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320)
320화. 노동하는 드래곤 (8)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슬슬 걸어갔다.
창밖.
도시 밖 눈이 내리는 대지를……
그 저편을.
보이지도 않는 그곳을 응시하며 나는 그놈이 했던 말을 다시 되새겼다.
“……준비라.”
굳이 내가 귀찮게 뭔가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모처럼 그가 손수 한 충고다.
기억은 해 둘까.
‘천 년 전이라……
나는 그저 입 밖으로 꺼내지 않고 속으로만 읊조렸다.
벌써 그 말을 듣는 것도 두 번째다.
첫 번째는 그냥 개소리니 흘려 넘겼지만 두 번째는 아니지.
‘일단 정보 정도는 알아봐 둘까.’
뭐, 지금 당장 일은 아니다.
그러기에는 나랑 성실이란 단어는 맞지 않으니까.
일단은 기억만 해 두자.
* * *
흑마법사.
자연 그대로의 마나를 사용하는 마법사들과 달리 사악한 기운.
즉, 마기를 근원으로 삼아 이용하는 자들을 지칭하는 단어.
조금 넓게 보자면 각국의 마탑에서 금지한 비술을 연구하고 악용하는 자들도 이것에 포함되긴 한다.
즉, ‘외도에 손을 댄 사악한 마법사’라는 뜻이다.
그들은 어린아이조차도 치를 떨 만큼 두렵고 사악한 존재로서 인식을 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흑마법사의 인상은 사악한 마기를 풀풀 풍기고, 검은 로브와 지팡이로 전신을 가린 모습이라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몇 차례나 목격되고 토벌된 흑마법사 역시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어째서 그들은 검은 옷과 장비를 선호하는가? 다른 옷은 입지 않는가?
하는 문제에 진지하게 고찰하는 이는 없다.
왜냐면 흑마법사니까.
어쨌든 흑마법사니까.
애초에, 보통은 어지간히 재수 없지 않는 이상은 그들과 마주칠 일은 없다.
그들은 늘 숨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긴 세월 동안 온갖 사악한 실험을 반복하여 대륙의 공적으로 지정되었기에 발각되는 대로 그 자리에서 사살해도 죄를 묻지 않기 때문이다.
현상금 또한 걸려 있기에 흑마법사만을 전문적으로 추적하여 퇴치하는 이들도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늘 빛을 피해 숨어 산다.
어느 마탑주는 그들을 바퀴벌레 같다고 비유한 적이 있을 정도다.
어두운 곳에서만 서식하고. 마주치면 재수가 없고. 그런 느낌이 비슷하다고 그리 말했다.
그렇기에 지금 이 광경은 충분히 이질적이다.
지금 이곳에 천 명이나 가까이 되는 흑마법사들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이곳은 대대로 암흑 교단 내에만 알려진 비밀 집결지 중 하나.
이곳의 위치를 아는 건 같은 교단의 동지들 외엔 없다.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흑마법사들이 천 명이나 모인 광경은 어떤 의미로는 상당히 이질적이다.
그러나 정작 그들이 나누는 대화는 의외로 평범했다.
이곳에 모인 흑마법사들은 서로의 근황을 묻거나 연구에 대해 떠들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마치 오래간만에 만난 이웃과 교류를 하는 느낌과도 흡사했다.
“……그러고 보니 최근 효율적인 마기를 모으는 법에 대한 연구는 잘되고 있나?”
“그렇지 않아도 곤란한 참이었습니다. 지난번 장치의 출력을 잘못 설정한 바람에 대량의 마기를 발산하여 하마터면 에르네시아 마탑의 마법사들에게 쫓길 뻔했지 뭡니까?”
“……그거 큰일이군. 최근 그놈들은 아주 살벌하기 그지없잖소?”
“쯧쯧, 나처럼 생물의 시체에서 원념을 수집하여 마기를 보충하면 될 것을.”
“지난번 넬프란이 대놓고 그 짓거릴 하다가 어떻게 됐는지 잊었소?
그때 썼던 술식은 에르네시아 마법사들이 기본으로 탐지하기 때문에 위험한 거 모르나?”
“걱정 마시오. 공동묘지에서 남들 몰래 조심스레 수집하는 정도니까.”
“그건 그거대로 꼴불견이군.”
“뭣이?! 그럼 어쩌란 말인가!”
