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Live As A Writer In A Fantasy World RAW novel - Chapter 654
■ 653화. 원자로 (3) □ ᓚᘏᗢ
대낮에 발생한 폭탄 테러는 분위기를 급격히 얼어붙게 만들기 충분했다.
독립을 외치던 군중들은 폭탄으로 인해 아비규환으로 변했고, 사절단은 다급히 저택으로 향했다.
폭탄의 위력을 감소시키기 위해 몸을 던졌던 수행원은 다행히 목숨은 붙어있었다. 하지만 수행원은 기사에 해당하는 전사 계급이다.
그러한 실력자가 몸을 던져 막았는데도 중상을 입었으며 마차의 보호 마법마저 망가졌다. 다만 보호 마법이 망가진 건 조금 의아한 부분이다.
아무리 그래도 충격으로 보호 마법이 망가진 건 의아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폭탄이 데굴데굴 ‘굴러왔다’는 것이 약점을 찔렀다.
“보호 마법은 마차의 아랫부분에 설치돼 있어. 작은 충격은 괜찮지만 그만한 폭발이 일어났으니······”
“마법사가 고칠 수는 없어?”
“이건 마법사가 아니라 드워프가 있어야 수리가 가능해. 스타비르크 장인을 불러도 되지만 무슨 짓을 할지 모르잖아.”
운이 없다면 운이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하기야 멀리서 날아오는 화살이나 독침을 의식하지, 밑바닥을 의식하지는 않는다.
누군가 바닥에 함정을 설치했다고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이, 스타비르크 쪽에서도 그걸 모르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폭탄 테러는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해도 무방하다. 아니, 폭탄 ‘마법’ 자체는 예상했다.
“범인을 잡으니 화약과 파편만 이용한 폭탄이래. 마법은 전혀 없었어.”
“폭발 테러가 마법이라 생각했구나?”
“응. 그래서 마법을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마법도 설치했는데······”
마법이 아닌 오직 기술로만 제작한 간이 폭탄. 아직은 과학보다 마법이 더 가까운 시대였기에 발생한 사고다.
다시 말해 아무도 뭐라 할 수 없다. 폭탄 테러가 일어날 거라는 건 예상했지만 수류탄일 줄은 상상도 못한 것이다.
다행히 수행원만 중상을 입고 범인까지 체포했지만 분위기는 싸늘하게 얼어붙은지 오래다.
“다시 만나서 반갑군. 얼마나 격한 환영이었는지 모르겠어. 요즘 스타비르크에는 환영 인사를 폭탄으로 하는 건가?”
오죽하면 아살라와 대면한 레오르트가 웃으며 저런 말을 할 정도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 목소리는 싸늘하기 그지 없다.
책임자, 아살라도 심각성을 느꼈는지 딱딱한 표정으로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리지 못하겠군요. 반드시 주모자들을 처벌하겠습니다.”
“그 주모자들을 제국으로 이송시켜주면 화가 풀릴 것 같군.”
레오르트의 말에 아살라는 눈 밑을 꿈틀거렸다. 저건 범인들을 미네르바 제국이 직접 심판하겠다는 뜻이다.
언뜻 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스타비르크는 독립을 갈망하고 있다. 주권 침해라 인식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전생의 중국도 마약 관련 범죄만큼은 외국인조차 자비를 베풀지 않았다. 여기서 다른 나라가 뭐라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하지만 당장 아무것도 못하는 게 현실이다. 스타비르크는 엄연히 제국에 편속돼 있고, 사고는 저쪽에서 쳤다.
곧장 본국으로 돌아가 전쟁을 선포해도 이상하지 않은 일인데 너그럽게 참아주는 것이다.
“······협정이 끝나면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우리도 좋게 좋게 끝냈으면 좋겠어.”
그나마 다행히 서로가 원하는 게 있어서 전쟁까지 번지지는 않았다. 레오르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가 아살라를 따라갔다.
리나와 수행원으로 변장한 나도 그들의 뒤를 따라갔다. 클로제 후작이 총독 시절에 머물렀던 저택은 평범하디 평범했다.
애당초 식민지에 가까웠고 클로제 후작은 무관이다. 영지를 다스리는데에 적합하지 않다.
서류만 대충 처리하면 그만이었기에 저택의 규모도 작은 편이다.
“여기로 들어오시면 됩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르샤라는 여인이 협상이 진행될 방으로 안내해줬다. 방에는 대표 및 각 측의 수행원 1명씩만 대동할 수 있었다.
