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87)
87화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정확히 어떤 무인 장비를 말하는 겁니까?”
“스켈레톤 리그, 그게 정확히 제가 생각하는 군용 스켈레톤의 모습입니다.”
이선진이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 한국은 청년층의 감소로 군 입대 인원이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물론 현대의 전쟁은 첨단 장비가 한다지만, 결국 적국의 땅을 점령하는 건 보병인데 이 보병의 수가 계속해서 줄고 있다는 겁니다. 이때 스켈레톤 리그처럼 군인들에게 군용 스켈레톤을 배치해 주는 겁니다. 즉, 군인 하나하나가 분대화된다는 거죠.”
내가 생각했던 것과 정확히 일치하는 방법.
스켈레톤은 자체 판단력 없이 그저 군인의 지시를 수행하는 무인 병기 딱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된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군인들 밑에 스켈레톤이라는 새로운 병사 계층이 생기는 것이니 논란의 소지도 없지.
“그렇게 되면 군의 필요 인력을 압도적으로 줄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먼 미래엔 스켈레톤 병사와 사람 부사관만이 존재하는 군대가 탄생할 수도 있죠.”
나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많이 준비해 오셨네요.”
“그래야 회장님을 설득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일단 좋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이 긍정적인 것도 알겠고 무인 장비도 현실성이 있는 건 알았습니다.”
“그, 그럼!”
“하지만 여전히 걸림돌은 있습니다. 방금 본인 입으로 말씀하셨듯 군 내부의 반발.”
스켈레톤을 무인 장비처럼 군인에게 배치해 분대화하면 군인이 판단을 내리고 스켈레톤은 그 판단을 수행할 뿐이니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그로 인한 군 내부의 반발.
“안보는 사람이 지켜야 한다는 생각부터 개인의 능력에 국방을 의지해선 안 된다는 의견까지, 군에서 반발할 요소는 차고 넘치지 않나요?”
“원래 모든 변화엔 반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제가 그 반대를 감수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물론 돈이야 많이 벌겠지.
수만에서 많게는 수십만의 스켈레톤이 투입될 테니까.
하지만 내가 돈 벌 구멍이 그것만 있는 것도 아니니 굳이 그런 반발을 감수해 가며 진행할 이유가 없단 말이지.
“국민들이 원하지 않습니까.”
“저는 100명이 원해도 10명이 반대하면 하지 않습니다.”
노조가 반대하면 진출하지 않았고 알바 시스템도 일할 사람이 없는 시점이 되어서야 진출한 나다.
한국은 징병제 국가고 여전히 북한이란 적을 앞에 두고 있기에 그 무엇보다 민감한 것이 바로 군대.
그런 민감한 사안에 고작 설문 조사 하나 보고 뛰어들 수는 없지.
“그래서 일단 테스트만이라도 해 보자는 겁니다. 미래를 대비해 준비는 해 둬야지요.”
“흠.”
솔직히 맞는 말은 맞는 말인데······.
“게다가 병사를 중심으로 한 스켈레톤 분대화를 이야기했지만, 그것 말고도 스켈레톤이 필요한 곳은 차고 넘칩니다. 열악한 근무 조건의 최전방 경계부터 병사들에게 전가되던 각종 잡무까지. 제가 말한 테스트는 이 모든 걸 포함한 겁니다.”
전투용이 아니라 경계용과 잡무용이라.
그 정도면 괜찮을 것 같은데?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좋습니다. 그 정도라면 협조하죠.”
군인에 대한 복지 문제는 모든 사람들이 해결되길 원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오래된 숙원.
그것만 해결해 줘도 사람들이 스켈레톤과 세론을 더욱 좋게 생각할 것 아니야.
군 입대를 앞둔 청년과 그런 청년을 가족으로 둔 가족들은 특히나.
이 정도는 해 볼 만하지.
내 말에 이선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예.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국민적 반발이 있거나 세론과 제 이름에 먹칠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바로 발 뺄 겁니다.”
내 말에 이선진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일이 없도록 제가 전부 조치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선진에게 손을 건네며 말했다.
“한번 해 보죠, 군용 스켈레톤.”
*
천천히 철조망을 따라 이동하던 스켈레톤.
그때 옆 수풀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자 곧바로 그쪽을 향해 경계한다.
그리고 수풀에서 고라니의 사진이 나오자 경계를 풀고 다시 걸어간다.
“멧돼지가 나오면 어떻게 합니까?”
내 말에 옆에 있던 백상호가 답했다.
“멧돼지처럼 위협이 될 수 있는 동물은 끝까지 경계를 유지합니다.”
“사람이 나왔다면?”
“아군 인식표가 없으면 바로 제압에 들어갑니다. 그런 다음 바로 호출 벨을 눌러 부대에 연락을 취하고요.”