그들은 자신의 연구를 자랑하고, 또는 때로 상대의 연구를 듣고 비판을 하든가, 혹은 개인적인 근황을 늘어놓으며 토론을 하고 있다.
그들의 연구 분야가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만 빼면 여타 평범한 마법사들과도 다를 바가 없는 광경이다.
그러나 착각해선 안 된다.
이들이 연구하는 것은 사악한 흑마법.
인간으로서 손을 대선 안 되는 것에 망설임 없이 손을 뻗고 지식욕을 위해서라면 도리마저 저버리는 자들이다.
그렇기에 이들 흑마법사들에 대한 평판이 나아질 일은 없다.
“그건 그렇고. 지난번보다 동지들의 수가 줄었군……
이야기를 하던 중 어느 흑마법사가 얼굴을 가린 채 주변을 둘러보며 참 담한 듯 말했다.
그의 지적대로 지금 이곳에 모인 흑마법사는 이전 소집에 응한 이들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불참한 게 아니다.
애초에 흑마법사로서 암흑 교단에 가입한 이들은 정기적으로 교단의 호출에 응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철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그런데도 반도 오지 않았다는 것은.
어느 흑마법사가 분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최근 에르네시아 마탑을 필두로 왕국의 기사나 마법사들의 습격이 잦았소. 그 영향이겠지.”
“그렇겠구려. 대체 몇이나 희생된건지.”
동의하듯 말하는 흑마법사의 말에는 씁쓸한 어조가 묻어 나왔다.
그들에게 동료애가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같은 길을 걷는 자로서 서로에게 표하는 경의 정도는 있다.
거기에 뛰어난 흑마법사의 연구는 같은 동지로서 중요한 영감을 줄때도 있다.
동지가 줄어드는 건 그들로서도 썩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그것이 적의 습격에 의한 것이면 더더욱 그렇고.
“역시나 넬프란…… 그자의 실패가 계기가 된 모양이군.”
“그런 모양이오.”
과거 흑마법사 넬프란이 벌였던 대량의 언데드 사태.
그는 그것을 이용해 에르네시아 왕국을 비롯한 주변국을 정벌하고 비원을 이루려던 모양이었으나.
결국 실패하고 마탑의 마법사들의사기를 올려 주는 결과만 남았다.
거기에 각 왕국들도 그때 이후로 치를 떨며 적극적으로 흑마법사 색 출에 협력해 주고 있다.
암흑 교단이 세워진 뒤 지난 천 년 간 이토록 살기 힘든 시대도 또 없을 것이다.
“실패하려면 혼자 뒤집어쓸 것이지……
당연히 그를 알고 있던 흑마법사들은 이후 가끔 모이면 넬프란 그 멍청한 자식! 하면서 욕을 하며 술을 마셔야 했다.
그 사건 이후 흑마법사들이 계속된 토벌 작전에 하나하나 줄어들어 가고 있으니까 욕이 나오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우리들이 전부 합심해서 대항해야 하는 게 아닌가?”
u. 말이나 되는 소릴 하게나.”
물론 그들이 마법사 개개인으로 약한 건 아니다.
하지만 한마음이 된 마탑의 마법사들과 마탑주를 상대로 싸우기에는 위험 요소가 따르는 건 사실이다.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
“하긴, 그렇군.”
무엇보다 그들은 서로를 신뢰하지 않는다.
합심하여 대항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만일에라도 위험한 상황이 되면 서로가 서로를 버릴 게 뻔한데 어떻게 합심한단 말인가?
“하다못해 교단의 간부들과 소교주께서 직접 나서신다면 모르겠네만, 홈.”
“……음. 하긴, 그분이 나서신다면 또 모르지.”
“과연??????
그래도 그들이 믿는 구석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암흑 교단의 2인자이자.
교주를 대신하여 대대로 교단을 이끄는 흑마법사.
대대로 그 자리를 지켜야 하는 의무를 갖고 임명되는 소교주의 실력은 평범한 흑마법사들과는 감히 비견되지 않는다.
이번 대의 소교주 역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자라 알려져 있다.
“거기에 하다못해 교주님만 부활하신다면..
암흑 교단을 세우고 흑마법사의 기틀을 세운 교주.