스타비르크는 건장한 체격의 수행원 2명을 대동했으며 제국은 클로제 후작과 나를 함께 대동했다.
이윽고 양측의 국운을 걸 방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평범한 크기의 테이블 하나를 기준으로 각 측마다 의자가 배치됐다.
나는 레오르트와 리나가 자리에 앉자 그들의 뒤에 섰다. 클로제 후작도 내 옆에 나란히 서서 대기했다.
“단도직입으로 말해도 되겠나?”
협정이 시작되자마자 레오르트가 말을 열었다. 사실 테러가 발생한 이상 주도권은 미네르바 제국이 꽉 쥐고 있다.
아살라도 이를 알고 있는지 무겁게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의 옆에 앉은 메르샤도 긴장한 낯빛이다.
뒤이어 레오르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스타비르크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걸세. 특히나 이런 식으로는 말이지.”
처음부터 폭탄을 터뜨린 레오르트다. 제국은 스타비르크의 독립을 원하지 않는다는 폭탄.
독립을 갈망하던 스타비르크로서는 허탈함이 들겠지만 아살라는 의외로 덤덤한 반응이었다. 마치 예상했다는 것처럼.
이에 레오르트가 한 쪽 눈을 치켜뜨며 흥미로운 반응을 지을 때, 아살라가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제국은 우리나라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죠. 특히 해군을 강화하기 시작한 이상은.”
“흠.”
“우리나라의 지형은 항구를 짓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그 바로 밑에는 테르스 왕국이 존재하죠.”
놀랍게도 아살라, 그러니까 스타비르크 측은 미네르바 제국의 속셈은 전부 꿰뚫고 있었다.
당장 주둔군을 물리지만 해군을 강화시켜 미래에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칠 거라고. 스타비르크가 1차적 목표일 거라고 말이다.
지구와 달리 정보 교류가 지극히 한정적인 세상에서 저만한 통찰력은 매우 대단한 수준이다.
더구나 이 세상은 기본적으로 바다를 멀리한다. 바다의 잠재력조차 모를 텐데 저걸 꿰뚫은 건 놀라운 수준이다.
“우리가 방심하고 있을 때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려는 것. 그것이 제국의 궁극적 목표가 아닙니까?”
“누가 알려줬는지 몰라도 우리의 패를 훤히 들여다 보고 있군. 내가 이래서 자네가 정말 싫어.”
레오르트는 패가 전부 탄로났음에도 피식 웃기만 할 뿐, 상관없다는 반응이었다. 이건 리나도 마찬가지.
전에 리나가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번 협정에서 제국의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테르스 왕국의 견제.
스타비르크가 독립을 하게 된다면 자연히 ‘해상무역’의 중심이 될 예정이다. 반도의 특정상 어쩔 수 없다.
그리 된다면 자연스레 테르스 왕국을 포함한 수많은 왕국과 접촉을 하게 될 터. 이런 저런 문물을 받아들이는데 매우 유리하다.
“하지만 자네들도 알고 있을걸세. 스타비르크는 싫든 좋든 제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겠군.”
패를 모두 보여줬으니 남은 건 머리 싸움이다. 그것도 좀 전의 테러로 스타비르크가 상당히 불리한 싸움.
테러가 아니더라도 국가 대 국가 간의 협정은 국력이 진리요, 규칙이다. 안 그래도 불리한데 테러로 더 불리해진 것이다.
설령 미네르바 제국이 불평등 조약을 내밀어도 스타비르크로서는 울며 겨자먹기로 협정에 사인을 할 수밖에 없다.
‘그 협정 내용이 진짜······’
협정의 내용도 리나가 먼저 알려줬다. 협정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하나하나 바뀌겠지만 초안만 보면 정말 악랄하다.
요약하자면 스타비르크판 강화도 조약이다. 말만 자주권을 인정하는 거지, 사실상 식민지나 다름없는 협정.
제국이 직접 항구 개설을 도와준다고 명시돼 있다만 뻔하디 뻔한 수작이다. 그 항구를 통해 스타비르크를 압박하겠지.
“··· ···”
아살라는 리나가 건넨 협정문 초안을 보며 눈밑을 꿈틀거렸다. 황당과 분노가 적절히 섞인 표정이다.
반면 레오르트와 리나는 여유로운 얼굴이다. 이어서 리나가 특유의 우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지만 초안이에요. 그거 때문에 또 테러를 일으키진 않겠죠?”
