낯익은 얼굴이었다.
“김한울 길드장님?”
바로 나에게 돈을 빌려주었던 김한울 길드장이었다.
이미 빌렸던 돈은 다 갚은 지 오래지만, 갑옷 A/S와 업그레이드 등을 이유로 주기적으로 만나 왔기에 각성자들 중 나와 친분이 있다 말할 만한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였다.
“어쩐 일이세요?”
내가 만들어준 갑옷을 입고 있는 김한울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쩐 일이기는요. 한 회장님 등급 테스트한다길래 바로 자원해서 왔지.”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아. 한 회장님은 처음이라 모르시겠구나. 원래 A급 이상의 고위 각성자는 비슷한 등급의 각성자들 도움을 받아서 테스트를 진행합니다. 워낙 다양한 능력이 있어서 기계만으로는 측정하는 데 한계가 있어서요.”
내가 그런 건 관심이 별로 없어서.
“들어가시죠. 저 말고 다른 분들도 기다리고 있으니.”
그렇게 김한울과 함께 테스트 장소로 이동하자 이번엔 뉴스에서 자주 봐왔던 얼굴들이 등장했다.
바로 각성자 관리청의 청장인 이진영과 SS급 각성자이자 대한민국 최고의 길드 중 하나인 하얀꽃 길드의 길드장 우도현이었다.
“우도현 길드장님도 왔네요.”
그러자 김한울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한 회장님이 SS급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으니까요.”
그때 이진영 청장과 우도현이 나에게 다가왔다.
“반갑습니다. 이진영 청장입니다.”
옆에 있던 우도현이 조용히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김한울이 내 귀에 조용히 속삭였다.
“우 길드장님은 엄청 과묵한 분이라 원래 저러니 이해하세요.”
“아. 네.”
그때 이진영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정말 뵙고 싶었습니다. 한 회장님. 도대체 저희한테 왜 이러는지 묻고 싶었거든요.”
“무슨 말씀이십니까?”
“스켈레톤을 만단위로 만든 것부터 생각지도 못한 분야에 활용하는 것 등등 말입니다. 그것 때문에 저희가 상당히 곤란했었습니다.”
이진영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스켈레톤에 대한 세금 문제부터 소환수 관련된 법을 새로 제정해야 하나 어째야 하나 의견도 엇갈리고 정말 말 그대로 혼돈 그 자체였으니까요. 그렇게 어어? 하는 사이 스켈레톤의 수가 끝을 모르고 불어나더니 이제는 아예 그룹이 되어버렸고요.”
그간 법과 관련하여 스켈레톤은 단 한 번도 제재를 당한 적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제재를 할 겨를조차 없었다고 해야겠지.
관리청의 행정력이 뒷수습을 논의 할 때쯤 세론은 이미 몇 발자국 앞으로 계속해서 달려 나가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세론이 너무 커버려서 함부로 뭔가를 하기도 힘들 정도군요. 하하.”
세론과 협력사에 종사하는 직원들부터 세론으로 인한 유턴 기업의 투자 효과 등 세론의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세론에 무언가를 시도하는 순간 세론의 영향력에 있는 모두가 영향을 받게 되니 행정기관 입장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물론 뭐 세론이 나쁘다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한민국에 큰 도움이 되고 있죠. 저도 국가 기관의 장으로서 참 감사하고. 참고로 제 개인의 성향을 말하자면 저는 제재로 인해 각성자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걸 반대하는 입장이라서요. 그냥 저희가 알게 모르게 고생하고 있다는 걸 알려드리려 한 겁니다.”
“하하. 그런가요?”
“아무튼 그건 그거고 오늘 목적은 테스트 아닙니까?”
그때 이진영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 미리 말씀드리면 안 되는 거긴 한데 이미 저희 내부적으로 한 회장님이 S급일거라 잠정 결론을 내린 상황입니다.”
“이미 결론을 내렸다고요?”
