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Villain RAW novel - Chapter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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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직업.
“흐아아아암!”
끼이이익!
찢어져라 하품을 하며 여관을 나온 성훈은 순간적으로 쏟아지는 시선에 움찔거릴수밖에 없었다. 만약 시선으로 사람을 죽이는게 가능했다면 성훈은 지금쯤 몸에 구멍이 숭숭 뚫렸을것이다. 길거리에서 노숙을 한듯 건물벽에 기대있던 사람들이 애처로운 시선으로 자신을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이, 이봐 젊은이. 미안하지만 밥 한끼만 사줄수 있겠나? 내 이 은혜는 꼭 값을테니 제발, 제발 부탁하네.”
“비키십쇼. 저 바쁜 사람입니다.”
여관에서 푹 자고 나와 상쾌한 기분이 망쳐지는것을 느끼며 성훈은 입을 열었다.
“젊은이. 그러지말고 제발, 사람 구하는셈치고 제발 한 끼만….”
이 노인은 아마 몇일전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을것이다.
고민거리라고 해봤자 덜컥거리는 관절, 시도때도 없이 통증을 호소하는 허리, 자식들의 불화정도가 고민이었을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 한끼 식사가 없어서 굶어죽을 처지에 처해져있었다.
처음에는 퀘스트라도 하려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퀘스트를 수행한 사람들이 돌아오지 않는걸보고 겁을 먹은 노인이 할수 있는 일이라고는 고작해야 구걸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비키십쇼.”
“제발, 제발.”
사회에서 이렇게 애걸복걸하는 사람을 만났으면 안타까운 마음에 동전 몇개라도 꺼내줬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성훈은 그 때의 성훈과는 다르다. 튜토리얼 퀘스트에서 망설임없이 세 명을 죽이고 시작의 방에서 수없이 살해한다는 행위에 익숙해지면서 내면의 뭔가가 변한것이다.
끈질기게 엉겨붙는 노인을 떼어내기위해 가볍게 옆으로 밀쳐내자 바로 죽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이 놈이 사람잡네!”
“구걸 다음에는 자해공갈단입니까?”
“이 놈! 가정교육을 얼마나 못 받아먹었으면 연장자에게 그 따위 말버릇이냐!”
“길가는 사람에게 달라붙어서 구걸하는건 어디의 가정교육이죠?”
“내가 너만한 손주가 있어!”
“아예 주민등록증을 이마에 새기고 다니시지 그러십니까?”
흰머리가 소복한 노인이 쓰러져있고 그 옆에서 신체건강한 남자가 인상을 쓰고 험담하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에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아마 지구였다면 한 시간도 안되서 패륜남, 요즘 청소년의 실태같은 제목이 붙어서 인터넷을 휩쓸었을 것이다.
“청년. 내가 볼때는 청년이 좀 심한것 같았는데 얼른 사과해.”
“할아버지, 괜찮으세요? 이봐요, 나이 드신분한테 이게 무슨짓이에요! 당장 사과드리세요!”
“하, 사회에 있을때는 방도 못나가게 생길것같은 찐따새끼가 돌았나.”
처음에는 조용히 다툼을 바라보고만 있던 사람들도 한둘씩 다가오기 시작했다. 노인을 부축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양 주먹을 매만지면서 다가오는 남자와 표독한 목소리로 비난을 가하는 여자도 있다. 이런 박력이라면 보통 사람은 무서워서라도 사과를 할것이다. 이들은 착한 사람들이었다. 노인을 공경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사람들.
상대가 선인이거나 범인이라면 죄책감이나 위압감에 압도되어서라도 여기서는 사과를 했을것이다. 그러나 성훈은 선인이 아니었다. 자기 스스로가 악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었다.
차앙!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외쳐 이제는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수도 없는 거대한 소리를 꿰뚫는 한 줄기 청명음. 촛불이 꺼지는것처럼 순식간에 사람들은 입을 다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서 있는 성훈은 허리춤에 걸린 검을 뽑아들고 날카로운 눈으로 주변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 가운데서도 몇명은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있었다. 그러나 성훈의 검을 바라보자 뱀 앞의 개구리처럼 공포심을 느낄수밖에 없었다. 성훈의 검이 특별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건 아니었다. 배신자의 장검에 있는 효과라고는 그저 치명타가 터질 확률이 소폭 상승하는것밖에 없었으니 말이다.
그들이 공포심을 느끼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피’
그렇다.
받고 제대로 꺼내보지도 않은 그들의 무기와는 다르게 성훈의 무기에는 말라서 변색된 피딱지 군데군데 묻어있었다. 어제 늑대를 사냥하고 묻은 피를 닦지 않은것이다.