속을 박박 긁는 화술이 대단하다. 솔직히 스타비르크는 저것도 감지덕지 받아야 한다.
어찌 됐던 간에 독립은 독립이었으니까. 일본이 청나라와 조선의 관계를 강제로 끊었던 것과 완전히 반대다.
일본은 관계를 강제로 끊은 반면 미네르바 제국은 강제적으로 군신 관계를 넣은 것이다. 여기에 반쪽짜리 독립은 덤.
“······저희에게 상당히 불평등한 조약이로군요.”
“대신 그대들이 염원하는 독립은 이루어질 수 있다네.”
“저희가 원하는 독립은 이것과 거리가 멉니다. 확실히 매듭지어야만 악감정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아살라의 말도 일리는 있다. 이대로 조약을 맺는다면 스타비르크의 반제국 감정이 더욱 격화될 수도 있었으니.
레오르트도 그 점을 알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어서 한 가지 예를 들며 말했다.
“벨루아 공국도 수많은 나라에 둘러싸여 있다네. 하지만 지형의 특징을 이용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했지. 스타비르크도 지형적 특징으로 따지자면 비슷할 걸세.”
“하지만 테르스 왕국과의 교역을 단절해야 되는 조항이 있군요. 이리 된다면 테르스 왕국이 큰 반감을 가질 겁니다.”
“우리가 지켜주겠네. 아까 말했듯이 우리도 스타비르크를 잃을 수는 없어.”
“··· ···”
아살라는 혀를 낼름거리며 고심하기 시작했다. 불평등 조약인 건 똑같지만 스타비르크도 이득이 없는 건 아니다.
제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어도 벨루아 공국처럼 무역의 중심지가 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제국의 보호까지 받는다.
단절하는 대상도 테르스 왕국밖에 없다. 애초에 말만 단절이지, 관세를 강하게 걷는다는 의미에 가깝다.
테르스 왕국도 해군이 강해진 미네르바 제국을 어떻게 하지 못할 터. 여러모로 구미가 당기는 조약이다.
‘진정한 독립이냐, 아니면 속국이냐.’
상당히 흥미로운 과정이다. 현실적으로 보자면 후자를 택해야 스타비르크의 미래가 밝아진다.
설사 전자를 선택해도 가시밭길이 이어질 뿐, 마음은 후련하겠지.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잘못을 스타비르크 쪽에서 먼저 저질렀으니 저쪽도 마지못해 납득할 가능성이 높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군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충돌하던 아살라는 결국 보류를 택했다. 착잡한 얼굴이 안쓰럽다.
황실 남매는 이 선택도 예상하고 있었는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에게 조약은 합법적으로 털어먹냐, 아니면 무력을 이용해 털어먹냐의 차이점에 지나지 않는다.
이래서 국력이 약한 나라가 서러운 것이다. 민족성이 강한 조선도 일본이 패망했기에 독립한 거지, 스스로 독립하지는 않았다.
“천천히 생각해도 좋다네. 우리는 자네의 생각이 아니라 스타비르크의 선택을 원하고 있으니.”
“다음에는 현명한 선택을 하시길 바랄게요. 하나가 된 스타비르크의 선택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웃으며 말하고 있다만 속에 담긴 뜻은 꽤 살벌하다. 이들이 언급한 하나의 스타비르크의 의미는 이거다.
극단주의자들이 활개치기 전에 너네들이 알아서 조져버리라고.
오늘 같은 테러가 일어난다면 그것이 스타비르크의 선택이라 생각할 거라고.
아살라도 그 뜻을 알아차렸는지 쓴웃음을 지었다. 옆에 나란히 앉은 메르샤도 씁쓸한 얼굴이다.
“오늘 발생했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하겠습니다. 그건 저희의 선택이 아니었다는 점. 명시해주시길 바랍니다.”
“아무렴.”
아마 오늘 사건을 계기로 극단주의자들의 활동이 줄어들지 않을까. 저들이 일으킨 사건 때문에 독립이 늦어졌다고.
미네르바 제국도 협정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는 명분을 챙긴 셈이다. 테러 한 번으로 양측이 시간을 벌었다.
그리하여 1차 협정이 흐지부지 종료됐다. 이대로 돌아가기만 하면 될······
“아참. 혹시 그 수행원의 병문안을 가고 싶은데 괜찮나?”
어?
“이대로 간다면 서로의 갈등의 골만 깊어질 테니 말이야. 우리 제국에게도 필요한 일이고.”
어어?
“괜찮지 않나?”
어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