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55
■ 654화. 원자로 (4) □ ᓚᘏᗢ
“전하. 마음은 이해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부디 재고해주십시오.”
레오르트의 즉흥적인 계획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수행원이자 책임자였던 클로제 후작이 깜짝 놀라 간청했다.
암살 시도까지 있던 마당에 클로제 후작의 말은 지당하다. 갈등 해소를 위해서라지만 너무 위험하다.
“클로제 후작 말이 맞아요, 오라버니. 자칫하다가 또다시 위협이 가해지면 저희 제국도 어쩔 수 없이 대응해야 돼요.”
리나도 비슷한 생각이었는지 서둘러 레오르트를 말렸다. 안 그래도 험악한데 또다시 테러가 발생하면 그때는 끝이다.
이것마저 넘어간다면 호구라는 이미지가 씌워질 수도 있는데다가 여론마저 활활 끓어오를 것이다.
전쟁을 원하지 않아도 전쟁을 해야 된다는, 말 그대로 울며 겨자먹기인 셈이다.
“걱정하지 말게. 위문은 놈들도 예상치 못한 상황일 테니 말이야. 하물며 신전에서 테러를 저지르는 놈들이 있겠나?”
“신전이 아니라 병원입니다. 다만 지금은 저희도 두 분의 의견에 손을 들어주고 싶군요.”
전에 말했듯이 스타비르크는 교단의 영향력이 강하지 않다. 신들은 문자 그대로 믿음의 대상이라 신전이 거의 없다.
레오르트는 3명의 말을 듣고는 약간 고심하더니 이내 내 쪽을 힐끔거렸다. 내 의견은 어떤지 물어보는 듯했다.
여기서 대답해도 의심은 받지 않을 것이다. 협정이 진행되는 방까지 대동한 것 자체부터 높은 계급이라는 증거니까.
물론 나는 계급을 ‘따위’로 만드는 존재다. 나는 레오르트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조용히 거들었다.
“다른 분들의 의견을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마차의 보호 마법마저 고장이 난 상황이니까요.”
“흠······”
나까지 반대 의견에 힘을 실어주자 레오르트가 턱을 만지며 고민에 빠졌다. 부디 강행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황제 다음의 권력을 지닌 황태자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그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강경한 어조로 말했다.
“아니. 위문은 반드시 가는 게 좋겠어. 당분간의 평화의 흐름이 더 중요해.”
“전하.”
“더이상 말은 하지 않겠네. 게다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몸까지 날리지 않았는가? 그 용기를 치하할 필요도 있어.”
하나하나 맞는 말이다. 실제로 레오르트가 부상을 입은 수행원에게 위문을 간다면 이미지가 대폭 상승할 것이다.
아까 전에 독립을 외치던 스타비르크 민족에게 호응하여 박수까지 쳤지 않았는가.
위문까지 간다면 레오르트의 이미지는 하늘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평소에 레오르트는 대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그리 된다면 훗날 제국에게 좋은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 아마 이것까지 염두해놓은 모양이다.
“······알겠습니다. 대신 안전을 고려해 빠른 길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병원으로 향하는 지름길이 있습니다. 메르샤.”
테러가 또다시 일어나는 건 아살라 쪽도 원하지 않는다. 메르샤는 그의 부름에 서둘러 지도를 가지고 왔다.
병원으로 향하는 길은 텔레포트 기관으로 향하는 길과 똑같다. 중간에 갈림길이 있을 뿐이지.
“이 길로 가시면 될 겁니다. 지름길이라지만 폭이 넓고 숨을 곳도 없습니다.”
“방금 전 테러가 일어나는 바람에 군중들도 몇 없을 겁니다.”
즉흥적인 계획이라지만 나름 철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아살라는 더 많은 수행원을 붙일 거라고 말했다.
누군가 암살 시도를 해도 성공할 확률이 0%에 수렴할 것이다. 안심이 되는 것 같으면서도 불안하다.
사라예보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일어났으니까. 그때는 기사에게 변경된 계획을 알려주지 않아 참사가 일어났다.
나는 어느 정도 계획이 수립되자 레오르트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전하. 이 사실을 마부에게 전달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 하마터면 깜빡할 뻔했군. 좋은 지적이네.”
“휴우······”
레오르트는 물론, 다른 사람들도 그건 생각치 못했다는 반응이다. 클로제 후작도 뒤늦게 그 사실을 알았는지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리 된다면 마차가 다른 길로 샐 일은 절대 없다. 수행원의 병문안만 간다면 일정은 끝이다.
