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Ruin A Love Comedy RAW - Chapter (371)
EP.371 주인님의 냥이
내가 히요리를 데려간 곳은 초밥집이었다.
저번에 들렀던 회전초밥 가게가 아니라, 늦게까지 영업을 하는… 히요리의 집과 가까운 도심에 있는 음식점.
심야가 지나도 영업을 하는 곳이고, 보통 그런 곳이 유흥가 근처에 있는 것과는 달리 여긴 유동인구가 별로 없는 골목에서 동네장사를 하는 가게라 분위기가 괜찮았다.
딱 비가 올 때 들르면 좋을 듯한 느낌이었다.
솔직히 미유키와 자주 가는 라멘집에 가려고 했던 마음도 있긴 했었으나, 거긴 성역 같은 느낌이라 마음을 바꾸었다.
그러니 새로운 가게인 이곳을 히요리와 내 추억이 담긴 장소로 만들어야겠다.
가게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형태였다.
우리 집과 비슷한 색의 다다미를 지나 바 형태의 테이블에 앉은 나는, 히요리와 함께 메뉴판을 보며 간단하게 먹을 만한 모둠초밥을 골랐다.
“발가락 볼래용?”
주문을 마친 히요리의 방정맞은 물음.
뭔 소리를 하냐는 듯 눈썹을 찌푸린 내가 반문했다.
“네 발가락을 왜 봐야하는데?”
“엄청 예쁘게 생겼는데 한 번 봐봐요.”
그건 진즉 알고 있었다.
치나미와 자웅을 겨룰 수 있는 길고 가느다란… 아주 어여쁜 모양의 발가락.
그러고 보니 치나미는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데, 발가락 하나는 길쭉하다.
그것마저도 동그랬으면 더 귀여웠을까?
아니, 지금이 훨씬 낫다고 본다.
몸을 돌린 히요리가 내 가랑이 사이로 자신의 맨발을 들이밀었다.
하얀 피부 끄트머리에 선홍색으로 칠해져있는 발톱이 어찌나 예쁜지, 순간 빨고 싶다는 충동이 인다.
“뭐하냐?”
“예쁘죠?”
자신의 발 모양에 진심으로 감탄하며 엄지를 이리저리 움직이는 모습이 어이가 없기도 하지만, 무척 웃기기도 하다.
“예쁘네. 이제 치워라.”
“만져볼래요?”
“냄새날 것 같아서 싫어.”
“냄새 안 나는데? 한 번 맡아봐요.”
“내 코에 네 발 대면 진짜 혼난다.”
“미안행. 안에 손님이 별로 없네요?”
목소리를 낮추는 히요리.
그 말을 들은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확실히… 우리 외에 테이블에 앉은 한 노부부를 끝으로 가게 안이 휑하다.
동네장사를 하는 가게이기도 하거니와 시간대가 늦어서 그런 모양이었다.
“여기 안 와봤어?”
“네.”
“초밥을 그렇게 좋아하는 애가? 집이랑도 가까운데?”
“그렇게까진 아니거든요?”
“그러냐? 근데 좀 똑바로 앉아라.”
히요리는 테이블을 붙잡고 의자를 좌우로 왔다갔다 거리고 있었다.
마치 산만한 아이 같은데, 오늘따라 기분이 좋은 것 같다.
내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 몸과 머리를 좌우로 움직이던 그녀가 돌연 눈을 빛냈다.
“우리 오코노미야키도 하나 시켜먹으면 안 돼요?”
“살쪄.”
“내일 굶을게요.”
“너는 가만 보면 이상한 소리를 태연하게 자주 한다?”
“이게 왜 이상한 소린데요?”
“시끄러. 굶으면 안 되고, 살찌니까 추가주문은 그만해.”
“짜증.”
“뭐 임마?”
눈을 부라리는 날 무시한 히요리의 고개가 새초롬하게 돌아갔다.
그와 동시에 나오는 모둠초밥.
때깔이 좋은 생선을 본 그녀의 입이 활짝 올라갔다.
“맛있겠다… 이거 광어랑 전어 지느러미 살인데 좋아해요?”
“좋아하지.”
“그럼 이건 선배가 다 먹어요.”
“넌 싫어하냐?”
