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260)
260화. 성녀의 결단 (5)
불과 조금 전.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순조롭게 공성전을 벌이고 있었다.
물론 순조롭다고 해서 당장 저 요새 위를 점령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철통같이 포위하고 요새를 적군째 말려죽이기 위한 작전은 틀림없이 원활히 진행되고 있었다.
“무리해서 타 넘을 필요는 없다!
지시대로 어디까지나 요새를 포위하는 것에만 집중하라!”
헤닐튼 후작의 휘하 기사단장 하르틴 경은 자신의 부하들에게 몇 번이고 같은 말을 외 쳤다.
공성전 경험이 없는 기사나 병사들이 조급해할까 염려됐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다른 조를 지휘하는 기사들 역시 자기 부하들에게 몇 번이고 충고하며 신중하게 공격할 것을 강조했다.
젤니안 성국군도 단순히 말라죽을 생각은 없는지 화살이나 돌이나 끓는 기름 등으로 방어하려 하지만, 그것만으로 에르네시아 왕국군을 막을 수는 없었다.
“오늘도! 내일도! 계속 둘러싸 공격을 한다! 그렇게만 한다면 저들이 항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그렇게 부하들을 격려하며 승기를 확신하던 때였다.
“저…… 저거?!”
“무슨 일이냐?”
갑자기 아군에서 동요하는 목소리가 들려 무슨 일인지 보고하라 재촉했다.
“큰일입니다! 저 성벽 위에!”
음? 다른 진영 역시 소란스럽다.
하르틴은 그들의 반응을 의아해하며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 성벽 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경악에 눈을 크게 떴다.
성벽 위에 새하얀 법의를 차려입은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틀림없다! 성녀 넬베니아다!”
그녀의 정체를 알아본 누군가가 소리를 질렀다.
“정말로 넬베니아 본인이란 말인가?”
그러나 이해할 수 없었다.
한창 불리한 공성전이 펼쳐지는 요새에 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단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대체 언제부터 그녀가 이곳에 있었던 것이지?
사소하지만 에르네시아 왕국군에 혼란이 들었다.
“그런데 왜 그녀가 모습을 드러낸 거지?”
누군가가 중얼거린 의문.
모두가 생각하는 것도 똑같았다.
대체 이런 상황에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는 이유가 무엇인가?
무언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면서 그는 가능한 신중하게 대응하고자 했다.
“하르틴 경, 마침…… 좋은 기회가 아니겠습니까?”
하르틴의 동료 기사 하나가 그리 말하며 자신의 활을 들어 올린다.
어째서 성벽 위에 서 있는지 몰라도 무방비하다.
숙련된 기사라면 활로 쏘아 맞추는 건 일도 아니다.
그러나 그는 그 안을 기각했다.
“안 된다. 다른 기사들에게도 이르도록. 사살은 하지 마라. 어디까지나 생포해야만 한다.”
원인인 그녀를 규탄하기 위해서는 가급적이면 살아 있는 채로 신병을 확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윗분들의 결정이 필요하다.”
일단은 공격대의 현장 지휘권자는 그였지만 이번 일은 멋대로 판단하기에는 일이 너무 크다.
까놓고 말해 뒷감당할 자신이 없다.
만일에 그걸 알고서 일부러 모습을 드러낸 거라면 어지간히 큰 담력이라고 칭찬해야 할지, 아니면 멍청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렇다 해도 이 요새를 반드시 함락해야 하는 이유만이 늘어났을 뿐이군.”
그녀가 여기 있다는 걸 안 이상 자신들이 보다 더 철저하게 공성전을 감행하면 그만이니까.
굳이 성도까지 갈 필요도 없게 되었지 않나.
그렇게 적의 어리석음을 비웃는 순간이었다.
“에르네시아 왕국군은 들으세요!”
갑자기 넬베니아가 외쳤다.
무슨 수를 쓴 건지는 몰라도 그녀의 목소리는 낭랑하게 에르네시아왕국군을 향해 전달되었다.
“지금이라도 전투를 포기하고 회군 하십시오! 더 이상의 희생을 원하지 않는다면 물러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지금 저 여자가 실성했나?”
그런 감상을 품은 건 그뿐만은 아닐 것이다.
승기를 잡고 있는 건 에르네시아왕국군이 다.
거기에 눈앞에 확보해야 할 적국의 수뇌마저 있다.
이 상황에 물러나라고?
“물러나지 않겠다면 그대들은 큰 희생으로 대가를 치를 것입니다.”
