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18)
218화. 전염병의 확산 (3)
“혹시 디아 너……
“예, 고민해 본 결과 그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가 짐작이 갔다.
그것도 상당히 바람직하지 못한 의미에서.
“제가 살았던 마을에서 돌았던 병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진짜야? 착각한 건 아니지?”
그러나 디아가 자신이 멋대로 착각한 것을 내게 말할 만큼 경솔한 성격이 아니란 것쯤은 이미 잘 알고 있다.
“결코 착각할 일이 없습니다.”
디아는 확신을 담아 말했다.
“……잊을 리가 없습니다. 그때의 광경을…… 병에 걸려 쓰러지는 마을 사람들의…… 제 친구의, 가족의 모습을. 어찌 잊겠습니까?”
“하긴, 그럴지도 모르겠군.”
본인이 이렇게나 확신을 가지는 이유를 내심 납득은 했다.
“……나는 디아 네 마을에 어떤 병이 돌았는지까진 몰라.”
기록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 그곳의 영주가 별반 조사를 하지 않고 마을 자체를 불태웠기 때문에 남길 수가 없었다.
다만 그곳에서 생존했던 디아는 똑똑히 기억하고 있겠지.
“……그래, 증세가 같다는 건가?”
그녀에겐 미안하지만 머릿속에서 의문 한 가지가 맞아떨어졌다.
만약 지금 내가 가정하는 한 가지 가설이 사실이라면.
‘그년은 내 상상 이상의 쓰레기였다는 거군.’
내 안에서 그 여자에 대한 평가가 또 한 단계 내려갔다.
조용히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다만 지금 이 사실을 입 밖으로 낼수는 없다.
“아렐 님, 정말로 인위적인 것입니까?”
“ 으음??????
나는 잠시 고민했다.
어느 쪽이 옳을까?
사실대로 가르쳐주는 것? 아니면 아직은 증거가 부족하다며 둘러대는것?
과연 어찌해야 할까?
“인위적인 것이라고 해야겠지.”
고민 끝에 나는 그녀의 추론을 인정해 주는 쪽을 택했다.
어차피 내가 둘러대더라도 쟤라면 자력으로 거기까지 답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 차라리 지금 내 말이 닿을 때에 답을 주는 게 낫다 싶었다.
“……그렇습니까.”
“미안하지만 아직 범인에 대해서는 말해 주지 않겠어.”
딱히 디아가 무언가 저지를까 염려 해서는 아니다.
좀 더 증거가 모여야 하기 때문이다.
“알고 있습니다. 이 이상 아렐 님을 곤란하게 할 수도 없습니다……
저는 그저 그것만을 알고 싶었습니다.”
“……그러냐.”
디아는 더는 다른 말은 하지 않고 물러가려 했다.
그녀도 한가로운 건 아니다.
“디아.”
나는 물러가려는 그녀를 불러 세웠다.
“예.”
“이것만은 기억해 둬.”
가능한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 말은 해 줘야겠다 싶었다.
“나는 이번 일을 꾸민 자를 그냥 둘 생각은 없어. 기억해 둬라. 그러니 기다려라.”
“……예.”
“그러니 내가 지시한 거. 제대로 수련해 둬. 곧 필요해질 거다.”
“알겠습니다.”
디아는 굳게 대답하고는 이번에는 정말로 물러갔다.
지금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지는 나도 헤아릴 수는 없다.
당사자가 아니고서야 모를 일이다.
“……그렇군. 세상일이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일이지.”
나는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군…… 그렇다면 더는 사양할 것도 없나?
이렇게까지 된다면 남은 건 하나다.
조속히 사태를 정리하고.
몇십 배로 되갚아 주는 것.
세계라는 무대 속, 국가 대 국가라는 같은 룰 안에서 아슬아슬한 한도 내의 선을 지키며 되갚아 주마.
더 이상의 유예는 없다.
이로써 나는 그 여자를…… 성녀넬베니아를 진심으로 적으로 간주하기로 했다.
봐주는 건 이제 끝이다.
원흉을 처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벌어진 일부터 수습하는 게 더 중요했다.
우선은 내가 사용하라 이른 항생제와 치료 마법을 병행한 방식 덕에 큰 혼란이 벌어지는 것은 방지할 수 있었다.
본래라면 약뿐이라면 환자들을 구하긴 어렵다.
젊은이들이라면 몰라도 아이들이나 노인처럼 상대적으로 체력이 약한 이들은 버틸 수 없기 때문이다.
그걸 위해 치료 마법을 병용하라한 것이다.
