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get on the protagonist's flower path RAW novel - Chapter (53)
5. 이상 사태에 대처하는 방법 (2)
소설에서의 민재윤의 각성 스토리를 떠올려 보면 이건 좀, 아니 좀 많이 위험하다.
소설에서 사기꾼과 민재윤은 1학기 중반쯤 만났다. 그러니까 민재윤이 집중 감시 감찰반에서 해방된 뒤, 이그드라실이 그녀를 감당해 주기로 하면서 A반에서 만나게 된 것이다.
민재윤의 스탯을 본 사기꾼은 낮은 자신감이 민재윤의 스탯을 낮추고 있을 뿐, 원래 스탯은 높다는 걸 알게 된다.
민재윤의 재능을 보고 접근한 사기꾼은 민재윤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고, 민재윤은 그런 사기꾼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후 민재윤은 쟁쟁한 히로인들을 보고 자신이 계속 약한 채라면 사기꾼이 자신을 버릴 거라고 생각하게 된다.
계속 불안해하던 민재윤은, 2학기 중간고사 즈음에 자신을 거부했던 학생이 사기꾼에게 들러붙자 폭발하게 된다.
그리고 능력이 폭주하는 동시에 완전히 각성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의 저주를 억제하려던 민재윤은 자신의 저주를 온 힘으로 사용한 후에야 이를 완전히 다룰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마침, 민재윤이 더욱 불안정하고 관계에 집착하는 성향이 강해진 상태인 지금 내가 민재윤의 친구가 된 거다.
나는 내 디바이스를 부서질 듯 쥔 민재윤의 손을 보고 민재윤과 눈을 마주쳤다.
콰직. 액정에 금이 갔다.
“그냥 아이템 좀 보고 있었어!”
“그렇구나…… 다행이다…….”
뭔 소리냐면, 지금 상태가 약과라는 거다.
세간에는 얀데레라는 말이 있다.
사랑하는 상대를 소유하고 싶은 욕망으로 인해 극단적인 범죄까지 저지르는 인간들을 칭하는 말인데, 민재윤에게는 이 얀데레의 자질이 잠들어 있다.
그리고 소설에서 민재윤이 온전히 저주를 다룰 수 있게 되는 순간, 그녀는 얀데레로 각성한다.
얀데레로 각성하면 다른 사람과 애정 행각을 할 때마다 ‘함께 죽으면 영원히 함께잖아?’ 따위의 소릴 하며 광화 스킬을 발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무섭다.
아무튼 민재윤은 독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려서였는지, 작가가 감당하기 힘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서서히 비중이 줄었다.
각성 이벤트 후에는 가끔 질투를 통한 분위기 환기용으로 몇 번 이용되다가, 나중에는 ‘민재윤을 어디에 파견했다.’처럼 한두 줄 나오는 정도?
그리고 그 정도의 미약한 비중이 바로 내 목표다.
그러기엔 너무 강렬한 행보를 보였다고?
설마. 히로인 후보가 넘쳐 나는 이 소설에서 그 정도는 금방 잊힐 초반 떡밥에 불과하다.
민재윤의 사례를 봐. 저렇게 강렬한 캐릭터조차 분량이 줄어드니 금방 잊혔잖아! 나도 할 수 있어!
그런 생각을 하던 도중, 양 뺨에 민재윤의 손이 살포시 닿았다.
“나현아?”
아, 이런 잡생각을 할 때가 아니지. 나는 방긋 웃었다.
“응? 왜 그래?”
민재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면서.
“아냐…… 그냥…….”
그래. 나는 지금……
민재윤에게 무릎베개를 해 주고 있다.
참고로 머리 쓰다듬는 건 본인이 원해서 해 주는 거다.
나는 내가 다른 생각을 할 때마다 귀신같이 알아차리는 이 얀데레 예비군을 어쩔지 잠시 생각하다가, 생각을 포기했다.
모르겠다…….
혹시 모르니 나중에 메타 포인트로 살 수 있는 해주 아이템을 더 찾아보자.
