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06
Chapter 45. 공조(5)
오늘 회의의 아젠다가 하나 늘었다.
바로 ‘둘 중 어떤 보상을 고르냐’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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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보상을 선택하세요!
[모두의 ‘반역의 기운’] [나만의 ‘꿰뚫는 눈빛’]자세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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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주제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청년! 진짜 안 되겄어?”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제 생각은 그대롭니다.”
“X발, 그냥 네가 포기해!”
“싫습니다.”
팀 내 의견이 판이하게 달랐다는 것 정도일까.
정확하게 말하면, 팀원들과 팀장인 내 의견이.
“10분 뒤에 투표로 최종 결정하겠습니다.”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의견 차에 10분의 유예를 둔 뒤 볼일을 보고 온 참이었다.
그새 팀원들은 열렬한 토론을 이어 나가고 있었고.
“……면 ……잖아요.”
“전 반대예요. 너무 ……을 지우는 거잖아요.”
“그것도 그렇긴 한데…….”
둘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당연히 전자지.’
서명을 받으려고 돌아다니다 보면 위험할 일이 너무 많다.
마흔두 명의 팀원들이 여기저기 찔러 볼 거고, 그럼 어떻게든 말이 새 나갈 거다.
분명 우리에게 동조하는 척 정보만 캐서 사측에 전달할 프락치들이 나올 테니까.
하지만.
‘저 능력이면 진실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그것도 팀원 42명에 나까지 포함한 모두가 아무런 제약 없이.
즉, 당장 미션에 더 도움 되는 능력이란 뜻이다.
‘독심술이 아깝긴 하지만…….’
– 서브 미션
【1】100명 서명 받기(달성!)
【2】1,000명 서명 받기(미달성)
【3】10,000명 서명 받기(미달성)
……
아직 우리에겐 천 명, 만 명 보상이 남아 있다.
그러니 뒤이어 나올 보상을 위해서라도.
‘이게 맞아.’
변함없는 생각까지 정리한 뒤 일행들에게로 돌아갔다.
“10분 됐습니다.”
“헙! 벌써요?”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게 그새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것 같은데.
“답 나왔네요.”
“그쵸?”
“은호 씨한텐 죄송하지만…….”
반역의 기운이겠지.
긴장감 없이 기다리고 있자니.
“꿰뚫는 눈빛, 만장일치예요!”
지은 씨가 선언하듯 외쳤다.
“……예?”
“그리고 능력을 받을 분은 은호 씨예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형님!”
“X발, 너무 잘난 탓이라고 생각해.”
그러더니 고개를 꾸벅 숙이며,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사과하는 팀원들.
“아니, 잠깐만.”
그러니까 지금, 팀원 모두가 예비 반역자들을 발견할 수 있는 ‘반역의 기운’ 대신 오직 나만 쓸 수 있는 독심술을 선택하자고?
이해가 안 가는데.
“제 입으로 말하긴 뭣하지만, 제가 여기서 제일 강한 건 알고 계시죠?”
“푸하, 이 새끼 솔직한 거 보게?”
“이 청년이 글씨! 남의 집 귀한 팀장님헌테 새끼가 뭐여?”
“제가 설명 드릴게요.”
지은 씨가 욕쟁이에게 눈을 흘기더니 대표로 입을 열었다.
“은호 씨 말대로 서명을 받고, 노조를 만들기 위해선 ‘반역의 기운’이 더 좋을 거예요.”
“그런데요?”
“근데 그다음은 달라요.”
노동조합을 설립한 다음이라면…….
회사와 정면으로 부딪치게 될 때를 말하는 건가.
“진짜 저 위의 사람들과 싸우게 되면, 그땐 반역의 기운 같은 건 아무 도움도 못 주잖아요.”
“그야…… 그렇긴 하죠.”
“독심술은 그때 정말 진가를 발휘하겠죠.”
맞는 말이다.
상대방의 저의가 뭔지. 숨기고 있는 패는 뭔지. 우릴 어떻게 할 생각인지.
마음을 읽을 수 있다면 다 알 수 있을 테니까.
“엄청난 도움이 될 거예요. 우리가 성장하면 할수록.”
그러니 그 능력을 가져 달라.
그리고 모두를 위해 써 달라.
“은호 씨라면 할 수 있어요.”
지은 씨는 그리 말하고 있었다.
“솔직히 아저씨만큼 잘 쓸 것 같은 사람이 없어요. 그치?”
“맞아. 아저씨라면 그 능력 처음 만든 사람보다 더 잘 써서 뼛속까지 털어먹을 거잖아요.”