이곳에서 치료 마법은 말이 치료지, 실제 원리는 마나를 상대의 몸에 이전시켜서 일시적인 회복력의상승을 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체력이 없다면 치료 마법을 개량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주면 그만이다.
실제로도 그 방식으로 상당히 많은 환자들을 구할 수 있었다.
물론 모두를 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제아무리 수를 써도 뒤엎을 수 없는 운명이란 것도 있다.
거기에 약과 마법을 불신하고 민간 요법을 고집하던 이도 적지만 있었기에 그들까진 구해 줄 수는 없었다.
사람을 시켜 계속 설득하라고는 명령했지만 그래도 모두가 납득할리는 없다.
거기까진 내가 무어라 할 수는 없지.
환자들에 대한 대처는 이런 식으로 계속 지원을 하면서 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와 별개로 해야 할 일도 있었다.
* * *
“……이곳인가?”
나는 마법사들과 그리고 최소한의 호위 병력만을 이끌고는 서부 쪽의 어느 마을에 도착했다.
전염병이 창궐했던 마을 중 한 곳이다.
“위험하옵니다. 부디 아렐 님께서는 하다못해 저의 성에서 기다리시는 게……
그 마을에 아무렇지 않게 다가가려는 나를 말리는 자는 이곳 지방의 영주였다.
그가 만류하는 것도 당연했다.
지금 저 마을은 전염병 때문에 주민들을 죄다 옮기고는 사실상 방치해 놓은 상태다.
그런 곳에 들어가겠다. 하니 당연히 기겁할 만하다.
“괜찮아. 아무 생각 없이 다가가는 게 아니라고 이미 말했잖아.”
나는 옷에 부착해 놓은 방역용 마법 도구를 가리켰다.
당연히 최소한의 대책은 일단은 마련해 두었지.
사실 없어도 상관은 없지만 그건 나 혼자일 때 이야기고.
다른 녀석들을 위해서도 최소한의 방역 도구는 만들어 둬야 했다.
구호 활동을 하려 해도 구호하려는 당사자가 병에 걸려 쓰러지면 의미가 없으니까.
마법은 참 편리하지.
거추장스러운 방호복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다만 나와 달리 따라온 중년 귀족은 불안해하며 벌벌 떨고 있다.
“그렇게 불안하면 너는 돌아가지 그래?”
“그럴 수는 없습니다. 아렐 님을 두고 제가 성에서 기다린다면 귀족으로서의 명예가 땅에 떨어지지 않겠습니까?”
“아, 그래? 그럼 마음대로 해.”
나는 그러려니 하고 더는 그가 말리는 말을 듣지 않고 마을로 향했다.
평소라면 좀 더 대화에 어울려 주겠지만, 지금은 바쁘다.
후딱 용건을 끝내야 한다.
“……뭔가 묘하군. 사람은 없지만 마을이 죽은 느낌이 드는군.”
마을로 들어온 나는 그곳을 둘러보며 중얼거렸다.
지나치게 생활감이 없으니 어딘가 찝찝하다.
“……병이 돌고 있으니까요. 어쩔 수 없습니다.”
내 옆에서 조용히 걷던 디아가 거들었다.
지금 마을 내부는 주민들이 단 한 명도 존재하지 않기에 완전히 고스트 타운 신세나 다름이 없다.
비록 자리를 비운 건 한 달도 채 되지 않지만.
과연 사람이 살지 않는 마을이란 이리도 빨리 삭막해지는 건가?
“그럼, 어디 볼까.”
나는 조용히 품에서 시험용 종이를 하나 꺼내 맞바람에 부딪히도록 내밀었다.
그러자 새하얗던 종이가 빨갛게 물든다.
“심하군.”
이번에 도는 전염병에 맞춰서 만들어 둔 시험지다.
이것이 물든다는 건 해당 바이러스가 잠복한다는 뜻.
이래서는 병을 치료해도 이곳에 살면 다시 병이 옮을 수 있다는 건가?
그것을 확인하고는 혀를 찼다.
“본래라면 전염병이 돌게 되면 해당 마을은 어떻게 조치하지?”
내가 묻자 영주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역병 조치로는 원래는 마을을 통째로 불살라야 합니다.”
그렇겠지.
이들로서는 그게 최소한의 대처법이다.
병의 원인도 모르고, 자세한 원리도 모르니.
가장 확실한 건 불로 소각시켜 버리는 것이다.
“……소각이라.”
“아렐 님?”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말을 하려다 관뒀다.
다른 녀석들이면 몰라도 디아가 옆에 있을 때는 그 이상은 할 말은 아니다.
