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nter Club RAW - chapter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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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 난봉꾼
130# 난봉꾼
피에스타는 서부 지구의 대도시 트리아칸을 근간으로 삼고 있는 클럽이다. 올해까지의 전력은 웨스턴리그 최상위지만, 그 전년도에는 프라임리그에 속해 있던 명망 높은 클럽이기도 했다. 말인즉슨, 프라임리그와 웨스턴리그 사이에서 꾸준히 승강을 반복하는 클럽이란 뜻이다.
이렇게 보면 전력이 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대륙을 통틀어도 프라임리그에 꾸준히 속하는 클럽은 얼마 없다. 많아봐야 십존이 속해 있는 열 개의 클럽 정도. 더 쳐준다면 열서넛 정도 되겠다.
클럽이 충분히 자랑스러워해도 될 만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피에스타에 속해 있는 헌터들의 자부심은 남달랐다. 기실, 이건 위원회가 영향력을 상실한 이후 어지간한 대도시를 꿰차고 있는 빅클럽의 소속원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공통된 현상이었다.
그 집요한 성격 탓에 하운드(Hound)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 남일우 또한 소속 클럽인 피에스타에 긍지를 갖고 있는 평범한 헌터였다.
간혹, 그 긍지가 엉뚱한 쪽으로 발현이 되어서 문제였지만.
“…쟤가 그 아이리스의 성녀냐? 딱 내 타입인데.”
“아이리스의 성녀가 아니고 진홍의 성녑니다.”
“짜샤, 그게 그거지.”
쓸데없는 사족을 덧붙이는 동생에게 작게 면박을 준 남일우는 뱀처럼 혀를 날름거리며 입맛을 다셨다.
만지면 분이 묻어날 것 같은 뽀얀 피부를 가진 그녀. 어린아이처럼 큼직큼직한 이목구비가 굉장한 동안인 미녀였다. 많이 쳐봐야 십대 중후반? 몸매가 다소 빈약해 보이는 것이 흠이었지만, 품이 넓은 사제복의 특성상 벗겨 보기 전까진 제대로 된 몸의 굴곡을 알기가 어려웠다.
“하긴, 저만한 얼굴에 몸매까지 좋으면 사기지. 껌딱지면 어떠냐. 비주얼이 빠방한데. 그래서 쟤가 몇 살이라고?”
“아마 올해 스무 살일걸요. 동년배 헌터들 중에는 가장 눈에 띄는 신인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아, 헌터 경력이 꽤 되니 신인은 아닌가?”
“사제가 뭐 얼마나 대단한 활약을 한다고 주목을 받아? 그냥 얼굴빨이지.”
“뭐,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근데… 쟤 작업 하시려고요?”
하운드 남일우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헌터의 이름은 문형식. 역시 피에스타의 헌터로, 그와는 절친한 형님동생 사이다. 더 파고 들자면, 전형적인 난봉꾼인 남일우에게 뒤지지 않는 여성편력을 자랑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다.
되묻는 문형식의 말투에서 어쩐지 께름칙한 기미가 느껴지자, 남일우는 의아하게 눈을 치떴다.
“왜? 뭐 문제라도 있냐?”
“문제라기보다는… 쟤 소속 클럽이 아이리스잖습니까.”
“그게 뭐 어때서?”
“아니, 정말 몰라서 묻습니까? 그 십존 레드레인이 소속된 곳이라고요.”
남일우는 쯔쯧 혀를 찼다. 문형식의 호들갑이 지레 겁먹은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짜식, 쫄기는. 레드레인은 지금 임산부야. 그리고 레드레인이 여기서 왜 나와? 그 여자가 소속 헌터들 뒷구멍까지 일일이 닦아준다냐? 쟤가 한두 살 먹은 애새끼도 아니고, 남녀상열지사에 십존이 일일이 관여하겠어? 좋아서 잠깐 같이 잤다는데, 지가 뭐 어쩔 거야?”
“그야 그렇지만…….”
“인마, 십존이 그렇게 할 일 없는 자리인 줄 알아? 그리고 말이다, 너 아이리스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하는 것 같은데. 레드레인만 빼면 우리 피에스타도 아이리스에 뒤지지 않아. 아이리스, 아이리스하는데, 사실 요즘에야 좀 뜨는 것들이지, 지들이 프라임리그에 한번이라도 가보기나 했나?”
