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80
Chapter 18. 보물(5)
콰과광!
흙벽 너머로 넘어간 화약들이 터졌다.
곧이어 아까부터 연보라 내놓으라며 소리치던 남자가 비명을 내질렀고.
“으아아악! X발, 뭐야!!”
“어, 어?! 어떻게 된 거예요, 지금?!”
“X발! 나와! 나오라고!”
연주를 멈춘 연보라가 화들짝 놀라 쳐다보는 동안, 화약들은 아무도 없는 허공을 계속해서 터뜨려 댔다.
하지만, 내가 이쪽을 막아 내는 사이.
쿠과과광! 콰앙-!
반대쪽에서 날아온 포탄이 건너편 건물을 직격으로 강타해 버렸고.
“꺄아아아아악! 보라야, 살려 줘!”
“언니!!”
화르륵!
불이 붙어 버렸다.
불 난 곳에 포탄이 또 떨어져 연달아 터졌다.
터지고, 불이 붙고, 또 터지고, 불이 세졌다.
삽시간에 캠퍼스 전체로 번져 가는 불길.
“살려 줘!!”
“꺄아아아아악!”
불길이 기세를 더해 갈수록 비명 소리가 높아졌다.
그럴수록 연보라는 사시나무 떨듯 떨어 댔고.
“보, 보라야! 방어막을……!”
그놈의 연보라. 그놈의 방어막.
쇼크가 온 것처럼 바들바들 떨던 연보라가 손가락을 움직인다.
그리고 제 생명을 깎아 먹는 악마의 현(絃)에 손끝을 갖다 댔을 때.
파앗-!
흘러나오는 선율에서 화끈한 열기를 거두는 서늘한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귓속이 아닌 피부로 스며드는 음율과 기분 좋은 냉기.
하지만.
“보관.”
이건 임시방편일 뿐.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그보단 차라리.
“벽을 세워!”
“네, 네?!”
“불붙은 건물들만 버리면 돼! 지금 가두면 더 이상 번지지 않을 거야!”
모두 무시한 채 연보라의 어깨를 붙잡고 외쳤다.
그러자 불만과 불안을 가득 담은 웅성거림이 사람들 사이로 일파만파 퍼졌다.
“빨리!”
다시 한번 말하자, 마음을 다잡은 듯 손바닥을 움직이는 연보라.
“소조(塑造)!”
연보라가 양손을 갈퀴 모양으로 만들어 움직였다.
흙을 긁어모으는 거다.
그러자 손 모양 그대로 뭉쳐서 움직이는 흙더미.
스르르르륵!
이번엔 손바닥을 곧게 펼치더니 밀었다.
보이지 않는 벽을 밀어내듯 꼼꼼하고 끈질기게.
그러자 지저분하게 뭉쳐 있던 흙더미가 점점 밀리더니 쌓여 갔다.
불붙은 건물 하나를 통째로 가둬 버리며.
하지만.
“흙이 부족해!”
“역시 방어막을 펼쳐야 돼!”
“보라야! 할 만큼 했어, 그니까 이제 연주를…….”
십수 명의 조언이 연보라에게 쏟아졌다.
아니, 조언을 가장한 강요라 말해야 할까.
제 목숨 아니라고 교묘하게 희생을 강요하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니 어처구니가 없다.
다 같이 살지만 불안한 길을 버리고, 한 명이 확실히 죽더라도 안전한 길을 택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하아.
답답하네.
“흙 말고 다른 건 안 돼? 아스팔트나 건물 잔해 같은 거!”
“아……!”
답답한 마음에 소리쳤다.
그러자 친구들의 닦달에 지친 얼굴로 마른세수를 하던 연보라가 다시 눈을 빛낸다.
“……해 볼게요!”
연보라가 잠시 인상을 쓰더니, 이번엔 아스팔트 위에 대고 똑같이 갈퀴 모양을 했다.
소조(塑造).
진흙 따위의 재료를 다듬어 조각을 만들어 내는 행위.
전공자라면 당연히 알았을 텐데.
흙만 다루진 않았을 테니.
