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143
Chapter 32. 내부고발자(4)
감사국에 설치된 ‘문’을 통해 이동한 건 연구소.
회사 건물에서 다른 건물로 이동하는데 이동씩이나 해야 하나 싶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다.
본사와 센터 사이의 거리가 아주 멀다는 것.
“여긴 어딥니까? 지도 보면 회사 안인 것 같긴 한데.”
[또 그 잘난 눈치로 알아내면 되겠군.]반투명한 지도 위에는 우리가 서 있는 이곳과 본사 다른 건물들이 한자리에 나타나 있긴 했다.
한참을 축소시킨 뒤에야 보일 정도로 멀리 떨어져 있긴 했지만.
게다가.
“으…… 여긴 왜 이렇게 추워?”
센터가 홀로 우뚝 서 있는 곳은 한겨울.
그것도 새하얀 눈밭 위였다.
피부 속으로 스며드는 한기에 걷고 있어도 으슬으슬 떨리는 곳.
“윽, 겉옷 챙겨 올걸. 아니 근데 그쪽은 괜찮아요? 반팔인데?”
“……이 정도면 반팔이 적당하지.”
“예에?”
지웅이가 홀로 꼿꼿한 드미트리를 보며 질린 얼굴을 했다.
욕쟁이는 오랜만에 입안에 욕을 가득 품은 채 구시렁거렸고.
“X발, 얼마나 멀리 온 거야? 계절이 바뀔 정도로 멀다고?”
[불만 있으면 바로 돌아가던가.]“……누가 불만 있대? 그냥 물어본 거잖아!”
욕쟁이의 말대로다.
체력과 근력을 꽤 올린 덕일까.
상태 이상에 걸릴 정도로 심각한 건 아니었으나, 오래 머물수록 점점 몸이 둔해질 정도의 추위.
“이거…… 이상 기온일까요?”
지웅이의 물음에 고개를 저었다.
“눈이 꽤 단단해. 한두 달 쌓인 게 아니야.”
“아……! 진짜 발이 안 빠지네요?”
몰랐다.
지난번에야 캡슐이 정해 주는 대로 이로의 방에만 들어갔다가 곧장 돌아왔으니.
뭐, 그땐 춥다는 걸 느낌을 전혀 못 받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안에 들어가면 괜찮을 거야.”
“그렇겠죠? 여기 직원들이 다들 괴물이 아닌 이상, 난방 시설은 달아 놨을 거 같아요.”
휘이이익-
그렇게 찬바람을 맞으며 발을 구르고, 주위를 살피며 다가갔다.
설원 위에 세워진 새하얀 현대식 건물 앞으로.
‘이렇게 생겼었나.’
순백색의 눈을 굳혀 만든 듯한 새하얀 건물 다섯 동이 중앙 광장을 부채꼴로 둘러싼 형태.
“와, 여기도 규모가 엄청 크네요.”
“높기도 높아. 8층? 9층?”
꽤 세련되면서도 웅장한 건물이었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다면.
“미친, 건물 상태가 왜 이래?”
몇 개 동이 반쯤 무너져 내린 상태였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천장이 뻥 뚫린 벽이 군데군데 보이고, 더 이상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기 위해서인지 이질적인 쇠기둥이 곳곳에 세워져 있었다.
“지진이 심하게 왔었나 봐요.”
“지진?! 썅, 영화에서 보면 이런 데서 지진 나면 눈사태 장난 아니던데…….”
글쎄.
이건 지진이라기보다는…….
“폭발이라도 일어난 겁니까?”
“포, 폭발?”
“!!”
지역 전체가 흔들린 건 확실히 아니다.
저 멀리 보이는 전나무숲이나 근처 눈밭, 하다못해 센터 건물 중 절반가량은 멀쩡했으니까.
5개 건물 중 일부만 무너져 내린 모양새.
그중에서도 특히 뭔갈 터뜨린 것처럼 뻥 뚫려 있는 건물 하나.
건물 하나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그 주변을 중심으로 무너져 내렸을 거다.
그리 확신하고 묻자 사수가 긍정했다.
[그래.]“폭발이 심했나 봅니다. 옆 건물까지 무너진 걸 보면.”
[……연구실에 있던 시약들이 연쇄 폭발을 일으켰다더군.]“아아.”
이로의 연구실을 떠올리고는 곧장 납득했다.
거기도 분명 천장까지 이어진 높은 선반들이 빼곡했다.
그 속에는 정체와 용도를 알 수 없는 각양각색의 시약들이 가득 놓여 있었고.
거기엔 분명 내가 챙긴 각성제 다섯 병 외에도 ‘실패한 물약’은 수도 없이 많았을 터.
그중 폭발에 반응해 연쇄 작용을 했을 시약이 수십, 수백 개였다 해도 하나도 놀랍지 않다.
중요한 건.
“범인은 찾았습니까?”
[범인?]누가, 어떤 의도로 폭발을 일으켰느냐는 점이다.
최소한 이 폭발이 의도된 거라면.