지금 테스트 중인 스켈레톤은 최전방 경계 스켈레톤.
당연히 최전방엔 아군 아니면 적군만이 존재하기에 세팅을 하기도 쉬웠다.
그때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선진이 입이 찢어지도록 웃으며 말했다.
“저런 스켈레톤이 24시간 최전방을 지킨다니··· 완벽합니다.”
“만족하십니까?”
“겨울엔 춥고 여름엔 덥고. 거기에 길도 좋지 않아 보급도 어려운 게 최전방입니다. 저 경계 임무만 스켈레톤이 맡아 줘도 군 장병들에게 엄청난 도움이 될 겁니다.”
“···그나저나 한 가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시지요.”
“왜 이렇게까지 군인들에게 신경 쓰는 겁니까?”
처음엔 이선진 차관을 스켈레톤을 이용해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사람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하며 색안경을 끼고 봤는데, 함께 일을 해 보니 이선진 차관의 관심이 단순히 국방력에만 가 있는 게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다.
마치 군인들에 대한 처우 그 자체를 생각하는 듯하다고 해야 하나?
이선진 차관이 흐믓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연히 신경 써야지요. 오히려 늦어도 너무 늦은 겁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지만 징병제로 인해 군인들에 대한 처우가 너무 열악하죠. 사람들은 군대의 첨단 무기에만 신경 쓰지만 결국 그 첨단 무기를 다루는 건 병사입니다.”
이선진 차관이 스켈레톤을 가리키며 말했다.
“생각해 보시죠. 저 스켈레톤 덕분에 최전방 근무에서 제외된 군인들. 이들은 더욱더 훈련에 매진할 수 있고 이는 곧 국방력 강화나 다름없지 않을까요.”
흠.
이선진 차관.
나름 괜찮은 사람이네.
국방부 차관이라는 사람이 일선 군인에게 이 정도로 신경 쓸 줄이야.
“게다가 국방비 절감 효과도 어마어마합니다. 앞으로 군인들의 월급은 계속 오를 예정이니까요.”
알바 시스템과 다르게 만약 정말 도입된다면 국방부가 대량으로 동일한 알고리즘의 스켈레톤을 도입하게 될 테니 대여 비용으로 저렴하게 200만 원을 책정한 나.
최근 군인 월급을 일반인과 비슷하게 현실화하는 걸 추진 중이라는 걸 생각하면 스켈레톤의 가성비가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스켈레톤들은 먹을 식량은 물론 잠을 잘 공간과 보급품도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절감한 국방 예산을 이용해 군인들의 복지와 신규 장비 도입에 사용하면 한국군을 더욱더 강력한 강군으로 만들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바로 제가 군용 스켈레톤 도입을 추진한 이유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아무튼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백상호를 보며 말했다.
“센터장님이 국방과학연구소랑 잘 협업해서 처리해 주세요.”
이선진의 면을 봐서 직접 나와 보기는 했지만 이제 내가 이런 걸 직접 처리할 짬은 아니잖아?
밑에 있는 연구원 수가 몇 명인데.
“알겠습니다, 회장님.”
그때 이선진이 말했다.
“아. 그리고 스켈레톤을 이용한 병사의 분대화는 어떻게······.”
민감한 내용을 언급하는 이선진의 말에 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건 천천히 하시죠. 다른 것도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닌데.”
경계용과 다르게 직접 전투를 해야 하는 분대용 스켈레톤은 아무래도 신중하게 접근해야지.
그러니 최대한 나중으로 미뤄 놓는다.
내 말에 이선진이 아쉽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알겠습니다.”
“아무튼 그럼 저는 먼저 가 보겠습니다. 일이 많아서.”
그렇게 백상호에게 국방부와의 협업을 일임하고 떠나려는 그때.
멀리서 군복을 입은 사람이 위풍당당한 보폭으로 이쪽을 향해 걸어온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선진 차관의 표정이 굳는다.
“유동구 중장.”
중장이면 별 세 개?
장군님이시네.
그때 우리에게 다가온 유동구가 이선진 차관을 향해 경례를 하며 말했다.
“충성.”
이선진 차관이 경례를 받아 주자 유동구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반갑습니다, 한 회장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아. 예.”
“군용 스켈레톤을 만드신다고요.”
“일단은 테스트지만요.”
유동구가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정말 스켈레톤이 병사를 대신할 수 있습니까?”
이선진 표정이 굳을 때 알아봤다.
이놈 반대파구나.
그때 이선진이 유동구를 잡아끌며 말했다.
“중장님, 저쪽으로 가서 저랑 이야기하시죠.”
그렇게 유동구와 함께 구석으로 이동한 이선진.
