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62)
62화. 디아 레키 (4)
“전 반드시 아렐 님께 받은 은혜에 보답하고자 이곳에 온 것입니다. 그러니 결코 물러나지 않습니다.”
“……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 은혜라는 게 뭐야? 전혀 짐작이 가는 게 없거든?”
만약 내가 무언가를 베풀었고 그걸 까맣게 잊고 있다면 그것도 나름 그녀에게 미안한 일인데.
그러나 디아는 아니라고 말했다.
“은혜라고 했지만 제가 일방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다.”
“일방적?”
그게 무슨 은혜라는 거지?
“그거 나한테 말해 줄 수 있어?”
설마 이제 와서 비밀이라고는 하지 않겠지?
역시 궁금하다.
그녀가 나를 따르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이유도 모른 채 일방적인 중성만 받는 것도 여러 가지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 미안하지만 의심한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알지 않으면 나 역시도 납득할 수 없다.
내가 묻자 디아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왜 그토록 나를 따르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 *
“저는 어릴 때 마탑에 거둬졌습니다.”
디아는 고아였다고 한다.
딱하긴 하나 특이한 사연은 아니라고 했다.
그저 전염병이 돌아 마을이 거의 전멸했다.
그렇다고 했다.
‘…… 별거 아니긴.’
나는 그동안 온갖 원인으로 인해 일어난 참상을 숱하게 봐 왔다.
그중 가장 끔찍한 것은 전염병으로 인해 마을 혹은 도시가 죽음에 휩싸였을 때다.
누구도 오지 않는다.
거리에는 시체만이 늘어나고 도망치려 해도 누구도 용납하지 않는, 그런 끔찍한 지옥이다.
“전 간신히 마을에서 빠져나왔지만 갈 곳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헤매던 차에 절 주운 곳은 마탑이었습니다.”
마탑에서 갈 곳 잃은 고아를 이유도 없이 거두지는 않는다.
아마 디아에겐 마나를 다룰 재능이 있었고, 그걸 아깝게 여겨서 거둔 거겠지.
마탑에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고아들을 사온다든가 혹은…… 아니다, 이건 말하지 말자.
지금과는 상관이 없는 이야기니까.
아무튼 나도 그 정도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나 마탑에서 길러진 저는 그리 썩 좋은 대우는 받진 못했습니다.”
마탑의 문제는 거둬 간 뒤에 제대로 고아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재능이 있을 것 같은 아이를 줍고, 없다면 그냥 마탑 내에서 방치시킨다.
막상 주워지긴 했지만, 디아 역시 마탑의 기대를 충족시키진 못한 모양이다.
재능이 없었다.
마나를 받아들일 수는 있으나 그 이상 서클을 생성하지 못한 것이다.
“어설픈 재능이었습니다.”
차라리 없느니만 못한 재능일지도 모른다.
자연스레 디아는 마탑 내에서도 낙오자 취급을 받게 되었다.
쫓겨날 수도 없다.
아마 평생을 마탑에서 허드렛일만 하다가 끝마칠 수도 있었다.
“?????? 네가?”
아렐은 그 설명을 듣고 좀처럼 납득이 가지 않았다.
지금의 디아는 나이에 비하면 마법사로서 나름 우수한 편에 속한다.
물론 천재 정도는 아니나 그래도 그럭저럭 범재 취급은 받아야 정상 아닌가?
“2년 전까지만 해도 1클래스였으니까요.”
“?????? 뭐?”
아렐은 자신도 모르게 의아한 목소리를 내고 말았다.
“잠깐? 2년 전까지 1클래스?”
“네.”
“말도 안 돼. 지금 넌 4클래스잖아.”
그렇단 이야기는 고작 2년 만에 아니, 실제 기간을 따지면 그보다 더 짧은 시간 안에 4클래스까지 껑충 뛰어올랐다는 의미다.
거짓말이라고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나조차도 믿기지 않으니까.
“조금 더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아무래도 2년 만에 쭉쭉 상승한 계기가 있는가 보다.
디아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다시 이야기를 재개했다.
“아무래도 전 마탑의 이론만으로는 마나를 운용하기 어려운 체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디아 본인도 마법사로서의 앞날은 사실상 포기하고 있었다.