하지만.
‘찬찬히 고민할 여유가 없었겠지.’
시시각각 닥쳐오는 미션.
사람을 죽게 만들었다는 압박감.
튕기기만 하면 나타나는 무적의 방패와 닦달하는 친구들까지.
콰득! 스르르르륵-!
연보라의 손에서 아스팔트 벽이 만들어졌다.
시꺼먼 알갱이들이 꾸덕하게 뭉쳐, 마침내 직각으로 섰다.
스킬의 영향으로 전보다 더 단단하게.
“다들 이쪽으로!”
흙에 아스팔트까지 더해 만들어 낸 벽에 의해 불붙은 건물은 사방이 막혀 버렸다.
포탄이 떨어졌는지 더 이상 공격이 이어지지도 않았고.
하지만, 남은 문제는.
“끈질긴 년……!”
흥분한 남자가 작은 폭탄을 몇 개나 갖다 박은 탓에 약해진 벽이 무너지고 말았다는 것.
콰드득-!
검은색에 가까운 흙벽 사이사이로 금이 가 갈라졌다.
스킬의 영향인지, 꽤 단단한 벽이었는데…….
쿠구구구구궁!
와르르 무너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연보라 어디 있어?!”
무너진 벽 너머에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포탄을 날려 대고 화약을 자유자재로 쓰기에 위험인물이라 생각했는데.
“……공대생?”
체크무늬 셔츠에 뿔테 안경.
등에 멘 백팩까지 더해, 대학가에 흔히 보이는 평범한 남학생이었다.
“……화약은 도대체 어디서 난 거야?”
“옆 학교 공대 대학원생이라고 했어요. 직접 만들고 개조했다고…….”
“재주는 좋네.”
빈말은 아니었다.
차림새 탓에 언뜻 유약해 보였지만, 백팩 가득 꽂혀 있는 폭약이 말해 주고 있었다.
보통이 아니라고.
게다가 놈의 뒤에 있는 저 커다란 건…….
“대포도 만든 거였어?”
“X발, 넌 또 뭐야! 만들지 그럼 샀겠냐?!”
지금껏 벽 너머로 날린 게 저 무기였던 모양이다.
공성 추인지, 바주카포인지 모를 대형 화기에 대포까지.
투박한 원기둥 형태의 몸체에, 불씨를 붙인 포탄을 넣었다.
“아주 사이즈별로 다양하게 만들었네.”
펑-!
위력이나 정확도는 조금 떨어져 보이지만, 그래도 수준이 상당하다.
무기 제조나 개조 따위의 능력이라도 개방시킨 건가.
어느 쪽이건 평범한 대학생이었다면야 세상 위협적이었겠지만…….
난 좀 다르거든.
[대상자 ‘이은호.’ 상태 이상 과로(過勞)가 해소되었습니다!] [남아 있던 미열이 사라집니다.] [근육통이 씻은 듯 사라집니다.] [움직임에 제약이 사라집니다.] [체력, 근력, 민첩 스탯이 완전히 회복되었습니다.]핸디캡도 털어 냈고.
“이 악마! 살인자!”
“꺄아아아악!”
“너 때문에 몇 명이 죽었는지 알아? 네 친구들도 다 죽여 버릴 거야! 소환!”
타닥!
얼마나 흥분 상태인지 흰자위가 까뒤집혀서는 주변을 살필 틈도 없어 보인다.
그래서, 내 앞을 지나가길 기다렸다가.
스걱-!
창대를 잘라 버렸다.
그러자 화를 못 이기고 ‘으악!’ 하며 괴성을 지르는 놈.
“너, 넌 뭐야! 처음 보는 놈인데…… 관련 없으면 꺼져!”
“음…… 나도 딱히 끼어들고 싶진 않은데, 좀 이상해서.”
“뭐가 이상하단 거야?!”
당황한 얼굴로 ‘X발!’하며 소리친 남자가 허리춤에서 칼을 꺼내 들었다.
이 또한 손수 만든 대포만큼이나 익숙한 손길.
그래서.
