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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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고비용 저효율.
솔직히 성훈은, 아니 굳이 성훈이 아닌 다른 사람들 또한 비무대회에 어느 정도의 환상이 있었다.
사실 그런걸 기대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것이다. 커다란 경기장, 사람들중 손가락에 꼽히는 강자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수많은 함성과 응원, 욕설이 난무하고 서로가 서로의 실력을 겨루면서 마무리를 짓는다. 첫 날에는 그래도 수백명정도가 있었고 전투를 구경했으니 둘째날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일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대는 철저하게 빗나가고 말았다.
“어째 어제보다 더 없는것 같군요. 제 눈이 잘못된건가요?”
“저도 그렇게 보입니다. 눈이 잘못되지는 않은것 같아 다행이군요.”
“다행인건가요?”
무덤덤한 어투로 웃기지도 않는 대화를 나누는 미리내와 유령을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들은 뭐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지친듯이 어깨를 수그리면서 한숨을 내쉬었을뿐이다.
그들도 저런 말이나 주고 받고 싶을정도로 꽤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어제는 그래도 군중이라고 부를만한 사람들이 꽤나 모여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고작해야 수십 남짓한 사람들이 심드렁한 표정으로 앉아있을뿐이었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 않는 존재감조차 없는 아이돌 그룹,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르는 지방 약소 팀의 경기장도 적어도 이것보다는 더 북적거릴것이다.
“아무리 조용한게 좋다고는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닌것 같은데.”
강무한의 말에 다른 사람들도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비무대회를 구경할 사람들은 차라리 장사나 하러갔다. 어제 한번 비무를 지켜본 사람들 역시 몇몇 번쩍거리는걸 보고는 금새 흥미를 잃어버렸다. 최하위권에 해당하는 자들은 당장 먹을 식량과 스킬을 위해서 노가다를 뛰러간다. 하위권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능력치로는 움직임조차 잡아낼수 없는 사람들의 격전에 지루함만 느낄뿐이었다. 뭔가 흐릿하게 움직이고 번쩍인다 싶더니 금새 결판이 나버린다. 중위권 유저들의 상황은 그보다 나았다.
하지만 결과는 별로 다를게 없었다.
자신들은 엄두도 못낼 스킬들을 뻥뻥 써대며 싸워가는 사람들을 보고있자니 배가 살살 아파오기 시작한 것이다. 그꼴을 이틀 연속으로 보느니 진작에 관심을 끊고 제 볼일을 보러갔다. 결국 이 자리에 남아있는것은 상위권중에서도 극소수뿐!
‘이해 못할것도 아니기는 하지만.’
자신이더라도 그 생존미션같은 난리를 겪고 한가하게 비무나 구경하러 오지는 않았을것이다. 적당한 C급 난이도의 미션은 깰수 있을만한 시간이고 보상으로 능히 레어 급의 아이템도 맞출수 있다. 어떻게 보면 이런 미션을 구경하러 오는 사람들이 비정상일지도 몰랐다.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보는 눈이 이렇게 적으면 적어도 소문이 퍼지는건 어느정도 줄일수 있다.’
이렇게 적은 사람들이 구경한다면 책과 검을 이용하는 전투 스타일이 광범위하게 퍼지는걸 막을수 있다. 물론 안다고 대처할수 있는건 아니지만 자세하게 아는 사람이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 자신들이 직접 두 눈으로 본것과 다른 사람들이 보고 설명한 전투내용은 크게 차이가 날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각자의 감정을 드러내며 조용하게 서 있는 사람들이 마음에 걸렸는지 기사는 어정쩡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크흠. 흥이 좀 살지 않는것 같은데 이왕 이렇게 된거 아예 일루전 마법으로 관객석을 꽉 채워버릴까요? 원하신다면 콜로세움같은 분위기를 낼수도 있는데….”
“굳이 그럴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이게 마음에 드는군요.”
“그렇다면 어쩔수없죠. 그럼 바로 본선을 치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으신 분은 총 4분. 강무한님, 미리내님, 유령님, 빈객님입니다. 각자 거두신 순위에 따라서 그에 합당한 보상이 지급되니 부디 전력을 다해서 승리를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순서는….”
“잠깐! 요청하고 싶은게 있다!”
기사가 뭐라고 말하기도전에 강무한은 번개처럼 자신의 목적을 꺼냈다.
“나는 저 망할 유령이라는 자식과 붙고싶다. 미리내나 빈객이 아닌 바로 유령이라는 녀석과!”
저 녀석은 꼭 자신의 손으로 없애고 싶었다. 어느정도 실력은 있어보였지만 그래도 미리내나 빈객에 비할바는 아니었다. 미리내는 명실상부한 탑랭커고 빈객이라는 녀석은 정체는 알수 없지만 저 봉 하나로 별다른 스킬도 선보이지 않은채 다른 본선진출자들을 전부 격퇴시킨 강자였다. 어차피 패할게 뻔한 상황이라면 적어도 자신의 손으로 최후를 맞이하게 하겠다는 강무한의 열정적인 시선을 받은 유령은 입꼬리를 가볍게 올리며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유령님도 수락하신것 같으니 그럼 강무한님과 유령님, 미리내님과 빈객님으로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전투가 이루어질 필드는 랜덤으로 결정되며….”
