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a Disaster-Class Necromancer Retires RAW novel - Chapter (89)
89화
일신 섬유는 사업 매출의 90퍼센트를 군납에 의존하는 회사였다.
당연히 그런 만큼 스켈레톤을 병사로 부린다는 발상은 일신 섬유에게 있어서 중차대한 위기일 수밖에.
스켈레톤은 군복과 신발은 물론이고 그 외의 모든 보급품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으니까.
다행히 군 내부에 스켈레톤 도입 반대파들이 존재해 어떻게든 도입 물량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었는데,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런 일신 섬유의 사장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점점 스켈레톤 도입 쪽으로 분위기가 흘러간다라.”
세론에서 제시한 안전 방안을 듣고 점점 마음을 바꾸고 있는 반대파들.
그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스켈레톤들이 자신들이 아닌 한지혁의 통제를 받을지도 모른다는 건데, 한지혁이 아예 작정하고 자폭장치는 물론이고 군이 원하는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하니 마음을 놓은 거다.
“멍청하긴. 아무리 그래도 한 사람한테 전적으로 의지한다는 게 말이 돼!?”
그렇게 울분을 토한 뒤 한숨을 내쉰 일신 섬유 사장이 말했다.
“젠장, 일단 최대한 버텨 보는 수밖에.”
이미 입찰로 확보해 둔 물량이 있고, 설사 스켈레톤이 도입된다 해도 지금 당장 군 입대 정원이 줄어드는 건 아니니까.
그렇게 마음을 다잡던 그때.
“사, 사장님!”
사무실 직원이 사장에게 말했다.
“도원에서 원단 납품이 힘들 것 같다고 합니다!”
“뭐?!”
도원은 일신 섬유에게 원단을 납품해 주는 회사인데, 갑자기 원단을 납품할 수 없다니.
사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그게 갑자기 무슨 소리야?”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미친.”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유, 유성 산업에서 단추 납품이 어렵다고······.”
“지퍼도 힘들다고 합니다!”
그 후로 줄줄이 납품 중단이 이어진다.
사장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이,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군복을 만드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필수 부속들의 납품이 모조리 중단되다니.
사장이 다급히 옷을 챙겨 입으며 말했다.
“일단 대기하고 있어! 내가 가 볼 테니까!”
*
“죄송합니다.”
원단을 납품하는 도원 사장의 말에 일신 섬유 사장이 이를 갈며 말했다.
“이건 경우가 아니지 않습니까! 갑자기 납품을 중단한다니요!”
“사정이 생겨서 그렇습니다.”
“설명해 보세요. 납득이 가게 설명하지 않으면 앞으로 일신과 도원의 거래는 이걸로 끝입니다!”
한국의 섬유 사업이 완전히 몰락했지만 유일하게 살아남은 부분이 있었으니, 바로 군납이었다.
군 보급품은 무조건 국내에서 생산해야 하기에 이 방파제가 저렴한 외국 제품으로부터 국내 군납 기업들을 보호해 준 거다.
당연히 그런 만큼 군납을 따낸 기업의 입김은 국내 섬유 시장에서 절대적이었다.
특히 도원 같은 원단 납품업체 입장에서 수십만 단위의 옷을 취급하는 일신 섬유 같은 군납 기업은 그야말로 최우선 고객.
물론 세론이 등장하기 전까진 말이다.
도원의 사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거래 끊는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거래를 끊는다고까지 하는데도 납품을 거절하다니.
이미 도원에 들어오며 공장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는 걸 확인한 일신 섬유의 사장이기에 더욱더 어이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끊길 땐 끊기더라도 이유나 알고 갑시다. 지금 도원뿐만 아니라 다른 회사들도 전부 납품이 어렵다는데, 이게 말이나 됩니까?”
그러자 침묵하던 도원의 사장이 말했다.
“역시 그랬군요.”
역시 그랬군요?
