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to survive restructuring RAW novel - Chapter 87
Chapter 20. 신체검사(1)
AM 08:00.
밤섬의 아침이 밝았다.
평소보다는 조금 이른 시각이지만, 나를 포함한 열한 명은 이미 채비를 끝마친 뒤.
“율이, 잘 잤어?”
“하암- 졸려…….”
느지막하게 일어난 율이가 자그마한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어젯밤 발견한 약초를 캐고, 그걸 또 달이느라 잠자리가 늦었던 탓이다.
컨디션 유지가 중요함에도 굳이 무리했던 이유는.
“윽! 너무 써요!”
“몸에 좋은 거여. 쭉 들이켜. 쭉-!”
갑작스런 몸보신을 하기 위해.
“썅, 맛대가리 드럽게 없네. 이거 완전 사약 아냐?”
“먹기 싫으면 주세요.”
“아니, 싫다는 건 아니고!”
혼자 투덜거리는 욕쟁이에게 한마디 던지자, 녀석이 손에 쥔 사발을 쭉 들이켜더니 한 번에 털어 버렸다.
그 모습을 보며 내 몫의 약을 들이켜자.
— 띠링!
[‘달인 천근발 뿌리’를 흡수합니다!] [근육이 튼튼해집니다.] [근력 스탯(+1)] [근력 20 → 21]근력 스탯이 올랐다.
복부며 허벅지에 미세하게 힘이 들어가는 느낌.
‘진짜 올랐어!’
긴가민가했었는데, 엄청나네.
그야말로 길 가다 땅바닥에서 산삼을 발견한 거나 다름없다.
그래서.
“한 잔 더 부탁드립니다.”
“그려, 그려! 쭉 마셔!”
[‘달인 천근발 뿌리’를 흡수합니다!]“한 잔 더요.”
[‘달인 천근발 뿌리’를 흡수합니다!]“더!”
[‘달인 천근발 뿌리’를 흡수합니다!] [근육이 튼튼해집니다.] [근력 스탯(+1)] [근력 21 → 22]어깨부터 등을 거쳐 엉덩이까지 이어진 근육들이 힘을 줘 당긴 채찍처럼 팽팽해졌다.
코어 근육이 저들끼리 엉겨 붙어 단단해지는 느낌이랄까.
그렇게 두 개의 스탯이 오른 뒤부터는.
“한 ㅈ…….”
“마셔, 마셔!”
[최대 흡수량을 초과하였습니다.] [더 이상 ‘달인 천근발 뿌리’의 효과가 발현되지 않습니다.]보약의 효능이 다했다.
“이제 안 오르네요.”
“저도요. 무한정 올라가진 않나 봐요.”
“아쉽습니다, 누님! 이걸로 근력 100까지 올리려고 했는데 말입니다.”
“배, 백? 재혁이 너, 너무 날로 먹으려고 한 거 아냐?”
스탯 2개.
그게 약초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의 상한선인 모양이다.
하지만.
“더 있어.”
“예?”
“세 종류거든. 약초.”
“여기 터가 좋더라고.”
쪼르륵!
주섬주섬 바삐 움직이던 아주머니가 내놓은,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 달인 물.
“청년! 이거 한 잔 더 혀. 얼른!”
“고맙습니다.”
“옳지, 잘 먹는다!”
사양하지 않고 들이켰다.
그러자 떠오르는 반가운 메시지.
[‘달인 천리광 뿌리’를 흡수합니다!] [시야가 밝아집니다.]“어때? 눈이 번쩍 뜨이지 않어?”
아주머니의 말대로다.
고개를 들자 이름 모를 나무의 이파리가 눈에 들어온다.
전에 없이 선명하게.
“확실히…… 그러네요.”
잎사귀의 테두리며 무늬가 또렷하게 다가오는 느낌이랄까.
화질이 개선된 영상처럼.
“더 줘?”
“부탁드립니다.”