“그간 보여준 행보만으로도 S급을 받기엔 충분하니까요. 지금까지 소환한 스켈레톤들의 수. 거기에 더해 원래부터 A급 이상의 무력을 지녔다 예상되던 상황에서 이제는 경호용 스켈레톤까지 나오며 사실상 1인 길드나 다름없는 상황 아닙니까.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데 앞으로 경호용 더 출시할 예정이시죠?”
“음.”
“솔직히 말씀하셔도 됩니다.”
“뭐. 맞습니다. 앞으로 B급을 최소 수십 개 이상 출시할 예정이라서요. A급도 준비…솔직히 이미 만들어두었고요.”
이미 저쪽에서 솔직하게 털어놓은 상황에서 좀 있으면 밝혀질 일을 굳이 숨길 필요는 없지.
“그 정도면 사실상 이미 S급은 확정이라 봐도 되겠군요. 원래는 다중능력자이신만큼 연구원들을 동원해 소환수는 물론이고 그외에 공격 그리고 하늘을 나는 능력에 대한 각종 테스트와 검증 등을 해야하는데··· 그건 청장의 권한으로 생략하고 기본 테스트만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오오.
제법인데?
이건 이진영이 통 크게 준비한 선물이나 다름없다.
이진영 입장에서 이 기회에 각 잡고 내 모든 걸 실험해 보고 싶지 않겠어?
솔직히 나도 그 정도는 각오하고 왔고.
그런데 이진영은 그와 정반대되는 선택을 한 거다.
내 모든 걸 확실히 밝힐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실험으로 시간을 끌어 나의 불만을 사느니 차라리 절차를 간소화하여 나의 호감을 사는 방향으로.
거기에 개인의 의견이라고는 하지만 각성자에 대한 제재에 반대한다며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았나.
이건 다시 말해 앞으로 잘 지내보자는 이진영의 제안이나 다름없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거 좋네요.”
이렇게 먼저 절차 간소화라는 선물 보따리를 풀어줬는데 나도 답례를 해야겠지?
아무려면 관리청 청장과 친하게 지내서 나쁠 건 없으니까.
“생각해보면 제가 그간 너무 막 나갔네요. 각성자를 관리하는 게 관리청인데 마치 관리가 안 되는 것처럼 보였을 테니.”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전화번호 주시면 앞으로 일을 벌이기 전에 청장님에게 미리 연락은 해드리겠습니다.”
미리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며 또한 세론이 관리청에 협조하는 듯한 모양새는 나올 거잖아.
즉 이진영의 면을 살려줄 수 있다는 말.
내 말에 이진영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이야. 이렇게 말이 잘 통하는 분인 줄 알았으면 진작 접촉해볼 것을.”
세론도 이제 덩치가 커졌으니 정치권 쪽이랑 잘 지내야지.
이진영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튼 이야기는 이 정도로 된 거 같고 바로 시작할까요? 일단 테스트 기계로 소환수의 근력 같은 기본적인 걸 체크할 겁니다. 그다음은 김한울 길드장님과 간단한 대련이 있을 겁니다. 대충 서로 공격을 두어 번 주고 받아보는 정도로요.”
김한울이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한 회장님과 제대로 한번 겨뤄볼 생각이었는데 김이 새네요.”
“하하. 원래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습니까.”
그때 이진영이 아차 하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나저나 SS급도 도전해보실 생각이십니까? 혹시 몰라서 우 길드장님에게 참관 부탁드렸는데.”
사실 S급만 되어도 운신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단 말이지.
원래는 기왕 하려 한 거 제대로 하려고 했는데 이렇게 분위기가 훈훈하게 흘러가는 상황에서 굳이 그럴 필요 있나?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그때.
시종일관 한마디도 하지 않던 우도현이 갑자기 입을 벌리며 말했다.
“하시죠.”
갑작스런 우도현의 말에 이진영이 어색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하. 기껏 우도현 길드장님을 여기까지 모셨는데 그냥 이대로 끝내는 것도 좀 그렇긴 하죠. 그럼 김한울 길드장님과 대련이 끝나면 우도현 길드장님과도 간단한 대련을···”
그러자 우도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전부 생략하고 바로 저와 대련으로 진행하시죠.”