피가 묻어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성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180도 달라졌다. 방금전까지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은 벙어리라도 된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고 금방이라도 주먹을 날릴것처럼 근처까지 다가왔던 남자는 어느새 저 멀리 뒤로 도망가있었다.
이대로 검을 휘두를까 고민했다. 사람을 죽이는데 딱히 거부감이 있는건 아니었다. 연쇄살인마나 사이코패스처럼 무차별적으로 죽이지는 않지만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망설임없이 검을 휘두를 각오정도는 되어 있었다.
꾸욱.
어찌나 조용한지 가죽으로 만든 장갑이 손잡이를 강하게 움켜쥐는 소리마저 들릴지경이었다. 그러나 성훈은 조용히 검을 검집으로 되돌렸다. 싸우면 자신만 손해다. 영기에게 들은 이야기로 판단컨데 이 도시에는 치안을 유지하는 병사 NPC가 존재했다.
“배가 고프면 직접 몸을 움직여서 돈을 벌어라. 그리고 함부로 목소리 높이지 마라. 죽기 싫으면.”
담담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는 거부할수 없는 위압감이 깃들어있었다. 특히 눈을 마주친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한 마디라도 꺼내면 금방이라도 저 검이 자신을 향해 날아올것만 같았다.
주변 상황이 진정된것을 깨달은 성훈은 지금까지의 무표정이 거짓말이었다는듯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만.”
칼을 뽑아들고 죽이네 마네 하다가 갑자기 웃으면서 사라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광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누구도 성훈을 막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뭔 별 거지같은것들이 귀찮게 하고 있어.”
아침부터 시간 낭비했다는 생각에 성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길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일단 간단하게 무구점과 잡화점, 그리고 전직의 신전이라는 곳을 찾아가볼 생각이었다.
어제 하루동안에만 무려 9개의 퀘스트를 성공할수 있었던 비밀 공신은 바로 독과 함정설치의 공이 지대했다. 그 대가로 미리 구입했던 포이즌 포션과 식량은 거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게다가 검도 듬성듬성 이가 빠져있는것이 한번 상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을듯했다. 내구력이나 공격력같은 수치는 전혀 나와있지 않은 점은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광장에서 천사 조각상을 기준으로 쭉 걷다보면 무구점이 바로 보일…엥?”
바글바글.
이 한마디로 표현이 가능한 모습에 성훈은 자기도 모르게 입을 떡 벌렸다. 자동차 8대가 동시에 늘어져서 달릴수있는 거대한 도로에 사람이 가득 차있었던 탓이다. 어딘가의 건물을 기점으로 줄이 쭈욱 늘어져있는 장면에 성훈은 자기도 모르게 벤치에 앉아 있는 소년을 향해 말을 걸었다.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뭔데요?”
“저기 왜 저렇게 사람들이 몰려있는거냐?”
“돈 벌려고요.”
“돈을 벌어?”
저 쪽에도 임무소가 있었나? 라는 표정을 한 성훈을 향해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소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여기 넘어오기전에 길드로 무기 사셨죠?”
“샀지.”
“그거 저기 무구점에서 비싸게 사주더라고요. 장검 한 자루에 500길든가? 어쨌든 그 정도면 여관잡고 한동안 밥도 먹을수 있으니까요.”
‘멍청하군.’
지금 무기를 팔아서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당장은 무기를 팔면 배고픔과 추위를 피할수 있을지 모르지만 대신 스스로 자립할 도구를 버리는것이나 다름없다. 더 미션에서 만만한 상대 따위는 없다. 쥐떼나 벌레잡기 같은것은 몰라도 당장 들개만 되더라도 단검 하나라도 있는것과 없는것은 천지차이다.
‘롱소드가 분명히 시작의 방에서는 80길드였지? 그런데 여기서는 살때가 아니라 되팔때 500길드다. 저거 나중에 되사려면 피눈물을 흘리겠군.’
어쨌든 스스로가 한 선택이니 뭐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결국 무구점은 나중에 들리기로 하고 다음에 선택한것은 전직의 신전이었다. 찾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새하얀 대리석으로 웅장하게 세워진, 보는것만으로도 신전이라고 납득할만한 건물이 앞에 있었으니 말이다.
신전 주변에도 사람들이 있었지만 안에는 아무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직의 신전에 어서오게. 나는 플레이어들을 도와주도록 위대한 존재들이 만들어낸 창조물. 필립이라고 하네.”
포근한 느낌의 노인이 웃으면서 성훈을 맞이했다. 문득 아까 밀친 노인을 떠올렸다.
“하나만 여쭤볼게 있습니다. 전직의 신전에서는 무슨 일을 합니까?”