도원 사장이 뭔가 알고 있음을 깨달은 일신 섬유 사장이 말했다.
“아는 게 있으면 말씀해 주시죠. 저도 뭔지를 알아야 거래처를 바꾸든 어쩌든 대처를 할 것 아닙니까.”
그러자 침묵하던 도원 사장이 말했다.
“···그간 거래해 온 정을 생각해서 말씀드리죠.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추측입니다. 저도 정확히 이해한 건 아니라서.”
도원 사장이 일신 사장을 보며 말했다.
“혹시 세론에게 밉보인 게 있으십니까?”
그러자 일신 사장이 흠칫하며 말했다.
“세··· 론?”
“짚이는 게 있으신가 보군요. 그럼 제 추측이 맞을 겁니다. 세론의 직원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혹시 일신 섬유랑 거래하냐고. 그러곤 은연중에 돌려 말하긴 했지만 일신 섬유와 거래하면 곤란할 것처럼 표현했고요.”
일신 사장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그럼 다른 회사들도······.”
“아마 다들 비슷한 생각일 겁니다.”
침묵하던 일신 사장이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이렇게 갑자기 납품을 끊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일신 섬유는 군납 업체입니다!”
수십만 명분의 옷을 안정적으로 납품하는 군납 업체의 기존 위상을 믿고 이야기한 일신 사장.
“···예전이라면 그 한마디에 일희일비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세계 최대의 섬유 회사로 성장한 세론 신발입니다. 그 세론 신발이 중국과의 거래를 중단하고 국내에서 부속품을 조달하는 덕분에 원단 회사들은 물론이고 단추나 지퍼 같은 부속품 회사들은 창사 이래 최고의 호황을 맞이한 상황입니다.”
한마디로 이제는 군납 회사 하나쯤은 세론에 비해서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그, 그렇다 해도 어찌 됐든 하나라도 더 팔면 이득 아닙니까!”
그러자 도원 사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시죠, 원단을 뭘로 만드는지. 면화입니다. 그 면화를 어디서 가져오죠?”
일신 섬유 사장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세론··· 농업.”
중앙아프리카를 개간하며 어마어마한 농경지를 확보한 세론에서 만든 세론 농업.
그리고 그 세론 농업의 주력 상품이 바로 면화였다.
“우리는 사실상 단순한 하청업체를 넘어 세론에게 면화를 공급 받고 대신 원단을 만들어 주는 원단 위탁 생산 업체나 다름없습니다. 게다가 지금 신발이나 옷 제조사들도 모두 세론의 영향력을 강하게 받고 있습니다. 신발의 경우엔 협회가 사실상 세론 텃밭이나 다름없고. 아무튼 당연히 그들도 세론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우리가 세론에게 밉보이면 우리에게 원단을 사 가겠습니까?”
도원 사장의 말에 일신 사장의 동공이 거세게 흔들린다.
“일신 섬유는 군납 회사라 체감이 안 되시나 본데,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한국에서 세론과 척을 지는 건 섬유 사업 안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는 겁니다.”
도원 사장이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아무튼 저희는 일신 섬유와는 거래하지 않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가망이 없음을 깨달은 일신 사장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며 말했다.
“가 보겠습니다.”
“살펴 가세요.”
그렇게 일신 사장이 도원을 나서며 말했다.
“세론이··· 한지혁이 뭔가 눈치챘어.”
일신 사장이 한참을 고민하더니 말했다.
“어쩔 수 없지,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
원자재와 완제품을 쥐고 있는 최대 공급사이자 최대 고객사의 비위를 거스르려는 중간 업체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예전에야 군납 몇십만이 아쉬워서 설설 기었지만, 세론 신발은 국내 회사들을 앞세워 중국의 저가 브랜드를 밀어내고 내수 5천만 고객을 확보한 것은 물론 해외로도 활발히 수출을 진행하는 세계 최대의 섬유 제조사다.