뒤이어 서로 간단한 대화 이후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밖으로 나섰다. 가장 먼저 클로제 후작이 마부에게 수정된 계획을 전달했다.
“여기 이 지도를 따라 가면 된다네. 다시 말하지만 우회전이 아니라 좌회전일세. 명심하게나.”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준비가 끝났다면 모두 출발하라!”
클로제 후작의 외침에 앞을 호위하던 기마병이 앞으로 나아갔다. 뒤이어 마부의 채찍질을 시작으로 마차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호 마법마저 망가졌으니 빠르게 일정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수행원들의 숫자를 늘렸다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여유를 즐길 생각은 결단코 없었기에 마차의 속도도 꽤 빠른 편이었다. 빠른 걸음을 해야 겨우겨우 따라잡을 수 있을 정도.
좀 전의 폭탄 테러로 인해 여차하면 빠르게 도망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 듯했다.
‘군중들도 별로 없고.’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독립의 열기가 한창이었는데 지금은 평범하다. 대부분 얼굴이나 보자고 구경하는 사람들이었다.
저중에도 암살자가 끼여있을지도 모르기에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저 사람이 제국의 황태자와 황녀인 거지?”
“그렇다네요. 협정은 어찌 되었을지······”
“부디 잘 됐으면 좋겠는데. 아까 그 망할 놈들이 괜한 사고를 쳐버려서······”
듣자하니 스타비르크 내에서도 암살 미수범에 대한 평가는 좋지 않은 것 같다.
역사적으로도 세상이 미쳐돌아가지 않는 이상 극단주의자가 호응을 얻는 경우는 거의 없다.
히틀러조차 독일이 그 모양 그 꼴이 아니었더라면 미친 놈 취급받기 충분하다. 이처럼 미친 세상은 광인을 정상인으로 만드는 법이다.
“음? 어어?”
“무슨 일······ 어?”
별 탈 없이 병원까지 갈 수 있겠다 싶었을 때,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앞장 서던 기마병이 갈림길에서 좌회전이 아니라 그대로 우회전을 해버린 것. 그걸 본 마부와 클로제 후작이 크게 당황했다.
나 또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라예보가 떠올라서 분명 마부에게 수정된 계획을 전달했을 텐데 기마병은 왜 우회전을 한 것인가.
그에 대한 해답은 얼마 가지 않았다. 마부에게만 말을 했지, 앞장 서서 나아가는 ‘기마병’에게는 수정된 계획을 알려주지 않았다!
이 무슨 운명의 장난도 아니고 일이 이런 식으로 진행되는 건가. 클로제 후작은 이미 코너를 돌아버린 기마병에게 다급히 외쳤다.
“보어 경! 그쪽이 아닐세!”
“예?”
그 외침에 기마병이 말을 멈추고 뒤를 돌아봤다. 투구로 감싸져 있었으나 그의 표정은 의문을 채워져 있었다.
수정된 계획을 모르고 있던 기마병으로서는 생각의 시간이 필요하겠지. 그나마 근위대였던만큼 순순히 명령을 따라 복귀했다.
“곧장 텔레포트 기관으로 향하는 게 아닙니까?”
“계획이 수정됐다네. 왼쪽으로 가면 되는데······”
클로제 후작은 마차의 상태를 확인했다. 앞서 가던 기마병을 따라간 탓에 코너를 지나쳐 우회전은 힘들다.
다시 말해 후진을 해야된다는 뜻. 그런데 마차가 후진을 하면 어떻게 하겠나. 제자리를 빙글빙글 돌면서 하는 수밖에 없다.
그나마 도로의 폭이 넓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여기서 시간을 지체할 뻔했다.
철컥-
“······응?”
그때 내 귓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마차가 빙글빙글 도는 동안 그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쳐다봤다.
유독 크게 들린다면 착각일까. 아니면 건강한 몸을 얻게 된 탓일까. 어찌 됐던 간에 불안한 소리라는 건 바뀌지 않았다.
뒤이어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거리에서 구경 중인 군중들이 눈에 들어왔다.
군중들 사이로 수줍게 모습을 드러낸 ‘권총’ 또한. 동그란 ‘총구’가 정확히 이쪽을 향해있다.
“······뭐?!”
말도 안 된다. 어떻게 활이나 석궁도 아닌 총이 느닷없이 등장한 것인가.
드워프의 전차도 말이 안 되는 건 똑같지만 그건 드워프라서 그렇다. 스타비르크에서 등장할 물건이 절대 아니다.
“무슨 일이야?”
