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611)
611화. 전쟁 그리고 전쟁 (3) 그러나 말테넬은 의외로 턱을 쓰다듬으며 순순히 듣고 있었다.
“그래, 그게 문제란 말이지. 그렇게 말했겠다?”
오히려 그 대답을 기다렸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다면 그것이 가능하게 할 법한 지원을 해 주면 되나?”
“?????? 예.”
부관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체 어떤 지원을 해 줄지 몰라도 가능할 리는 없다.
가능하더라도 무리한 공격을 감행하면 아군에 얼마만큼의 사상자가 날지 모른다.
그렇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것 외에 선택지는 없다.
자신의 상사와 같은 꼴을 당할 수는 없었다.
“좋다. 지원을 해 주지.”
말테넬은 불길한 웃음을 히죽거리며 그 부족한 것을 메꿔 주겠다고 말해 왔다.
“네가 말한 부족한 것들을 채워 주마. 특히 사기 부분을 말이지.”
그는 손뼉을 치며 어떤 것을 가져오라고 지시했다.
“자네들에게 무식한 용기와 광기를 주마. 그러니 너희가 좋아하는 전쟁이나 실컷 하라고 인간.”
마치 즐기듯 기대하는 그의 눈빛이 오히려 광기로 번득이는 듯했다.
“그리고 그 전쟁이나 지긋지긋하게 하다가 꼴좋게 뒈져라. 인간.”
그것은 틀림없이 조력자가 아닌 무언가를 경멸하고 증오하는 인간의 모습이었다.
카니아는 회의 중간에 잠시 빠져나와 요새 성벽 위에서 전방을 바라보았다.
딱히, 논하기가 머리 아파서 도망친 건 아니다.
방어에 관한 작전과 지휘는 이곳의지리와 그리고 경험에 능한 자가 맡으면 그만이다.
그보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분위기가 이상하네……
조금 전부터 느끼던 묘한 위화감.
그녀의 감이 이상하게 술렁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대체 뭘까.
그런 그녀를 향해 먼저 이곳에서 작업을 하며 대기하고 있던 메이카가 말을 걸었다.
“단장? 대충 보니 아래에서 다들 찾던데요? 회의 참석해야 할 사람이 어디 갔냐고 말하는 거 같은데요?”
“회의?”
카니아가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성가셔하는 것이다.
그러더니 손을 휘휘 저었다.
“됐어. 어차피 이 작전은 어떻고, 이건 어찌 검토하냐는 거잖아?”
“……알면 가시죠?”
“그들이 판단해서 내리라고 해.”
현장 책임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
카니아는 그런 적당한 말을 내뱉으며 딴청을 피웠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아니죠……
그럼 조금 쉬세요. 어차피 저기 쳐다보는 건 단장이 할 일은 아니에요.”
경계는 병사들이 서는 게 낫다.
그녀 정도 되는 인물이 돌아다녀봐야 오히려 병사들이 기를 못 편다.
차라리 그 시간에 쉬어서 체력이라도 회복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된다.
“아니면 이거라도 좀 거들어 주실래요?”
“……그거 뭐야? 위장용 천?”
그러고 보니 조금 전부터 메이카가 이곳에 앉아 뭔가 만지작거리고 있던 천이 신경 쓰였다.
“네. 매복용 천이에요.”
기사들을 산에 매복시킬 때 뒤집어 쓰게 하는 천이다.
아무래도 메이카는 손수 그것을 정비하고 있던 모양이다.
“조금 찢어졌거든요. 써먹으려면 고쳐야죠. 다음 작전에 쓴다면서요.”
“망가졌으면 사지 그래?”
“윽, 예산이. 시간이.”
카니아는 할 말을 잃었다.
어딜 가든 예산은 공공의 적이란 뜻이다.
아니, 그 전에 쟤가 직접 작업해야 할 정도로 쪼들렸어?
카니아는 혼란스러웠다.
“지금은 다들 바빠서 돈도, 시간도 여유가 없어요. 어쩔 수 없죠.”
아무리 에르네시아 왕국이라도 이런 전쟁 속에서 여유를 부릴 수는 없다는 뜻이리라.
카니아는 한숨을 쉬며 결국, 메이 카의 작업을 돕기로 했다.
회의를 갈 바에야 차라리 바느질이라도 하는 게 낫지.
그러나 바늘을 들고 씨름한 지 30초 만에 부욱, 뭔가 시원하게 찢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실을 잘못 엮은 바람에 실을 당기자 괜한 천만 더 찢어진 것이다.
“……어‘?”
“단장?”