“저도 좋아하는데 태워줬으니까 배려하는 거예요.”
그걸 제 입으로 직접 말하다니… 기가 찬다.
그래도 가장 맛있는 부위를 내게 주려는 저 마음씨가 착하긴 하다.
“같이 먹어 그냥.”
“그래요 그럼. 근데 이거 다 먹으면 얼마나 찔까요?”
“나눠먹으면 얼마 안 되니까 괜찮을 거야.”
“그럼…”
“안 돼.”
“제가 무슨 말을 할 줄 알고 안 된다 한 거예요?”
“오코노미야키 시켜도 되냐고 물어보려 했잖아.”
“오.”
“오는 무슨 오. 그건 포기하고 이제 먹자.”
“넹.”
메뉴 하나 가지고 계속 징징거리는 건 별로라고 생각했을까?
히요리가 순순히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젓가락으로 초밥을 집고, 간장을 살짝 찍어 입 안으로 가져갔다.
그리고는 맛이 마음에 쏙 드는지 행복한 얼굴을 했다.
시종일관 밝아서 보기 좋다.
야밤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늦은 시간에 나와 단둘이 밥을 먹게 되어 기쁜 건가?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 나는 젓가락을 들었다.
“선배는 손으로 먹어요.”
저 이상한 소리는 빠지지를 않는구나.
히요리에게 딱밤을 때리려는 시늉을 한 나는, 그녀가 재빨리 이마를 가리자 혀를 끌끌 찼다.
이후 히요리 덕분에 고요함이 살짝 깨져가려는 분위기 속에서 초밥을 먹었다.
**
[거기 또 가고 싶당.]다음날 정오쯤에 온 히요리의 문자.
영화관 좌석에 편히 앉아 팝콘을 집어먹은 내가 답장을 보냈다.
[또 가면 되지.] [오늘 갈래요?] [오늘은 안 돼.] [왜요?] [안 되니까. 너 지금 나왔냐?] [응.]얘는 주말이면 항상 밖에 있는 것 같다.
안 힘드나? 어제 운동을 꽤 빡세게 해서 골골댈 줄 알았는데… 설마 그새 적응한 건가 싶다.
남아도는 그 육체의 힘을 나와 농밀한 시간을 보내는데 쓰게끔 해주자.
[살 빼고 싶으면 적당히 먹어라.] [알았어요. 선배는 뭐하는 중?] [영화보러 왔어.] [하나자와 선배랑?] [아니.] [그럼 누구랑 왔는데?] [우리 검도부 부장이랑.] [검도부 부장? 저번에 저도 봤던 사람? 카페에서?] [어. 곧 영화 시작하니까 이따 얘기하자.]“누구랑 문자해?”
때마침 화장실을 다녀온 렌카가, 내가 들고 있는 휴대폰으로 시선을 주었다.
그녀를 돌아본 내가 대답했다.
“후배랑.”
“후배? 여자지? 너답네. 쓰레기 같은 놈.”
“왜 여자랑 연락한다고 단정을 지어요?”
“그럼 아니야?”
“맞아요.”
“거봐. 이 재활용도 안 되는 자식아.”
“다른 사람이랑 연락한다고 삐친 거예요?”
“삐, 삐치긴 누가 삐쳤다고 그래? 이 편협한… 햑…?”
렌카의 팔이 안쪽으로 바짝 오므려졌다.
내가 그녀의 가랑이 사이로 손을 쑤욱 집어넣었기 때문이었다.
허벅지를 기댄 팔, 시트를 스으윽 쓸고 내려가 예민한 부위에 닿는 손.
그 감각을 느낀 렌카의 얼굴이 부르르 떨렸다.
“편협한 건 내가 아니라 부장인 것 같은데.”
“내가 왜…?”
“제멋대로 생각하잖아요.”
“뭐라는… 흐익… 거야… 손 안 치워…?”
“알았어요.”
순순히 렌카의 허벅지 안쪽에서 손을 떼어내니, 그녀의 표정이 어리둥절해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가운데 팔걸이를 들어올리며 몸을 바짝 붙이자, 부끄러움이 가득한 소녀 같은 얼굴로 날 노려보았다.
“이상한 짓 할 생각 말고 영화나 보지…?”
“오늘 예쁘네요.”
