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213
Chapter 46. 제보(4)
영업국 VIP영업4팀 팀장 모호(模糊).
힘으로 눌러줘야 하는 부류라는 건 진즉 파악했다.
─────┤모호├─────
[궁술(Lv.6)], [기초창술(Lv.5)]. [화술(Lv.20)], [매혹(Lv.14)]. [기초검술(Lv.7)], [연설(Lv.7)]. [폭탄주제조(Lv.29)]──────────────
화술. 매혹. 연설.
공격 스킬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단 고매한 자리에서 유용하게 쓰일 법한 능력으로 가득한 놈.
크게 위험하진 않아 보인다.
‘문제는 보는 눈이 너무 많다는 건데.’
모함이건 뭐건, 나 또한 감찰국에 끌려와 조사를 받는 처지다.
그런 상황에서 쌈박질이나 해 봐야 내게 좋을 게 하나 없다.
더군다나 유치장 천장에는 떡하니 ‘눈’이 붙어 있다.
저 밖에 있던 놈이 또 이걸 어떻게 잘라 붙일지 모르는 상황.
눈. 눈. 눈.
‘보는 눈만 없었어도…… 음?’
잠깐만.
이걸 역으로 활용하면?
‘……오히려 좋을지도.’
장작이 확실하니, 활활 불태우면 될 일 아닌가.
[메시지를 입력하세요!]생각과 동시에 움직였다.
헛기침하는 척 고개를 숙이고는 발송한 지령.
그럼, 이제 내가 해야 할 일은.
“이해는 해.”
[……뭐, 뭘?]“원망할 대상이 필요했겠지. 화풀이도 하고 싶었을 거고.”
어그로.
“난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건방진 새끼…… 뭐라는 거야?!]그때.
팟-
[팀원 ‘민여진’으로부터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 [내용을 확인하세요!]이를 빠득 가는 모호의 얼굴을 다 가린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X발. 너 이 새끼, 처음부터 재수 없었…….]“바쁘게도 살았네.”
[……뭐?]생뚱맞은 말에 놀랐는지 놈이 드디어 입을 멈췄다.
그래서 친절히 읽어 줬다.
“신입 하나 이기겠다고 팀원들 실적 가로채기한 건 그렇다 쳐.”
[네가 뭔데 그 얘길…….]“근데 입사 초기부터 싹수가 노랬더만?”
[?!]여진이와 레이라가 열심히 조사한 리스트.
일명 ‘모호 조사 보고서’를.
“입사 동기들 약점 잡아서 협박하고, 포인트며 실적이며 다 가로챘다지?”
버터처럼 능글맞던 놈의 얼굴이 싹 굳었다.
“심지어 여자 동기 꼬드겨서 실적 내놓으면 만나 준다고 했다고? 하, 이건 좀 심하네.”
[미친! 그건 또 어디서 들었어?!]“근데 문제는…….”
딱딱하게 굳은 몸.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
놈의 푸른 눈이 일그러진 와중에도 휘둥그레하게 커졌다.
‘찾았다.’
놈의 아킬레스건.
“차였네?”
[!!]“그것도…….”
퍽!
몸을 내던지듯 달려든 모호가 멱살을 붙잡았다.
코앞까지 다가온 탓에 씩씩 내뿜는 콧김이 다 느껴진다.
뜨거운 걸 보니 상당히 화가 난 것 같은데.
‘좀만 더 하면…….’
“뭐라더라? 찌질한데 허세만 충만해서 더는 꼴 보기 싫다고 했…….”
[이 새끼가!!]내 말에 투우소처럼 달려드는 모호.
‘……됐다.’
벌게진 얼굴이 코앞까지 다가온다.
이어 꽉 쥔 주먹을 치켜들고 내려치려는 찰나.
“가속.”
[뒤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지이이이이이일…….]팟-
창을 지우고, 대신 전용 ‘눈’을 띄웠다.
[‘눈’을 개방합니다.]20배로 느려진 주먹이 천천히 내려온다.
그를 배경으로 멍울지는 ‘눈.’
허공에 나타난 동그란 구체가 서서히 양감과 질감을 더해 가는 동안, 나는.
‘5. 4. 3…….’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째깍.