메이카가 원망스러운 듯 바라본다.
“일단은 공주님 출신이잖아요?!”
“아니…… 잠깐 실수…… 그보다 그거 몇 살 때인데!”
편견이다.
왕족이 바느질 잘할 거라 누가 생각한 건데?
무엇보다 교양으로 배우는 건 자수지 이런 거랑은 거리가 멀다.
“실이라도…… 오러를 실처럼 가늘게 뽑는 건 잘할 수 있는데.”
“그건 어디다 쓰시게요?”
“의외로 쓸데 많아. 발목을 걸든가 보이지 않게 가는 검기로 바꾸어 휘두르든가.”
“네. 네. 그러시군요. 하지만 작업엔 도움이 되지 않네요.”
“윽. ……다른 건 잘할 수 있거든?”
“어떤 거요?”
“검도 손도 안 쓰고 벤다든가.”
“그런 게 돼요? 그보다 그게 뭔지 이해할 수 없는데요?! 대체 검도 안쓰고 뭘 어떻게 벤다는 거예요?”
“잘하면 어떻게 되더라고. 요즘 연습 중이야.”
“네. 그래도 역시 작업엔 도움이 되지 않네요.”
결국, 작업은 메이카의 몫이 되었다.
어차피 늘 있는 일이기에 굳이 신경 쓰지는 않았다.
“참! 그리고요.”
그녀는 어깨를 으쓱이며 화제를 돌리려는 듯 요새 바깥쪽을 고갯짓으로 가리켰다.
카니아가 무엇에 초조해하는지 눈치챈 것이다.
“저들도 한차례 사기와 체력을 다듬어야 할 테니 당장 공격해 오진 않을 거예요.”
그런 상식들을 줄줄이 말하려던 때였다.
메이카는 어느 순간 카니아의 안색이 굳어진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찢어먹은 천 때문이 아니다.
“……지금 뭔가…… 잠깐?”
카니아는 중얼거리더니 서둘러 원거리 투시용 마법 도구를 꺼내 작동시켰다.
그러자 저 멀리 보이는 시점이 확대되어 두 사람 앞에 보였다.
“?????? 이건?”
w.‘ 진짜야?”
두 사람 다 할 말을 잃었다.
지금 저 너머에서 보인 것은 엘벤공국의 병사들이다.
다시 행군해 오는 저들의 모습을 본 두 사람은 황당함에 눈동자를 떨었다.
“다시 출병한 건가요? 잊은 물건 찾으러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그게 말이 돼요?”
“있잖아? 분명 저것들, 아까 물러간 애들 맞지. 그렇지?”
“저도 일개 병사들 얼굴까진 몰라요. 하지만 저 중에 섞여 있는 기사는 본 기억이 있네요. 아까 투석기 건만 아니었으면 그대로 깔릴 뻔한 녀석이에요.”
에르네시아 왕국 병사와 같이 환호하던 모습이 인상에 남아 기억하고 있다.
두 사람은 거의 확신하고 있다.
물러갔던 자들이 어째서인지 다시 출병하여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메이카, 조금 전에 나한테 뭐라고 하지 않았어?”
“……못 들은 거로 쳐 주세요.”
두 사람이 침묵하는 사이 나머지 병사들이 급히 비상사태를 알리면서 대비에 들어갔다.
역시 이번에는 무언가 이상하다.
그리고 그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은 건 바로 그들이 공격을 해 오고 난 뒤였다.
현재 요새 위에서 분전을 벌이고 있는 에르네시아 왕국의 병사들은 난생 처음 전쟁을 겪는 신병처럼 한 순간 움직임이 뻣뻣해졌다.
그 한순간.
그 틈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기어 올라온 손목이 그들의 눈앞을 휘젓는다.
“뭐 하는 거냐! 죽고 싶은 거냐!”
각 조를 지휘하는 조장들이 호통을 치자 그제야 병사들은 다시 서둘러 움직였다.
서둘러 성벽을 기고 올라온 엘벤공국 병사의 손목을 베고, 그리고 옆의 병사가 장창을 찔러 넣어 힘껏 밀어 떨어트린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인지, 고함인지 모를 소리가 사방에서 울린다.
“하?????? 하아?????? 하?…”
병사들은 긴장과 지친 숨을 토해내지만 숨을 돌릴 여유는 없다.
한 명을 떨어트리면 바로 그다음 병사들이 기어 올라와 달려든다.
일일이 떨어트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미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창을 내찌르고 활시위를 당기는 병사들의 팔은 미세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비켜! 비켜라!”
서둘러 지친 병사들의 뒤에서 다른 병사들이 수레를 끌고 돌진했다.