기사의 설명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령이 작게 중얼거렸다. 표현이 중얼거렸다뿐이지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게 모두 들릴정도로 나지막한 목소리였다.
“가장 만만해보이는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빠직!
아무것도 부서지지 않았지만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분명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창을 부여잡고 있는 강무한과 무덤덤한 표정의 유령을 바라보며 안절부절 못하는 사람은 진행을 맡은 기사 한 명밖에 없었다.
성훈과 강무한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람들이 아래로 내려가자마자 주변은 평범한 비무대에서 순식간에 작은 정원으로 변해버렸다. 본래는 전사나 마법사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지형효과를 집어넣기는 했으나 그런 노력은 전부 두 인외격의 존재에 의해서 무효화되고 말았다.
계곡이나 시가지등의 지형으로 최대한 마법사에게 어드벤티지를 주고자 했지만 강무한의 투창 한방에 마법사는 꼬치가 되어 바로 탈락했고 미리내가 사용한 짝퉁검강에 맞아 건물이 무너지면서 매몰되어 죽고 말았다.
결국 남은 4명은 모두 근접계열의 직업일수밖에 없었다.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전 필드에 대해 조사하도록 주어진 시간 동안 성훈은 살짝 긴장된 표정으로 이곳저곳을 들추고 다녔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강무한이 가장 만만해.’
미리내, 강무한, 빈객.
미리내는 두 말할것도 없이 이 중 최강자다. 증거? 단신으로 C급 미션을 돌파한 가장 확실한 증거가 있는데 뭘 의심하는가? 빈객은 정체를 알수 없어서 더 골치 아팠다. 알수 있는 정보라고는 고작해야 봉을 사용한다는 정보 하나. 물론 싸워서 질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불안한건 어쩔수 없었다.
그에 반해 강무한은 가장 많이 알려져있다.
공식 랭킹 1위, 최고의 힘을 지닌 자, 해태파의 주인, 명품으로 도배한 신체. 그러나 그만큼 그에 대한 정보가 많이 알려져있다.
사용하는 주 무기부터 보조를 위해 던지는 단창, 주로 사용하는 창법과 스킬, 전투 방식. 어지간한 사람은 그런 정보를 알아도 워낙에 떨어진 격차 때문에 뭘 어떻게 할수 없다.
“시간이 됐습니다! 두 분 모두 중앙으로 와주십시오!”
기사의 말에 중앙을 향해 이동하면서 성훈은 가볍게 손목을 풀기 시작했다.
‘그러나 난 할수있다.’
그 정보를 실전에서 활용할 정도의 힘이 있다. 스킬이 있다. 머리가 있다.
이제는 엄연한 정보길드를 이끌고 있는 이영기를 이용해 강무한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했다. 돈이 꽤 들어가기는 했지만 아깝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투자로 인해서 지금 이 자리에서 이길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스릉.
훙! 훙!
허리춤에서 뽑혀져나온 룬 블레이드의 검극이 강무한을 겨누고 독룡마창이 풍차처럼 회전하면 성훈을 향해 미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왼손을 들어올려 책을 펼친 순간 기사가 외쳤다.
“패배를 시인하거나 목숨을 잃을경우, 더 이상 전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할시 승부가 결정됩니다. 부디 전심전력을 다한 전투를 하기 바라시며….”
미미하게 떨리는 창끝이 뒤로 이동하기 서서히 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파앙!
기사의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뒤로 당겨졌던 창은 어느새 앞에 위치하고 있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수 없을만큼의 빠르기였지만 그 창은 목표물에 명중하지 못했다. 고개를 살짝 틀며 내민 검 때문에 궤도가 틀어진것이다.
‘내 창을 흘려?’
강무한은 머뭇거리지 않고 첫 일격이 빗나간것을 확인하자 마자 창대를 휘둘러 성훈을 가격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목적을 이루지 못했다. 성훈이 내밀고 있는 책은 훌륭하게 공격을 가드하고 있었다.
‘강무한. 너는 나를 모른다.’
그는 자신을 모른다.
아니, 오히려 선입견을 가지고 있다. 잔뜩 지친상태에서 도망가고 있는 자신을 상대하느라 자신이 자세한 실력을 알지 못한다.
스탯으로 매긴 성훈의 공식 랭킹은 21위. 게다가 그 이후에 칭호와 아이템을 얻어서 대폭 스탯이 올라갔고 애독가 효과로 마력이 상승했다. 그 마력을 기화로 근력으로 환원시키면.
까앙!
잠시동안이라도 강무한의 공격을 정면에서 받아낼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