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Academy’s Battle God RAW novel - Chapter (362)
제362화
단순히 인터뷰를 하러 온 기자나 학생들은 수완이 뛰어난 에이미가 상대를 도맡았지만 그 중에서 ‘거물’이라 불리는 상대와는 결국 신유성이 직접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부터 연락을 드리려고 했지만 소통구가 마땅치 않아 직접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소개는 이미 들으셨겠지만 저는…… 여기 이런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싱글싱글 웃으며 인상 좋아 보이는 여성이 신유성에게 내민 건 한 장의 명함이었다.
[브릴리언트 길드 소속] [인사팀 : 진성아]“……브릴리언트 길드?”
브릴리언트는 현역 헌터라면 반드시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로 유명 길드였지만 아직 학생인 신유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에는 수없이 많은 길드가 있죠. 해외까지 그 힘을 펼치며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손꼽히는 이름은…… 유수 신오 신성 흑산 명월 진산. 딱 이 정도겠지요.”
조심스레 소파에 앉은 진성아는 신유성을 마주 보았다. 그녀는 여유롭게 어른다운 미소로 싱긋 웃어 보였다.
신오가문에는 총 3개의 대형 길드가. 신성그룹과 유수 가문에는 총 4개의 대형 길드가 소속되어 있었다. 그런 거대 길드는 소속 되는 것만으로 여러 혜택과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브릴리언트는 그런 신성 그룹에서도 소속 길드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어찌 보면 파티원이신 김은아 아씨와 연관이 깊은 길드라고도 말할 수 있겠네요.”
진성아는 인사팀다운 노련함으로 파티원인 김은아를 언급하며 ‘한 가족’이라는 어필도 잊지 않았다.
“그렇군요. 그럼 브릴리언트의 길드원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하러 오신 겁니까?”
그러나 신유성에게 진성아의 제안은 아직 큰 메리트는 없었다. 신유성의 뒷배에는 헌터 협회와 강유찬이 있었고, 진성아의 말처럼 김은아도 있었다.
굳이 길드에 가입하지 않아도 브릴리언트가 줄 수 있는 도움과 혜택은 이미 충분히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진성아는 그런 신유성의 반응을 예상한 듯 고개를 저었다.
“아뇨. 브릴리언트는 대형 길드지만…… 신유성 학생은 전국이 주목하고 있는 헌터계의 루키. 그런 건방진 제안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곤 진성아는 포켓에서 무언가를 꺼내 신유성에게 내밀었다. 겉으로 보이기엔 투박하게 생긴 열쇠지만 신유성은 그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건…… 아티팩트?”
“맞습니다. 저희 브릴리언트의 길드마스터에게만 내려지는 상징적인 물건이죠.”
진성아는 열쇠를 잡아 마나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부실 안에는 마나로 이루어진 거대한 문이 만들어졌다.
“이 열쇠는 이처럼 브릴리언트의 아지트로 가는 길을 열 수 있습니다. 그곳엔 현 길드마스터이신 명왕 이현조 님이 이룩한 금은보화와 아티팩트가 가득하죠.”
명왕 이현조는 지금은 비록 현역에서 벗어났지만 6급에 해당하는 실력으로 제법 명성을 날린 헌터였다. 이현조가 개인적인 헌터 활동과 길드 활동으로 아지트에 쌓은 추정 가치는 천억을 넘었다.
“길드마스터님께선 신유성 학생이 자신의 다음 자리를 맡아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이 열쇠를 드리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 엄청난 재산을 자신 다음으로 자리를 맡아 주겠다 약속만 하면 기꺼이 내주겠다는 이야기였다.
“참고로…… 아지트에 담긴 아티팩트와 보물들의 추정 가치는 낮게 잡아도 천억 정도로 길드마스터님이 가지신 재산의 절반. 6급 헌터 중 저희 길드마스터님보다 많은 재산을 이룩한 헌터는 손에 꼽죠.”
이건 정말 파격적인 제안이었다.
신유성이 자신의 길드를 부흥시키고 이끌어줄 것이라 믿지 않는다면 절대로 하지 않을 제안이었다. 하지만 이현조는 아직 제대로 얼굴도 본 적 없는 학생에게 그런 엄청난 재산을 배팅한 것이다.