“누가 죽인 건데, 그 친구들?”
“그야 이 년이 우릴 가두는 바람에……!”
“그러니까.”
서둘러, 하지만 담담하게 물었다.
“숨통을 끊은 게 누구냐고.”
네 친구들을 죽인 게 누구냐고.
“그건…… 몽마가…….”
“몽마가 공격할 때, 넌 뭘 했지?”
진짜 죽인 범인이 누구냐고.
“재주가 많던데. 반격은 안 했나?”
“…….”
“네 손으로 죽인 사람, 몇 명이야?”
연보라에 대한 과도한 증오가, 실은 제 손에 묻힌 친구들의 피에서 비롯된 죄책감이 아니냐고.
그래서 누구든 좋으니 대신 탓하고 싶었던 게 아니냐고.
“X발…… 네가 뭘 알아……?!”
단검을 든 남자의 손이 부들부들 떨린다.
저 검이 조금만 깊게 스쳐도 죽는다. 연보라는.
“괴로운 건 알겠는데. 남 탓하는 건 너무 역하잖아.”
“그러는 너는! 너도 죽이고 살아남은 거 아냐?!”
“죽였지. 몽마를.”
머리만 부딪혀도 10%가 깎여나가는 여자니까.
검에 맞으면 곧장 사망하겠지.
“그……그럴 리 없어!”
그리고 공대생이 기함을 치며 눈을 까뒤집었다.
“다 이 살인자 때문이야! 전부 다……!”
그리고 눈이 뒤집힌 남자가 다시금 달려들어 연보라의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그 순간.
“친구들의 복…….”
“가속!”
“수우우우우우우우…….”
멈춘 것처럼 느릿하게 움직이는 남자의 손목을 잡아챘다.
30초.
손목을 비틀어 검을 빼냈다.
남자를 죽일 생각이었다면 곧장 목에 꽂아 버렸겠지만.
20초.
깡!
단검을 발치에 버렸다.
이건 어디까지나 두 사람의 은원(恩怨).
내가 이 이상 개입할 이유는 없다.
지금 나선 것도 어디까지나 내뱉은 말이 있어서 움직인 거니까.
“싸울 때 도움 될 텐데.”
그래서…….
남은 10초의 시간 동안 연보라를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마침내 돌아간 시축.
“어, 어? X발! 뭐야!”
“어어?!”
남자와 연보라가 동시에 소리를 질렀다.
순간이동이라도 했나 착각했을 거다.
그 정도의 속도였으니까.
그러니까, 놀란 김에 싸움도 그만해 주길 바랐는데.
“X발…… 방금 능력 썼지?”
이미 눈이 뒤집힌 놈의 뇌는 분노로 가득 차, 놀라움 따위는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었던 모양.
“됐어, X발! 다 같이 뒤져어어어어어!”
다 필요 없다는 듯 체크무늬 셔츠를 잡아 뜯더니.
“설마……!”
불붙인 라이터를 가져다 댔다.
품속에 빼곡히 매달아 둔 폭약에.
치익!
아까 본 화약의 폭발력과 지금껏 겪었던 폭탄의 위력을 비교하자면.
‘뼈 폭탄보다 조금 약한 정도.’
우선 ‘문’을 소환해 막아 내자.
혹시 이어질 충격은 비늘 갑옷으로 막고.
그걸로도 부족할 수 있으니 미리 사 둔 방패까지 소환하자.
……그리 생각하고 입을 떼려는 순간.
“소조!”
흙더미가 남자를 덮쳤다.
콰아아아앙-!
* * *
폭발은 수습됐지만, 성벽은 아수라장이 됐다.
연보라를 제외한 이들은 이제 어떡하냐며 패닉에 빠졌지만, 사실 그리 아쉬운 일은 아니었다.
언제까지고 학교 안에만 숨어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이제 입사 시험도 끝났고.’
─ 지직!
[…… 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지지직!
[‘서울’ 구역 입사 시험이 모두 종료되었습니다.] [내일 오전 9시 정각에 신입사원 연수를 위한 신체검사가 진행될 예정이오니, 준비해 주시길 바랍니다.]“신체검사……?”