나는 내 배로 파고드는 민재윤을 슥슥 쓰다듬었다. 머리가 복슬복슬해서 제법 쓰다듬는 맛은 있었다.
* * *
그날 밤.
나는 메타 포인트 상점을 둘러보았다.
민재윤의 마력은 감정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해주의 팔찌가 있음에도 내 손끝이 거뭇해졌다는 건, 민재윤의 나에 대한 집착이 강렬해짐에 따라 방출되는 저주도 E급 이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니 슬슬 더 성능이 더 좋은 해주 아이템을 얻어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지금 있는 돈으로는 더 좋은 해주 아이템은 사기 힘드니, 메타 포인트 상점을 이용할 수밖에.
해주 스킬은 넘겼다. 만약에라도 사기꾼과 마주친다면 갑자기 스킬이 생긴 것보다 갑자기 아이템이 생긴 것처럼 보이는 게 나을 테니. 아이템은 우연히 싸게 샀다고 우길 수라도 있지.
그런데…….
[신성의 반지 – 3000포인트] – 모든 암 속성 스킬 및 공격을 방어한다.비싸. 완전 비싸.
……그냥 깡으로 버틸까?
잠시 그런 충동이 들긴 했지만, 안전을 위해 구입했다.
[현재 메타 포인트 : 5520포인트]눈물 날 것 같다. 내 포인트.
어쨌든 기왕 산 거, 잘 써 보자. 나는 신성의 반지를 끼고 침대에 누웠다.
그럼 민재윤은 이제 어떡할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 이대로 방치하기.
신성의 반지도 있겠다, 이제 저주는 해결됐다. 원한다면 민재윤의 약간의 집착만 견디다가 원래 반으로 돌아가면 된다.
하지만…….
‘나 같은 건 죽어야 해…….’
내가 무척 아끼는 고아원 동생 중 하나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는데, 그 애의 얼굴이 자꾸 떠올라서 어쩐지 단호하게 결심이 서질 않았다.
……둘째, 민재윤이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다를 수 있게 돕는 것.
민재윤은 자신감이 낮아서 본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것만 해결하면 훌륭한 전력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미 소설이고 게임이고 원작 전개는 죄다 틀어진 마당에, 내가 민재윤의 실력을 향상시킨다 해서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 새로운 강한 인맥은 언제나 환영이야.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너무 기뻐!’
그 행복해하는 목소리가 자꾸만 생각났다.
그렇기에 그녀의 집착적인 면모나, 위험성이나 하는 것을 다 끌어안고서라도 그녀와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나의 진심을, 자꾸만 깨달아 버린다.
내 마음이 그렇다면 후회하고 싶지 않아.
민재윤을 각성시키면서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나 한 사람에게만 의존하는 관계는 계속 이어질 수 없다.
나는 민재윤 한 사람에게만 매여 있을 수 없으므로, 결국 언젠가 이 관계는 무너지는 날이 온다.
그러니 내가 민재윤에게 줄 수 있는 건 서로 지탱하는 친구 관계까지다. 그렇게 선언하고 관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나는 민재윤의 손아귀 힘 때문에 액정에 금이 간 디바이스를 만지작거리다가, 서류를 꺼냈다.
민재윤을 각성시키는 방법?
[면담 신청서]민재윤의 질투를 폭발시켜야지. 원작 소설에서처럼.
* * *
다음 날 아침.
민재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 어…….”
“음! 좋구나! 재능이 있군!”
그야, 전설의 헌터가 갑자기 나타나서 자신의 손을 잡으며 칭찬을 해 대면 누구나 당황하겠지.
민재윤의 눈이 빙글빙글 도는 사이, 이그드라실의 시선은 감시하는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등교한 나에게로 향했다.
“왔느냐?”
이그드라실이 새 디바이스를 내밀었다. 면담 온 김에 새로 신청한 걸 가져다주러 왔구나.
“준비되었으면 가자꾸나!”
이그드라실이 내 팔을 잡아 이끌었다. 그러자 민재윤이 내 다른 쪽 팔을 덥석 붙잡았다.