당연히 저울추가 기운 수준을 넘어서 섬유산업이란 운동장 자체가 세론 손아귀에 있는데 누가 감히 거부하겠어.
“군납 방패에 도취돼서 감이 없구만.”
나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제 살살 말려 죽인 다음 유동구 중장 비리 사실만 캐내면 끝이야.”
아마 모르긴 몰라도 유동구가 관여한 비리는 이것뿐만이 아닐 테니까.
그렇게 일신 섬유를 말려 죽인 이후를 생각하던 바로 그때.
박인귀로부터 전화가 걸려 온다.
-회장님.
“어. 뭐 좀 알아냈어?”
박인귀의 임무는 일신 섬유와 유동구의 관계 그리고 더 있을 비리를 조사하는 것.
그런데 박인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일신 섬유가 폐업 신고를 했습니다.
···뭐?
나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폐업 신고?”
원래 말려 죽일 생각이기는 했다.
하지만 이렇게 스스로 자결을 선택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나.
“미친 것 아니야? 갑자기 이렇게 폐업 신고를 한다고?”
유동구에게 뇌물까지 줘 가며 군납을 따내던 업체가 고작 이것 한 방 먹었다고 갑자기 회사 문을 닫아 버려?
-예. 일신 사장이 법무법인에 폐업 절차를 의뢰한 다음 잠적했습니다.
“잠적?”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야?
만약 나라면 뇌물을 먹인 유동구를 움직여서 나와 협상을 하든 뭘 하든 딜을 했을 거다.
어떻게든 회사는 살려야 하니까.
그런데 세론에게 찍혔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회사를 폐업해 버리다니.
이건 마치 꼬리를 자르는 듯한······.
“어?”
꼬리 자르기?
설마 지금 이거 꼬리 자르기 들어간 거야?
나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맞네. 역시 일신 섬유는 몸통이 아니었어.”
그래.
어쩐지 중장급 인사가 움직이기엔 덩치가 너무 작다 했지.
“이놈들 판단 속도가 보통이 아닌데?”
나름 군납으로만 한 해 매출 50억을 올리는 회사를 바로 이렇게 꼬리 잘라 버리고 사장은 잠적하다니.
원래라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사장만 잘 숨어 있는다면 모든 일은 일신 섬유의 폐업과 함께 수면 아래로 사라질 테니까.
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대는 나란 말이지.
“위치는?”
-부하가 붙어 있습니다.
나는 이미 박인귀를 시켜 일신 섬유의 주요 인물과 유동구를 면밀히 감시하던 상황이니까.
-데려올까요?
“음··· 괜찮아. 내가 직접 가지, 뭐.”
괜히 잡아 왔다가 납치되었다며 꼬투리 잡힐 필요 없잖아?
직접 가서 아주 친절하게 설득하면 그만인데.
-그럼 제가 모시러 가겠습니다.
“오케이.”
그렇게 통화를 마친 나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
“자. 그럼 몸통이 어디인지 한번 이야기나 들어 볼까?”
*
“후우.”
일신 사장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1년만 버티자.”
어차피 비위 사실이 드러난 것도 아니고 그저 군납 업체 하나가 폐업했을 뿐 아닌가.
1년이면 모든 걸 깔끔하게 처리하고 정리한 뒤일 테니 그때는 밖으로 나가도 아무 문제 없을 터.
“젠장. 조금은 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간 일신 섬유를 운영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려 온 만큼 아쉬움이 클 수밖에.
그때 누군가가 벨을 누른다.
인터폰으로 배달 기사임을 확인한 일신 사장이 말했다.
“놓고 가세요.”
그렇게 배달 기사가 배달 음식을 두고 떠나자 배달 음식을 가져오기 위해 문을 연 일신 사장.
그런데 그 순간.
턱.
열린 문틈 사이로 누군가의 손이 불쑥 들어와 문을 부여잡는다.