[‘달인 천리광 뿌리’를 흡수합니다!] [감염질환에 대한 면역력이 소폭 증가합니다.]그렇게 약초 달인 물을 속에 차곡차곡 쌓았다.
더 이상 받아들일 수 없을 때까지.
[최대 흡수량을 초과하였습니다.] [더 이상 ‘달인 천리광 뿌리’의 효과가 발현되지 않습니다.]“이건 말불 달인 물인디, 넣어 둬. 지혈에 좋아.”
게다가 빈 생수병에 담은 잿빛이 도는 물까지 받았다.
다쳤을 때 체력 회복 속도를 높여 준다나.
“그리고 이게 젤 좋은 건디…….”
마지막으로 건넨 건 옅은 갈색빛이 도는 맑은 물.
▣ 달인 산삼 뿌리
– 고농축 에너지 장막에 의해 자라난 어린 산삼의 뿌리.
흡수할 경우 대상의 체력을 영구적으로 증가시킨다.
단, 장막에 노출된 시간이 짧아 효과는 미미하다.
체력을 증가시켜 주다니.
교육원에서 수업까지 들었을 만큼,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보약이다.
잘됐다 싶어 곧장 들이마셨다.
쭈욱.
[‘달인 산삼 뿌리’를 흡수합니다!] [체력 스탯(+1)] [체력 28 → 29]쌉싸름한 맛과 뜨끈한 목 넘김이 나쁘지 않다.
스탯까지 준다고 생각하니 달콤하게까지 느껴질 정도.
그래서 한 그릇을 더 받아 벌컥 들이켰는데.
[기초 체력이 충분히 높습니다.] [체력 증가 효과가 미미합니다.]“음?”
“왜 그러남?”
“기초 체력이 충분히 높다네요.”
체력 증가 효과가 미미하다더니, 이 정도가 한계인 모양.
“와! 체력 올랐어요. 진짜 신기하다!”
“계속 마실 수 있는데, 무한정 오르진 않네요.”
“저도 두 개 오르고 끝이에요.”
다른 사람들도 양은 충분한 것 같고.
많이 남았는데, 아깝네.
‘일단 챙겨 둘까.’
어쨌든.
“덕분에 많이 얻었네요. 감사합니다.”
“에이, 감사는 무슨! 아녀, 아녀!”
어르신들을 구하러 온 밤섬.
단순히 어르신들을 구하고 일행들의 전투 경험을 쌓아야겠다 싶어 찾은 건데.
생각지도 못한 이득을 봤다.
대왕 바퀴를 잡고 얻은 적응력에 약초까지.
그래서 아주머니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지만,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는 아주머니.
“청년 덕분에 목숨 구한 게 벌써 몇 번인디. 이 정도 갖곤 택도 없어!”
“아닙니다. 감사할 건 감사해야죠.”
“맞아요! 고맙습니다!”
그렇게 이른 아침부터 훈훈한 광경을 연출하고 있자니.
[…… 립니다.]또다시 오늘의 시작을 알리는 방송이 흘러나왔다.
‘진짜’ 오늘의 시작.
“방송 나와요!”
[‘서울’ 지역 생존자분들께 안내 말씀드립니다.] [잠시 후 9시부터 ‘신체검사’ 프로젝트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모든 대상자분들은 ‘검사장’으로 이동해 주시길 바랍니다.]“검사장이 어디지?”
“멀리 잡히면 안 되는데…….”
“괜찮습니다. 아직 8시 반이에요. 시간은 충분할 겁니다.”
[검사장이 생성되었습니다!]파앗-!
서울의 남과 북을 가른 강.
그 한가운데 있는 우리를 중심으로 한 지도가 나타났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그린 듯 둥근, 누가 봐도 이질적인 원형 공간이 그려져 있는 지도가.
“이 동그란 곳이 검사장이라는 거죠?”
“그런가 봐. 얘만 초록색이니까.”