“그리고 다른 놈한테 줬다간 독심술이고 뭐고 쓰기도 전에 뒤질걸?”
여기 모인 팀원들 모두가 그리 말하고 있었다.
그 굳건한 순백의 믿음에 쉽사리 수락도, 거절도 할 수가 없어서.
“……근데 사과는 왜 하는 겁니까? 스킬을 준다면서.”
괜한 질문을 했다.
“은호 씨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지우는 것 같아서요.”
그러자 미안한 눈의 지은 씨가 답했다.
세상 멋쩍은 듯 웃으며.
“그 짐, 제가 옆에서 덜어 드릴 거지만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 또한 응답했다.
“잘 쓰겠습니다.”
[선택 완료!] [‘꿰뚫는 눈빛’을 획득합니다!] [스킬 설명을 확인하세요!]모두가 한마음으로 선물한 이 스킬.
200%.
아니, 1,000% 활용해 주겠다고.
* * *
AM 10:00.
새 아침이 밝았다.
“준비됐어요.”
“네. 그럼…….”
울창한 나무에 둘러싸인 통나무집 앞.
손 흔들며 배웅하는 이들에게 인사한 뒤 돌아섰다.
“가 볼까요?”
“가시죠, 형님!”
“가쟈-!”
‘사원 A’를 찾기 위해 출발한 첫 외근.
“그래도 한 번 가 봤다고 덜 긴장되지 말입니다!”
“그치? 나도 그래.”
“전 처음인데…… 괜찮겠죠?”
“언니, 갠챠나! 율이 손 잡구 따라와!”
운영국으로 향하는 인원은 총 다섯.
전투를 위해 지은 씨와 재혁이를.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솔아를.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은신 능력을 위해 율이까지 데려왔다.
“여진이…… 혼자서도 잘하겠죠?”
“괜찮을 거야. 혹시라도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하라고 했어.”
솔아가 조금 불안해하긴 했지만, 지은 씨를 비롯한 모두는 그리 긴장한 기색이 아니었다.
아마 몇 번의 침입과 전투로 나름의 자신감이 생긴 것이리라.
“다들, 제가 머리 숙이라고 하면 숙여 주세요. 궤적을 조작하긴 하겠지만…… 혹시 모르니까요.”
“알겠습니다! 그럼 누님께서 쏘고 나서 제가 앞으로 나서겠습니다!”
특히 지은 씨나 재혁이는 요새 방어전을 거치며 강해졌다는 걸 스스로도 느끼는 듯했고.
그래.
그랬는데.
저 멀리 허름한 운영국 건물이 눈에 들어올 때쯤.
《관계자 외 출입 금지》
익숙한 팻말 위를 날아가는 도중, 갑작스런 경고음이 두개골을 파고들었다.
삐─────익!
‘……?!’
【WARNING!】
【비정상적인 접근입니다.】
게다가 새빨간 시스템창까지 연달아 떠올랐다.
【사전 등록된 인원만 출입 가능합니다.】
【방문증을 제시하세요.】
철컥-
그것도 모자라 지상에서부터 잿빛 쇠창살까지 올라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걸어가건, 날아가건 상관없이 앞길을 막고야 말겠다는 듯.
“저, 저 팻말은 지난번에도 있지 않았습니까?”
“맞아! 그땐 그냥 들어갔는데 왜…….”
[‘올해의 사원’ 칭호 발동!] [사내 시설 이용 제한이 해제됩니다.]올해의 사원 칭호야 그때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근데 ‘방문증’을 별도로 요구하고 있는 상황.
“……보안이 강화된 건가.”
운영국 자체의 보안이 강화되었다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침입했기 때문에.’
운영국 지하에서 일어난 더러운 짓거리를 알아내, 찍어서 공표까지 했으니.
내부자들 입장에서야 비리 색출은 물론이고, 외부인들 출입을 엄격히 금지시키는 것 또한 이해는 간다.
“!!”
“혀, 형님! 저기……!”
그나저나.
— 크릉, 크릉…….
— 크르르르릉…….
— 크르르르르…….
방어병까지 있을 줄이야.
[‘지옥의 삼두견(三頭犬)’을 처치하세요!]집채만 한 머리가 하나도, 둘도 아닌 세 개나 달린 개가 침을 뚝뚝 흘린다.
배경이라곤 저 멀리 귀신의 집 같은 허름한 건물이 전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에 머리 셋 달린 개 한 마리만 어슬렁거리는 꼴이라 잘 가늠이 안 됐는데.
“아무래도 내려가야겠네요.”
“착지할게요.”
지은 씨의 부드러운 착지에 사뿐히 황무지 위로 발을 딛자.
“……히익.”
