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20)
01020 %3C프리시즌 헬조선편%3E 나는 헬시민이다 =========================================================================
“제니스 컴퍼니가 제철 회사와 계약을 맺을 것으로 보입니다.”
CIA의 비밀공작조직, 국가비밀공작국(NCS)의 동아시아 지부장 배럿 패트인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차세대 철강 산업을 시작한단 말인가?”
“예, 제철 회사들도 앞을 다투어 적극적으로 이 계약에 임하고 있다 합니다.”
“흐음, 이해가 안 돼.”
그야말로 번갯불에 콩 볶는 듯한 속도 아닌가. 배럿 패트인은 신음을 흘리며 생각에 잠겼다.
‘정녕 고아가 맞긴 한 건가?’
그 부분은 이미 몇 번이나 확인을 완료했다.
두 사람의 출생은 하늘에서 갑자기 뚝 떨어진 것처럼 과거가 전혀 없다. 말 그대로 어느 날 갑자기 주민등록이 말소된 고아란 점을 주장, 법원의 판결을 거쳐 합법적인 신분을 만들어낸 데서부터 모든 게 시작된다.
정황을 보면 브로커가 관련된 것으로 추측되지만, 그 브로커의 흔적은 찾을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해서 해외에서 두 사람이 활동한 적이 있는지 현재까지 정밀한 과거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그 어떤 단서도 나오지 않았다.
“차세대 철강의 성능은?”
“아직 자세한 스펙은 더 확인을 해야겠지만, 일단 최윤 박사가 제철 회사들에 밝힌 바에 따르면 강도가 20배 정도 증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무게는 그대로고?”
“예, 그렇습니다.”
단지 결정체 혼합물을 섞어서 제련하는 것만으로 강도가 20배 이상 증가한다니. 그야말로 철강 산업 시장에 핵폭탄이 떨어진 셈이다.
철강은 현대 산업의 뼈대이자 살이다. 건축, 자동차, 일상 잡기 등 어느 분야에서든 철은 빠지지 않는다. 전 세계적으로 소요되는 철의 양도 막대하다.
“제니스 컴퍼니가 제출한 제안서 내용에 보면 20배 이상의 강도를 보장하면서, 그 공정 작업이 매우 단순하게 표시되어 있습니다. 기존의 공정에 결정체 혼합물을 일정 비율로 섞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생산라인의 변형이 거의 없이, 즉각적으로 신 공정을 투입할 수 잇다는 이야기로군.”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철 회사들이 하나같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고 있습니다.”
보편적으로 철강의 강도는 높을수록 좋다. 콘크리트에 들어가는 철근, 자동차 강판의 경우를 생각하면 쉽다. 말 그대로 다다익선이자 강강익선이다.
제니스 컴퍼니로부터 계약을 따낸 업체와 따내지 못한 업체들은 품질 경쟁력에서 비약적인 차이를 겪을 것이다. 어쩌면 시장에서 퇴출될지도 모른다.
최윤이 만든 철강 혼합물은 그만큼의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다. 무서운 것은 이게 겨우 시작이라는 것이다.
철강 외에 다른 금속, 그리고 비금속에서도 얼마든지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GCS의 경우를 생각하면, 다양한 분야의 의약제품에서도 비약적인 발전을 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배럿 패트인은 확신할 수 있었다.
결정체의 등장으로 인해 세계는 산업 혁명 이상의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고. 그 변화는 지금까지의 모든 것을 아득히 뛰어넘는 크기가 될 것이다.
“그래서 아쉬워…….”
“예?”
“결정체가 우리 미합중국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 말일세. 너무 아쉬워서 슬플 정도로군.”
배럿 패트인은 비릿하게 웃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생각은 없지만. 나도, 미합중국도.”
* * *
국내 철강 회사들은 제니스 컴퍼니와 협력 관계를 맺기 위해 사방팔방 온 힘을 다해 뛰고 있었다. 특히 차세대 철강이 단순히 결정체 혼합물을 투입하는 간단한 제련 공정만 추가하면 된다는 것을 안 뒤로는, 더욱 죽을힘을 다해 매달렸다.
약간의 추가 비용만으로 20배의 강도 증가를 구현한다는 것도 어마어마하지만, 이게 끝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철강 산업의 발전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광주를 방문한 미래제철의 협상팀이 잔뜩 긴장해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벌써 결정체 산업을 실용화하다니, 정말 놀라워. 적어도 몇 년은 걸려야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총 예상 공사 규모가 자그마치 천조 원입니다. 제니스 컴퍼니가 현재 보유한 돈은 50조 원 남짓이고요. 공사비용을 충당하기 위해서 당장 실행 가능한 철강 산업을 먼저 일으키려는 것 같습니다.”