당황한 일신 사장이 문을 닫으려 했지만 누군가의 압도적인 힘에 의해 강제로 열린 문.
“어··· 어?”
그렇게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바로 대한민국의 7번째 SS급 각성자인 박인귀였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사람은······.
“안녕?”
바로 6번째 SS급 각성자이자 세론 그룹의 회장 한지혁이었다.
한지혁이 해맑은 표정으로 손을 흔들며 말했다.
“반가워. 오다가 마침 배달 기사분을 만나 가지고 다행이지 뭐야. 들어가도 되지?”
그렇게 박인귀를 앞세워 집 안으로 들어온 한지혁.
그제야 정신을 차린 일신 사장이 외쳤다.
“이, 이건 사유지 불법 침입입니다!”
“응? 무슨 소리야, 불법 침입이라니. 이 집 네 거 아니잖아.”
당연히 잠적을 위해 지인의 명의로 빌린 일신 사장은 말문이 막혔다.
“아무튼 그게 중요해? 내가 여기까지 찾아왔다는 게 포인트지. 계속 피해 봐야 의미 없으니까 단념하라고. 박인귀 길드장님?”
그러자 박인귀가 종이에 적힌 주소를 읽기 시작했다.
“서울시 강동구··· 전라남도 여수······.”
그 주소는 바로 일신 사장 가족들이 숨어 있는 곳들.
일신 사장이 창백하게 질린 표정으로 말했다.
“그, 그걸 어떻게······.”
“다시 말하지만 이걸 내가 어떻게 알았고 왜 알고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내가 왜 찾아왔냐가 중요하지.”
한지혁이 일신 사장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말했다.
“처음엔 일신 섬유가 몸통인 줄 알았거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중장급 인사가 청탁을 받을 만한 사이즈가 아니었단 말이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듯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한지혁.
“그래서 압박 좀 가하려고 했더니 바로 꼬리를 자르고 도망치대? 그래서 더 확신했어. 이거 일신 섬유가 꼬리였구나 하고.”
한지혁이 일신 사장을 바라보며 말했다.
“선택지 줄게. 전부 다 불고 꼬리로 끝날래, 아니면 네가 전부 뒤집어쓸래.”
“즈, 증거는······.”
“증거? 있지, 그것도 차고 넘치게. 설마 SS급이 둘이나 나섰는데 그까짓 것 하나 못 찾았겠어?”
2명의 SS급 각성자에게서 오는 압박감이 일신 사장을 짓누른다.
“으으.”
“잘 들어. 참고로 나는 이 일 절대 그냥 안 넘길 거거든? 무려 삼진 아웃이라고. 나는 후환 남기는 걸 싫어해서 지옥 끝까지 파고들 거야.”
한지혁이 일신 사장 귓가에 대고 말했다.
“감당할 수 있겠어? 혼자?”
일신 사장이 식은땀을 흘린다.
“대신 전부 다 불고 죗값 치르고 나오면 지켜 줄게, 아무도 위해를 가하지 못하게.”
“···정말입니까?”
“그럼, 정말이고말고. 나는 합법적인 걸 좋아하거든. 죗값 치르고 나오면 죄가 없어질 테고, 선량한 민간인 지키는 건데 뭐가 문제야. 자, 그러니 말해 봐. 혹시 여기서 딴말하면 다른 놈 찾아가서 그놈한테 들은 다음 그놈만 지켜 준다?”
한지혁의 말에 결국 일신 사장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 그러니까.”
*
일신 섬유를 꼬리로 둔 몸통.
그 몸통은 바로 유동구 중장 본인이었다.
“이야. 이거 완전 대대로 이어져 온 가업이었네?”
전직 중장이었던 유동구 중장의 아버지 대부터 시작된 사업.
그것은 바로 자신 휘하의 측근을 꼬드겨 전역시킨 뒤 그 측근에게 군납 사업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물론 측근이 직접 나설 수는 없으니 측근의 가족들을 앞세워서 말이다.