그나저나.
“근데…… 우리 근처인데요?”
지도상의 검사장은 우리가 서 있는 밤섬에서 그리 멀지 않다.
하지만.
“없는데?”
눈에 보이는 건 익숙한 서울의 스카이라인과 시간이 멈춘 강변북로뿐.
지도 속에만 존재하는 원형 구조물을 찾아 두리번거리고 있자니.
“웬 그늘이…….”
그늘이 드리워졌다.
머리 위에.
[‘하늘섬’으로 이동하세요!]“!!”
하늘에 섬이 나타났다.
* * *
“X발, 우주선이야 뭐야?!”
하늘섬은 고요했다.
말을 잃은 모두의 머리 위를 유영하듯 그저 떠 있을 뿐.
대신 모습을 드러낸 건.
익숙한 듯 익숙지 않은 하늘의 갈라짐이었다.
— 띠링! 띠링! 띠링…….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합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합니다.】
【새로운 참관자가 입장합니다.】
……
연달아 들려오는 종소리와 메시지가 귓속을 파고든다.
【‘관리국 까마귀’가 친우를 향해 손을 흔듭니다.】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드디어 열렸다고 반가워합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벌써 신체검사냐며 놀랍니다.】
“오랜만이네.”
이 소란스러운 반응도 오랜만이다 싶다.
추가 미션에 정신을 잃고, 거기다 교육원까지 다녀왔던 탓일까.
“지은…….”
그 와중에도 저기까지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지은 씨의 도움을 받아야겠다 생각하며 입을 떼자니.
파앗-!
모습을 드러낸 새로운 길.
“……계단?”
“올라가시죠.”
하늘섬까지 이어진 좁은 계단이 모두의 앞에 나타났다.
새하얀 대리석 재질의, 한 명은 충분하고 두 명은 빠듯할 만큼 좁은 폭.
발을 헛디뎠다간 한강이건 서울 바닥이건 고꾸라지고 말 험난한 계단이.
[9시 정각까지 도착하지 않은 인원은 입사 거부로 판단하고 ‘삭제’ 되오니 주의하세요!]하지만 계단이 얼마나 길건, 위험하건, 우리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율아, 아빠한테 업혀.”
그저 어린 딸을 둘러업고 걷는 것 외에는.
【‘관리국 까마귀’가 줄지어 기다리는 골렘들을 보고 투지를 불태웁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여기도 꽤 봐줄 만한 풍경은 있다며 팔짱을 낍니다.】
터벅. 터벅. 터벅.
서울 전역에 생성된 하늘섬은 총 두 개.
그로부터 이어진 순백색의 계단들이 거미줄처럼 뻗어 나갔다.
‘잘 보이네.’
약초의 영향일까.
분명 몇 킬로나 떨어진 곳에 나타난 좁디좁은 계단임에도, 머리 위에 있는 나뭇잎 무늬처럼 선명히 보인다.
“강남이랑 강북으로 나눴나 봐요.”
“우린 강북인 거죠?”
“여의도에도 사람들이 남아 있었네요.”
한강 중앙에 있는 밤섬은 강북으로, 옆에 붙어 있는 여의도는 강남으로 구분한 모양.
【‘관리국 뱃사공’이 강은 또 언제 건너간 건지 궁금해합니다.】
“동생은…….”
“강남이에요.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고속터미널이라고 했거든요.”
마지막으로 연락했을 때.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그럼 지금은?’ 하며 불안감 섞인 궁금증을 내어놓았을 얘기지만, 지은 씨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았다.
느낀 거겠지.
동생이 아직 무사하다는 걸.
“곧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네, 그렇게 생각하려구요!”
따가운 아침 햇살 탓에 올려다보기도 힘든 하늘을 살피던 지은 씨가 물었다.
“몇 명이나 될까요?”
주어도, 목적어도 없는 물음이었으나 아무도 되묻지 않았다.
