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 writer! RAW novel - Chapter 42
나는 작가다 042화
42화
주인 할머니가 간 뒤 난 서비스로 나온 오뎅국물과 떡볶이, 순대, 튀김 그리고 카츄몽 돈가스를 각기 한 번씩 찍고 마지막으로 한꺼번에도 찍었다.
음식들 사진도 찍었으니 이제 먹방으로 넘어갈 차례였다.
“자, 그럼 먹어볼까?”
일단 떡볶이.
천 원짜리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어묵과 삶은 달걀이 하나 올라간 맛나분식의 시그니쳐 메뉴였다.
푸짐한 양에 한 번 놀라고, 둘이 먹다 하나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매콤달콤한 맛에 두 번 놀랄 정도로.
그래도 누가 뭐래도 떡볶이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떡!
난 떡 하나를 포크로 찍었다. 그리고 입가로 가까이 대는데, 떡볶이로부터 열기가 느껴졌다.
겉으로는 욕쟁이 할머니처럼 굴지만, 언제나 애들한테 따뜻할 때 먹이고 싶은 인정 어린 할머니 마음이.
냠냠쩝쩝거릴 정도로 쫀득쫀득함이 도드라지는 식감에다가 맛나분식만의 특제 떡볶이 소스로 맛까지 나니 최고다.
그러고 나면 삼각형 모양으로 큼지막하게 들어간 쫄깃쫄깃한 어묵도 먹어줘야지.
주인 할머니가 손이 커서인지 어묵도 참 컸다.
“하도 커서 다들 먹을 때 반으로 접어가지고 포크로 찍어먹었지.”
그렇게 어묵 맛까지 보고 나면 이제 떡볶이의 하이라이트인 삶은 달걀이 남아 있었다.
난 삶은 달걀을 먹기 전에 숟가락을 하나 꺼냈다.
포크와 숟가락을 이용해서 삶은 달걀을 반으로 가른 뒤 동그란 노른자만 쏙 빼낸 뒤 흰자와 따로 떡볶이 소스에 굴렸다.
서로 붉게 변한 삶은 달걀의 노른자와 흰자.
항상 이렇게 해서 먹었다.
노른자의 퍽퍽함을 흰자의 탱글탱글함과 먹기보단 떡볶이 소스를 묻혀서 중화시켜 먹는 걸 좋아했기에. 또한 흰자의 탱글탱글함만을 살려서 먹는 것도 중요했다.
이렇게 한 차례 먹고 나면 오뎅국물을 한 모금 마셨다.
달콤한 맛 끝에 몰려오는 떡볶이 소스의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서.
그렇게 떡볶이 건더기를 반 이상 먹었다.
“자, 그럼 이제 섞어볼까?”
난 허파와 간이 잔뜩 들어 있던 순대와 김말이 두 개, 오징어 하나, 고구마 하나, 야끼만두 하나로 구성된 튀김을 싹 다 떡볶이 그릇에 쏟았다.
분식집에 왔다면 순대는 소금 대신 떡볶이 국물!
당연히 튀김들도 역시나 떡볶이 국물!
카츄몽 돈가스를 빼곤 싹 다 섞었다.
주인 할머니가 애들 먹일 걸 생각해서 떡볶이와 순대는 항시 따뜻하게 유지해도 튀김은 그게 쉽지 않았다.
어느 동네 분식집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전문적으로 하지 않는 이상 식어 버린 분식집 튀김의 옷을 촉촉하게 살려줄 건 오직 떡볶이 국물뿐!
그 기세로 마구 떡볶이 국물에 섞은 뒤 하나씩 먹으면서 수첩에다가 적어놨다.
순대와 각 튀김의 종류별로 느끼게 해준 점들을.
열심히 맛집 포스팅에 쓸 내용을 적으면서 먹다 보니 떡볶이, 순대, 튀김이 금방 동났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카츄몽 돈가스를 들면서 말했다.
“난 귀부터 뜯어먹는 게 그렇게 좋더라.”
그러고 카츄몽 돈가스의 귀를 베어 물었다.
귀 한 쪽을 베어 문 걸 사진으로 남기고 다 먹었다. 이후 주인 할머니에게 잘 먹고 간다 말한 뒤 집으로 돌아갔다.
사이월드 홈피에 들어간 뒤 ‘글 쓰는 미식가’의 첫 번째 수필을 남겼다.
수첩에 적은 것들과 내 기억을 토대로 더욱 맛깔나게.
“다 썼다. 철이한테 말해야겠다.”
철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준경아.”
“나 사이월드 홈피에 새로 시작하려는 게 있거든.”
“아, 봤다. 글 쓰는 미식가?”
“어? 봤냐?”
이미 봤는지 포스팅한 가게가 어디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래, 맛나분식 찍어서 올렸더만.”
“맞아.”
“보나마나 이 게시판도 관리해달란 거구만?”
굳이 말하기 전부터 알아차린 철이에게 혀를 내둘렀다.
“눈치는 빨라요.”
“근데 이거 맛집 탐방해서 올린다는 거 보니까 한두 군데 다닐 생각이 아닌 것 같던데?”
“어, 맞아.”