흥미가 생긴 나는 청력 강화를 시전해 둘의 대화를 엿들었다.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무슨 일이긴 무슨 일이겠습니까.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할 우리 훌륭한 스켈레톤 병사가 잘 만들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왔지요.”
“···그때도 설명했지만 대한민국의 인구수는 계속해서 줄고 있습니다. 당연히 입대 인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요. 그 대체 방안으로 스켈레톤만 한 게 있습니까?”
“있지요. 로봇도 있고, 아니면 첨단 장비를 늘려도 됩니다.”
“로봇? 이제 겨우 걸음마 단계인 로봇으로 병사를 대신한다?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인 줄 아십니까?”
“당연히 어렵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한지혁 회장 개인 한 명에게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보다는 훨씬 안전합니다.”
안전이라.
유동구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차관님은 민간 출신이라 잘 모르시겠지만 군인에겐 능력도 능력이지만 충성심 역시 중요합니다.”
“설마 로봇에게 충성심이 있다는 소립니까?”
“아니, 반대입니다. 로봇에겐 충성심이 없지만 스켈레톤에겐 충성심이 있지요. 문제는 그 충성심이 국가가 아닌 한지혁 회장에게 향한다는 거지만.”
유동구가 내 쪽을 힐끔 바라보더니 말했다.
“그래요. 백번 양보해서 경계까지는 저도 이해합니다. 하지만 병사들에게 스켈레톤을 배치해서 분대화한다? 취지는 좋습니다. 부족한 군 인력을 보충할 수 있고 소수의 병력으로 대규모 군대를 지휘할 수 있으니까. 심지어 스켈레톤은 사람이 아니니 작전에 대한 부담도 훨씬 줄어들지요. 그런데 만약 그 스켈레톤들이 총구를 반대로 겨누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한지혁 회장은 그럴 사람이 아닙니다.”
“그런 일을 할 사람은 절대 그럴 것처럼 행동하지 않습니다.”
그때 이선진이 말했다.
“지금 중장님께서 한지혁 회장이 허튼짓하는 걸 걱정하시는 거?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해하신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중단을······.”
“하지만 그런 걱정이 의미가 있습니까? 이미 대한민국 정재계 인사 중에 경호용 스켈레톤을 부리지 않는 사람이 드문 게 현실입니다. 한마디로 한지혁 회장이 한국을 뒤집어엎으려 했다면 진작에 뒤집어엎고도 남았다는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
지금 당장 내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도 한국 전체가 마비될 테니까.
“거기에 스켈레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커진 덕분에 한지혁 회장이 없는 한국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그럼 경계를 할 게 아니라 한지혁 회장을 같은 목표를 공유하는 동지로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오호?
“이번 사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한지혁 회장은 스켈레톤을 제공해 국방력을 강화하고 국방부는 한지혁 회장에게 비용을 지불합니다. 동시에 한지혁 회장이 가장 신경 쓰는 국민들에게서 한지혁 회장이 좋은 평판을 받도록 만들어 주고요.”
단순히 국방력 강화 정도라 생각했는데 거기까지 고려해서 추진한 거였어?
그때 유동구가 말했다.
“저는 그것도 이해가 안 갑니다. SS급에 재벌 그룹 회장이 도대체 뭐가 아쉬워서 국민들 눈치를 보냐 이 말입니다. 혹시 압니까? 나중에 국가를 전복해 독재자가 되기 위해 미리부터 평판 관리를 하고 있는 건지.”
이야.
상상력 풍부한데?
“게다가 이렇게 한지혁 회장에게 의지하다 한지혁 회장이 죽기라도 하면 어쩝니까. 인공 정수 시스템으로 유지는 할 수 있다지만 그럼에도 한지혁 회장이 있고 없고는 천지 차이입니다!”
나 수명 길다.
나중에 은퇴하면서 싹 정리할 거라고.
아무렴 이렇게 국민 평판 신경 써서 이미지 잘 만들어 놓고 무책임하게 전부 버려 둔 채 은퇴하겠어?
“아무튼 저는 결사 반대입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무리하고 출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유동구.
“흠. 반대파와 찬성파라.”
양쪽 모두 이해 간다.
민간 출신으로 군의 효율을 우선시하는 이선진 차관과 군인답게 최악의 경우를 생각하는 유동구.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분대화 미루기 잘했네.”
아무튼 저 반대파인 유동구도 경계까지는 이해한다지 않나.
그럼 딱 거기까지만 하면 되지.
굳이 이런 아수라장에 발 담가서 고민할 필요 없잖아?
반대파와 찬성파가 알아서 정리해 오면 나는 거기에 맞춰서 움직이면 그만.
나는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
“알아서 잘 정리해 오라고, 나는 해 달라는 대로 해 줄 테니까.”