‘회사나 연구소에 불만을 가진 자가 있다는 증거니까.’
하지만 사수는 내 속을 읽기라도 한 듯 칼같이 잘라 냈다.
[그런 건 없다. 단순한 연구 사고니까.]“근거는요?”
음?
잘못 섞여서 시작된 게 ‘분명하다’고?
그 말인즉슨.
“증거가 없나 봅니다? 어떤 연구실의 누가 시약을 잘못 섞었는지 밝히지 못했거나.”
움찔!
금발의 사수가 흠칫 떨었다.
들켜선 안 되는 속내를 들킨 사람처럼.
“고려하고 계신 거죠? 연구소 내부 인원이 폭파시켰을 가능성.”
[…….]역시.
놈도 내심 신경이 쓰였던 거다.
그렇지 않고서야 제 상사는 이미 끝났다고 여긴 일을 붙들고 늘어질 리 없으니까.
‘생각 없이 시키는 일만 하는 직원은 아니란 거네.’
상사의 지시에 크게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제 주관을 굽히지 않는 인물.
느낌이 나쁘지 않다.
그리 생각하며 눈밭을 걸어가던 중.
[정지.]사수가 가던 걸음을 멈추고 말을 끊었다.
그리고.
[미션을 시작하지.]갑작스런 미션을 개시했다.
속마음을 들킨 사람이 재빨리 말을 돌리는 것처럼.
팟-!
눈앞에 나타난 반투명한 창에 정갈한 글씨가 모습을 드러냈다.
【프로젝트 ‘OJT.’ 새로운 미션을 시작합니다.】
뭘까.
아무래도 폭발 사고와 관련된 미션이 나올 게 분명한데.
아니면 뭔지 모를 아이템을 찾아오라는 미션일 수도 있고.
【미션 : ‘부패의 사막’의 생성 원인을 가장 먼저 파악하시오.】
‘부패의 사막’에서처럼 사고의 원인을 찾는 미션이려나.
【보상 : 미션 보상 2포인트, 복지 포인트 2,000점】
【특이사항 : 다른 직원이 먼저 파악할 경우, 미션 발동이 취소됩니다.】
‘또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찾으라는 조건이 붙으면 나는…….’
그렇게 나름의 전략을 세우고 있던 와중 나타난 미션 내용.
【미션 : 얌전히 대기하시오.】
하?
【진척도 : 0/3시간】
【보상 : 미션 보상 1포인트, 복지 포인트 1,000점】
……이렇게 나오시겠다?
* * *
[여기 정도가 좋겠군.]파앗-!
무너진 연구동의 바로 앞 광장.
딛고 선 눈밭 주변으로 녹색 빛이 솟구쳤다.
지금껏 수도 없이 본 익숙한 원 모양을 그리며.
【대기소가 생성되었습니다.】
【남은 시간 : 59분 59초, 58초, 57초…….】
“……대기소?”
“썅, 이거 안전 구역 아냐?”
[여기서 대기하도록. 1시간마다 갱신하러 오지.]사수가 처음으로 굳은 얼굴을 조금 풀었다.
그래 봤자 입꼬리를 미세하게 올렸을 뿐이지만, 어쨌든 우릴 가둬 둔다는 사실이 꽤 만족스러운 모양.
하, 그나저나…….
【진척도가 상승합니다.】
얌전히 대기하는 게 미션의 전부라니.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야, 진짜로?”
“이런 미션은 또 처음이네요.”
“와 씨, 맨날 이런 것만 나왔음 좋겠네.”
[가만히 앉아 있다가 가라. 괜히 나대지 말고.]욕쟁이와 지웅이는 날로 먹어서 좋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저 안에 들어가야 뭔가 건질 게 있을 텐데.’
원 안에서 얌전히 기다리기 위해 여기까지 따라온 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션 보상을 포기하기도 아깝고.
지직!
‘보상도 받으면서, 내부 정보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그렇게 한창 머리를 굴리던 찰나.
지지직!
“어? 무슨 소리 나지 않았어요?”
[…… 조건이 충족…… 니다.]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감도가 낮은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 활성화!] [충격에 …… 하세요!]낮은 감도와 반비례하는 불길함을 한껏 뿜어내며.
그리고 그 사이로.
두웅-
차가운 공기를 울리는 낮고 묵직한 소리.
“……?!”
“뭐야? 갑자기…….”
처음에는 북소리였다.
고막이 아닌 피부로 전해지는 은은한 진동.
그러다가.
두웅-
북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두웅-
뱃고동 소리만큼 커지더니.
휘청!
강한 진동에 쌓여 있던 눈발이 흔들릴 정도가 되었다.
피부를 지나 배 속의 장기까지 출렁이는 기분.
“이게 뭐야?”
“아는 거 있습니까?!”
[이건…….]사수가 이를 까득 깨물고는 허리에 찬 곤봉을 빼 들었다.
그러고는 한 가닥 삐져나온 금발을 쓸어 올릴 생각조차 못 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사이.