과연 그 대처라는 소각 대상에 속해 있는 게 마을뿐인가?
그것은 굳이 말로 물어보지 않는 게 좋겠지.
그렇기에 지금 저 영주도 썩 마음이 편치 못해 보였다.
“아직 그 조치를 취하진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공문대로 틀림없이 하였습니다.”
나는 제일 형님에게 부탁하여 왕국내 전 지역에 공문을 돌리도록 하였그 소각 조치를 하지 못하게끔 단단히 고해 두었다.
당연히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지.
전염병이 옮기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는 냉정한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것을 나는 단호히 전부 묵살하고 철저히 금지시켜 버렸다.
“지켜봐라. 굳이 아깝게 태우지 않더라도 방법은 있으니까.”
애초에 지금 전염병이 도는 마을이 한두 군데인가?
그걸 전부 소각한다면 국민들은 살곳을 잃게 되고, 병이 낫는다 해도 그 아픔이 사라지지 않는다.
감정적인 이유 말고도 경제적인 의미에서도 크나큰 손실이다.
적의 목적이 그것이라는 걸 아는데 너라면 가만히 있겠니?
“디아, 시험해 보자.”
“……예.”
디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녀의 행동을 지켜보던 영주가 의아해하며 조심스럽게 내게 묻는다.
“그녀는 아렐 님의 전속 마법사이지요?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입니까?”
“약간 시험해 보고 싶은 게 있어.”
“시험이라니……
“이게 제대로 먹힌다면 굳이 마을을 소각하지 않아도 될 거야.”
“예?”
이해하지 못하는 그를 내버려 두며 나는 그저 보면 안다고만 말해 두었다.
디아가 조용히 시동어를 왼다.
몇십 중에 달하는 복잡한 술식을 풀어 나가며 최근 내가 단단히 연습시켜 둔 마법 술식이 기동한다.
해당 술식 난이도는 7클래스.
마나 나노 입자 컨트롤.
그저 발하는 것은 푸른빛뿐이다.
다른 마법사들은 이게 성공인지, 아닌지는 의아해하는 눈치지만.
나는 제대로 기동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이건 공격 마법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마법의 효과도 참으로 미미하기 짝이 없다.
마나를 나노 레벨의 입자체로 재편성.
그것을 특정 명령을 수행하게끔 컨트롤 한다.
그게 전부다.
‘치료용 나노 머신의 다운그레이드판이지만.’
초과학이 발전한 세계에서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기술인 나노 입자 사이즈의 기술 체계를 흉내 낸 것이다.
다만 기술의 한계 때문에 사전에 짜 둔 명령대로밖에 컨트롤되지 않는다.
이 경우의 내가 짜 둔 명령은 단하나.
‘특정 바이러스의 제거.’
과학이 발달한 세계에선 나노 머신은 치료에도 쓰이니까.
이것을 이용해 특정 바이러스만을 제거하도록 한다.
약 외에도 대책으로 마련해 둔 수단이다.
이게 제대로 적용이 된다면 굳이 마을을 소각 처리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정화할 수 있다.
‘반칙이지만 어쩔 수는 없지.’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이곳에는 가급적 필요 이상의 기술을 유입시키려 하진 않았다.
이곳 사람들의 손에서 해결이 가능하거나 발전이 가능한 정도의 기술만을 적용시키려 했다.
……내가 놀고먹기 위한 게 아니라면 가능한 자중하려 했지.
그 이유는…… 뭐, 치워 두고.
‘다행히 잘 해결되고 있는 것 같군.’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내 감각에는 확실히 잡힌다.
특정 명령어대로 나노 입자가 제대로 활동하고 있는 걸 말이지.
물론…… 흐름으로 느껴지는 정도다.
나라고 해도 그게 정확히 어떻게 움직이는 것까진 잡아낼 수는 없다.
내 눈이 무슨 광학 현미경도 아니고…….
‘……마음에 걸리는 건. 술식이 아니라 디아 쟤인데……
오늘 따라 디아는 평소보다 더 말이 없었지.
역시나 신경 쓰이는 모양이다.
‘……그 문제는 나중에 해결하자.’
지금은 이 대책을 완성시켜야 한다.
그렇게 마나 입자가 마을을 청소하듯 휘감고 나서 몇 분 정도 지난 뒤 디아가 가벼운 숨을 내쉬며 지팡이를 거뒀다.
“끝났습니다.”
“수고했어. 일단 쉬어 둬.”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아직 할 일이 끝난 게 아니니까 쉬어.”
이번만은 단단히 일러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