“무슨 일을 하기는? 이름 그대로 전직을 시켜주지.”
“전 이미 직업이 있습니다. 검사와 도적, 초보 마법사라는 직업이 생성되었는데 자동으로 생성되는 직업과 여기서 얻는 직업에는 차이점이 있는겁니까?”
“호오.”
필립은 놀랍다는 눈으로 성훈을 바라봤다. 더 미션의 세계가 시작된지 이제 고작 이틀이다. 그런데 벌써 세 가지 직업을 얻었다는건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었다. 그러고보니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코트도 걸치고 있다.
“차이점이 있네. 미션을 수행하다보면 그 활약상에 따라서 직업이 생성되지. 하지만 그건 진짜 직업이 아니라 성향을 파악해서 붙은 임시직업이네.”
“임시직업? 그럼 사라질수도 있는겁니까?”
“당연하지. 자네가 미션에서 만약 도끼를 자주이용한다면 검사라는 직업이 사라지고 도부수라는 직업이 만들어지고 마법만 사용한다면 마법사만 남을걸세. 이건 전부 진짜 직업이 정해지기 전의 임시 직업이기 때문에 그렇다네.”
거기까지 말한 필립은 약간 지쳤다는듯이 의자에 앉으며 말을 이어갔다.
“그래서 이 전직의 신전이 있는것이지. 일단 가장 기본적인 직업을 제공하는 기능을 하지. 이를테면 신관. 이런건 미션을 어떻게 수행하든 직업을 얻을수 없다네. 신관같은 직업은 이곳에서 돈을내고 전직을 하는수밖에는 없지. 어쨌든 굳이 신관이 아니고도 여기에서 전직을 한다면 직업이 변하는 일 없이 쭈욱 이어질걸세.”
“그것도 그렇군요.”
“그리고 전직의 신전에서 제공하는 기능은 단순히 직업의 선택이 아니라 플레이어들의 특성을 진화시키는데 있다네.”
“특성을 진화시켜요?”
“백번 설명하는것보다 한번 보는게 낫겠지. 자.”
필립이 손을 휘젓자 순간 꽤 커다란 창 하나가 떠올랐다.
[기본 직업] -[검사], [전사], [창술사]. [권사], [궁사], [마법사], [정령사], [성직자], [도적], [도둑], [보병], [기병], [방패병], [군인], [의사], [상인], [요리사], [대장장이]……….족히 몇백개는 넘어갈듯한 광대한 목록에 성훈의 이마가 찌푸려졌다. 그러나 페이지를 곧 넘기자 흥미로운 페이지가 눈에 들어왔다.
[추천 직업] -[검투사], [마검사], [독술사], [책사], [광전사], [검술사], [의적], [암살자].“추천 직업?”
“전직의 신전에서는 플레이어의 경험을 조합해서 그에 합당한 직업을 만들어주지. 그렇게 얻은 직업은 당연히 그 유저에게 최고의 효율을 발휘할수있지 않겠는가?”
“그럼 추천 직업이 기본 직업보다 더 강한 겁니까?”
“그럴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네.”
직업의 목록을 보니 이해할수 있었다. 다른건 모르겠지만 저기 있는 책사라는 직업은 아마 기본 직업인 검사와 맞붙어도 질 가능성이 높으리라. 혹시나 싶어서 가볍게 직업을 클릭하자 간략한 설명이 나왔다.
[검투사] -그들에게는 세련된 검법이나 무술의 비전같은것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전에서 무엇에도 굴하지 않고 앞장서는 기세는 그 누구도 따라올수 없습니다. 뛰어난 신체능력과 본인의 감각에 의존해 펼치는 야수와도 같은 전투방식은 사람들의 감탄을 사기에 충분할겁니다.-주요 능력치 : 힘, 체력 [마검사] -검과 마법을 동시에 익힌 만능의 전사입니다. 한 가지에 특화되지 않은만큼 이도저도 아닌 어중간한 상태가 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만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수 있다면 근거리와 중거리에서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수 있을겁니다.
-주요 능력치 : 체력, 마력
“그렇군요. 그래서 추천 직업이군요.”
직업의 이름을 보니 전부 자신의 행동과 어느정도 관련이 있을법한 이름들이었다.
“직업을 선택하는데 드는 비용은 5만길드라네. 어떻게 하겠는가?”
“직업은 바꿀수 있습니까?”
“바꾸는건 돈만 있으면 언제나 가능하지. 대신 직업 특화를 거듭한 상황에서 새로운 직업을 선택한다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날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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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참 ㄱ.
하루종일 고추 심고 오느라 피곤해서 이만 쉬러 가봐야겠습니다. 코멘이 쌓여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