타닥!
뻥 뚫린 연구동 안에서 들릴 리 없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과 동시에.
파아아아아앗-
유전(油田)처럼 솟구치는 새까만 기둥.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불온한 연기가 거대한 분수처럼 치솟는다.
높이, 더 높이.
그리고 마침내 하늘에 닿아.
쓰르르르르르르-
구름을 제 색깔로 물들인다.
순식간에 캄캄해져 버린 하늘.
그리고 먹구름을 넘어 암흑 그 자체가 되어 버린 구름.
우르르- 콰앙-
쏴아아아아아아-
기름보다 까만 하늘에서 마물의 눈이 내렸다.
차마 다 셀 수도 없는 함박눈이.
* * *
【미션 : 얌전히 대기하시오.】
오도 가도 말고 ‘얌전히 대기하라’는 미션.
그 말 그대로 우리 모두는 사수가 그려 둔 녹색 원 바깥으로 한 발자국도 빠져나가지 않고 그대로였다.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특수 구역, ‘설국’에 진입합니다!] [마물을 처치하고 살아남으세요!]딛고 선 땅이 통째로 오염돼 버렸는데.
[……! 다들 대피해!] [이런……!] [자료는?! 챙겼어?!]그나마 멀쩡한 연구동 안에는 아직 남은 이들이 있었던 모양.
갑작스런 마물 떼의 등장에 놀란 건지 흰 가운을 입은 연구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미친, 갑자기 뭐야?!”
[갑자기 마물들이 왜……!]사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던 건 마찬가지인지 당황한 얼굴이었다.
[내 쪽으로 모여!]그럼에도 곧장 전투태세를 갖추는 걸 보면 프로는 프로였다만.
……
“무기 꺼내세요!”
날고, 기고, 달리는 수백 마리의 마물들이 하늘과 땅에 쏟아진다.
크르르르르-
크와앙-!
파즈즈즈즛!
놈들의 이빨이 하늘과 땅을 향해 요동쳤다.
거칠 것 없는 포식자들의 살기.
같은 설원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다.
하지만.
“문! 문을 열어요!”
[!!]감사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문.’
그거면 이 마물들과 굳이 맞붙을 필요가 없다.
사수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재빨리 움직였고.
[활성화!]파앗-!
녹색 원 중앙에 ‘문’이 나타났다.
[다들 돌아가! 가서 지원을 요청해라!]응? 잠깐.
“선배님은 안 가십니까?”
[……아무 이유 없이 게이트가 열렸을 리 없다. 범인은 이 안에 있을 거야.]하?
“이 상황에 범인을 찾겠단 말입니까? 어디 있는지도 모르는 놈을?”
“그럼…….”
[저기 있다. 무조건.]“!!”
사수가 손에 쥔 곤봉을 탁! 꺾으며 말했다.
그러자.
촤르르-
순식간에 조각조각 해체되어 길게 늘어지더니.
“!!”
수십 가닥의 칼날이 묶인 채찍이 되었다.
[……일은 하고 가야지.]곧 죽어도 일은 하고 죽어야겠다는 건가.
금발 사수 놈, 날카로운 겉모습과 달리 영 융통성 없는 놈이었다.
그 모습이 영 한심하긴 하지만…….
‘찾았다.’
보상도 받으면서, 내부 정보도 얻을 수 있는 방법.
우웅-
마물들을 보자마자 미친 듯이 울어 대는 파천검과 ‘문’을 번갈아 살폈다.
그리고 말했다.
“원하시면 도와드릴 순 있는데.”
[됐다. 가서 그냥 지원이나 요청…….]“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내가 돕기 위한 ‘조건’을.
“미션 내용을 바꾸시죠. 어차피 못 지키게 됐으니까.”
【신입사원 ‘이은호.’ 대기소를 이탈하였습니다.】
【진척도 상승이 중단됩니다.】
【지정된 장소로 복귀하세요!】
원 바깥으로 한 걸음만 벗어나도 떠오르는 메시지가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라서.
[미션 내용을…….]“뒤에!”
쌔애액-
스걱!
송곳 같은 고드름 파편이 날아와 베었다.
조금만 늦었으면 사수의 뒤통수에 꽂혔을 거다.
고민할 상황은 아니다.
사수 또한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지.
[……바꾸지.]얼굴을 일그러뜨리고는 내뱉었다.
그리고 시스템에 무어라 입력하는 듯 바삐 움직이는 손짓 끝에.
삐───익!
머릿속을 울리는 경고음.
【신입사원 ‘이은호.’ 미션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새빨간 경고창이 눈앞에 나타났다.
【미션 : 얌전히 대기하시오.】
【진척도 : 0/3시간】
【보상 : 미션 보상 1포인트, 복지 포인트 1,0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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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 몬스터 웨이브를 막으시오.】
【진척도 : 0/3시간】
【보상 : 미션 보상 3포인트, 복지 포인트 3,000점】
팔다리를 묶고 있던 모래주머니가 떨어져 나갔다는 안내창.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