“얼마나 할 건데?”
“하루에 점심, 저녁 두 군데씩 다니면서 올릴 생각이다.”
매일 두 군데씩 올릴 것처럼 이야기하자 철이가 파업을 선언했다.
“날 죽여라.”
“역시 힘들어 보이냐?”
“지금 표지랑 출간 소식에다가 방명록만 해도 힘들다, 인마. 그냥 알바 하나 구하면 안 되겠냐?”
“그럼 구하던가.”
“오, 진짜?”
알바를 구하란 말에 반색하는 철이.
녀석에게 난 미리 외워뒀던 지금 시기의 최저임금을 언급하며 시급에 대해 언급했다.
“그래, 지금 최저임금이 2,100원이니 시급 3,000원으로 해서 구해.”
최저임금이 6천 원을 넘기던 시기에 살던 나여서일까?
버는 돈도 있는데 최저임금 3,000원은 너무 적은 것 같아 좀 더 얹어서 이야기했다.
솔직히 이놈의 나라 물가는 더럽게 오르면서 막상 월급은 잘 오르지 않았으니까.
어쨌거나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데 최저임금이 2,100원인데, 거기서 900원을 더 올려놨으니 알바를 구하긴 쉬우리라.
하지만 철이는 거기서 더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지 말고 500원만 더 쓰자.”
“500원은 왜?”
“나 아는 애가 술집에서 일하는데 시급이 3,300원이거든.”
“그 애를 기준으로 높게 쳐준 거냐, 아니면 그 애를 아르바이트생으로 데려오고 싶은 거냐?”
“후자긴 한데…….”
“얼씨구, 지 돈 아니라고 벌써 알바 구할 생각을 하고 있었네.”
“내, 내가 일 해주는 거 생각하면 200만 원보다 더 받아야 하거든?!”
무안하긴 한지 애써 합리화를 시키려는 철이.
할 말이 없단 듯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에휴, 알았다. 그럼 3,500원 줘.”
“진짜로?”
철이는 설마 내가 이리 쉽게 올려줄 거라 생각지 못했는지 놀라워했다.
별걸 다 놀란다.
“뭐가 그리 놀랄 일이냐?”
“이야, 내 친구 돈 많긴 하구나.”
그 돈이 어디 땅 파서 나오는 건 아니니 낭비하지 않도록 경고만 할 뿐이었다.
“대신 그거 말고도 시킬 일 있으면 제대로 굴려라. 급료 지불도 잘 처리하고.”
“네가 좋아하는 이강석 씨의 노래를 틀어주고 싶구나.”
“뭔 노래?”
“너무 그리 생각하지 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오직 후회만이 돌아오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인 걸 알기에 그의 노래를 부르며 나더러 걱정을 덜란다.
그리 생각하지 않아도 후회 없게 하겠다고.
난 웃기지 말라며 나무랐다.
“자식아, 내 돈 쓰는 데 생각해야지. 그럼 안 하냐?”
“걱정 말라고. 내가 알아서 잘하고 있으니까. 너한테 확인도 꼬박꼬박 받잖아.”
“알았다. 그리고 이따가 선술집이나 가자. 두 번째 맛집은 거기로 할 생각이다.”
“오, 선술집 좋지!”
“이따가 역에서 7시쯤 보자.”
“오케이!”
“끊는다.”
“어!”
그러게 철이와의 통화를 끝낸 뒤 ‘글 쓰는 미식가’에 올린 게시글 반응이 어느 정도 붙으려면 시간을 좀 보내야 한다고 여겨서 원고나 썼다.
드래곤 나이트 원고를 두 편까지 완성한 뒤.
사이월드 홈피에 들어갔다.
그곳에 떡 줄 놈 생각지도 않는데 마시는 거 아니냐고 생각했던 김칫국 대신 수정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이미 김칫국이랑 떡까지 다 먹고 난 후식으로다가.
-와, 대박! 그 가격에 이 정도 양이라고요?
-여기 도대체 어디야?!
-나 어딘지 알 것 같은데, 작가님이 말하지 말라니까 안 해야지!
-어딘데?!
-달력 보니 어딘지 알겠다. 오늘 가야지.
-나도 오늘 분식 먹어야겠다.
-나도, 나도! 작가님처럼 삶은 계란 저렇게 먹어봐야지!
-분식 별로 안 좋아하는데, 작가님 글을 보니 먹고 싶어지네요. 오늘은 분식을 먹으러 가겠습니다.
-도대체 저 분식집 어디인지, 그것이 알고 싶다.
-우리 동네 분식집이 이렇게 유명해집니다!
-그러니까 너네 동네가 어디냐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인 반응만큼 부정적인 반응도 보였다.
-난 저렇게 욕쟁이 할머니 같은 데 가기 싫더라.
-욕쟁이 할머니…… 진짜 내공이 있지 않은 이상 별로. 대부분 욕 하는 곳은 그냥 진짜 욕하고 기분 나쁘더라. 그런 덴 안 감. 차라리 깔끔하고 친절한 곳이 맛있더라.
-저도 욕쟁이 집은 그다지…….