“뭘 검사한다는 거야?”
연보라의 친구들이 한데 모여 웅성거렸다.
‘신체검사라.’
입사 시험을 통과했으니, 사람들의 상태를 파악이라도 하겠다는 걸까.
아니면 몸을 ‘검사’해 일정 기준을 통과하지 못하면 탈락이라도 시키려는 속셈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준비는 할 수 있지.’
그래서 소란스런 틈을 타 속삭였다.
“미션 보상.”
아직 남아 있는 카드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미션에서 받은 2배의 보상.
그걸 하늘을 깨트리기 위해 체력과 근력에 각각 5포인트, 가속에 2포인트 사용했다.
그러고도 남은 게.
[대상자 ‘이은호.’ 남은 보상을 확인합니다.] [확인 가능한 보상이 총 2개 있습니다.] [복지 포인트 1만 점, 우수 대상자를 위한 교육 이수 포인트 2점이 지급되었습니다.]복지 포인트 1만 점과 교육 이수 포인트 2점이었다.
교육 이수 포인트.
S가 아닌 S+를 받아 1점, 거기다 2배 이벤트 덕에 1점을 더 받은 거겠지.
잘됐다.
신체검사가 어떤 형태일지는 모르겠지만, 준비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특히 교육원 안에서라면.
[이수 과목을 선택하세요!] [최저 직급 조건에 의해 수강 가능한 과목이 제한됩니다.]그리고 직급이 올랐으니 수강 가능한 과목도 늘어났을 거고.
그렇게 머리를 한껏 굴리는 동안, 슬금슬금 모여든 사람들은 연보라를 다시 보채기 시작했다.
“보라야! 괜찮아?!”
“근데…… 저…… 악기는 어디 갔어?”
“혹시 저 사람이 가져간 건 아니지?”
아차.
저들이 찾는 비파는 연보라가 아닌 내 인벤토리에 들어가 있는데.
이걸 굳이 돌려줘야 하나 싶어 고민하고 있자니.
“부서졌어.”
연보라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음?’
부서지다니.
착각이라도 한 건가 싶었지만 그렇진 않았다.
몰래 고개를 돌리더니 한쪽 눈까지 찡긋하는 걸로 보아.
“진짜야?”
“뭐어? 그걸 부쉈다고?!”
예상대로 연보라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기겁했다.
마른 남자는 가타부타 말없이 고개만 숙였고.
그러자 연보라가 씁쓸한 웃음을 띠고 말을 이었다.
“미안, 이제 연주는 못 할 거 같아.”
“그, 그럼 우린……!”
“괜찮아, 이제 나 노리는 사람도 없을 거야.”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쳐들어오면 어떡해? 아까 그놈 친구들이 또 복수하러 올 수도 있고…… 그럼 우린 방어막도 없이 싸워야 하잖아!”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친구랍시고 아무것도 안 하고 뒤에만 숨어 있었던 주제에 말이 많다.
그렇게 걱정되면 직접 무기 들고 싸우라고 하고 싶었는데.
“난 할 만큼 한 거 같아.”
“어…?”
“알아서 하자, 이제.”
연보라는 그 말을 끝으로 뒤돌았다.
“아저씨는 가요. 우리랑 상관없잖아요.”
그러고는 날 내보냈다.
비파를 갖고 있음을 알면서도, 일언반구 꺼내지 않고.
그래서.
“나가는 길 좀 알려 주라.”
데리고 나왔다.
가만두면 울 것 같아서.
그러자 고개를 푹 숙인 채 따라오는 연보라와 머뭇거리는 몇몇.
“여, 연보라!”
아까부터 연보라를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던 키 큰 남자가 용기 내 입을 뗐다.
“갈게. 보내 줘.”
“…….”
연보라의 한 마디에 곧장 다시 닫았지만.
나한테는 잘도 쏘아 대더니 제 친구에게는 이름 부르는 것도, 가지 말라 한마디 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모양이다.
상황이 상황이어서겠지.
어쨌든.