“그 정도 기술력이라면 차라리 직접 철강 회사를 세우는 게 나을 텐데. 50조 원이면 철강 회사 하나쯤은 충분히 세우고도 남지 않는가.”
“대신 시간을 아낄 수 있죠. 제니스 컴퍼니가 하는 행동을 보면 이번 결정체 산업단지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대단해. 고아 출신의 스물한 살짜리들이 그릴 그림은 확실히 아니야.”
유지웅과 정효주는 경제계에서도 유명하다. 협상팀도 당연히 그들의 신상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배우지 못한 고아 출신, 심지어 주민등록도 말소되어서 법원의 판결로 다시 대한민국 주민 신분을 얻은 이들이다.
하지만 GCS와 결정체 산업 등 그간의 행보를 보면, 정말 배우지 못한 고아 출신이 맞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보통의 고아 출신이 설령 결정체 광맥을 얻었다 해도 과연 지금 그들처럼 활용할 수 있을까?
“사장님 나오십니다.”
제니스 컴퍼니의 비서가 와서 알렸다. 협상팀은 얼른 자세를 바로잡았다.
잠시 후 말쑥한 양복 차림을 한 류이한 사장이 들어섰다. 협상팀은 사교적인 미소를 띠며 그를 맞이했다.
“반갑습니다, 사장님. 이렇게 귀한 시간을 내주셔서 매우 감사드립니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바로 계약 내용에 들어가볼까요.”
류이한 사장은 본론부터 꺼냈다. 협상팀은 살짝 흠칫했으나 아무렇지 않게 대화에 응했다.
“일단 저희가 평가한 바로…… 미래제철은 거래부적격 회사에 해당되어 긍정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렵습니다. 먼 길을 오셨는데 좋지 않은 결과를 통보하게 돼서 미안하군요.”
“예? 거래부적격 회사라니요?”
들어보지도 못한 생소한 표현에 협상팀 책임자는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여러 가지 비리나 산업재해 문제도 크지만…… 가장 중요한 건 미래자동차의 쓰이는 강판이 미래제철에서 생산된다는 점이죠.”
“네? 그게 어째서요?”
미래제철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강판은 주로 미래자동차로 팔려 나간다. 그게 왜 중요한 문제가 된다는 건지 협상팀 책임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긴요, 흉기나 다름없는 자동차가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데 일조하셨으니 문제가 되는 거죠.”
“그, 그게 어째서……!”
“물론 국내 관련법을 어긴 것도 아니고, 수출 드라이브로 영업 이익의 상당수를 국내 시장에서 뽑아내는 것도 공적으로 비난하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다만 우리 제니스 컴퍼니가 추구하는 기업 윤리나 문화와는 거리가 있어, 같이 일을 해나가는 데는 부적격하다고 봅니다. 이상입니다.”
“어, 이건……!”
협상팀 책임자는 정신을 차리고 진지하게 반론을 펼쳤으나, 류이한은 ‘그래서 어쩌라고? 우리가 너네 마음에 안 들어서 거래 안 하겠다는데 어쩌라고?’라는 태도만 고수했다.
결국 미래제철 협상팀은 의미 없는 발걸음만 한 채 돌아가야 했다. 그리고 보스코에서 온 협상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난 몇 년 간 수조 원 대에 이르는 비리를 저질렀음에도, 꼬리 몇 개만 자르고 끝냈군요. 정작 몸통은 건드리지도 못한 채로 말이죠. 그런 회사와는 거래 안 합니다.”
“이미 관련자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았습니다! 그 외는 검찰 수사에서 이미 무혐의로 결정이 난 사항입니다! 그걸 가지고 그렇게 단정하시다니, 지금 대한민국 검찰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겁니까?”
“네.”
조금도 지체 없는 확고한 대답이 보스코 협상팀이 오히려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안 믿는다고요. 믿지 않는 놈들의 발표를 왜 신뢰합니까.”
“아, 아무리 그렇다고 사법부의 결정에 위배되는…….”
“뭐가 위배되는데요? 큰 비리로 얼룩진 기업 같다, 검찰은 그게 아니라는데 그걸 못 믿겠다, 그래서 거래는 못하겠다, 이런 입장이 왜 사법부의 결정에 위배되는 거죠?”
“…….”
결국 보스코 협상팀도 아무 소득도 얻지 못한 채 힘없이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한편 류이한으로부터 보고를 받은 유지웅은 혀를 내둘렀다.