“신유성 학생은 아직 어린 나이로 7급 보스인 루이스를 공략하셨습니다. 길드마스터님은 그런 신유성 학생의 실력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신뢰하고 계십니다.”
처억!
이야기를 하던 진성아는 높게 검지를 들었다.
“언젠가 이 헌터계의 정점에 오를 것이라고요!”
유수 컴퍼니의 지분을 반이나 주겠다던 유민서만큼은 아니었지만 브릴리언트 길드의 제안은 신유성마저 고민에 빠지게 할 엄청난 제안이었다.
“……그렇군요.”
“제가 업계에서 지금껏 많은 헤드헌팅을 봤지만…… 이건 정말 좋은 기회입니다! 이런 엄청난 조건은 들어본 적도 없었습니다!”
손을 모은 진성아가 눈을 빛내며 어필을 했다. 물론 그건 당연한 일이었다. 신유성만 초빙한다면 길드에서 진급은 우스운 일이었으니까.
턱!
하지만 새로운 얼굴이 나타났다.
어디 있었는지 좀처럼 보이지 않았던 김은아가 돌아온 것이다.
“아아아, 잠깐! 어디 나 몰래 유성이한테 그런 제안을 해!”
“으, 은아 아가씨……. 아, 또 이렇게 뵙네요. 수현이는 잘 지내고 있죠? 먼저 아씨한테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진성아는 김은아를 보자마자 당황하는 눈치였다. 재계에서 김은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 특히 신성그룹의 산하에서 김은아를 모르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신성의 1대장은 누가 뭐라 하여도 김석한이었고, 김은아는 그 비호를 잔뜩 받고 있었다. 그룹 내에서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김은아의 앞에선 그야말로 파리 목숨.
“뭐야, 내 비서랑도 알아?”
“그럼요. 수현이가 말해주지 않았나요? 아가씨가 가온에 입학하실 때도 제가 A반에 축하 화환도 보냈었는데…….”
김은아는 그제야 진성아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 모양인지 잔뜩 인상을 찌푸렸다.
“아 너희였어? 그것 좀 하지 말라 그래! 입학식이 무슨 결혼식이야? 창피하게 줄지어 수십 개를 보내서는…….”
결국 그렇게 자본의 논리 앞에서 현역 길드원 중 고위직급을 가진 진성아가 학생 한 명에게 쩔쩔매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아! 네! 알겠습니다! 안 그래도 졸업식에도 뭘 준비하겠다고 떠들던데…… 제가 전달을 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부담스러우니까 관두라고 좀 말해. 그리고…… 이번 제안은 흐음, 그 짠돌이 아저씨치고는 꽤 세게 나오긴 했네…….”
누가 브릴리언트의 길드장 이현조에게 감히 [짠돌이 아저씨]라는 굴욕적인 명칭을 붙일 수 있을까.
하지만 김은아는 그게 가능했다.
브릴리언트가 신성그룹의 산하에 들어올 수 있었던 건 모두 김석한 덕분이었고, 이현조는 김은아의 아버지와 절친한 사이였기에 어린 시절부터 연회 때마다 얼굴을 익힌 사이였다.
덕분에 김은아는 이현조를 잘 알았다. 그의 노림수는 더더욱 너무 잘 알았다.
“유성이가 잘나가고 나랑 친하다니까. 연줄 좀 단단히 터놓으려는 거 아니야? 하여간…… 아빠 쪽 사람들은 정이 안가! 너무 계산적이라고.”
“하, 하하! 아, 아가씨…….”
당황하며 눈치를 살피는 진성아의 모습에서 어쩐지 전속비서인 이수현의 모습이 겹쳤다.
김은아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마이페이스와 무소불위의 권력이 합쳐지면 어떻게 주변을 당혹 시키는지 보여주는 좋은 판례였다.
“그래도 차기 길드마스터까지 준다는 걸 보면 진심이 좀 보이긴 한데……. 유성이 너 관심 있어?”
김은아의 물음에 신유성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직 이르다고 생각해. 길드마스터를 하기엔 내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거든.”