생존자들.
수많은 미션을 뚫고 지금껏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이들.
곧 만나게 될, 적인지 아군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
【‘관리국 뱃사공’이 너무 많이 살았다며 혀를 찹니다.】
【‘조사국 프린스’가 13지구 평균을 훌쩍 넘을 거라고 단언합니다.】
【‘관리국 까마귀’가 이제 모두 부하로 삼으면 된다며 주먹을 불끈 쥡니다!】
“오백 명은 될 것 같습니다. 강북만 해도.”
“너무 적네요. 강북에 적어도 오백만 명은 있었을 텐데…….”
“……많이 줄었으니까요.”
서로의 자리에서 누군가를 밀어내고 올라왔을 사람들.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텐데…….”
가볍게 덧붙인 지은 씨의 첨언에 입을 닫았다.
처음에는 원래 알던 사람이라고 꼭 아군이 되리란 보장이 없다는 생각에.
그리고 다음 순간엔, 나와 지은 씨의 세상은 달랐을지도 모른다 싶어서.
“마냥 좋지만은 않을 겁니다.”
“네? 하지만… 동료가 많으면 좋지 않을까요?”
“뭐…… 그렇죠.”
그래서 두루뭉술한 답만을 남기고 계단을 올랐다.
AM 08:45.
9시까지 남은 시간은 15분.
“조금 서두르죠.”
“네!”
“알겠어요!”
경로가 같았던 덕에 나란히 걷다시피 하는 일행들에게 일러둔 뒤,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즈음 등장한 낯선 사람들.
“……나 봐. 어디서 온 거지?”
“한강 쪽에서 올라오던데?”
낯선 얼굴이다.
하늘섬이 머리 위로, 가까이 다가올수록 낯선 얼굴들은 늘어만 갔다.
그리고 마침내, 하늘섬 지상까지 백 미터도 채 남지 않았을 무렵.
“이은호?”
어디선가 내 이름이 들렸다.
“맞지? 맞네!”
오랜 계약직 생활로 깊진 않지만, 대신 스쳐 지나간 인맥은 수도 없다.
그럼에도 얼굴을 보자마자 끄덕여지는 고개.
“아아.”
딱히 인상 깊은 관계여서는 아니었다.
“이 새끼, 바로 알아보네? 다 잊었을 줄 알았더니.”
그동안 잊고 산 것도 맞다.
자의든, 타의든.
그저 얼마 전에 다시 봐서 기억난 거지.
“이게 얼마 만이야? 고3 때 이후로 처음인가?”
‘기억’ 속에서.
“몸 안 풀고 뭐 하냐?”
“기록 잘 나오면, 몸도 안 풀어도 된다 이거냐?”
“재수 없는 새끼.”
‘기억’ 속에 있던 그놈이다.
보자마자 시비를 걸어 대던 옆 학교 놈들 중 하나.
【‘관리국 까마귀’가 저놈은 왜 또 나타났냐고 묻습니다.】
“어, 뭐.”
“근데 말이야.”
친선전이고 체전이고 간에 늘 내게 밀렸었는데.
체대에 진학한 뒤로는 성적을 잘 냈다고 들었다.
덕분에 아시안 게임까지 나갔고.
“다리 병신 됐다더니, 멀쩡하네? 어떻게 된 거냐?”
……내가 사고로 밑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동안.
【‘대외협력국 신입사원’이 다리가 어쨌다는 말인지 묻습니다.】
【‘감사국 야근요정’이 자기가 뭘 놓친 거냐고 의아해합니다.】
【‘관리국 까마귀’가 역시 입이 방정인 자라며 혀를 찹니다.】
【이번엔 손목이 아니라 목부터 꺾어 버리는 게 좋겠다며 조언합니다.】
‘태릉선수촌에 있다고 들었는데.’
놈의 근처에 있는 체격 좋은 남녀 무리를 보니, 그들의 출신 구역이 짐작이 간다.
