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he Pro in His Past Life Sucks the Sweet Honey RAW novel - Chapter (94)
94화. 영장 나왔습니다 (2)
“다만 지휘는 내 쪽에 따랐으면 해. 알지?”
“걱정 마라. 그 정도 상식은 있으니까.”
아켄은 코웃음 치며 말했다.
너희가 대장장이지만 얽히면 워낙 막 나가니까 걱정하는 거잖냐.
그래도 그들이 따라와 주면 기사들의 장비를 손질하는 것에 대한 걱정은 덜게 된다.
그리고 역시 그들이 있으면 이번 전쟁에 사용할 ‘그것’들을 다루는데 훨씬 수월하겠지.
내 입장에서도 나쁘진 않다는 뜻이다.
북동부 전선 데르지아 요새.
국경 요새가 밀렸을 때를 상정하고 지어진 이곳은 전방의 국경과 맞먹는 견고함을 자랑한다.
그러나 이 성이 지어질 당시 과연 누가 이 요새가 2차 방어선으로 쓰이는 날이 올 거라 상상이나 했을까.
그곳에 나는 군을 이끌고 도착했다.
다만 요새 안으로는 들어가지 않았다.
2만 3천이나 되다 보니 요새 안에 비좁게 모여 있기보다는 바깥에 거 점을 만드는 게 차라리 낫다.
바로 부대를 머물게 할 거점을 마련하도록 지시하고는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다른 영주군이 아직 보이지 않는 걸 보니 도착한 건 우리가 먼저인 모양이다.
하긴 우리 쪽은 마법사가 회복 마법을 걸어 주던가, 장비를 가볍게 하던가 하는 식으로 행군 속도를 높였으니 먼저 도착하는 것도 당연한가.
그나저나…….
“생각보다 더 치열했나 보군.”
이곳에 오면서 몇 번이고 다른 부대를 스쳐 지나가면서 곁눈질로 확인한 것이다.
다들 적잖게 피로와 부상으로 인해 상당히 피폐해져 있었다.
비록 지금은 적들 역시 태세를 가다듬기 위해서인지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거 같으나.
어지간히 이곳이 치열했겠지.
특히나 전방을 버리고 2차 방어선까지 밀려난 상황이다.
결코 녹록하진 않았을 것이다.
“아샤와 세이나는 여기서 거점 확보하는 것 좀 지휘해.”
“예.”
여기사들에게 부대 지휘를 맡겨 두고는 나는 누나를 불렀다.
“누나는 나랑 같이 가야 되는 거 알지?”
“그 정도는 알거든.”
누나가 어처구니없다는 듯이 볼을 부풀렸다.
이곳에 왔는데도 별로 긴장하는 기색이 없다.
역시 담력 하나는 타고났군.
“그럼 나와 누나는 잠시 인사 좀하고 올 테니까. 부대는 맡길게.”
“예. 안심하시길.”
나머지 처리는 다른 이들에게 맡겨두고 나는 누나와 같이 요새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서 가장 큰 막사를 향해 찾아갔다.
비록 거점은 바깥에 차리나 그렇다고 요새 안에 가지 않을 수는 없다.
이곳에 왔으니 가장 먼저 얼굴을 비쳐야 하는 상대가 있다.
막사로 향하자 이미 그곳을 지휘하던 기사들 역시 나와 누나를 알아보고는 예를 갖추었다.
이래서 왕족이 좋군, 바로 얼굴만으로도 프리패스니까.
“이쪽입니다.”
안내를 받으며 막사 안으로 향하자, 지금까지 다른 귀족들과 회의 중이었는지 제일 형님이 심각한 얼굴을 한 채로 그곳에 있었다.
“……왔는가?”
우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는 제일 형님의 얼굴은 내가 기억하던 금발의 미청년이 맞나 싶을 정도로 피로에 찌들어 있다.
물론 추해진 건 아니다.
안 그래도 미청년이, 지금은 한 야근 5일 연속은 한 미청년이 됐을 브버’당연히 내가 더 미남이지만.
그나저나 저 피로에 찌들어 가는 모습을 보니 어지간히 전장이 가혹했나 보군.
첫 전쟁인 걸 감안하면 오히려 지금 상태만으로도 잘 버텼다고 칭찬해 줘야 할 것이다.
“3왕자 아렐. 제일 형님을 뵙겠습니다.”
나는 깍듯이 형님에게 예를 갖추었다.
“카니아도 오라버니를 뵙겠습니다.”
누나도 평소 때와 다르게 ‘누구세요?’ 소리가 나올 만큼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렸다.
왕족이지만 위계 서열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는 게 보통이다.