그러던 때 디아는 우연히 그것을 손에 넣게 되었다.
“이 책입니다.”
“또 그거냐……
내가 쓴 기사의 오러 연공 법 이론 편.
〈개나 소나 될 수 있는 기사 중급 편〉그러고 보니 디아가 나를 안 건 저거 때문이었지?
“.. 설마?”
그제야 나는 디아가 말한 ‘은혜’의 정체가 감이 잡혔다.
내가 짐작한 게 정답이란 듯이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번 시험 삼아서 아렐 님의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마나 운용을 시험해 봤습니다. 그랬더니. 어머나.
놀랍게도 2년 만에 4클래스가 되었습니다.”
“아니? 그 책만 읽어서 그렇게 될 리가 없거든?”
내가 집필한 이론 서적이 무슨 읽기만 해도 쭉쭉 클래스가 올라가는 마법의 책인 줄 아나?
어디까지나 기초 이론이다.
마나를 몸 안에 쌓고, 효율적이게 순환하는 방법을 이곳에 맞춰서 개량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만약 그 정도 힘이 있는 이론이었으면 지금쯤 그거 불티나게 팔렸을 걸.
아마 내가 대륙 최고의 억만장자가 되었겠지.
“사실입니다.”
디아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가만 있자…… 디아 말이 사실대로면……
진지하게 다시 한번 이론을 검증해 봤다.
디아는 마탑의 이론으로는 마나 순환을 할 수 없는 체질이라 했다.
그렇다면 내 이론이…… 그 연공법이 디아의 신체에 우연히 맞았다?
내가 쌓아 온 내공을 이용하여 마법을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는 것처럼 그녀가 내 이론을 토대로 성장하는 것은 불가능한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거 가지고 그렇게 쭉쭉성장할 수는 없는데.’
나 같은 전생자가 아니고서야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렇다는 건…….
‘우연히 내 이론이 맞아서 고속으로 성장할 정도에 천재였다는 의미인가.’
마나의 컨트롤이 다른 마법사들에 비해 유난히 정밀한 것도 단순히 꼼꼼해서가 아니라면.
…… 조건이 겹치지 않았다면 결코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천재였다는 의미가 된다.
‘…… 무슨 어이없는 우연이야?’
그렇다는 건 디아는 만약 내가 책을 내지 않았다면 평생을 마탑에서 허드렛일만 했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는 의미다.
소가 뒷걸음질 치다 쥐를 잡은 격…… 아니 전생의 프로가 생각 없이 쓴 책에 천재가 깨어난 건가.
“그래서 은혜라고 한 거야?”
“예. 제게 있어서 아렐 님은 존재자체가 구원입니다.”
참 낯 뜨거운 소리를 안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하고 있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일리가 있나.
그 우연이 아니라면 디아는 평생을 마탑에서 낙오자로 살아야 했다.
아니면 방치로 굶어 죽든가.
“구원이라니. 그 정도까진 아냐. 그저 우연일 뿐이야.”
나는 디아가 유난히 나를 존경하는 이유를 알았지만, 그렇다고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할 수는 없다.
어디까지나 우연이다.
애초에 나는 그럴 의도가 없다.
“아렐 님께 은혜를 느끼고 말고는 제 자유입니다.”
“…… 너도 은근히 고집 있군.”
디아가 주장하는 은혜가 뭔지는 이해했다.
“그런데 네가 마탑에서 나왔을 때 말리지 않았어?”
“물론 말렸습니다만 굳이 그곳에 남아 있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그래서 당당히 나왔죠.”
망설임 없이 즉답했다.
그것도 말투가 약간 신랄하다.
진심으로 마탑을 싫어하는 것 같은데.
“물론 자칭 스승이란 인간은 엄청 화를 냈지만요.”
“자칭 스승이냐.”
“배운 게 하나도 쓸모없었습니다.
거기에 제가 4클래스가 된 이후에는 마치 자기 공인 것 마냥 떠들고 다녔습니다.”
왠지 어떤 종류의 인간인지 알 것 같다.
확실히 환경을 잘못 타고났구나.