한참을 올려다봐도 목이 아플 정도로 거대한 지옥견의 위용이 두드러진다.
[옳지, 옳지…….]개의 앞다리 어드메를 쓰다듬고 있는 관리인 또한 눈에 들어왔고.
“은호 씨! 저자가 관리자인가 봐요. 그럼…….”
“예. 플랜B입니다.”
지은 씨에게 대답하곤 재혁이를 향해 지시했다.
“재혁아, 소환해.”
“알겠습니다!”
그러자 옅은 빛을 내며 재혁이의 키보다 크고 양팔 너비보다 더 긴 물품이 나타났다.
정확히 말하면, 물품‘들’의 집합이.
재혁이와 내가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자 우리 둘, 그리고 정체 모를 박스가 쌓여 있는 카트를 발견한 관리인이 다가오며 물었다.
“붙자.”
“예.”
드르르르륵-
모자를 푹 눌러쓴 재혁이가 묵직한 카트를 끌고선 관리인에게로 다가가며 싹싹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배달이야?]머리도, 꼬리도 붙지 않은 한마디였다.
그러나 그 짧은 순간에 우리를 훑는 눈빛이 영 께름칙하다.
[놓고 가.]저 안에 있는 간이 건물을 턱짓으로 가리키는 태도 또한.
“아이고, 죄송하지만 쩌어기- 건물 안까지 배달해 달라고 해서 말입니다.”
[흐음…….]“금방 배달하고 나오겠습니다!”
재혁이가 싹싹하게 말하자 그제야 품 안에서 서류 뭉치를 꺼낸다.
그러더니 본론부터 물어 오는 경비병.
[확인 좀 해 보고. 받는 직원은?]“받는 직원은…….”
재혁이가 대답하는 척 내 쪽을 쳐다본다.
물음표가 가득한 눈빛에 대답해 줄 이를 찾아.
그래서.
“활성화.”
대답 대신 작게 속삭였다.
번쩍-
화끈한 열감이 각막에서부터 느껴져 나도 모르게 눈을 감았다 떴다.
그사이 내 눈에만 보이는 빛기둥이 경비병에게로 일직선으로 뻗어 나갔다.
그리고 영문 모르고 쳐다보는 놈을 꿰뚫는 순간, 들려온 메시지.
— 시체처리반 반장이 이번에 값비싼 합성재료를 주문했다던데. 그건가?
어. 그거야.
[아니, 바쁜 사람 붙잡아 놓을 거야? 말 못 하면 그냥 놓고…….]“시체처리반 반장님이 주문하신 물품입니다.”
[……물품 뭐?]“합성재요.”
독심술.
생각보다 편하다.
저 뒤에 있는 삼두견이 아까부터 침을 뚝뚝 흘려 대는 게 영 찜찜했는데.
불필요한 싸움을 안 해도 되겠…….
[……글쎄. 목록엔 없는데?]음?
[들은 얘기도 없고.]……이 자식 봐라?
“다시 확인해 보시죠. 확실하니까.”
[……곤란하네, 곤란해.]섬뜩!
사내가 입맛을 다셨다.
[불법 침입은 곤란하다고.]이런.
경비병의 눈에는 어느새 탐욕이 깃들어 있었다.
— 시체처리반 반장이 이번에 값비싼 합성재료를 주문했다던데. 그건가?
‘값비싼’ 합성재료.
그걸 꿀꺽할 생각인 건가.
‘하.’
사기도 사람 봐 가면서 쳐야지.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헛웃음을 흘릴 시간도 없이, 지은 씨의 메시지가 날아왔다.
《김지은》 방송 한 시간 전. 시간 없어요.
AM 11:00.
방송까지는 딱 1시간이 남은 상황.
— 츄릅!
— 츄르릅!
— 치이이익-
주인과는 조금 다른 욕망에 침을 흘리는 삼두견을 흘끗 확인한 뒤.
《나》 ‘눈’은요?
《김지은》 없어요. 확인했어요.
지은 씨에게 던진 물음에 답까지 받았다.
‘시간은 없고, 보는 눈도 없고.’
둘 중 하나만 없었어도 복잡했을 텐데.
깔끔하네.
“재혁아.”
“예, 형님.”
플랜A, 은신 상태로 잠입.
플랜B, 누군가 막아설 경우, 독심술을 이용해 배달원인 척 진입.
근데 둘 다 안 먹힌다면, 남은 건 하나뿐이다.
“플랜C로 간다.”
읊조리듯 말하자 재혁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어…… C도 있었습니까?”
“아, 방금 만들었어.”
“예에?”
플랜C.
다 쓸어버리고 진격한다.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