내가 깜짝 놀라 소리치자 리나가 황급히 물었다. 이윽고 그녀도 내가 보는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때마침 총구의 방향도 정확히 수정되어 약간 올라갔다. 총구는 정확히 리나의 얼굴을 조준했다.
“저건······”
그녀도 생전 처음 보는 권총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을 때.
타앙!
총구로부터 거센 화염이 뿜어져나왔다.
* * *
우연이라면 우연이요, 필연이라면 필연이다. 암살범, 자크의 생각이었다.
폭탄 테러가 실패했다는 소식을 듣고나서 자신을 포함한 암살범들은 대부분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제국이 바보도 아니고 암살 시도가 일어난 순간부터 경계 태세를 강하게 취할 테니까. 애당초 그전부터 의견이 오고 갔다.
화력을 한꺼번에 몰아서 넣어야 된다는 쪽과 스타비르크 민족이 다치면 안 된다는 쪽. 강경파 사이에서도 이 둘로 나뉘어졌다.
결과적으로 따로따로 암살을 시도하기로 마음 먹었지만 보기 좋게 실패했다. 특히 스타비르크 수행원이 몸을 던져 막은 게 크다.
‘주스나 마실까.’
반쯤 포기한 심정을 지닌 채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을 때였다.
입도 심심하겠다, 줄곧 방문하던 음료점에나 방문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스타비르크는 건조하고 온화한 기후를 자랑하는만큼 음료 문화가 발달돼 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주인에게 음료값을 지불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보어 경! 그쪽이 아닐세!”
“음?”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중년인이 목소리가 귀에 꽂혔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군중들이 모여있다.
이에 자크는 의아한 마음을 품은 채 그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
미네르바 제국의 사절단이 왜 이곳에 있는 걸까. 음료를 마시면서 시간만 축내려고 했는데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기회다.’
때마침 마차도 후진을 해야 되는 탓에 느리다. 자크는 음료를 테이블 위에 조심히 놓고 품 속에 손을 넣었다.
공방을 가지 않은 덕분에 총은 여전히 품 안에 간직해 놓았다. 그런데 이것이 기회로 변했다.
뒤이어 그는 군중들 사이에 섞여 품 속의 권총을 조심스레 꺼냈다. 지금까지 자신을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이대로 뛰쳐나가 사절단의 머리에 총탄을 박아넣고 싶다. 하지만 그리 된다면 수행원이 제지하겠지.
‘이 정도 거리라면······’
자크는 혹여 들킬까봐 조심조심 움직였다. 군중들은 그의 행동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황태자를 노리고 싶지만······’
방향과 거리로 인해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남은 건 황녀뿐이다.
시기적절하게도 마차가 후진을 위해 빙글빙글 돌고 있어서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철컥-
방아쇠까지 뒤로 당기자 장전이 되는 소리가 들렸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소리가 매우 크게 느껴졌다.
단 한 번의 기회였기에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이윽고 군중들의 어깨 사이로 총을 집어넣었을 때쯤이었다.
“······뭐?!”
하필이면 수행원 중 하나가 이쪽을 바라봤다. 눈을 크게 뜬 걸 보아 암살 위협이라는 걸 눈치 챈 모양이다.
경호원의 반응으로 자리에 앉아있던 황녀 또한 의문을 지닌 채 뒤를 돌아봤다.
“무슨 일이야?”
아름답다. 자크가 리나를 보자마자 든 생각이었다.
그러나 저 얼굴은 머지않아 쓸모를 다하겠지. 연민이 들긴 하지만 상관없다.
이 모든 것이 사랑하는 조국을 위해서였으니까. 자크의 총구가 서서히 올라가 리나의 얼굴 쪽을 향했다.
뒤이어 장전을 납탄을 발사하기 위해 방아쇠를 천천히 당겼고.
타앙!
총구로부터 거친 화염이 뿜어져나왔다. 화약의 힘을 등에 업은 납탄이 황녀의 얼굴을 향해 쏘아진다.
이대로라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 터. 그러나 수행원의 반응이 더 빨랐다.
따악!
수행원이 지체하지 않고 온몸으로 황녀를 가로막았다. 그로 인해 납탄은 정확히 그의 머리에 적중했다.
헌데 소리가 이상하다. 보통 같으면 저런 소리가 나지 않고 육편이 터지는 소리가 나야된다.
쿠웅!
자크가 의문을 가진 것도 잠시, 총에 제대로 적중당한 수행원이 바닥에 쓰러졌다.
보기만 해도 홀릴 듯한, 붉디 붉은 머리카락을 흩뿌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