시계 초침 소리와 함께 날아올 주먹.
그리고…….
【새로운 참관자가 접속하였습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접속하였습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접속하였습니다.】
……
내 증인이 되어 줄 수많은 참관자를.
[……려고!]퍽!
수박 깨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유치장은 물론, 방금 만들어 낸 ‘눈’ 너머까지.
‘타이밍 좋고.’
슥, 손등으로 입을 닦으며 일어섰다.
회복 물약을 발라 만든 푸르딩딩한 눈두덩이를 깜빡이고, 시뻘건 체력 물약을 잇새로 뚝뚝 흘리며.
‘연출도 좋고.’
[X발, 깝죽대더니 꼴좋다. 쳐 맞고 뒤져 봐야 정신 차리…… 어?]악에 받쳐서 소리치던 모호의 말문이 턱 막혔다.
1초 전까지 멀쩡하던 놈이 갑자기 반송장이 되어 나타났으니, 그럴 수밖에.
뭐, 그 덕에…….
[가, 갑자기 왜 눈이…….]제대로 찍히긴 했겠네.
【‘인사국 돌덕’이 일방적인 폭행에 경악합니다!】
【‘운영국 엄지공주’가 무뢰배의 행태에 분노를 참지 못합니다!】
“선빵 때린 거지?”
* * *
선빵을 맞자.
그게 내 전략이었다.
대신 깽값은 내 식대로 받는다.
철저하게.
【‘운영국 엄지공주’가 건방진 놈의 아구창을 박살 내 버리자며 외칩니다.】
【‘인사국 돌덕’이 맞는 말이라며 동조합니다.】
참고로 ‘인사국 돌덕’은 민여진.
‘운영국 엄지공주’는 레이라다.
‘눈’을 키자마자 들어올 참관자들이 없을 경우를 대비해 미리 말해 뒀다.
켜자마자 와서 바람잡이 좀 하라고.
【‘관리국 까마귀’가 오랜만에 만난 친우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냐며 입을 떡 벌립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켜자마자 주먹부터 날아와서 놀랐다고 말합니다.】
【‘관리국 까마귀’이 뭔지 모르겠지만 저놈부터 죽이고 얘기하자며 입을 닫습니다.】
뭐, 열렬한 반응을 보면 굳이 필요 없었던 것 같긴 하다만.
“주먹이 맵네. 팀원들도 이렇게 협박해서 실적 뺏어 온 건가?”
[뭔 개소…….]“됐고.”
우선 한 대 맞자.
“석화.”
콰드득-
굳어 버린 오른팔.
【‘조사국 냥냥이’가 저거 영업국 에이스 아니냐고 눈을 동그랗게 뜹니다.】
【‘관리국 까마귀’가 에이스고 베이스고 간에 박살을 내 버리라고 조언합니다!】
쭉 뻗어 딱딱해진 주먹을 날린다.
놈의 오른쪽 안면을 가격하며, 뚫어 버릴 듯 지나쳐 나가는 주먹이 가볍다.
물론, 내 기준에서 가볍단 소리다.
[크헉……!]모호의 목이 종잇장처럼 접히듯 꺾였다.
입안에서 붉은 침이 튀어 프릴 달린 옷이며 잿빛 돌바닥에 튀었다.
“이건 괜한 사람 제보해서 여기까지 끌어들인 값.”
【‘조사국 브레인’이 뜬금없이 왜 유치장에 있나 했더니, 저 자식 때문이었냐고 묻습니다.】
【‘조사국 냥냥이’가 감히 우리 남주를 감빵에 처넣은 게 저놈이었냐며 질색합니다.】
【다수의 참관자가 적부터 처단하길 원합니다.】
몰골이 엉망인 와중에도 뽀얗던 볼에 움푹 팬 주먹 자국이 선명하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던 탓에.
퍽-
한 번 더 날렸다.
[끄어억……!]움푹 파인 곳을 또 노렸다.
놈의 몸이 새우등마냥 옆으로 고꾸라진다.
동시에, 이번엔 새빨간 피와 함께 이빨이 팩 튀어나온다.
송곳니 하나와 작은 어금니 하나.
“이건 어르신들 불러다가 증거 조작한 값.”