“나현아, 어, 어디 가……?”
“가족들이 나를 만나러 와 줘서, 잠깐 보고 올게.”
그 말을 하자마자 민재윤의 얼굴에 불안한 기색이 어렸다.
양처럼 순한 얼굴이 울상이 되자 양심이 쿡쿡 찔려 왔다. 그렇지만 언제까지나 민재윤의 어리광을 받아 줄 수는 없다.
나는 민재윤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 내며 말했다.
“다녀올게.”
“…….”
등 뒤가 따가웠다.
조금 후 우리는 면담실에 도착했다.
방에 들어가기 전에 이그드라실이 감시 역할을 자처하며 방 안에 있던 진짜 감시원들을 죄 쫓아냈다.
그러자마자 덜컹하고 의자가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현아!”
하여간, 아카데미 자식들. 순 죄인 취급이라니까. 나는 선생님과 나 사이를 가로막은 유리창을 보면서 다시금 그런 생각을 했다.
“다친 덴 없니?”
“네. 괜찮아요. 애들은 다 무사해요?”
“그래. 이그드라실 님이 많이 도와주셨어. 세뇌도 풀어 주셨고…….”
다행히 이그드라실이 토르니토가 고아원 식구들에게 건 세뇌도 전부 풀어 낸 듯했다.
선생님은 아찔한 순간을 회상하듯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래도 비교적 평안한 안색을 보니 아이들이 크게 다친 것 같긴 않았다. 다행이다.
선생님과 나는 못 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던 도중, 강유의 수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맞다, 강유 있잖아. 각성 방지 수술. 이번 겨울에 하기로 했어.”
나는 잠깐 멈칫했다.
고아원 동생 강유는 ‘과각성증’이라는 병의 환자다.
이종족 혼혈의 경우 태어날 때부터 능력을 각성하는 ‘선천적 각성’이 나타나기도 하는데, 이때 각성한 능력이 너무 강해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이 과각성증이다.
“……수술하면, 강유는 헌터는 되지 못하겠네요.”
과각성증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은 각성 능력 발동을 인공적으로 방해하는 장치를 몸 안에 삽입하는 것이다.
각성 자체를 막는 것이므로 당연히 헌터가 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나는 헌터들을 볼 때, 그리고 내가 가디언 아카데미의 교복을 입었을 때 눈을 빛내던 강유를 떠올렸다.
“그렇겠지. 하지만 사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
선생님은 씁쓸하게 웃었다.
나는 어느 창을 조용히 내려다봤다.
엘릭서.
무엇이든 치료할 수 있다는, 소문으로만 내려오는 전설의 치료제.
그리고…….
[엘릭서 – 10000포인트]어쩌면 헌터가 되고 싶다는 강유의 꿈을 무너트리지 않을 수도 있는, 내게는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는 치료제.
나는 가만히 그 글자를 바라봤다.
“선생님.”
“왜?”
“아니, 아니에요.”
이건 지금 말할 때가 아니다. 확실히 엘릭서를 얻게 된다면 말하자.
“그냥…… 오랜만에 한번 꽉 안아 주실래요?”
“후후. 좋아.”
선생님이 허락을 구하듯 이그드라실을 봤다. 이그드라실은 호쾌하게 오케이 사인을 날리곤……
“흐읍!”
서걱!
유리창을 깔끔히 날려 버렸다.
……호쾌하기도 하시지.
그 꼴이 경악스럽지도 않은지 그저 짧게 웃은 선생님은 이내 망설임 없이 내게로 다가와 나를 꼭 끌어안았다.
포근한 선생님의 품은 오랜만이라, 진정되는 기분에 나도 선생님을 껴안았다.
“고마워요.”
“이쯤이야 뭘.”
그런 선생님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좀 더 힘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선생님과 우리 식구들을 위해.
얼마 지나지 않아 선생님이 이그드라실의 안내를 받아 다른 쪽 문으로 나가고, 나도 슬슬 면담실에서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그리고 면담실에서 나간 순간, 나는 지금 다른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나, 나현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