문형식의 고개가 점차 아래로 끄덕여졌다. 그가 듣기에도 남일우의 말이 구구절절 옳게 느껴졌으니까. 사실 클럽 역사로 따져본다면 피에스타가 어디 가서 뒤질 만한 클럽은 아니다. 창설 겨우 오 년 남짓한 아이리스와는 비교할 바도 못 되었고.
“듣고 보니 형님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넌 걱정이 너무 많아서 탈이야. 그래서, 도와줄 거냐?”
“저야 형님만 좋다고 하신다면야… 쟤 동생도 꽤 박음직스럽게 생겼다는데. 잘 되면 저한테도 다리 하나 놓아주시죠?”
“흐흐.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작업은 어떻게 하시려고요?”
“어떻게 하긴, 맨날 하는 것 있잖아. 순진한 년 자빠뜨리는 데는 그게 최고지.”
서로를 마주본 두 사람은 너구리처럼 음흉한 미소를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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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게 앞서가는 안세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던 박지현은 늘어져라 하품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찔끔 맺힌 눈물을 슥슥 닦아내는 것이 정말 어지간히 졸린 모양이다.
“흐아아아암~ 야, 세희야. 그냥 들어가서 쉬면 안 될까? 조원 확인은 나중에 해도 되잖아.”
“저… 굳이 따라오실 필요는 없는데…… 언니는 이만 들어가서 쉬셔도 괜찮지 않을까요? 정 피곤하시면….”
안세희의 얼굴이 영 곤란해 보이는 게, 박지현의 동행은 그녀의 의사와는 상관이 없는 일인 것 같았다.
하지만 박지현은 요지부동. 어림도 없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안 되지, 안 돼. 굶주린 수컷들로 득실거리는 여기에다 어떻게 너 같이 순한 양을 혼자 던져 놓겠냐? 세영이한테 특별히 부탁도 받았고. 그러니까 너 혼자 두는 건 도리가 아니지.”
“여기는 주둔지 내고, 저는 순한 양이 아닌데요…….”
“바보야, 너는 누가 봐도 잡아먹기 딱 좋은 양이야. 저기 힐끔거리는 늑대들 눈초리 안 보여? 영내라고 방심해선 안 돼. 남자들은 다 짐승이라고.”
성큼 안세희의 곁으로 다가와, 사방으로 매섭게 눈을 부라리는 박지현의 모습은 여자장승이 따로 없었다. 특히나 예전 배성길 일당에게 당했던 경험 때문에, 낯선 남자에게는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박지현이다. 그런 그녀가 물렁물렁한 안세희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저만 쳐다보는 것 같지는 않은데요…….’
무력시위로 위협이라도 하겠다는 걸까? 괜스레 창대를 빙빙 돌리는 박지현을 쳐다보던 안세희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유난이란 느낌도 없잖아 있었지만, 자신을 걱정해주는 박지현의 솔직한 배려가 무척 고마웠다.
그녀가 오해하고 있는 것이라 한다면, 주위에서 쏠리는 시선들 중 삼분의 일 정도는 박지현의 몫이라는 것.
모델 같은 장신에 암표범처럼 탄탄한 몸매를 지닌 박지현은 특유의 껄렁한 인상까지 더해져, 보이쉬한 독특한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게다가 화장기를 찾을 수 없는 민낯도 나름대로의 건강미가 더해져 보기에 쾌활한 인상을 풍긴다.
본인은 자각하지 못하는 듯했지만, 박지현은 어딜 가도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스타일의 미녀였다.
물론, 유수의 클럽들이 모여 있는 주둔지 내인 만큼, 박지현이나 안세희에게 비빌 만한 미녀들도 없진 않았다. 하지만 그녀들은 대부분 예전부터 꾸준한 활동을 통해 착실히 입지를 다져온 헌터들이다. 반면, 박지현과 안세희는 1, 2년 전부터 아이리스의 상승세와 더불어 급격히 부각된 신성들이니만큼 그 주목도가 남달랐다.
팬텀랜서 박지현, 크림슨 세인티스 안세희…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그녀들에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그녀들에겐 공인된 애인이 없었다.