“희생이라니…… 웃기지도 않는군.”
코웃음 칠 수밖에 없는 경고였다.
“정말로 실성한 건가?”
저 여자가 제정신인가 의심이 들었다.
설마 저런 말도 안 되는 경고만을 듣고 물러날 거라 믿는가?
“소문에는 성녀는 현명하고 합리적이라고 들었다만, 그것들이 다 헛소문인 모양이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무시해라. 다만 가능한 성녀에겐 상처를 입히지 말도록. 이후 협상을 위해서는 그녀가 살아 있어야 할 것이니까.”
부하에게 방침을 전달한 뒤 하르틴은 전령을 불러 우선은 이 일을 보고하고자 했다.
윗분들의 판단을 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금 즉시 이 소식을 전하……
전령에게 명령을 내리려는 순간, 그는 의아해하는 목소리를 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성녀가 무언가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하늘을 향해 손을 뻗으며 무언가를 중얼거린다.
“뭐지? 설마 기도라도 하려는 건가?”
전장에서 기도라도 하면 신이 들어주기라도 한다는 것인가?
그 의미 모를 행동에 모두가 약간은 당혹스러워했다.
정확히는 성녀의 행동에 당황한 게 아니었다.
그 뒤에 벌어진 일에 할 말을 잃은 것이다.
맨 처음 하늘에 그늘이 졌다.
참고로 오늘은 구름 한 점 없는 그야말로 맑은 날씨.
온통 태양 볕밖에 내리쬐지 않는 이 파란 하늘에.
대체 무엇이 하늘을 가린단 말인가?
구름 따위가 아니다.
하얗지만 거대한 몸집.
거기에 거구를 뒤덮은 새하얀 비늘과 두 장의 거대한 날개를 가진 파중류.
그것을 본 병사 하나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드, 드래곤이다아아아아아아!!”
케일런 요새의 상공에 화이트 드래곤이 출현한 것이었다.
저 괴수의 정체를 알아본 에르네시아 왕국군의 사기에 급격한 동요가 번지기 시작했다.
지휘관들도 마찬가지였다.
“드래곤이 라니!”
말도 안 된다며 하르틴은 입에 거품을 물 듯이 외쳤다.
“이런 곳에 어째서 드래곤이 나타난단 말인가!”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지만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드래곤이 어째서 인간의 전쟁 따위에 개입하는 건가?!”
“설마…… 요새가 드래곤의 둥지였던 게……
“멍청아! 그럴 리가 있겠나!”
헛소리를 하는 부하를 그는 열이 받아 꾸짖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자신의 눈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분명 저 드래곤은.
‘분명 성녀가 손짓하자 드래곤이 출현하였다.’
그게 과연 우연일까?
하지만 믿을 수 없었다.
그렇다는 건 즉, 성녀가 의도적으로 드래곤을 불러냈다는 의미가 아닌가?
애초에 성국이 드래곤을 자기네 군사력으로 보유하고 있다는 이야기는 그 누구에게도 들은 적이 없다.
… 그 전에 드래곤이 일개 국가의 군사력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도 그야말로 동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지 않나.
“가짜인 게 아닐는지……?”
“……으음, 그렇게 믿고 싶군.”
그러나 본능이라고 해야 할지, 저 드래곤을 목격한 순간 직감할 수밖에 없었다.
진짜라고.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으음? 그럼 일단 잡아 보면 되지 않을까?”
느긋한 말투로 그런 의견을 꺼낸게 누구인가?
급히 돌아보자 그곳에는 검을 짊어진 젊은 여성이 비교적 다른 이들보단 여유롭게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그 당당한 태도에 모두가 기겁했
“고, 공주님?! 아니, 그전에 지금 공주님! 무어라 하셨습니까?!”
“뭐긴 뭐야, 잡아 보자는 건데?”
“드래곤입니다!”
“응, 드래곤이네.”
보면 안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적이잖아? 그럼 쓰러트려야지.”
그리 말하며 카니아는 모두가 말리는 것도 듣지 않고 뛰쳐나갔다.
무모한 행동이나 그녀도 아무 생각 없이 덤벼들고자 결정한 게 아니었
“어차피 저게 날뛰면 큰일이야! 그 전에 잡아야 해!”
지극히 정론이다.
아직은 지상에 내려오는 중이라 공격해 오지 않지만 저 드래곤이 아군을 상대로 날뛰기 시작하면 대처할 답이 없다.