애초에 나와 누나의 평소 생활 태도가 이상한 것이다.
“……카니아도 온 건가.”
제일 형님은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게 됐구나. 설마 너희까지오게 될 줄이야.”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라 정말로 면목 없어 하고 있었다.
원래부터가 성품이 올곧은 편이라 정말로 우리들까지 전쟁에 끌어들인 것을 안타까워하고 있는 거겠지.
“형님, 그런 말 마세요.”
나는 그의 말에 일단은 착실하게 대답했다.
“아니다. 내가 똑바로 지휘했다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텐데……
“?????? 형님.”
아니, 어차피 똑바로 지휘했어도 복날 개 잡듯이 개털렸을 거라니까요.
차마 이 말은 면전에서 못하겠네.
보통은 불리한 상황에 빠지면 남탓을 먼저 할 텐데, 이 남자는 그것을 사고에서 당연하단 듯이 제외한다.
마치 이상적인 그림을 그린 것마냥 똑바른 차기 국왕으로서 깨끗한 품성.
솔직히 이 남자 볼 때마다 생각하는 게.
왕비 엘리아.
그 속 검은 아줌마 뱃속에서 어떻게 이런 사람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
성격은 유전이 안 되는 건가?
그래서 나는 이 남자가 별로 마음에 들진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냐? 이 사람이 형님인 걸.
이 사람이 왕이 돼 줘야 내가 꿀빠는 걸.
나와 형님의 인사가 끝나자.
그제야 잠자코 있던 귀족들도 차례 차례 나와 누나에게 예를 갖췄다.
그렇게 귀찮은 인사치레가 끝나고 나와 누나는 원탁에 각각 한자리씩 나란히 앉고는 회의에 끼어들었다.
나는 영주고.
누나도 일단은 나를 따라온 기사 역할이지만 그래도 왕족이다.
둘 다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은 충분하다.
약간 못마땅한 시선이 느껴지긴 해도 어차피 지들이 뭔 말을 하겠냐.
“……상당히 전황이 좋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길게 이야기할 것도 없다.
빨리빨리 정리하고 넘어가기 위해 나는 첫마디부터 전황에 관해 언급하기로 했다.
“……그렇다.”
제일 형님은 잠시 침묵했다가 내게 현재 상황을 가르쳐 주었다.
이미 국경 요새는 적들 손에 넘어가 그들의 거점 중 하나가 되었다.
곧바로 적들은 32만의 병력을 나누어 2차 방어선들을 공략하기에 이브렀다.
그중 가운데 길목인 이곳이 현재 가장 치열한 공격을 받고 있는 중이고.
마침 내가 도착했을 때 전장이 조용한 건 잠시 적군이 군세를 정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공격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좋지 않군……
내가 봤을 때 내가 오는 게 한 5일만 늦었어도 아마 뚫렸을지도 모르겠다.
이거 다른 영주군이 올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릴 여유도 없는 거 아냐?
“그나저나 아렐? 네 병사들은 어디 있지?”
“수가 제법 되는 바람에 요새 밖에 임시 거점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내가 정확하게 2만 3천이라고 하자, 제일 형님의 얼굴이 조금은 밝아졌다.
“2만 3천이나 되다니 든든하구나.”
저는 든든은커녕 참담합니다만.
현재 내가 이끌고 온 병사들은 크게 세 가지 병단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장궁을 주로 사용하는 궁 병단.
그리고 방어를 담당할 방패 병단.
마지막으로 병력의 꽃인 창 병단.
각각 드워프제 무기를 쥐어 주고는 오늘을 위해 철저하게 훈련을 시켰거기에 그동안 착실하게 쌓아 놓은 군량미와 보급 물자까지.
어느 정도 이들에게 나눠 줄 양까지 계산하여 가지고 온 참이다.
물자는 제법 되지만 마법사들이 있으니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마법 덕에 운반은 별로 어렵진 않았다.
내가 병력과 물자에 대해 상세한 정보를 공유하자 제일 형님은 물론이고 귀족들 역시 적잖게 감탄한 눈치였다.
특히 보급 물자에서 기뻐하는 눈치가 대놓고 드러난 게 아무래도 그것마저도 여의치 않았던가.
생각보다 더 소모가 격렬했던 모양이군.
“훌륭하구나.”
형님은 솔직하게 나를 칭찬했다.
“설마 아렐 님은 처음부터 이때를 상정하고 준비하신 겁니까?”
귀족 하나가 조금 놀라며 질문했다.
“어디까지나 만일을 위해서였다.
일종의 도박이었지.”
