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042)
1042 < — 금을 너무나 사랑한 — >
이게 꿈은 아닐까?
트럼프는 자신도 모르게 뺨을 꼬집었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마지 않은 설악마스터의 연락이 마침내 온 것이다.
아마 지금쯤 정보부는 설악마스터가 어디에서 통신 중인지 파악하기 위해서 난리가 났을 것이다. 이쪽에서 제공한 위성폰이니 위치 추적을 하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이 쉬우리라.
하지만 지금 트럼프의 관심사는 그딴 게 아니었다.
썸조의 썸톡이 왔다고!
「금 있어? 실화?」
「응, 실화.」
「콜. 거래 하자.」
백악관 벙커에서와 달리 말투가 조금 딱딱하고 어설펐지만 아무렴 어떠랴.
「얼마나, 줄 수, 있는데?」
「전부 다. 지금 있는 거. 앞으로 생길 거.」
「아, 나 좋아. 그런 거.」
이런 걸 좋아하는구나. 트럼프는 가슴 속에 마구 차오르는 뿌듯한 감정을 느꼈다.
「얼마만큼?」
「2,500T.」
「지금 직거래 가능?」
「Of course.」
「간다. 지금.」
그리고 톡이 끊겼다. 트럼프는 잠옷 바람으로 일어나서 급히 직통 전화기를 들었다.
“비서실장 불러! 지금 당장!”
아닌 밤중에 홍두깨에 백악관은 발칵 뒤집혔다. 곤히 자고 있던 중 급히 출근해야 했던 인사들은 설악마스터가 드디어 연락을 취했다는 사실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전용 헬기에 올라 이동하던 중, 트럼프는 설악마스터와 나눈 톡 내용을 그들에게 아낌없이 보여 주었다.
“설악마스터의 메시지 내용이 저번과 다르군요. 그때는 세련된 표현도 많이 썼고 말투 자체도 미국 원어민이라고 해도 위화감이 없을 정도였는데, 이건 마치 영어를 더듬더듬 배운 중고등 학생이 쓴 펜팔 같습니다.”
“액정을 두드리기 귀찮아서 대충 썼을 수도 있죠.”
그들은 내용 자체는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금괴는?”
“거래 준비는 이미 다 끝났습니다. 상시 준비해두고 있던 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음, 좋아.”
트럼프는 만족스러워 했다.
저번에 설악마스터와 금 교환 거래를 했던 들판은 반경 20km 이내가 통제 구역이 되었다. 넓게 주변을 둘러싸는 철조망 울타리가 쳐지고, 여러 간이 건물이 들어서며 군 병력이 상주 주둔하게 되었다.
이름 하여 골드 중개소.
물론 정식 기록에 등재되지는 않은 이름이었다. 어디까지나 트럼프 등 백악관 수뇌부들이 코드명처럼 이용하는 이름이었다.
골드 중개소에는 금을 보관할 간이 시설도 들어섰다.
거래의 용의를 위해 두꺼운 콘크리트 시설 안에 보관하지 않았다. 대신 여러 사람이 동시에 감시하는 쪽으로 보안의 방향을 틀었다.
지금까지 연방정부는 금이 모이는 족족 잘 포장해서 골드 중개소에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반출을 할 때가 왔다.
“대통령 각하! 굉장한 열원이 나타났습니다!”
마침내 서쪽 하늘에서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아오는 비행 물체가 포착되었다. 신기한 것은 미국 영해에 진입하기 전에는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마 작은 수탉의 모습으로 바다 위를 낮게 스치듯이 저공비행한 것은 아닐까? 그러면 갈매기로 인식돼서 레이더가 잡아내지 못할 수도 있으니.
트럼프는 쌍안경을 들었다.
골드 중개소의 넓은 공터 하늘 위에 붉은 화염에 휩싸여 있는 작은 새의 모습이 보였다. 화염은 대기 마찰열이 빚어낸 일종의 아지랑이가 뭉친 것이었다.
번쩍, 하는 섬광이 뿜어져 나오는가 싶더니 작은 수탉은 사라지고 저번에 보았던 위풍당당한 백색 불사조의 모습이 나타났다.
전장 2km에 달하는 거대한 날개를 접고 내려앉은 모습은 신이 만든 가장 위대한 조각물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그 어떤 고성능 전투기도 저보다는 아름답지 못하리라. 트럼프는 황홀함에 잠긴 채 바라보다가, 설악마스터가 이쪽을 바라보자 정신을 차렸다.