실력이 보장된 신성, 백지와도 같은 남성편력, 한창 물오른 이십대의 미모. 딸 수 없는 절벽의 꽃이라 해도, 사내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봄직한 조건들이 아니던가.
“…너도 참 사서 고생이다. 어차피 내일 되면 줄줄이 소집해서 맞춰보면 될 걸. 굳이 일일일 찾아가서 인사할 필요가 있냐?”
“이왕 같이 일하는 건데요. 미리 얼굴이라도 익혀두면 서로 편하잖아요.”
“하여튼 너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탈이야.”
못마땅하게 구시렁대던 박지현은 안세희에겐 씨알도 먹히지 않는 설득이라는 것을 직감했는지, 이내 그냥 입을 닫아버렸다.
지금 안세희는 휘하에 편성된 조원들에게 인사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공식 편제상, 그녀의 지위는 연합사제단의 제 7부대장. 그 휘하에 스무 명 정도의 수준급 사제를 거느리고 있는 어엿한 지휘관이었다.
이미 열 명 정도와는 안면을 익히고 인사를 나눴고, 이제 남은 열 명을 만나러 가는 상황. 조원 명부를 주르륵 훑어보던 안세희는 대로 옆에 늘어져 있는 막사들 중 어느 한 곳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으음, 여기인 것 같아요.”
“어, 피에스타 막사네. 다음 타자 이름이 뭐라고?”
“이태양…이라는 분이네요. 저랑 동갑이에요. 그리고 그레이스라는 언니도 있어요.”
“그래? 일타이피란 말이지? 잘 됐네. 후딱 만나보자.”
“앗, 언니! 잠깐만요. 우선 안에 기별을 넣어야…!”
박지현의 우악스런 손길에 억지로 이끌린 안세희는 엉거주춤 이끌려 그대로 막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클럽 피에스타의 사제들이 머무르고 있는 막사 안은 성직자들이 모인 곳답게 단촐하고 조용한 분위기였다. 한가로운 저녁의 자유시간을 반영하듯, 그리 넓지 않은 막사 내부엔 세 명의 남녀만이 남아 잡담을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진짜? 그 담엔 어떻게 됐어?”
“얘는, 어떻게 되긴. 그래서 그때 내가 오빠한테……. 응? 누구지?”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던 두 여인과 한 명의 청년은 느닷없는 불청객의 난입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누구세요? 어, 아이리스…?”
박지현과 안세희의 장비에 새겨진 문양을 알아보았는지, 눈을 휘둥그레 뜬 세 남녀. 우물쭈물하며 멋쩍게 서 있던 안세희는 이내 눈을 질근 감으며 허리를 직각으로 숙여보였다.
“아, 안녕하세요! 아이리스의 안세희라고 합니다! 이태양 헌터와 그레이스 헌터를 찾고 있는데요…….”
“그레이스? 내가 그레이스인데, 날 찾았다고요?”
말똥하게 뜬 눈으로 자기를 가리키는 선두의 여인과,
“어… 제가 이태양인데요…….”
조금 눈치를 살피며 어물쩍거리는 젊은 청년.
운이 좋게도 찾던 두 사람이 모두 막사에 남아 있었다. 그러자 낯빛이 환하게 밝아진 안세희는 재차 고개를 숙이며 다시 인사를 했다.
“아! 반갑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전투에서 두 분이 제 조원으로 편성되셨길래, 미리 인사나 드릴까 해서요!”
“인사요? 태양아, 소집은 내일 아니었어…?”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는데요.”
안세희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기색을 지우지 못한 두 사람에게 해맑은 미소로 답했다. 천성이 원래 이런 것인지, 초장에 쭈뼛거리던 인상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지 오래였다.
“네! 소집은 내일이지만 그 전에 안면이라도 익히면 좋을 것 같아서요. 부족하지만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뭐…….”
“자, 잘 부탁드립니다….”
두 사람은 어색한 얼굴로 안세희의 발랄한 인사를 맞받았다. 그 무안한 표정이 꼭 ‘별 이상한 애도 다 있네.’라고 말하는 듯했다. 하긴, 겨우 몇 번 손이나 맞추고 헤어질 사이인 만큼, 그들 눈에는 유독 안세희가 유난을 떠는 것으로 비쳐질 법도 했다.