뜻하지 않게 마탑의 현 상태의 일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4클래스가 되자마자 망설임 없이 나왔고. 얼마 전까지 아렐님이 계신 곳을 수소문해서 찾아다녔습니다.”
“그런 것치고는 곧바로 오지 않은 것 같은데?”
나온 게 몇 달 전이겠지만 내가 있는 영지 위치는 수소문하면 바로 알 수 있다.
“…… 착오로 반대편까지 갔습니다.”
남부 지방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거기에 여행비를 잃어버린 바람에 다시 북쪽으로 올라오기까지 꽤나 고생했다나.
흔히 세상에 막 나온 신출내기 마법사가 겪는 고난이다.
그리고 막 왕도까지 올라온 그녀는 내가 있는 파힐리아에서 전속 마법사를 뽑는다는 말을 듣고는 바로 자원했다.
그게 여기까지 온 간략한 과정이라고 한다.
“저를 진짜 마법사로 만들어 주신건 다름 아닌 아렐 님입니다. 그러니 아렐 님이 제 진짜 스승입니다.”
…… 뭐 조금만 가르침을 받아도 스승이란 말도 있던가.
근데 내가 이곳에서 그와 비슷한 말을 듣게 될 줄이야.
틀린 말은…… 아닌가.
실제로 그녀가 이곳에 머물면서 내가 이론 확인과 시험을 목적으로 이것저것 조언하긴 했으니까.
그래서 디아가 그동안 나를 보살피면서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았던 건가.
“실제로 아렐 님을 뵙고 확신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이죠.”
그런 이유로 그녀는 이곳이 자신이 진짜 있어야 할 곳이라 여기는 모양이다.
“저기? 그 사실 카니아 누나한테 이야기하면 이해해 주지 않을까?”
누나는 정에 약하니까 디아가 유난히 나를 따르는 이유를 알게 되면 인정해 줄지 모른다.
“아뇨. 그런 식의 동정으로 아렐님의 옆에 남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실력으로 인정받을 겁니다.”
그러나 디아의 고집이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사정을 말하기에는 조금 부끄럽기에……
진심으로 부끄러운지 살짝 얼굴을 붉힌다.
진짜 이유는 그것 때문이냐.
“그러니 가능하면 그 사실은 아렐님만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 나도 그런 이야기는 어디 가서 말하지도 못할걸.”
내가 쓴 이론이 우연히 저 멀리 마탑의 낙제생을 구했다, 라니…….
내가 아무리 낯짝이 두꺼워도 이걸 자랑하긴 부끄럽다.
“그러니 반드시 실력으로 인정받겠습니다.”
“그래. 힘…… 내라.”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지켜보는 게 고작이다.
나는 잠자리에 들기 전 침대 맡에 놔둔 통신구를 집어 들었다.
평소에는 이걸로 엄마와 연락을 하지만 오늘은 다른 녀석에게 연락을 할 생각이다.
통신구를 조작하자 1분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통신구 안쪽에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늦은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내가 자주 마법 도구를 구매하는 상대인 페이안이다.
“어떤 마법 도구를 원하십니까?”
그리고 최근 엄청나게 돈독이 오른 노인네다.
누굴 지름신의 신도라고 생각하나.
“한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연락한 거야.”
“이 노인네에게 상담입니까?”
“그냥 물어볼 게 있다고 했잖아.”
그동안 내가 물건을 사 준 게 얼마인데, 잠깐 이 정도 서비스는 해주지?
페이안도 나를 소중한 고객이라 여기는지 내가 이 시간에 연락을 해도 싫은 내색 하진 않는다.
역시 돈의 의리는 굳건하지.
“무엇이 궁금하십니까?”
“별건 아니고, 혹시 마탑 내에서 2년 만에 4클래스로 승격한 사례 있어?”
디아에게 미안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사실 유무를 철저하게 검증한다.
그게 내 성격이다.
“…… 디아 레키를 말씀하시는지?”
단번에 그녀의 이름이 나왔다.
페이안이 7클래스 마법사였지?
그런 그가 고작 4클래스 젊은이의 이름을 알다니.
어지간히 유명인인가.
확인 결과 페이안이 한 이야기는 디아가 내가 이야기한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거짓말이 아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