「금은 어디 있지?」
유창한 영어였다. 트럼프는 목청을 가다듬고 대답했다.
“저기 가져 오는 중이다. 보이나?”
그쪽 방향을 돌아본 설악마스터는 머리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리고 왼쪽 날개를 펴서 구부린 후, 그 끝을 트럼프의 앞에 살짝 놓았다.
후두둑, 하고 조그만 보석들이 떨어졌다. 트럼프는 속으로 기겁해서 놀랐다. 아니, 이게 다 얼마짜리들인데 이렇게 함부로 떨어뜨리고 그래!
대통령 체면에 차마 허리를 굽힐 순 없고, 대신 측근들이 허둥지둥 그린 결정체를 집어 부드러운 천으로 감쌌다. 어림잡아 봐도 저번보다 10배는 더 많아 보이는 물량이었다.
결정체의 수량을 대강 파악한 군인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제없을 것 같다는 의미였다.
하긴, 문제가 있다 해도 달라질 게 있을까? 설악마스터는 날갯짓 한 번으로 인류를 쓸어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금을 많이 사랑하나 보군.”
트럼프는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오늘은 저번처럼 이대로 보내지 않으리라. 좀 더 깊은 대화를 하고 말리라.
설악마스터는 잠시 멈칫 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금은 인류 역사상 가장 오래 된 화폐 아닌가? 당연히 그 자체로 가치가 있다.」
빙고.
트럼프는 그 말에서 분명히 알아차렸다. 설악마스터는 인간과 거래하는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119번 원소는 겨우 금 쪼가리와 교환하기에는 매우 귀중한 자원 아닌가?”
「그린 결정체, 이까짓 게 무슨…….」
설악마스터가 나지막한 웃음소리를 내자, 트럼프를 포함한 미국측 인사들은 살짝 당황했다. 이거, 대체 무슨 의미지?
「그린 결정체, 이 따위 것은 나에게는 길거리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보다 못한 물질이다.」
“그게 무슨 의미인가?”
「아주 흔해 빠졌고, 구하기도 쉽다는 뜻이지.」
트럼프는 충격에 빠졌다. 그린 결정체가 그렇게 풍부하게 존재하는 물질인가? 돌멩이보다 못하다고 말할 정도로?
「아, 물론 너희 인간들은 이야기가 다르겠군. 아무리 발버둥 쳐도 구할 수 없을 테니까. 너희에게는 금보다 훨씬 귀중한 물질일 수 있겠어.」
“발버둥 쳐도 구할 수 없을 거라니? 그 의미를 정확히 알고 싶은데, 혹시 자세한 대화가 가능한가?”
「말 그대로다. 결정체는 무한이 가까운 양이 존재하지만, 그곳은 너희 인간의 힘이나 기술로는 결코 접근할 수 없다.」
트럼프는 물론이고 참모들은 퍼뜩 유지웅의 존재를 떠올렸다.
설악마스터의 존재를 알게 된 후, 결정체에 관해서 그의 우선순위는 살짝 뒤로 밀려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설악마스터의 말에 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인간의 힘과 기술로 얻을 수 없는 결정체.
하지만 유지웅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 철강업체가 필요로 하는 결정체를 흔쾌히 공급할 거라고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피부미용제 결정체 비누, 전자기기 발열방지제를 쉴 새 없이 찍어내서 팔아치우고 있다.
그 많은 결정체 양은 대체 어디서 났는가?
‘설마…….’
트럼프의 안색이 살짝 창백해졌다.
설악마스터가 ‘지금’ 결정체를 거래하는 인간은 미국 하나가 아닌 것인가?
하지만 말이 안 된다. 가진 것 없는 청년이 대체 어디서 그 많은 금이 나서 설악마스터한테서 결정체를 샀을까?
트럼프는 기어이 입을 열고 말았다.
“혹시 우리 미국 말고 다른 곳과도 결정체 거래를 하고 있는 중인가?”
「그렇지 않다. 이만한 금을 준비할 수 있는 인간 단체는 현재로서는 미국이 유일하다.」
브라우니는 접었던 날개를 활짝 폈다. 사람들을 날려 버릴 듯한 거센 풍압이 일어났지만, 다들 겨우 버텨냈다. 그 몸짓에 최소한 악의는 없었다.
트럼프는 다시 소리쳐 물었다.
“우리 미합중국에 금 말고 원하는 것은 없는가? 있다면 얼마든지 말해다오! 긍정적으로 적극 검토할 것이다!”
「미국에 원하는 것? 글쎄…….」
설악마스터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허공을 무겁게 울리는 소리로 말했다.