수레에는 한가득 검은 가루가 담겨 있다.
“비켜! 닿으면 우리라도 어떻게 못한다! 어서 비켜!”
고함을 듣고 서둘러 병사들이 한발 물러나고 그들은 그대로 수레 안에 든 검은 가루를 바깥을 향해 퍼부었다.
가루가 쏟아지고 적병들의 몸에 들러붙기가 무섭게 그것에 불이 붙더니 그대로 기어 올라오던 병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떨어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새 빈자리를 메우며 적병들은 계속 달라붙는다.
적병들이 쓰는 사다리는 진즉에 무너 졌다.
그런데 웬걸, 그들은 이번에는 아군의 몸을 지지대 삼아 그대로 시체와 살아 있는 아군을 섞듯 쌓아 올리고는 올라오는 게 아니던가.
이런 판국이라 치를 떨며 질색할 수밖에 없었다.
“……끈질긴 놈들.”
“저놈들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 건가……
“딱히 아까워 보이는 기색은 아니군.”
바깥으로 들리는 것은 비명과 함성뿌 그러나 어느 소리도 사람의 것이라고는 믿기 힘들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결국, 아군의 방심으로 엘벤 공국의 병사 하나가 성벽 위로 기어 올라오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그는 눈의 흰자위를 뒤집은 채로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신속히 병사들이 창으로 꿰뚫어 밀려내려 하지만.
오히려 몸이 꿰뚫리건 말건, 개의치 않고 날뛰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날뛰다가 한순간 무기를 놓쳤고, 무기를 놓치자 이번에는 물어 뜯을 기세로 덤벼든다.
“이, 이놈이 미쳤나……
고작 한 명의 적병인데도 불구하고 왕국군 병사 세 명이 달라붙어야 겨우 숨통을 끊고 바깥으로 던져 버릴 수 있었다.
“……마치 사람의 가죽을 쓴 짐승이나 다름이 없군.”
“내 말이 그 말이네.”
병사들과 기사들은 혀를 내두르며 질렸다는 듯 푸념을 연발했다.
계속 이런 판국이었다.
불과 조금 전, 저들이 한 차례 후퇴하기 전만 하더라도 이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공성전에 들어가자마자 엘벤 공국의 병사들은 이렇게 미친 듯이 달려드는 게 아니던가.
지금도 요새를 기어 올라오기 위해 날뛰는 녀석 중 제대로 몸이 성한 놈도 없다.
한쪽 팔이 부러져 불길한 방향으로 흔들리는데도 올라오는 놈도 있고.
검에 맞건, 말건 달려드는 놈도 있다.
“대체 우린 뭐랑 싸우는지 모르겠군……?”
“?????? 으음.”
그러나 불평할 여유는 없다.
그사이에도 저들은 미친 듯이 덤벼들고 있고.
막는 것만으로도 병사들은 지친 기색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런 판국이니 현재 요새 내부에서는 회의가 한창이었다.
“미쳤다고 말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텔 자작은 미친 듯 날뛰는 엘벤공국의 병사가 창에 벌집이 되어서야 떨어지는 광경을 마법 도구로 지켜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야만스러운……
“야만스럽기보단 그거군 뭔가 이 성이라도 잃었다고밖에 할 수 없겠군.”
이곳의 최종 책임자 펠테인 변경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도저히 제정신인 자들의 싸움 방식이 아니군.”
“차라리 광인을 상대하는 것도 이것보단 낫겠죠.”
“놈들은 자기 팔이 부러지든, 목이 꺾이든 말든 덤벼든다는 모양입니다.”
“심지어는 베여 반 토막이 나도 기어 오며 물어뜯으려 한다는 보고도……
지휘관들은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를 쳤다.
직접 보거나 부하들의 보고만 받은 것만 해도 이 정도다.
“……이런 걸 전쟁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군.”
펠테인 변경백은 분노를 담아 중얼거렸다.
전쟁을 긍정할 생각도, 인정할 생각도 없다.
전쟁 그 자체가 추악한 것임은 알고 있다.
그렇다곤 하지만 지금의 이것은 무엇인가.
저들에게 최소한의 용맹이나 대의라도 있던가?
그저 이성을 잃은 채 덤벼들지 않는가.
짐승도 저것보다는 품위가 있을 것이다.
“즉, 그거지? 지금 쟤네, 제정신이 아니라는 거?”
못마땅한 듯 내내 입을 다물고 이 자리에 앉아 있던 카니아가 불쾌한 듯 물었다.
그녀라고 이 상황을 좋게 여길 리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