*
순조롭게 테스트가 진행되어 완성된 테스트 버전의 경계형 스켈레톤.
이선진은 이 경계형 스켈레톤을 중요도가 덜한 지역에 우선 배치 하여 실전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테스트 결과 스켈레톤이 배치된 소초에서 아주 높은 만족도를 보여 준 경계형 스켈레톤.
평소라면 소초의 병사들이 3교대로 번갈아 가며 경계를 서야 하는데, 경계를 스켈레톤이 담당하고 소초의 병사는 소초 내에서 대기하고 있다 이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출동하기만 하면 되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그 테스트 결과를 언론에 흘린 이선진.
“반응 좋네.”
병사들의 업무 부담을 줄여 군 입대 인원 감소에 대응할 거라는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국방비를 절약해서 정예 강군으로 만들자는 사람부터 아예 병사를 전부 스켈레톤으로 대체하자는 사람들까지.
물론 반대 의견도 존재했다.
늘 그렇듯 내가 사라지거나 죽으면 어쩌냐는, 이제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겨운 레퍼토리부터 한 사람에게 모든 걸 맡기는 건 위험하다 등등, 많지는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반대 의견.
“네네. 전부 수용하겠습니다.”
경계용이랑 각종 잡무를 대신할 스켈레톤만 해도 앞으로 수만 개는 필요할 테니까.
“그나저나 확실히 스켈레톤이 현대 전투에서 사기는 사기란 말이지.”
보급이나 인명 손실 같은 요소는 다 배제하고 딱 전투 하나만 봐도 그렇다.
만약 북한군이 스켈레톤을 공격하려 한다면 그들이 가진 소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테니까.
뼈밖에 없는 스켈레톤을 소총으로 맞히기가 얼마나 힘들겠어.
그렇다면 폭발성 화기를 써야 되는데, 수만에 달하는 스켈레톤을 일일이 하나하나 폭발성 화기로 처리한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지.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재미있네. 현대 화기로 무장한 스켈레톤 군대라.”
이것도 내 언데드 군단을 막는 데 도움이 되기는 할 텐데.
“스켈레톤 분대화라······. 찬성파가 이기면 진짜 한번 만들어 볼까?”
그렇게 잠시 고민하던 그때 이선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예. 전화 바꿨······.”
-회장님!
다급한 이선진의 목소리에 실린 당혹감.
본능적으로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걸 느낀 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 있습니까?”
-경계를 서던 스켈레톤이 장교 하나를 오인 제압 해서 부상을 입혔습니다.
“오인 제압이요?”
-그, 그게, 그 장교가 인식표를 소지하지 않고 있었답니다.
현재 테스트 버전의 경계용 스켈레톤은 인식표를 사용해서 아군과 적군을 구별하고 있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테스트용이기에 임시로 그렇게 만든 거고, 앞으로는 다양한 아군 인식 방법을 추가해 나갈 예정이었는데 그 과정에서 사고가 나다니.
“거기 테스트 구역인 것 통보 안 했습니까?”
-당연히 했는데, 그 장교가 아무 생각 없이 인식표를 놓고 나갔다 합니다.
“부상은 어떻습니까?”
-그, 그게, 스켈레톤의 제압에 저항하다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골절됐답니다.
어이가 없네.
테스트 중인 걸 뻔히 아는 놈이 인식표를 놓고 가고, 어차피 제압만 한다는 걸 알면서 굳이 저항해서 부상을 입어?
“···일단 알겠습니다.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하죠.”
그렇게 통화를 마친 나는 혀를 차며 말했다.
“꼬투리 잡히겠는데?”
이건 어디까지나 장교의 부주의로 인한 사고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을 게 뻔하다.
특히 반대파 입장에선 스켈레톤의 안전성을 지적할 수 있는 좋은 기회.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나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설마 고의로?”
스켈레톤 도입에 반대하는 반대파가 꾸민 일인 것 아니야?
물론 우연에 우연이 겹쳐 벌어진 사고일 수도 있지만, 30년간 전장에서 굴러먹으며 단련된 감이 말해 준다.
이 사건은 뭔가 인위적이라고.
“만약 정말 조작이라면··· 후회하게 될 거야.”
정말 반대하고 싶었으면 스켈레톤을 건드리지 말고 날 설득했어야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는지를 나에게 확실히 보여 주면 나는 바로 발을 뺐을 테니까.
그런데 설득은 시도조차 안 하고 내가 가장 신경 쓰는 스켈레톤의 신뢰도를 건드린다?
그건 절대 그냥 못 넘어가지.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인 법이야.”
일단 지금은 증거도 없고 심증만 있는 상황이니 그냥 넘어간다.
그런데 만약 계속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그럼 날 건드린 데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치르게 해 준다.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원아웃 적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