「요즘 들어서 집 주변이 왜 이렇게 소란스러운지 모르겠다. 동서북 어느 방향을 가리지 않고 상시 시끄럽더군. 해서 좀 주변이 조용해졌으면 한다.」
“…….”
「미국의 힘으로 가능한지는 모르겠다만. 그럼 이만. 금은 고맙게 받겠다.」
설악마스터가 높이 떠오르며, 동시에 철제궤에 담긴 2,500톤의 금도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홀린 듯이 그 모습을 바라보던 트럼프는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전 설악마스터가 수수께끼처럼 남긴 말의 의미를 몇 번이고 곱씹었다.
‘동서북 어느 방향을 가리지 않고 상시 시끄럽다라…….’
그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아니라, 순수한 단어 그대로의 의미일 것이다. 트럼프는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빛났다.
‘일본, 중국, 그리고 북한……. 한반도를 언제나 시끄럽게 만드는 요소들이지.’
설악마스터는 시끄러운 걸 참지 못한다고 말했다. 설악마스터는 시끄러운 걸 참지 못한다고…….
“동북아 안보대책회의를 소집하겠네.”
트럼프는 설악마스터의 쾌적한 주거 환경 조성을 위해, 동북아 정세를 근본적으로 가다듬을 필요성을 느꼈다.
“금이다, 금!”
유지웅은 철궤에 가득히 담긴 금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옆에서 정효주가 웃긴다는 듯이 말했다.
“금이 그렇게 좋아?”
“응! 당연하지!”
“나보다 더?”
“에이, 이따위 금 쪼가리를 우리 효주한테 비할 수는 없지. 이거 그냥 다 너 줄까?”
“됐어.”
정효주는 손사래를 치며 웃어 넘겼다. 그러는 동안에도 반달곰 괴수, 토르는 부지런히 금이 담긴 철궤를 은신처 안으로 운반하고 있었다.
“금은 인류가 가장 오래 써온 화폐야. 어느 곳, 어느 상황에서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지. 그러니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마음이 뿌듯해질 수밖에 없어.”
“결정체가 더 귀하지 않니?”
“그렇긴 한데, 화폐라고 할 순 없잖아. 금은 그 자체로 사람을 빨아들이는 마력이 있다고. 이 선명한 노란 광채를 봐. 혼이 빨려 들어갈 것 같지 않니?”
“뭐, 눈이 부시기는 해.”
정효주는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이 엄청나게 많은 금을 보고 기절할 듯 눈이 휘둥그레졌으리라. 걷잡을 수 없는 욕심이 무럭무럭 솟아나서 견디기 어려웠으리라.
하지만 이제는 아무리 많은 금이나 돈을 봐도 그저 덤덤하다. 그것들에게서 욕망이나 욕심을 느낄 수 없다. 어쩌다가 이렇게 돼버린 걸까?
‘이게 다 쟤 때문이야.’
정효주는 보이지 않게 그를 향해 눈을 흘겼다.
“그래서 금을 언제까지 모을 건데?”
“미국이 가진 모든 금을 거덜 낼 때까지 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무리일 거 같고……. 그래도 미국에 가능한 많은 결정체를 제공하는 게 목적이니까.”
“미국이 나중에 진실을 알면 뒷목 좀 잡겠구나.”
“내가 폭리를 취한 건 아니니까 괜찮아. 정당한 가격을 받고 판 거라고.”
유지웅은 산더미처럼 쌓인 금괴들을 보며, 앞으로 미국이 선택할 미래를 생각했다.
“그놈들, 후딱후딱 결정체 연구해서 이걸 연료자원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걸 하루빨리 깨달아야 할 텐데.”
결정체는 연료로 활용할 때 가장 그 가치가 빛난다.
많은 에너지를 깨끗하게, 그리고 편리하게 생산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물질이기 때문이다.
만약 미국이 그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어떻게 될까?
‘자기들이 알아서 결정체 에너지원 시장을 개척하고, 세상에 그 기준을 강요하겠지. 난 편안히 앉아 구경만 하다가 나중에 날름 삼켜버리면 되는 거고.’
정효주는 세상의 혼란과 관심을 우려해서 에너지원으로서 결정체를 공개하는 것은 반대했다. 하지만 미국이 스스로 깨닫게 만들어서 시장을 개척하는 것은 반대하지 않았다.
금도 얻고, 미국이 공들여 구축할 결정체 에너지 시장도 집어삼키고.
일석이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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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딱후딱 연구하란 말이야!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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