-제가 저기 어딘지 아는데 그냥 좀 말투가 거치신 거지, 막 쌍욕하고 그러진 않아요 ㅠㅠ
-한국은 이래서 문제임 ㅉㅉ.
-한국 아니어도 런던 같은 데 가도 있음.
맛나분식의 주인 할머니가 쓰던 거친 언변을 그대로 표현했더니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그래도 대다수 나 때문에 분식을 먹어야겠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수백 명이 댓글을 단 걸 보고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어딘지 안 밝히도록 미연에 방지하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네.”
***
이준경 작가가 한참 사이월드 홈피를 보고 있을 무렵.
오늘도 출판사에 출근한 홍성용은 바삐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 근래 더 바빴다.
언제부턴가 갑자기 과장인 양경철이 하나둘씩 대충 인수인계하듯 알려주면서 업무를 과다하게 몰아넣었기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 같다고 느낄 정도로.
오죽하면 홍성용은 방금 하던 일 때문에 점심시간인데, 밥도 못 먹으러 가고 겨우 일을 끝내고선 완전히 방전된 채 의자에 드러누웠다.
“하아, 분신술이라도 쓰고 싶다.”
양경철이 밥 먹으러 가서 안 들어오니 이럴 수 있지, 아니었으면 이런 홍성용을 보곤 또 뭔가 시켰으리라.
부사수로 있던 이진우가 식사를 하고 와서 그러고 있는 홍성용을 보며 물었다.
“아니, 양 과장님은 갑자기 홍 대리님을 왜 이리 굴리는 겁니까?”
“몰라, 나도. 힘들어 죽겠다.”
“이거 받고 힘내십쇼.”
차마 밥도 거르고 일하는 사수가 걱정돼서 오면서 자양강장제 하나를 사온 것이었다.
홍성용은 그걸 받으며 인사했다.
“고맙다, 역시 부사수밖에 없네.”
“흐흐, 그렇죠?”
그렇게 떠드는 사이 장도철과 양경철이 돌아왔다.
직원들은 전부 근처 기사식당에서 5천 원 이하의 밥만 먹도록 시켜놓고, 자기들끼리 8천 원짜리 갈비탕을 먹곤 이쑤시개로 치아를 쑤시는 꼬락서니가 영 뵈기 싫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상사인데.
다들 속으로만 욕할 뿐이었다.
그렇게 장도철과 들어오던 양경철은 사무실 내부를 한 번 쫙 훑어봤다.
스캔의 마지막은 홍성용에게 향했다.
“야, 홍 대리, 시킨 일 다 했어?”
“예, 다 했습니다.”
홍성용은 대답하면서 속으로 짜증냈다.
‘아, 젠장할! 또 무슨 잡일거리를 시키려고.’
“야, 그럼…….”
예상대로 양경철은 홍성용에게 또 일을 시키려고 했다.
그때 아주 운 좋게 전화가 왔다.
지이잉.
양경철의 말을 끊고 홍성용이 전화를 들었다.
“아! 잠시 전화 좀 받겠습니다.”
“……그래.”
또 뭔가 시켜서 부려먹으려고 했지만, 업무와 관련된 전화라면 그것부터 처리하는 게 맞았다.
최소한 양경철도 오래 일한 입장에서 그 정돈 이해했다.
그러기 무섭게 홍성용이 전화를 받았는데,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듣곤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예, 사장님. 예? 진짜요? 헉! 그, 그게 말이 됩니까? 저, 저희 사장님께 바로 보고 드리고 준비하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뭐야? 무슨 일인데?”
반응을 보니 심상찮아서 무슨 내용인지 물었는데, 홍성용은 사장인 김두식의 당부도 있었거니와 당장 자리를 피할 생각으로 말했다.
“그 사장님께서 무조건적으로 본인에게 먼저 보고하라 시키신 일이셔서 먼저 보고부터 드리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 말하고 홍성용이 김두식에게 가려고 하는데, 양경철이 인상을 팍 쓰더니 소리를 질렀다.
“뭐? 이 새끼야, 미쳤냐?”
홍성용이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해서 군기를 잡으려고 욕지거리까지 내뱉는 양경철.
그 모습에 홍성용과 사무실 내부 사람들이 전부 당혹스러워했다.
“예?”
“너, 이 새끼야. 내가 우습냐?”
“그게 무슨…….”
“씨발 새끼야, 네 위가 누구야?”
“과장님이시죠.”
직급상으로 따지면 그게 맞았다.
대리인 자신 위에는 과장인 양경철이 있었다.
잘 알고 있는 걸 보곤 양경철은 홍성용을 쏘아붙였다.
“근데 왜 나한테 안 거치고 네까짓 게 사장님한테 바로 보고를 하러 가냐?”
거기에 답한 건 홍성용이 아니었다.
문을 열고 나온 김두식이 양경철에게 답했다.
“그거 내가 시켰다. 왜? 불만 있냐?”
등 뒤에서 흘러나온 김두식의 답변은 일순간 양경철을 오싹하게 만들 정도로 서늘했다.
양경철이 당황하며 돌아서선 지레 겁먹은 목소리로 김두식을 불렀다.
“사, 사장님…….”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