퍽!
배때기에 주먹을 박아 넣고.
“마지막으로 이건.”
석화로 단단해진 오른발로 놈의 정강이를 깠다.
놈의 목덜미에다가 퉤, 뱉은 침과 함께.
“아까 뱉은 침값이다. 개자식아.”
[개쟈식이……!]모호의 반격이 놈의 주먹에 실렸다.
그래서.
[!!]내지른 주먹을 그대로 막아 쥐었다. 움켜쥐었다. 부서뜨렸다.
콰드득! 소리가 날 때까지.
[……끅! 끄아아악……!]【다수의 참관자가 통쾌한 액션에 환호합니다!】
【복지 포인트 1,000점 후원!】
【소수의 참관자가 사지를 죄다 부숴 버리길 원합니다.】
순간, 내 손아귀에 맞닿은 놈의 주먹에서부터 시원한 기운이 느껴졌다.
흡사 솔아가 치유 스킬을 사용했을 때처럼 서늘하면서도 시원한 기운.
[뭐, 뭐햐?!]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생경한 느낌에 놈이 뭔가 능력이라도 쓴 건가 싶어 들여다보려는 순간.
스슷-
오른손 약지 위로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검푸른 연기.
‘아.’
사막의 왕에게서 받은 가락지.
레이라와 만난 뒤, 제대로 써야겠다 싶어 끼고 있었다.
마침 소에주를 만났을 때 이것저것 실험해 보자 싶어 [투명화]와 [흡수 효과 증대] 문양을 새겼었는데.
[1초당 0.2%의 체력을 흡수합니다.]내게 처맞고 있는 모호를 ‘접촉한 상대’로 인지한 모양.
「69.8%」
「69.6%」
「69.4%」
……
반지가 영문 모르는 모호의 체력을 초당 0.2%씩 깎아나갔다.
아주 착실히.
‘이거…… 쓸 만한데?’
체력 비례 데미지다 보니 강한 적을 만날수록 유용하게 쓰일 게 분명하다.
[그…… 그망……!]뭐…… 이놈 정도야 아이템까진 필요도 없었지만.
[마, 말로 헤, 말로! …… 졔발!]일단 이빨은 다 뽑아 놨고.
“말로 하면? 다 자백할래?”
[하…… 할계! 냬, 냬가 그했허. 불법 영헙으호 증거 죠쟉해허!]자백도 받긴 했는데.
“너 혼자?”
[……!]“알아보니까 어르신들 인터뷰, 오늘 점심시간에 따온 거더라고.”
이 정도론 부족하지.
“즉, 네가 잡혀 온 뒤란 소리지.”
[그, 그헌…….]내가 한 번 마음 먹으면 뿌리까지 뽑아 버리는 편이라서.
“누가 도와줬냐?”
* * *
모호의 푸른 눈이 파도치듯 흔들린다.
불안. 공포. 망설임이 가득한 눈빛.
그래서 속삭여 줬다.
“한몫 챙겨 줬다며.”
[……!]“다 들었어.”
한몫의 불안을 더 얹을 수 있도록.
“꼬리 잘리기 전에 먼저 고백하는 게 낫지 않나?”
[!!]“저쪽이야 뭐, 이용당한 거다. 네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렇게 말하면 끝이잖아.”
푸른 눈은 풍랑이라도 만난 돛단배처럼 흔들리다 못해 뒤집힐 지경이었다.
[냐…… 냐는…….]그러더니 마침내 결심이 섰는지, 그새 피딱지가 앉아 엉망이 된 입술을 달싹거리는 찰나.
쾅-
쇠창살이 열리며 새된 고함이 날아왔다.
[이게 뭐 하는 짓거리야?!] [가, 감챨관님……!]모호도, 나도 기다리던 인물.
더러운 지원군이.
[이은호! 미쳤냐?!]【‘조사국 브레인’이 참 빨리도 등장한다며 혀를 찹니다.】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맞을 땐 가만있더니 인제 와서 말리냐고 소리칩니다.】
【다수의 참관자가 불합리한 상황에 분노합니다!】
모호는 실낱같은 안도감에.
참관자들은 분노에 휩싸였다.