실상, 이곳 주둔지 내에서도 타 도시에 속해 있는 헌터들은 서로를 개 닭 보듯 하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언제 서로 칼을 맞대며 싸울지 모르는 사이인데 굳이 관심을 둘 까닭이 없었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안세희의 행동은 확실히 유별난 면이 있었다.
‘하암.’
안세희가 피에스타의 그레이스, 이태양과 얘기를 끝내길 기다리던 박지현은 다시금 작게 하품을 하면서, 열띤 어조로 대화에 임하고 있는 안세희를 대견스럽게 쳐다보았다.
‘쟤도 은근히 뭔가 기질이 있네.’
처음엔 머뭇머뭇하던 이태양과 그레이스도 어느새 안세희의 친근한 분위기에 녹아들었는지, 조금 전의 어색함을 상당히 덜어낸 얼굴이다. 무서운 친화력이라고 해야 할까. 안세희의 봄바람 같은 나긋나긋함은 사람의 경계심을 절로 허물어지게 하는 마력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저것도 타고나는 재능의 한 부분일지도. 박지현은 안세희의 그런 점이 부러웠다.
‘저 순딩이는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말이야… 엉? 누구지?’
잠자코 서 있던 박지현은 슬쩍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제법 묵직한 인기척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묵직한 발걸음 소리로 보아, 아마도 건장한 남자 두 명.
이윽고, 늘어져 있던 막사의 문이 거칠게 젖혀지며 늑대 같은 인상의 두 사내가 들이닥쳤다.
“여, 태양아. 오늘 하루 잘 보냈냐? 저녁 먹기 전에 잠깐 정산 좀 하려고 왔다.”
능글거리는 웃음을 베어 문 선두의 사내는, 피에스타의 사냥개라 불리는 남일우였다.
============================ 작품 후기 ============================
여러분의 추천과 코멘은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내일도 아마 오전 중에 투척을 하고, 잘 하면 3연참까지 노려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원래는 바로 전투씬으로 돌입하려고 했는데, 그 전에 소소한 이벤트를 발생시키는 것도 좋을 것 같더군요. 떡밥도 풀어 놓을겸요. 간을 봐놔야 3부 시작하면서 시간을 건너뛰는 맛이 있지 않겠습니까!
일단 올리고, 바로 리리플 달도록 하겠습니다!
피나카 /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왜이리들다재밌지 / 모든 인물들이 앞뒤 생각 하면서 움직이면 재미가 없겠지요! 소율이가 경솔담당(?)은 아니지만, 저런 방식이 신소율이라는 캐릭터에게 알맞는 방식이라 생각했습니다. 물론 정도를 넘어가면 노구덕이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겠죠?
asd메이지 / 그러게 말입니다. 신소율은 저 힌트를 어떻게 풀어낼지!
북치네 / 항상 감사합니다! 즐거운 저녁 되세요.
카론느 / 예측… 당한 건가요 ㅠㅠ 제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호야[虎夜] / 오타.. 수정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모욕감 / 저런 게 또 소율이의 매력 아니겠습니까. 하하..
xusaku / 나름대로 월세값을 저런식으로 지불하네요..
라덴씨 / 그래도 처음에 비하면 정말 많이 강해지지 않았나요.. 떡밥은 깔아뒀으니 3부 시작 즈음에는..
감자껍질 / 그렇게 되면 아침드라마로도 손색없는 막장드라마가..!
Velos / 저 소율이 싫어하지 않습니다. 이건 성장통이에요!
트릭스타 / 자그마치 악마인데, 쉬울리가 없겠죠! ㅎㅎ;
은신설야 /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아!
모그퐁 / 넵! 감사합니다.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셨기를 바랍니다.
Kai-Guelda / 코멘 감사합니다! 내일 오전에 뵐게요!
말살 / 소율이가 천 명을 죽이게 되면.. 흠! 그것도 나름대로 굉장한 전개겠군요.
무협소설광 / 구더기는 전부 후천적인 능력이라.. 유전될 능력이 없다는게 함정입니다..
신수[神手] / 벌어진 판을 보니 짐작이 되지 않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