“이, 입 닥쳐.”
오늘은 호텔로 갈 때까지, 렌카를 평소에 비해 사근사근 대해야한다.
플러그를 사용하는 날이니만큼 그녀의 거부감을 덜어놓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면서 조금씩 전희를 해나가며 흥분상태에 접어들도록 만드는 것도 중요했다.
“뭘 그렇게 쳐다보고 난리야…?”
자신을 빤히 주시하는 시선이 부담스러웠던 탓인지, 고개를 살며시 돌리는 그녀.
전체적으로 블랙 색상으로 깔맞춤한 그녀의 코디를 훑은 내가 말했다.
“목에 초커 같은 건 안 해요? 어울릴 것 같은데.”
“안 해. 취향 아니야.”
“그래요? 아쉽긴 한데 나중에 하면 되니까 괜찮아요.”
“…. 나중에?”
“예. 나중에.”
“무, 무슨 뜻이야…? 호텔에서 채운다는 거야?”
렌카가 말을 마침과 동시에 암전되는 상영관의 불빛.
그녀와 완전히 달라붙어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놓고 부드럽게 쓰다듬은 내가 대답했다.
“이것저것 해보려고요.”
“이, 이것저것이라니… 내가 무슨 네 실험용 완구야…?”
“부장도 좋아할 거예요.”
“좋아하긴 무슨…! 안 할 거야…! 오늘 영화만 보고 헤어질 거라고…!”
“밥도 먹어요.”
“그래…! 밥까지만 먹고 찢어지자 그럼…”
“먹은 뒤에 소화시켜야하니까 근처 공원에서 산책도 하고, 산책하면 다리 아프니까 조용한 데에서 조금 쉬었다가 가요.”
“빙빙 돌려말하지 마…! 러브호텔에 갈 생각이잖아…!”
애초에 내가 자신을 어디 데려갈지 알고 있으면서도 저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게 웃기다.
렌카의 서혜부 쪽으로 손을 들이밀어, 그 부위를 위아래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내가 흠칫하는 그녀를 돌아보며 물었다.
“싫어요?”
“…. 시, 싫은 건 아니지만 네가 이상한 도구를 사용하려고 하니까…”
“어떤 이상한 도구?”
“그걸 어떻게 내 입으로 말해…!”
“목소리가 너무 큰데? 다른 사람들이 들어요.”
그 말에 렌카가 화들짝 놀라선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이내 오만상을 다 썼다.
우리가 앉은 자리 주변엔 관람객이 없었던 탓이었다.
“매, 맨날 이런 짓 하려고 인기 없는 영화만 고르는 거 엄청 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거 부장이 보자고 한 건데.”
“내가…?”
“예. 기억 안 나요? 액션영화 보자니까 오늘은 눈이 피곤하니까 이걸로 보자면서요. 이게 괜찮을 것 같다고.”
“아니… 내 말은… 이런 짓을 하려고 일부러 구석자리에 앉는다는 뜻이었어…!”
“그러면 안 되나? 스크린 한쪽이 전부 가려지는 것도 아닌 자리인데.”
“영화 보러 와서… 앗…! 이렇게… 사람 몸을 만지면 어떻게 영화에 집중할 수 있겠어…!”
렌카가 말을 하면서 내뱉는 숨결이 점점 뜨거워지는 게 느껴진다.
검은 진을 노골적으로 훑는 내 손길에 흥분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허리라인 안쪽으로 손을 슬쩍 집어넣는 시늉을 하니, 그녀의 몸이 크게 튕긴다.
그럼에도 말로만 반발하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여태 했던 조교가 아주 잘 된 것 같아서 기껍다.
사람이 왜 저렇게 꼴릴까.
사나운 눈매가 점점 녹아내려가는 걸 보는 것도,
점점 벌어지려는 다리를 억지로 닫고 아랫입술을 깨무는 것도,
주먹을 꽉 쥐며 손을 부들부들 떨며 흥분을 식히는 것도 뭐 하나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없다.
오늘 내 바람도 이루되, 렌카 또한 만족할만한 시간을 보내게끔 노력해보자.
생각을 마친 나는 기다란 콧바람을 내뱉는 렌카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그녀의 몸을 내 쪽으로 더욱 바짝 당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