그러니 그전에 쓰러트린다.
베일지, 아닐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애초에 카니아도 그렇고 여기 있는 이들 중 실제로 드래곤을 본 경험이 있는 자는 없다.
그러나 일단은 해 본다!
자잘한 생각은 버리고 벤다.
그게 그녀의 결정이었다.
단숨에 성벽을 박차고 카니아는 힘껏 뛰어올랐다.
‘……저 여자가 성녀?’
도중에 넬베니아와 눈이 마주 쳤다.
‘뭐야‘?’
기분 탓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그녀가 비웃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치 어디 쓰러트릴 수 있으면 해봐라, 라고 재는 것 같았다.
왠지 모르게 기분이 나쁘지만 카니 아는 성녀를 무시했다.
우선은 드래곤이 먼저다.
단숨에 뛰어올라 검이 닿을 위치까지 도약한 그녀는 드래곤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순간 온 힘을 다해 검을 휘둘렀다.
‘제발 베여라!’
평소에는 뭐든 생각 없이 베고 부수는 그녀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 있다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그렇기에 가능한 낼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전신에 깃든 마나를 끄집어내고 검기를 휘둘렀다.
강철조차 쉽게 찢어 버리는 검기가 드래곤의 몸통에 명중했다.
“ 킷!”
카니아는 혀를 찼다.
그래 봐야 비늘 몇 조각이 떨어졌을 뿐이었다.
정작 검기는 살에 파고들지조차 못했다.
오히려 간지럽다는 듯 드래곤은 고개를 살짝 떨 뿐이다.
곧이어 모기를 쫓아내는 것마냥 드래곤은 크게 날갯짓을 했다.
강력한 돌풍이 카니아를 떠밀어 지상으로 날려 보냈다.
“우아아아아앗!!”
제아무리 허공을 달리듯 뛰어오를 수 있어도 인간의 체중으로는 저 돌풍을 버텨내는 건 불가능한 노릇이기에 카니아는 그대로 지상까지 추락했다.
그래도 멀쩡할 수 있었던 건 강력한 오러로 전신을 보호하며 낙법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공주님! 어째서 이런 무모한 짓을! 괜찮으신 겁니까!”
다급히 하르틴을 비롯해 지휘관급기사들이 와서 안부를 묻지만 카니 아는 대꾸하지 않고 분한 듯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미 드래곤은 성녀의 바로 머리 위까지 내려와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를 또한 성녀는 가소롭다는 듯 깔아 보고 있었다.
“에르네시아 왕국의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결국은 인간이군요?”
“뭐?”
그 말은 틀림없이 들렸다.
카니아는 불쾌해하며 인상을 구겼다.
그러나 그러거나 말거나 성녀는 자신만만한 듯 다시 한 번 에르네시아왕국군을 향해 경고의 말을 내뱉었다.
“다시 경고하죠. 군을 물리세요……라고 해도 아렐 에르네시아가 없는 자리에서 경고해 봐야 소용없겠군요. 얼마간의 유예를 주겠습니다. 성국의 영토에서 모든 군대를 물리세요. 그렇지 않으면 이 드래곤이 당신들을 상대로 분노를 드러낼 것입니다.”
전령이 전한 내용은 거기까지였다.
드래곤의 출현이며 성녀가 드래곤을 애완동물마냥 다뤄 낸다는 소식을 들은 다른 녀석들이 작게 웅성거렸다.
나 또한 이번만은 웃으며 들을 수가 없었다.
“……공격대는?”
“우선은 후퇴 중입니다. 헤닐튼 후작을 비롯해 지휘관들은 자신들의 판단 하에 멋대로 저지른 점은 이후 어떤 벌이든 받겠다고……
“아니, 후퇴 명령은 적절한 판단이다.”
나는 그리 말했다.
드래곤은 지나치게 큰 변수다.
대책 하나 생각하지 않고 덤벼 봐야 애꿎은 병사만 잃을 뿐이지.
차라리 일시적이라 해도 후퇴하는 쪽이 현명하다.
새로운 적이 나타났다면 무턱대고 싸우는 건 어리석다.
우선은 물러나서 정보를 수집하고 대책을 논해야 한다.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군. 돌아오는 대로 전부 이곳으로 오라고 전해.”
“예!”
라고 대답하며 물러가는 전령을 보낸 뒤 나는 다시 의자에 앉았다.
“돌아오는 즉시 바로 의논한다. 시간이 많지 않으니 서둘러야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