[이런 범죄자 새끼들은 처맞아야 돼. 옛날 같았으면 뼈도 못 추렸어!]그들을 배경으로 영웅처럼 나타난 감찰관은 허리춤에 차고 있던 곤봉을 치켜들고는.
쌔액-
내려친다.
엄청난 속도. 힘. 허공을 찢으며 날아와 바람을 만들어 낼 정도의 기세로.
[나 때는…….]“가속.”
[마아아아아아아아아아알…….]그럼…….
“채널 종료.”
곤봉이 어깨를 부술 듯 내려치기 직전.
보여 줄 건 다 보여 줬으니까.
20초.
‘눈’이 사라지는 걸 확인하고.
18초.
재빨리 곤봉을 뺏는다.
혹여라도 시간의 흐름에 적응하기 전에.
15초.
뺏은 새카만 곤봉을 바투 쥐고, 등 뒤로 돌아간다.
그리고 친다.
놈이 노렸던 오른쪽 어깨.
정확히 똑같은 부위를.
10초.
약간의 살집 아래로 콰드득- 견갑골이 부서지는 소리가 난다.
마지막으로 5초.
몸을 비틀어 장골까지 깨부숴 주면.
‘다됐…… 아.’
3초 남았네.
그럼 보너스로 멀뚱히 서 있는 모호까지 한 대 더 때려 주면.
째깍-
시간 끝.
[……이야! 너 같은……?! 끄아아아아악!] [아악! 아흐다고오오오오!]어두컴컴한 유치장 안, 흡사 짐승의 그것과도 같은 절규가 울려 퍼진다.
[끄어어어어어억……!]이걸로 사적 제재는 사적 제재대로.
《레이라》청탁 증거 찾았어요.
《레이라》녹화본 보낼게요.
작품은 작품대로 완성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정의 구현뿐인데.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곤 하는데, 제 생각은 다릅니다.”
[지금 무슨…….]“법으로도 치고, 주먹으로도 치면 되잖습니까. 왜 굳이 하나만 골라야 하죠?”
[……!]휘둥그레진 감찰관에게 다가서며 말했다.
“제보 건 사적 개입, 증거 조작, 뇌물 수수 및 부정 청탁, 무영장 불법 감찰, 무혐의 민간인 불법 억류에 특수 폭행까지. 뭐, 증거는 확실하고.”
많기도 해라.
“이건 실무자급이랑 논의할 수준이 아니네요.”
그러니까.
“감찰처장님과 얘기 나누겠습니다.”
[가…… 갑자기 처장님은 왜…… 아니, 그보다 네가 그걸 어떻게!]“글쎄.”
내 시선을 따라 녀석의 눈빛이 바닥을 기며 울부짖는 모호에게로 향한다.
그러자.
[이 씹새가…… 뭐라고 했어? 뭐라고 했냐고!] [뭐, 뭐햐는 거햐! 내가 뭘 어했다고!]저들끼리 엉겨 붙는 멍청한 놈들.
[혼자 뒤지지 그걸 그새 다 불어?!] [아, 아니라호! 아니야!]고작 이 정도 유대감이었나.
뭐, 하긴 끈 떨어진 뒤웅박의 마지막 부탁쯤이었을 테니 대단한 것도 없었을지도.
어쨌든.
쾅! 쾅! 쾅-!
마침 와 줬네.
[이은호! 괜찮나?!] [얘긴 들었다. 그러게 우리 과로 오라니까, 이게 무슨 꼴이야?]“아, 과장님도 오셨습니까.”
……그것도 팀원을 죄다 이끌고.
극이 있는 3과가 이곳 4과와 앙숙이라더니, 그 탓에 더 힘을 쓴 건가.
‘뭐, 나야 좋지만.’
그럼, 선수들은 다 모였고.
“이번 건은 좀 큰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예. 팀장 대 팀장으로서요.”
[이 자식, 또라이인 줄은 알았다만…… 그래! 안 괜찮으면 여기까지 왔겠나?]동의도 다 받았으니까.
“좋네요. 우선 여기 정리부터 부탁드립니다.”
[알겠네. 자네…… 아니, 이 팀장은?]“전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요.”
판을 좀 키워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