하지만.
‘박공찬보단 아래야.’
3대 1천을 넘게 치는 국대 주장보단 못 하다.
그 말인즉슨.
‘쫄 필요 없단 소리지.’
“시스템이 고쳐 준 거야? 역시 운이 좋다니…….”
“알 거 없어.”
“야- 변했다, 이은호? 말대꾸도 다 해 주고.”
전엔 내가 말대꾸를 안 했었나.
기억은 안 나지만 그랬을 것도 같다.
그때의 난 기록 말고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았고, 그래도 누구도 건드리지 못하는 독보적인 1등이었으니까.
‘그땐 철이 없었지.’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마였달까.
하지만.
“병신 됐다 살아나더니 성격이 변했나 보네?”
그렇다고 지금도 철이 든 건 아니라서.
“넌 여전하네.”
“뭐?”
“주제 파악 못 하고 날뛰는 거.”
천지 분간 못 하고 떠드는 것까지 봐줄 생각은 없다.
이제 그럴 이유도 없거니와, 걱정스런 얼굴로 쳐다보고 있는 일행들이 있으니까.
“뭐라는 거야, X발. 내가 아직도 만년 2등 학식으로 보이냐? 내가 이래 봬도 아시안 게임까지 나간…….”
“그래 보여.”
“뭐, 뭐?”
버럭 화를 내던 놈을 말을 끊고 들어갔다.
그러자 생각지 못한 반응이었는지 흠칫 놀라는 놈.
“나한테 트라우마라도 생겼나 봐? 만년 2등이라고 먼저 떠드는 걸 보면.”
“트, 트라우마라니? 병신은 네가 됐는데 내가 왜?”
자세한 건 기억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또렷했다.
‘멘탈이 약한 놈이었어.’
놈은 정신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다.
초반 스퍼트로 앞서 나가더라도, 내가 한 번만 역전하면 그다음부터는 승부를 거의 포기해 버렸기 때문.
그래서 몰아붙였다.
“흐음. 실력이 그냥 그랬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시안 게임은 그 병신 없을 때 빈집털이해서 간 건가?”
“이, 이…… X발 새끼가!”
예상했던 시점에, 예상했던 반응으로 화를 내는 놈.
“여기서 싸우면, 같이 떨어지게?”
“그건……!”
그리고 놈이 가파른 계단에서 달려들기 전에 얼른 올라가자 싶어 발걸음을 놀렸다.
탁!
맨 윗 계단에 발을 딛고.
탁!
계단과 마찬가지로 온통 흰색이지만, 좀 더 미끄러운 타일 재질의 바닥에 다른 쪽 발을 디뎠다.
섬 전체가 안전 구역의 일종인 듯, 초록색 선이 테두리처럼 둘려 있는 공간 안으로.
“X바, 네가 아직도 어릴 때…….”
“쉿.”
[대상자 ‘이은호.’ 신체검사장에 입장하였습니다!]기묘한 경기장 입구가 눈에 들어온다.
언덕이나 움푹 파인 지형이 없어서일까.
자로 잰 것처럼 평평한 바닥과 수많은 사람 때문에 되레 시야가 좁다.
‘여기서 뭘 하려는 거지?’
어떤 신체를 어떻게 검사하려는 건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가운데.
“무시하지 마! 무시하지 말라고!”
[모든 대상자가 입장을 완료하였습니다.] [검사관이 나타납니다!]그 순간, 눈높이에 퍼져 있는 구름들이 빠르게 뭉쳤다가 흩어지나 싶더니.
스슷-!
낯선 사내가 나타났다.
지저분한 백발에 퀭한 얼굴임에도, 형형한 안광을 뿜어내는 기괴한 남자가.
[아아…… 드디어……!]스멀스멀 기어 다니는 뱀처럼, 느리고 간지러운 감탄사를 내뱉으며.
[보고 싶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