저벅. 저벅. 저벅.
그렇게 빼낸 옆 동네 핵심 전력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같이 갈래?”
우리 무리에는 지은 씨도 있고, 솔아나 여진이와도 나이 차이가 그리 나지 않을 테니까.
게다가 연보라의 스킬이 우리 쪽에도 유용하겠다 싶어 물은 건데…….
“……아뇨, 괜찮아요.”
역시 수상해 보였으려나.
그럴 수 있다 싶어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이자, 연보라가 황급히 손사래를 치더니 덧붙였다.
“그, 저도 가고 싶은데…… 괜히 따라다니면서 폐 끼치긴 싫어요. 알잖아요, 저 툭 치면 죽는 거.”
“그럼 혼자 다니게?”
“당분간은요. 위험할지도 모르겠지만…….”
이해는 간다.
제 행동에 책임지려는 마음 하나로 목숨을 깎아 먹기까지 했던 녀석이니,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폐를 끼칠 순 없겠지.
그래서.
“그래, 그럼.”
“으…… 몸이 쫌만 멀쩡했어도…….”
분한지 발을 구르며 앞머리를 헝클어뜨리는 연보라를 보며 아까부터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연보라 너, 흙 다루는 스킬 레벨이 몇이야?”
“소조요? 저 지금…… 13인가 그래요. 왜요?”
역시.
레벨이 꽤 높네.
지금까지 받은 보상을 모두 쏟아부었을 거다.
그래서 몰랐겠지.
“앞으론 체력 스탯을 올려.”
“네?”
“깎아 먹은 만큼 다 채우려면 꽤 걸리겠지만…… 가능은 할 거야.”
“!!”
체력 스탯을 올리면 최대 체력이 오른다는 사실을.
“게임 한 번도 안 해 봤어?”
“어…… 퍼즐 맞추는 건 해 봤는데…… 그런 건 몰랐어요!”
연보라가 가던 길을 멈추고 서서는 눈을 깜빡거렸다.
핏기없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아닌 척해도 죽기는 싫었던 모양이다.
당연하겠지만.
“앞으론 친구 가려서 사귀고.”
“푸하- 알았어요!”
그 후로 연보라는 말이 없었다.
홍인대 정문을 지나 큰길을 거진 빠져나가고도 한참 동안.
뭐라 말을 하려는 듯 입을 뗐다가, 앞머리만 만지작거리며 쭈뼛대기만 했다.
마침내 안전한 곳까지 왔다 판단한 내가 그만 가라고 돌려보낼 때까지.
“갈게요! 아저씨! 그럼 몸조심해요!”
몸조심해야 할 사람은 자기면서.
몇 걸음 가지도 않고 열심히도 인사하는 연보라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입을 뗐다.
“교육원 이동.”
그러자 곧바로 안내 방송이 흘러나왔다.
[입사 시험 우수자를 위한 특별 강의가 준비되었습니다.] [교육 이수 포인트를 소비해 다양한 강의를 수강할 수 있습니다.] [동의하시겠습니까?]“네.”
─ 파앗!
짧은 대답이 끝나자마자 눈앞에 나타난 철문.
건물도, 지지대도 없이 홀연히 나타난 문이었으나 놀라움보단 기대가 컸다.
전보다 다양한 수업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
그리고.
“저…… 잠깐만요!”
달칵!
문고리를 열고 발을 내디디려는 찰나, 연보라가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다음에 다시 만나면……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다음이라.
그 ‘다음’이 그리 먼 훗날은 아닐 텐데.
교육원의 시간은 이곳과 다르게 흘러가니까.
“마음대로 해.”
혹시라도 금방 다시 만나면 민망해할 게 뻔했지만, 눈치 없이 괜한 말을 더하진 않았다.
“진짜죠?! 약속했어요!”
깜빡!
스러져 가는 시야 속.
기뻐하는 연보라의 얼굴이 먹구름 사이로 빼꼼 내민 태양처럼 해맑아서.
[대상자 ‘이은호.’ 교육원으로 이동합니다!] [충격에 대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