그분만 다시 부활하신다면 마탑의 마법사들이건, 왕국의 기사들이건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 교주의 실체를 아는 흑마법사는 더는 세상에는 남아 있지 않다.
대륙 최초의 흑마법사.
암흑 교단의 교주가 마지막으로 활동하던 시절은 약 500년 전이 마지막이다.
그 후 교주는 단 한 번도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다.
500년 동안이나 본교 가장 깊고 엄중한 곳에 잠들어 있을 뿐.
그런 탓에 지금에 와선 교주의 모습을 직접 기억하는 이조차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전해지는 전설만은 끊임없이 그들의 입을 통해, 스승에게서 제자로 회자되고 있다.
교주가 다시 세상에 강림만 한다면 거슬리는 태양을 치워 버리고 그들의 세상을 만들어 줄 것이다.
그것만은 틀림없이 믿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 그들은 이번 소집회에 기대를 걸고 있기도 했다.
암흑 교단은 어디까지나 세상에 숨어서 교주의 비원을 이루기 위해 존재할 뿐이다.
이번처럼 대대로 핍박을 받는 상황이라면 교단의 존망도 걸려 있다-천 년이나 이어진 교단의 뜻을 꺾이게 두진 않을 터.
이런 상황이라면 무거운 지팡이를 들어 올릴 거라 믿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소집회에서 드디어 암흑 교단이 중대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는 소문 또한 나돌았다.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나 마탑의 마법사들과 왕국을 피해 숨어 살진 않겠다.
그들은 그리 소망하며 그들을 이끄는 교단의 주인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무엇보다 이 지경까지 왔는데 여전히 교단에서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들 또한 교단을 더는 신뢰할 수는 없으니까.
제아무리 교주의 명을 우선으로 행동한다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다.
“?????? 왔나?”
누군가 그리 중얼거리자 다른 흑마법사들도 무언가를 감지한 듯 흠칫 거리며 잡담을 멈추었다.
이질적인 기척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곳에 모인 흑마법사들 역시 너나 할 것 없이 이질적인 마기를 품고 있지만 지금 느껴지는 감각은 자신들의 것 따위와는 근본 자체가 다르다.
본래는 사악하게 느껴지는 마기조차도 그에 비하면 아무런 감흥이 들지 않을 만큼이나 소름끼치는 기운.
과연 인간이 맞는 건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로 압도적인 마기를 품고 있는 자.
“소교주……
암흑 교단을 이끄는 자.
교단을 교주의 뜻에 따라, 현재 교단을 대대로 이끄는 대리인.
소교주 레텔네아스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다들 모였군요.”
전혀 세지 않은 금발과 뚜렷한 푸른 눈동자에서 느껴지는 젊은 외모는 아무리 봐도 그가 흑마법사들을 이끄는 우두머리의 대행자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 인상일 뿐.
젊은 외견 안에는 끝이 보이지 않는 사악한 마기가 느껴진다.
그렇기에 이곳에 모인 흑마법사들은 다들 입을 다물고 조용히 소교주가 말을 꺼내길 기다렸다.
어느 때든 소집회의 분위기는 이러했다.
소교주나 혹은 교단의 간부가 모습을 드러내고, 교주의 가르침이나 중대사를 발표하는 것.
일방적으로 뜻을 전파받고 그걸로 끝이다.
그런 자리다.
그러나 이번에는 그런 여느 때의 분위기를 깨트리는 자가 나타났다.
“소교주! 레텔네아스!! 언제까지 침묵만을 고집할 것인가!!”
고요한 분위기를 찢어 버리는 고함소리.
흑마법사들은 서로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그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고는 길을 비켰다.
이윽고 그곳에는 로브를 걷어내고 얼굴을 드러낸 흑마법사만이 남았다.
새하얗게 머리가 센 노인.
그러나 그는 노쇠한 얼굴과는 걸맞지 않게 날카로운 안광을 빛내며 소교주를 노려보았다.
“……그대는?”
소교주는 조용히 자신을 향해 삿대 질을 한 흑마법사의 정체를 물었다.
“겔펜딜이라고 하네. 나 역시도 심연을 추구하는 이오. 지금껏 평생 교단의 가르침에 따라 진정한 심연의 마도를 추구해 왔지.”
“그래, 겔펜딜. 무슨 용건이지?”
“무슨 용건?”
그는 이를 갈며 목에 핏줄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