만약 이 물자들이 필요 없게 되면 창고 행 또는 헐값 떨이 행이니까 상당한 손해를 봤겠지.
라고 해 봐야, 어차피 필요할 거라고는 확신하고 있었고.
실제로는 도박은커녕 미래를 향한 투자였다.
……그들이 그 사실을 알리는 없겠지만.
그래서 나는 그냥 도박이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형님은 순순히 놀랍다는 반응만을 보이고 있었다.
“아렐…… 넌 의외로 과감한 구석이 있구나.”
“덕분에 형님을 도와 드릴 수 있게 되지 않았습니까?”
일부러 그렇게 대답하며 미소 지었어쨌건 가져온 물자의 일부는 그들에게 베풀기로 했다.
여기서까지 장사하기보다는 통 크게 베풀어서 은혜를 심어 두는 것도 나쁘진 않지.
먹이로 길들이자.
처음부터 그럴 작정이었고.
이걸로 그들은 보급대가 도착할 때까진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추가로 영주들이 군을 이끌고 도착할 때까지 버틸 수 있겠구나.”
제일 형님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당장 내일이라도 적들이 다시 공세를 벌일 상황인지라 내 병력이 막아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안심할 수 있겠지.
……다만 나는 내키지 않지만.
왜 내가 굳이 돈과 신경을 써서 키운 병사들을 늬들 방패막이로 써야 하는데?
무엇보다 그래서는 늦는다.
당장이라도 전황을 바꿔 나갈 필요가 있다.
“형님, 굳이 기다릴 필요도 없습니다.”
“아렐? 그게 무슨 말인가?”
“방어는 이쯤하고 어떻게든 적들을 깎아 나가며 되받아쳐 주어야 합니다.”
“그건 알지만, 현재 상황으로는 여의치가 않구나.”
“실은 이 상황을 위해 제가 준비한 게 있습니다.”
언젠가 이 말을 하고 싶었다.
이럴 줄 알고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게 있습니다, 라고.
설마 그 대사를 이번 생애에서 하게 될 줄이야.
나는 구차하게 여기서 버티기를 할 생각은 없다.
당연히 지금 상황에 방어는 중요하지.
그러나 언제까지 막기만 할 건데.
처음부터 나는 되받아칠 궁리만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오늘을 위해 준비한 것들이 있고.
“준비라니…… 뭘 가져온 거지? 또 무언가가 있는 건가?”
제일 형님이 관심을 보였다.
평범한 인간이 이딴 소릴 한다면 헛소리 말라고 뺨따귀를 차지게 얻어 맞았겠지.
그러나 지금 이 말을 하는 건 다름 아닌, 아니 그 이름 높은 천재인 당신의 동생입니다.
네, 저를 믿으시죠.
믿으면 구원받습니다.
“한 번 직접 보시겠습니까?”
나는 웃으며 제일 형님에게 말했다.
* * *
방어 일변도인 지금 상황과 그리고 역공이 필요한 상황을 처음부터 상정하여 대장장이들에게 개발시킨 것들이 있다.
“우선 이것부터 보시죠.”
나는 제일 형님을 직접 우리 거점에 안내하고는 미리 준비해 온 것 중 하나를 선보였다.
먼저 이동식 망루.
이 망루는 조립식이라 운반할 때는 분해하여 이송하고, 필요할 때는 조립하여 망루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부품마다 마법사들을 시켜 직접 마법을 걸어 놓았기에 강도도 문제 없다.
이 망루에 궁수들과 마법사들을 배치시킬 예정이다.
“?????? 호오!”
“이것뿐이 아닙니다.”
가져온 게 고작 망루뿐이라 생각지 마시길.
무엇보다 이게 진짜다.
나는 제일 형님께 두 번째 물건을 선보였다.
“이것은?”
“이름을 붙이자면… 새문도차(寒門刀車)라고 해야겠죠.”
내가 그다음 개발하고자 지시한 건 새문도차다.
주 생김새는 바퀴가 달린 이륜차에, 전방에는 방패처럼 나무판 앞에 철판을 덧대었고.
그 철판 전면부에는 칼날을 무수히 달아 둔 생김새다.
본래는 과거 지구에서 중국이나 한국 등 옛 공성전에 흔히 쓰던 병기다.
이것을 이용하여 성문을 방어하거나 혹은 적병의 접근을 방어하거나 혹은 밀어붙여 반격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해 둔 것이다.
당연히 일반적인 새문도차와 다르게 마법이나 드워프들의 기술을 통해 강도를 높여서 웬만한 충격도 버틸 수 있게끔 해 두었다.
이것들을 이용하여 신중하게 방어를 하며 적들을 되레 밀어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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