김은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해해. 높은 자리에 오른다는 건, 그만큼 책임을 진다는 거니까. 그리고……. 지금도 우리 가치를 전부 보여준 게 아니잖아? 우리 파티는 이제 시작이니까.”
적어도 타산과 손익을 계산 할 때만큼은 김은아는 누구보다 셈이 빨랐다. 김은아는 이현조가 뛰어난 수완이 있다는 걸 알았고, 그의 행동이 투자라는 것도 알았다.
“그 아저씨도 알고 있겠지. 곧 네가 보여줄 가치에 비해선 지금의 명성도 저점이라는 걸.”
김은아의 말을 들은 진성아는 애써 부정하지 않았다.
“맞습니다. 저희 브릴리언트는 신유성 학생의 파티가 국내는 물론 전 세계 최고의 헌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권왕님처럼 말이죠. 그렇기에 지금의 투자는 비싼 값이 아니라는 판단입니다.”
“여전히 안목이 있네. 너무 계산적인 건 마음에 안 들지만.”
김은아는 진성아의 솔직한 태도가 마음에 든 듯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물건을 헐뜯고 가격을 내리는 것만이 장사의 테크닉은 아니었다.
“그럼 신유성 학생 저희 브릴리언트의 제안은…….”
“죄송합니다.”
신유성이 정중하게 거절을 하자 진성아는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겠습니다.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외로 진성아가 순순히 자리를 뜨려고 하자 김은아는 흐응- 하고 간드러진 콧소리를 내더니 톡톡 테이블을 두드렸다.
“근데. 굳이 지금 차기 길드마스터를 정해두려는 거…… 그 자리 때문이지?”
주어조차 없는 질문이지만 김은아의 혜안에 진성아는 놀라고 말았다. 역시 핏줄을 속이지 못한다는 걸까, 하지만 진성아는 김은아가 겨우 이 정도 정보만으로 이현조의 목적을 알아챘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그 자리라 하시면?”
결국 이렇게 진성아가 한 번 떠보는 말을 던지자 김은아는 잘 관리된 자신의 손톱을 훑어보며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바보 취급은 하지 말아줘. 다음 헌터 협회장이 누가 될까. 그건 너무 뜨거운 주제잖아. 물론 지금까진…… 신오가문의 가주가 가장 유력하지만.”
진성아는 진심으로 놀랐다.
이현조가 차기 헌터 협회장을 노리고 있다는 건 곁에서 보좌한 자신이 아니라면 절대 쉬운 추측은 아니었다. 현재 가장 차기 헌터 협회장으로 유력한 건 7급 헌터 신강윤과 유민서가 소속된 신오가문과 유수가문이었다.
“헌터 협회장의 자리는 ‘강함’만으로 정해지는 게 아니니까. 가장 뛰어난 루키로 꼽히는 유성이를 데려온다면…… 그 아저씨의 영향력도 오를 테니. 가능성 있는 싸움이라고 생각한 거지?”
손톱을 전부 확인한 김은아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진성아를 보았다.
“맞지?”
진성아는 너무나 여유로운 김은아의 태도가 ‘이 정도면 제법 머리를 썼네?’ 라며 자신을 칭찬하는 듯 느껴졌다.
“……역시 아가씨는 대단하시군요. 왜 회장님께서 그토록 아가씨를 아끼시는 지 알 것 같습니다.”
김은아는 진성아를 보며 핏- 하고 웃었다. 진성아는 이미 감탄한 모양이지만 김은아는 진짜 자신을 드러낸 게 아니었다.
이런 부분에서 김은아는 머리가 좋았다. 심지어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닮아 받은 대로 돌려주는 복수를 좋아했다.
‘그러니…….’
신유성을 버린 게 신오가문.
그런 신오가문의 가주인 신강윤의 목표를 알고 있는 이상 순순히 원하는 걸 가지게 둘 생각이 없었다. 신유성이 허락하지 않아도 이미 김은아는 신강윤의 계획을 방해할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뭐, 걱정 마. 유성이를 데려가지 않아도 언젠가…… 우리가 도움을 줄 수도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