“그렇게나 깨끗한 기업이 없단 말입니까. 철강 쪽이라고 별 다를 게 없네요.”
“원래 우리나라는 규모가 커질수록 비리가 필연적으로 스며들게 됩니다. 달리 말하면, 정경유착 등의 비리 없이는 일정 규모 이상 성장하기 어렵다는 뜻도 되지요. 대기업이라고 할 만한 회사 중에서 비리로부터 자유로운 곳은 없을 겁니다.”
“그럼 이번에도 해외 기업이나 알아보죠. 건설 수주 때처럼요.”
“사실 해외 기업도 비리에서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규모로 치면 우리나라보다 더할 겁니다. 비유하자면 우리나라는 동네 건달, 그들은 서울 조직 폭력배로 할 수 있을 겁니다.”
“남의 나라 기업 비리는 어차피 나와 상관없어요. 나하고 맺은 계약만 착실히 잘 이행하면 되는 거죠. 그네들이 비리 저지른다고 나한테 피해가 오는 것도 아니고, 남의 일인데요 뭐.”
유지웅은 눈에 힘을 주며 덧붙였다.
“하지만 내 구역에서 비리 저지르는 놈들은 내가 그 꼴 못 봐줍니다.”
류이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의 생각이 순수하게도 보였고, 한편으로는 무모하게도 보였다. 무서운 것은 그에게 자기 생각을 관철시킬 힘이 있다는 것이다.
‘혹시라도, 어쩌면……?’
그의 힘, 그리고 그의 사고방식.
그 둘의 결합이 이 나라의 부정부패를 걷어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얄팍한 공상이 류이한의 머리를 문득 스쳤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어쩔 수 없이 해외 철강 회사와 손을 잡아야 하나? 하지만 대책 없이 해외 철강 회사들 키워주기는 싫은데. 뭔가 아깝단 말이에요.”
“그럼 차라리 국내 기업을 인수하시는 게 어떻습니까?”
“국내 기업을? 하지만 비리 없는 회사가 없다면서요. 다들 못해도 수천억 원 이상의 비리는 한 번 이상씩 저질렀다고 하지 않았나요?”
단지 수사만 제대로 하지 못했을 뿐이다.
류이한이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
“대기업은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지만, 그 말은 중소기업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뜻도 됩니다.”
“중소기업? 근데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장들 마인드도 별로라던데, 노동 착취하고 꼰대 마인드로 똘똘 뭉쳤다고 들었거든요. 헬조선은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나 별다를 것 없다던데요.”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기업은 거의 100%지만, 중소기업은 2%의 여지는 있죠. 순관제철과 신순철강이라고 철강 업계의 2군 회사가 있는데, 비록 회사 규모는 작지만 비리와 크게 얽힌 바가 없고 경영진 마인드도 괜찮습니다.”
류이한은 이미 관련 조사를 마친 뒤였다. 철강업계에서는 보잘것없는 두 회사, 철근 정도나 간신히 생산하는 회사들이지만 제대로 된 정신이 박힌 회사라 할 수 있는 곳이었다.
“그래요? 조사 자료 좀 볼 수 있을까요?”
“여기 있습니다.”
유지웅은 끄덕이고는 보고서를 살폈다.
두 회사의 오너는 전형적인 자수성가 스타일이었다. 주말에는 봉사 활동을 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도 아끼지 않았다. 심지어 회사 자체적으로 직원 복지 및 장학 정책도 시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직원들의 근무 만족도도 매우 높아, 이직률도 극단적으로 낮은 편이었다.
“헬조선에는 어울리지 않는 회사로군요.”
“아, 뭐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헬조선이라는 말에 류이한은 조금 당황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터라 적당히 맞장구 칠 수 있었다.
“잠시 포항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 분들과 직접 이야기를 해야겠어요.”
“알다시피 두 회사의 사장들은 돈만으로는 마음을 사기 어렵습니다. 지금의 기업 문화를 존중하고, 회장님의 생각을 깊이 나누는 것이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직원들의 고용이나 처우에 문제가 생길 것 같으면, 아무리 거액을 제시해도 회사를 넘기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괜찮습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유지웅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이래봬도 종신 고용 계약이라면 이골이 났습니다. 빨대 수집에 있어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네?”
“건강한 빨대를 새로이 수집하는 건 언제나 유쾌한 일이죠.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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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 ‿‿ ◕人\
“나와 계약해서 빨대가 되어줘.”
널리 제니스 타운을 빨대로 가득케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