그렇게 측근을 이용하여 군납 사업을 통해 이익을 취한 다음 적당한 시점에 회사를 폐업하는 식으로 감시를 피해 왔던 유동구 중장과 그의 아버지.
“지금은 일신 섬유 하나가 전부야?”
그러자 일신 사장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알기로 군복 쪽은 유동구 중장이 꽉 잡고 있다 알고 있습니다. 저도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군납 회사 중 몇 개는 유동구 중장과 연관이 있을 겁니다.”
“도대체 몇 년이나 해 먹은 거야?”
“아무리 못해도 아버지 대까지 합치면 40년은 넘은 걸로······.”
그러니까 그 지랄을 떨었지.
일발성으로 몇억 받는 수준을 넘어 아버지 대부터 가업처럼 이어져 온 사업이 스켈레톤으로 인해 휘청거리게 생겼으니 눈이 돌아갈 수밖에.
“작년 입찰 20건 중에 5개를 먹은 일신 섬유가 50억. 그리고 이런 기업이 몇 개 더있다? 그럼 1년 매출액이 백억을 훨씬 넘는다는 소리네? 그걸 40년 동안 했으면··· 어휴. 수백억도 넘겠는데?”
나는 일신 사장을 보며 말했다.
“네 몫이 얼마야.”
“저는 1년에 2억이었습니다.”
“일신 섬유가 생긴 지 5년이었으니까, 10억?”
“예··· 그리고 2년 안에 폐업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쉽게 폐업을 해 버렸던 거다.
어차피 폐업을 염두에 두고 운영해 온 회사였으니까.
“그런 다음 다른 측근이 나와서 또 다른 회사를 운영했겠네?”
“예··· 그런 식으로 계속 굴려 왔으니까요.”
“그런데 어떻게 40년 동안 문제 한 번 없었던 거지? 그 많은 사람들이 연류되었으면 중간에 말이 새어 나갈 법도 한데.”
“유동구 중장은 전체 수익 중 절반 이상을 측근에게 주었습니다. 은퇴 자금 지원이란 명목으로요.”
유동구 중장.
제법 남자구나?
이익을 자신이 독식하는 게 아니라 측근들에게 자신의 몫 이상을 나누어 주어 입막음을 한 거다.
심지어 나라에서 주는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은퇴 자금 지원이란 탈을 쓰고 쥐여 주니 측근들 입장에선 얼마나 유동구 중장이 고맙겠어.
일발성 돈을 노리기보다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측근들을 관리해 오며 여러 회사로 분산시키고 지속적인 폐업을 통해 안정성을 확보해 온 유동구 중장.
역시 장군답게 부하들 다루는 통솔력이 보통이 아니다.
물론 그 통솔력이 나라를 위해서가 아닌 본인과 측근들의 사리사욕에 쓰였다는 게 문제지만.
“역시 충성심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동구 중장답네.”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좋아. 덕분에 확실하게 잡을 수 있겠어. 그나저나 기왕 이렇게 된 거, 협조할 생각 없어?”
“혀, 협조요?”
“응. 군에 이야기해 봤자 자기들끼리 쑥덕거리고 적당히 묻어 버릴 것 같단 말이지? 그래서 아예 일을 키우려고, 군에서 묻지 못하고 모조리 정리할 수 있도록. 그 정도 등은 떠밀어 줘야 움직일 것 아니야. 대신 협조하면 네가 번 돈 일부는 가져갈 수 있게 해 줄게.”
범죄와의 타협이지만 그 타협으로 더 많은 비위자들을 잡을 수 있다면 해야지.
나는 효율을 그 무엇보다 중시하니까.
돈을 일부라도 챙길 수 있게 해 준다는 말에 일신 사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뭘 하면 됩니까?”
“잘 들어.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냐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