“예? 갑자기 그게 무슨···”
“어차피 김한울 길드장은 한 회장님 상대가 안 될 테니까. 어쩌면 나조차도 말입니다.”
갑작스런 우도현의 폭탄 발언에 모두가 얼어붙는다.
‘뭐야. 설마 내 마력을 느꼈나?’
원래 세론에선 상대의 마력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어느 정도 강함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강자들은 자신의 마력을 잘 갈무리해두고 다니는 걸 기본 소양으로 생각했지.
하지만 이게 보통 번거로운 일이 아니다.
특히 강대한 마력을 지니고 있을수록 더욱더.
그래서 어차피 언데드 군단의 변질은 인과율 변화로 인한 사고로 추측되기에 내 적이라 해봐야 언데드 군단 뿐이고 거기에 더해 지구의 각성자들은 마력을 느끼는 사람이 없어 마음 편하게 풀어놓고 다녔던 건데···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버려 두었던 마력을 안으로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우도현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입구에 들어오기 전부터 느끼고 있었으니까.”
맞구나.
마력을 느끼는 거.
“오호.”
SS급 정도 되면 확실히 뭔가 달라도 다른가 보구나.
각인된 능력만을 사용하는 일반 각성자와 다르게 마력이라는 이능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는 우도현.
‘그러고 보니 마력을 제법 잘 갈무리 해두었네.’
자신의 마력을 풀풀 내뿜는 김한울과 다르게 조용히 잔잔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우도현.
‘내가 그간 각성자를 너무 무시했나 보다.’
그저 이 알 수 없는 세상의 법칙으로 인해 주어진 능력 안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물 안 개구리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었던 거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너무 막 하고 다녔나 보네요.”
우도현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표현이 서툴러서 그렇지 사실 지금 매우 놀란 상태입니다. 한 회장님 정도 되는 아우라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니까.”
마력 느낀 걸 아우라라고 표현하나 보구나.
아무튼 뭐.
이미 느꼈다는데 그냥 넘어가는 것도 웃기잖아?
기왕 이렇게 된 거 아예 SS급도 따가지 뭐.
개인적으로 SS급들의 능력이 궁금해지기도 했고.
나는 여전히 얼어있는 이진영을 보며 말했다.
“그럼 우 길드장님 말씀처럼 다 그냥 생략하고 바로 대련으로 가시죠.”
그렇게 안내받은 대련장.
높은 벽으로 사방이 막혀있는 데다 제법 넓어 대련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내 맞은편에선 창을 꺼내 가볍게 쥔 우도현.
“그나저나 마···아니 아우라는 어떻게 느끼신 겁니까?”
“그냥 어느 순간 갑자기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바로 SS급이 되었던 시점이었죠.”
세론에서처럼 마력을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수없이 쌓아온 전투 경험을 통해 본능적으로 마력의 사용법을 깨우친 사람들.
그게 바로 SS급이었다.
“그렇구나.”
“질문하고 싶은 건 많습니다.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힘을 지닐 수 있나, 또 어떻게 그렇게 쉽게 아우라를 통제하나 등등. 하지만 그런 말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결국 가장 빠른 건 손을 맞대어 보는 건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그때 스피커를 통해 이진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두 분 모두 준비되셨으면 손을 들어주세요.
나와 우도현이 손을 들어 올리자 이진영이 말했다.
-그럼 시작!!
그 말이 끝나자 갑자기 우도현의 몸이 순간이동 하듯 사라진다.
그리고 그때 내 등 뒤에서 들려오는 우도현의 목소리.
“순간 가속. 제 능력입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순간 가속.
그리고 그 가속력을 창끝에 실어내면 상당한 파괴력을 끌어낼 수 있겠지.
분명 능력과 잘 어울리는 무기다.
상대가 나만 아니라면.
그나저나 날 상대로 시현까지 해주며 여유를 부린다라···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봐주시는 겁니까?”
“알려드리는 겁니다. 제 능력을. 그래야 공평하니까.”
“그런가요.”
나는 아공간을 열고 뼈를 무더기로 꺼내며 말했다.
“그럼 저도 보여드리죠. 제 능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